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는 '저자와의 대화' 이지만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는 것은 노동이다. 밭에 나가 땀흘리며 일하는 것과 비슷한 힘이 소요된다. 책 읽는 동안 생각을 모으고 집중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는 뇌의 움직임을 포착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으로 읽고 생각하며 이야기의 줄거리를 놓치지 않고 찾아가야 하는 노동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노동에는 기쁨이 뒤따른다.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책 읽기가 근래에 들어와서 게임이나 영상에 밀려나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당연한 결과다. 영상을 청취하거나 게임에 몰입하는 일은 책 읽기에 비해 큰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다. 눈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거나 정해진 패턴에 따라 게임기를 조정하면 된다. 반면 책 읽기는 밋밋한 종이장 위에 검은색 글씨로 씌여진 문장을 읽고 해석하고 기억하며 생각해야하는 작업이 동반되기에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틀림이 없다.
책 읽기보다 더 힘든 일이 있으니 글쓰기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생각한 점을 정리하는 일은 책 읽기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책 읽기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생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저자는 현직 12년차 초등교사로 학생들이 얼마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지, 글쓰기를 멀리하는지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켜봐왔다. 마지못해 억지로 읽는 학생이 있다손 치더라도 글쓰기의 단계까지 끌고 가기에는 벅찬 것이 현실이다. 억지로 나귀를 끌고 갈 수 있을지언정 마시기 싫어하는 나귀 입을 억지로 벌려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저자가 고안해 낸 방법이 있다. 책의 유형에 따른 독서 노트 정리법이다. 임상실험을 거친 결과물이라 일선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즉각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 학생들이 익숙해 질때까지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할 듯 싶다.
저자는 독서 노트의 필요성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조사하여 독자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독서의 대가로 불리우는 조선 후기 500권을 저술한 정약용이 그러했고 고단한 여행 중에도 기록을 남기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던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이 대표적 인물이다. 창의성의 대표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금까지도 습작노트가 전해오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를 독서 한 후 노트에 옮긴 것이 최근 빌 게이츠에 의해 300억원 넘게 팔렸다고 할 정도다. 독서 후 글쓰기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독서의 대가였고 반드시 책을 통해 생각한 바를 기록에 남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부모로써 교사로써 자녀들과 학생들에게 글쓰기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G20 정상회의 때 각국의 정상들이 바인더를 열어 자료를 보는 장면들이 포착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왠 종이 자료를? 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직접 기록한 자료들이 회의 자료로 테이블 위에 놓인 이유는 스스로 직접 사유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단 한장의 자료물이라도 컴퓨터로 프린트한 종이와 직접 메모한 종이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 생각을 모으고 요약하여 기록했기에 한 장의 종이만 보더라도 수십 장의 자료물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노트에 기록하는 일은 결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독서 노트를 직접 종이에 쓰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블로그나 다양한 앱을 사용해도 좋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독서의 힘'을 넘어 '독서 노트의 힘'까지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