고등학교 서클인 백록모임이 압구정동 안동국시 집에서 열렸다.
이 집은 경상도 문둥이들은 억수로 좋아 하는 집.
전체모임이 아니라 몇명만 모이기로 하였고
얼마있지 않으면 중국 상해의 GM지사 대표로 발령이 난 후배의 주선이었다.
6시반이라, 다섯시 반이 넘어 슬슬걸어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동작역을 지날 무렵 가만이 보니까 고등동창이 내 앞에 앉아 있다.
마침 옆자리가 비어 오늘 발인을 한 고등동창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사람이 평소에 안하던 행동은 하나의 나쁜 전조(omen)이다.
그날 점심 때 유 병욱 혼사에서 앞에 앉은 친구에게 느닷없이 돈만원을 뜯었는데,
그 이유로 자기 혼사때 부조를 안하였다는 것.
그래서 이 친구가 놀라서 돈을 더 내려고 하였더니 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아!, 이 돈이 저승가는데 노자가 되었구나.
또 저녁 분당고등동창 모임에서 그 답지않게 술을 적게 마신것도 상궤를 벗어난 것이다.
내가 도와주지 못하여 안타까울 뿐.
고속터미널역에 내려 친구는 지하철을 나가고 나는 3호선을 바꾸어 타고 압구정역애서 내려
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약속시간보다 10분쯤 일찍 들어갔으나 백수인 한 후배는 이미 와있다.
6시반 정시에 여섯명이 왔고 좀 있다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후배는 10분 늦게 와서저녁겸 술판이 벌어졌다.

부추김치가 아니고 이때는 반드시 정구지김치, 들깨잎 장아찌, 깻잎이 아니올씨다.
그리고 김치의 기본찬이 깔리고.

이후배는 버킷 리스트의 하나로 단층주택을 5층건물로 집짓기, 중국어 최고과정인 6급 시험합격, 뚝심영어책발간,
그리고 섹스폰 CD만들기이었고, 마지막 하나 체중줄이기는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노래가 섞여 있다.
CD를 안에 싸인을 하여 하나씩 돌린다.

오늘의 주제는 사투리 사용.
서울 처음 올라왔을 때
쌀을 살로, 쌍을 상으로 발음하여 얼마나 구박을 많이 받았던가.
또 순음은 얼마나 부드러운 말인가. 아이고 추버라, 서러버라, 떨버라.
서울사투리는 없는 줄 알아.
이걸 어떡허니, 등으로 음모음화.
나중을 양중이라는 등.
나의 의과대학 선배 중 한분은 서울말을 동네에 따라 구별한다.
북촌, 서촌과 남촌 등으로.
경상도 사투리도 남도 사람의 외국을 애국으로, 관광을 강간으로 발음보다는 좀 낫지만.
예를 들면 각각을 지줌, 옆을 야불때기로, 등등은 정말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내가 매미를 매ㄹ리, 왕잠자리를 부ㄹ리 등은 얼마나 부드러운 말인가.
이는 쌍 ㄹㄹ이다.
그러다 부리가 나오니까 누가 숫놈을 잡아 에노쿠를 칠하여 운운 하길래
그게 아니라 암놈이 있으면 다리를 묶어 오 다리, 오 다리 하며 돌리면 숫잠자리가 흘레하려고 들어 붙으면 잡고
잡은 숫 잠자리를 분양하면 배에 호박 숫꽃으로 암놈배처럼 노랗게 칠해서
역시 오 다리, 오 다리 하면 숫놈들이 걸려 든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어릴때부터 사기치는대는 능숙하였다.
누가 때때는 작은 숫메뚜기, 때때가 올라 탄 홍글래는 암놈, 표준말로는 방아개비.
그래서 체구가 작은 남자에 체구가 큰 부인을 때때부부라 한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너거 매미잡는 법을 알아. 하니까 누가 말총으로 잡지요.
말총(말 꼬리털)을 하나 잡아채서 올개미를 만들어 장대 끝에 부쳐서
이를 매미한테 걸면 쉽게 잡을 수 있다.
그건 촌동네 못사는 애들이 잡는 법이라고.

갓부쳐 나온 심심한 전, 소주 안주로 그만이다.

나는 묵따로, 고명따로 나올 줄 알았는데, 일인분씩 나누어져 나왔다.
여기에 나 온 대구사람들은 묵이라면 당연히 메밀묵이고
내가 묵사발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모른다.
북을 안칠 때 재료의 비율이 맞지 않으면 응고되지 않고 퍼져버리는 것.

세 부위의 수육, 나는 제육을 좋아하는데

한손에 젓가락, 한손에 담배를.
이 방은 분명히 금연방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옷에는 메밀묵을 젓가락으로 먹으려다 떨어뜨린 자국이 선명

최 승민은 항상 시선을 먼 곳으로.

서비스로 나온 걸쭉한 콩비지.
늘상하는 실수로 마지막으로 중요한 안동건진국수는 다 먹고 나니까 아차! 사진을 안찍었군.
일차는 서 태구가 기꺼이 부담을 하고.
오늘의 이차는 손후배의 색스폰 선생이 하는 라이브술집이다.

기타를 치시는 분은 주인의 친구.
이층인데 1.2층을 모두 합하여 60석 가량.
나의 사적인 정년기념식을 여기서 해볼까?

손후배의 CD도 붙어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사장의 색스폰개인교수를 받은 사람들이 제작한 앨범들이 아닐까?

이건 뭐지요?

오늘의 우리 색소폰 주자 손후배

중국노래 한곡을 마치고는 앞 모니터의 콩나물을 보고 있다.
이어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Can I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작년 12월의 백록 송년회때 보다 솜씨가 부쩍 늘었다.
이것만 하여도 굶어 죽지는 않을 듯.
패밀리 비지니스이다. 플륫으로 바꾸어 부는 흰옷은 이집 주인이자 피아노와 기터를 치는 여자들의 아버지,
연주하는 곡목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부인은 홀에서 서브도 하면서 노래를 시키니까 "님은 먼 곳에"를 간드러지게 부른다.
내가 바로 때때부부구나 하니까 모두들 웃는다.
내가 본 우리나라 영화 중 "님은 먼 곳에"란 월남까지 신랑을 찾아가는 새색씨 스토리가 있었고
여기에서도 이곡이 삽입되어 있다.

거의 프로에 접근하는 실력의 아마추어로 아마도 단골손님이고
같이 온 일행들은 처남 매부간, 대학동창간 등등.
여자 한분은 나와서 "테네시 왈츠"를.
다른 여자 한 분은 알만한 곡인데도 생각이 잘 안나는 외국곡과
우리곡 "그리운 금강산"을 기성 소프라노 뺨치게 부른다.
트럼펫을 부는 분이 자리에 앉았을 때
인사를 청하고 보니 나의 서울대 3년 아래 치대 출신.
우리 뒤 테이블에서도 한분이 나와서 노래를 불러
우리 테이블의 대표선수 서 태구가 한 상일의 노래 한곡과
일본노래를 부르기 전 내가 간단히 이력을 소개한다.
"47 빛깔의 일본"이란 책을 쓰서 문공부 추천도서가 되었다고.
"나가사끼에는 오늘도 비가 나린다"



누구(?)의 구라를 열심히 듣고 있다.

가족같은 분위기에 재미있게 놀다가
후일을 기약하고 헤어 졌다.

첫댓글 색다른 모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