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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雪靖) 스님은 1942년 수덕사가 자리한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속가(俗家) 부친이 만공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 가정에서 성장한 스님은 1955년 수덕사에서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강원을 마치고 범어사·봉암사 선원 등에서 수행했다. 30대 중반부터 수덕사 주지(1978~1988)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1994~1998)을 지냈다. 2009년 덕숭총림 수덕사 제4대 방장(方丈)에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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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본분은 자신에게 엄격한 것 ‘화’는 모두 본성에 없는 ‘환’ 하심할 줄 알면 인간 관계 폭 넓어져
무더위가 고개를 빼곡이 쳐들기 시작한 지난 6월의 마지막날. 충남 예산 수덕사 덕숭총림의 제일 큰 어른이신 설정 방장 스님이 계신 정혜사를 찾았다. 스님은 하안거중이셨다. 현대불교신문 1천호 휘호 청탁이 목적이었지만, 평소 친견이 어려운 선지식이라 천재일우의 기회를 빌어 몇말씀 여쭈었다. 연이은 간청에 설정 방장 스님은 점심 공양 시간을 이용해 산문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 중생계의 작금에 대해 촌철살인의 경책을 내려 주셨다. 정리=김주일 기자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 때문에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이 많이 아파하는데, 치유할 방법을 일러 주신다면.
당한 분들 입장에서 어찌 쉽게 치유가 되겠습니까. 다만 유가족들을 위해서 국민이 최대한으로 위로하고 배려해줘야 합니다. 이번 기회가 우리나라가 새로워 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좋은 나라가 될 것이고, 다시 놓쳐버린다면 정말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세월호 같은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번에 국민모두가 각성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쟁과 성장위주로 치닫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제 정신을 놔버리고, 인간성이 상실된 채 오로지 부와 명예만 쫓아서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가 세월호 같은 참사를 낳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건들이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 경고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겉으로만 각성했을 뿐 다시 그 사건들을 망각하고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되다 보니 결국엔 이렇게 된 것입니다.
결국 천민자본주의가 판치고, 또 탁부들이 거드름 피우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갖고 있던 가치관마저 송두리째 없어져 버렸습니다. 앞으로는 국가전체가 투명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나, 사업 하는 분들은 물론 언론, 교육 등 우리 사회 모두가 투명해 져야 합니다. 그래서 누가 봐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신의가 쌓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너무 불신이 팽배해져 있습니다. 불신을 종식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이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갖고 정당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마다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 목표는 자기 실현이고, 완전한 자기 인격과도 같습니다.
-올해와 같이 사건사고가 특히 많이 일어나는 해에는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요.
불교적 인과로 생각해 볼 때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좋은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뭉쳐져 맑은 기운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사고가 나려해도 멈춰집니다. 가정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둡다 하더라도 각자 서로 밝은 마음을 가져 보세요. 그 불행과 사고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 기운들이 맑은 기운에 밀려서 빠져 나가게 됩니다. 우리 모두 맑은 기운을 가질 때입니다.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국민 각자의 슬픈 생각, 불신의 생각, 원망하는 생각 등 이런 것들이 모두 맑은 기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둡고 컴컴한 기운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데 빨리 이것을 걷어내야 사회전체 분위기가 반전되는 계기를 맞습니다. 누굴 미워하고 원망하고 탓하고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이제 그런 암울한 시기는 지났습니다. 모두 혼연일체가 돼서 바른생각으로 살겠다는 다짐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빨리 극복되지, 누구를 원망하고 책임 추궁하면 결코 빨리 수습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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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도록 국민정신 개조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설정 스님.
사진은 스님이 후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붓글씨를 쓰고 계신 모습. |
-우리 불교가 상처받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은 따뜻한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님들이 아픈 분들한테 손한번 잡아주며 해주는 위로가 천가지 법문보다 더 와닿는다고 보는데, 수행자들이 이 시점에서 중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올바른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청정한 삶과 바른 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수행의 근본 목적이 나 자신의 수행과 중생구제에 있기 때문에 수행하는 과정서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불교가 지닌 신행적, 사상적, 철학적 모든 상황이 중생을 향해서 얼만큼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중생구제가 궁극적 목적인 만큼 수행자들은 언제어디서나 지치고 힘든 이들을 만나면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야 합니다. 그것이 수행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삶 속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분심을 참는 것입니다. 참을 인자 세 개면 사람도 살린다는 말처럼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화를 참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화는 모두다 환(幻)입니다. 화라는것이 본성에는 본래 없는 것인데 중생심의 발로여서 화가 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줄이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의 기본은 참는 것, 이기는 것,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심(心)이 수행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심이라는 것은 결국에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납니다. 그런데 마음 한번 바꾸면 쉬워질 수 있습니다. 상대를 정말 연민의 정으로 볼 수 있다면, 화 같은 것은 그냥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심만 하다보면 내가 더 모자르지 않을까, 어리석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불교에서 하심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을 낮춘다는 것입니다. 또한 낮춘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 하는 것이지, ‘내가 저놈보다 낫다, 잘낫다 ’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하심이라는 것은 비굴 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비굴한 것은 내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상대에게 빌붙거나 할때 생기지만 하심은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심 할 줄 알면 인간의 폭이 넓어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커지고, 자신만만해지고 당당해집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사들이 말했습니다. 하심하는 이는 만복이 몰려들어오게 돼 있다고요. 하심안하고 분노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하심하는 사람중 누굴 더 좋아하고 도와주고 싶을까요. 인간이 복을 얻으려면 덕이 있어야합니다. 복과 덕을 갖추고 싶다면 비결은 하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세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리더가 가져야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려 주시지요.
중요한 것은 성실성입니다. 누구를 대할 때도 진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성심을 다해 대해서 대화한다면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소통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을 많이하고 적게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성을 갖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실로 얘기를 다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상대가 안받아들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성실한 도리만 다하면 됩니다.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상대가 진심을 알고 소통이 원활해 질 것입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가정이건 직장이건 무엇보다 화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화합이라는게 다른게 아닙니다. 화합은 어떤 차등이 있으면 잘 안됩니다. 일하는 것, 나누는 것, 생각이 똑같아야 화합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섭섭함이 생겨나 화합이 안됩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대접받으려 한다든가 하면 더욱더 안됩니다.
함께 그 집단에 동화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권위주의를 보이고 목에 힘이 들어간다든가 한다면, 아랫 사람들이 화합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방장이란 소임을 맡고 있지만 항상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어떻게 편하게 공부를 잘할까, 잘못되는 것은 없는가 하고 말입니다. 잘못된 가지나 풀은 뽑아줘야 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해주고 잘된 것은 격려해 줘야지, 방장이라고 권위의식을 내세우면 대중이 결코 따라오지 않습니다.
권위를 세운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한정 시키면 됩니다. 자기자신의 권위란 자기가 중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런 권위만이 진실한 권위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불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오계정신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못된 짓 아니하고, 악한짓 하지 않는 것이 투도계입니다. 남을 위해서 어떻게 헌신하고 봉사할 것인가는 바로 불살생계입니다. 우리사회가 너무 탁해졌습니다. 오계정신이 우리 사회에 올바로 확립됐을 때 가정과 사회도 청정해져 우리 대한민국이 올바로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오계 지키기 운동을 범국민적 차원에서 해나가야 되지 않겠나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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