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장지정(打獐之梃)
노루 잡던 몽둥이라는 뜻으로, 운 좋게 노루를 잡더니 그 후 재미를 붙여 툭하면 몽둥이 들고 노루 잡겠다고 설친다는 말이다.
打 : 칠 타(扌/2)
獐 : 노루 장(犭/11)
之 : 어조사 지(丿/3)
梃 : 몽둥이 정(木/7)
기묘사화를 일으킨 남곤(南袞)이 '유자광전(柳子光傳)'을 지었다. 글이 대단했다. 사화(士禍)를 서술한 대목이 특히 압권이었다. 어떤 사람이 끝에 시 한 구절을 써 놓았다. '마침내 속내가 그 누구와 비슷하니, 그 자신이 전기 속의 사람인 줄 몰랐네(畢竟肺肝誰得似, 不知身作傳中人).' 자기가 자기 얘기를 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어떤 이가 다른 사람의 죄상을 신랄하게 논했다. 사람들이 초상화의 찬문(贊文) 같다고 했다. 결국 그는 장살(杖殺) 당해 죽었고 죄상을 논한 사람은 수십 년 부귀를 누렸다. 뒤에 보니 죄를 논한 사람의 행적이 앞서 죽은 사람보다 훨씬 심했다. 사람들이 또 말했다. '이것은 남의 화상찬이 아니라 제 화상찬을 쓴 게로군.' 심노숭(沈魯崇)의 '자저실기(自著實紀)'에 나온다.
심노숭의 이 책에는 정조 서거 이후 노론 벽파(僻派)와 시파(時派) 간 권력 투쟁 장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명분과 시비를 들고 싸웠지만 실상은 이전투구의 사생결단만 있었다. 당시 각 당파의 영수급 인물들은 부득이 한자리에 앉게 될 때면 서로 얼굴을 안 보려고 중간에 병풍을 치기까지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 결국은 제 말 하기의 행태는 반복됐다. 기회만 있으면 상대를 비방하고 헐뜯어 치명타를 안기기 위해 부심했다.
책 속의 한마디. '이것이 세상 도리의 진퇴(進退)나 저들 무리의 득실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결과적으로는 그저 사람을 마구 죽였다는 헛된 명성만 널리 얻고 애초에 긴요한 실제 이익은 없었다. 저들 또한 어찌 이를 모를까마는 사방을 둘러봐도 손 쓸 데가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노루 잡던 몽둥이를 다시 찾지 않을 수 없었으니 참으로 천하에 가소로운 일이다.'
타장지정(打獐之梃), 즉 노루 잡던 몽둥이는 속담에 '노루 잡던 몽둥이 삼년 우린다'는 말에서 끌어왔다. 옛 속담집 '동언해(東言解)'를 보니 '한때 어쩌다 얻고는 매번 요행을 바란다(一時偶獲, 每冀僥)'라고 뜻을 매겨 놓았다. 운 좋게 노루를 잡더니 그 후 재미를 붙여 툭하면 몽둥이 들고 노루 잡겠다고 설친다는 말이다. 어째 세상은 변할 줄을 모르는가?
▶️ 打(칠 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 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옛날 나무를 자르는 소리, 비오는 소리, 악기(樂器)의 소리 등을 정정(丁丁)이라고 하였다. 정(朾)은 나무를 치는 소리를 나타낸다. 나중에 치는 것은 손의 동작이므로 재방변(扌=手; 손)部로 바꿔 쓰고 발음(發音)도 변하여 '타'라고 읽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打자는 '치다'나 '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打자는 手(손 수)자와 丁(못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丁자는 나무에 못질할 때 사용하는 '못'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 打자는 마치 손으로 못을 내리치는 듯한 모습을 그린 것과도 같다. 다만 打자는 단순히 '때리다'라는 뜻 외에도 어떠한 동작을행하고 있음을 뜻하는 접두어로 쓰일 때도 있다. 그래서 打(타)는 ①치다, 때리다 ②말하다, 사다, 세다, 더하다 ③및, 와 ④타, 다스 ⑤어떤 동작(動作)을 함을 뜻하는 접두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벌(伐), 칠 고(拷), 칠 당(撞), 칠 박(撲), 칠 격(擊), 칠 토(討), 칠 력(轢), 칠 공(攻), 망치 퇴(槌), 때릴 구(毆), 두드릴 고(敲), 쇠몽치 추(椎),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던질 투(投)이다. 용례로는 때리어 침을 타격(打擊), 동물이나 사람을 때리어 침을 타박(打撲), 얽히고 막힌 일을 잘 처리하여 나아갈 길을 엶을 타개(打開), 쳐서 부수어 버림을 타도(打倒), 때려서 죽임을 타살(打殺), 종을 침을 타종(打鐘), 곡식의 알을 떨어서 그 알을 거두는 일을 타작(打作), 야구에서 배트로 공을 치는 공격진의 선수를 타자(打者), 이득과 손실을 헤아려 봄을 타산(打算), 모조리 잡음을 타진(打盡), 전보를 침을 타전(打電), 문지르거나 뭉개거나 하여 지움을 타말(打抹), 거래할 물건의 값이나 수량 등을 미리 헤아려서 벌여 적음을 타발(打發), 사람을 때리고 침을 구타(毆打), 몹시 세게 때리거나 침을 맹타(猛打), 마구 때림을 난타(亂打), 피의자를 고문하여 때림을 고타(拷打), 타자할 때에 잘못 찍는 일 또는 그 글자를 오타(誤打), 잇달아 때리거나 침을 연타(連打), 북 등을 가락에 변화를 주면서 두드림을 곡타(曲打), 통쾌하게 때림 또는 그 타격을 통타(痛打),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이해 관계를 이모저모 따져 헤아리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해타산(利害打算), 울려는 아이 뺨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을 선동함을 비유한 말을 욕곡봉타(欲哭逢打),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을 징계하여 갑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라는 뜻으로 일정한 주의나 주장이 없이 그저 대세에 따라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풍타낭타(風打浪打) 등에 쓰인다.
▶️ 獐(노루 장)은 형성문자로 麞(장)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章(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獐(노루 장)은 노루(사슴과의 포유류)를 뜻하는 말이다. 용례로는 노루의 새끼를 장고(獐羔), 노루의 굳은 뿔을 장각(獐角), 노루의 털을 장모(獐毛), 노루의 가죽을 장피(獐皮), 노루의 피를 장혈(獐血), 노루의 간을 장간(獐肝), 노루고기로 만든 포를 장포(獐脯), 노루의 앞다리가 몸뚱이에 붙어 있는 안쪽의 오목한 곳에 난 털을 장액(獐腋), 돋아 나와서 채 다 굳지 아니한 노루의 뿔을 장용(獐茸), 과녁에 박힌 화살을 뽑는 제구를 장족(獐足), 열병을 일으킬 만한 독기 있는 숲을 장림(獐林), 말린 노루 고기를 건장(乾獐), 살아 있는 노루를 생장(生獐), 털 빛이 온통 흰 노루를 백장(白獐), 자줏빛의 노루를 자장(紫獐), 고라니를 이르는 말을 보장(甫獐), 꼬리가 짧은 개를 이르는 말을 장자구(獐子狗), 털이 붙은 노루 가죽을 모장피(毛獐皮), 다뤄서 녹신녹신하게 만든 노루 가죽을 숙장피(熟獐皮), 노루 친 막대기라는 뜻으로 한 번 우연히 물건을 주우면 항상 요행을 바라게 된다는 뜻의 속담을 타장장(打獐杖), 노루잠에 개꿈이라는 뜻으로 같잖은 꿈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을 야유하여 이르는 말을 장수견몽(獐睡犬夢), 궁노루 즉 사향노루는 사납고 날쌔므로 단단히 묶어야 한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을 지나치게 부드럽게 대해 주면 버릇 없이 굴게 되므로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를 이르는 말을 여박궁장(如縛宮獐), 노루를 쫓다가 토끼를 잃는다는 뜻으로 먼 데 있는 것을 가지려고 하다가 이미 가진 것조차도 잃어 버린다를 이르는 말을 주장낙토(走獐落兔), 노루를 피하려다가 범을 만난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작은 해를 피하려다가 도리어 큰 화를 당함을 이르는 말을 피장봉호(避獐逢虎)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梃(몽둥이 정)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정(廷)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梃(정)은 ①막대기 ②지팡이 ③지저깨비 ④대 ⑤지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쇠붙이로 만든 막대기나 지팡이를 철정(鐵梃), 몽둥이로 적을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어진장치를 펴면 강대국의 침범도 충성스런 백성이 몽둥이로도 적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가사제정(可使制梃)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