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영양 (식생활) 23-4. 삼겹살 구워 먹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신영석 님 아침 출근하는데 반가워하며 인사를 하신다.
“영양사님, 안녕하세요.”
“영석 씨 안녕하세요.”
영석 씨 출근하는 직원의 옆에 따라와 인사를 하고는 웃으며, 눈을 맞춘다.
“영석 씨, 할 얘기 있어요?”
“삼겹살 구워 먹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영석 씨, 삼겹살 구워먹고 싶어요?”
“네~~, 사왔어요.” 벌써 고기를 사왔다고 이야기를 한다.
“고기 사왔어요? 삼겹살이요?”
“네~~삼겹살이요~~”
“고기 냉장고에 있어요?”
“네~~”
“언제 도와주면 될까요?”
“영양사님, 점심 뭐예요?”
“오늘 점심때 나주곰탕으로 쇠고기로 만든 탕국인데 점심 때 먹을 거예요?”
“아니, 아니, 저녁에 먹을래요”
“그래요. 그러면 점심은 나주곰탕 드시고 저녁에 구워 드세요. 도움 드릴께요.”
영석 씨는 점심때 공동식당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언제 먹을 것인지 결정을 한다.
영석 씨는 한글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자기 이름, 김밥, 돈까스, 간단한 글자 한 두 글자씩은 알고 있다. 공동식당 메뉴 중 메뉴판에서 빨간 글씨, 아는 글자를 유추해서 정확히 모르겠으면 글을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알아내곤 한다.
오늘은 점심 먹고 저녁에 구워먹겠다고 한다. 오후에 저녁준비를 도와주기로 약속을 했다.
오후 4시 15분 신영석씨가 사무실에 찾아와 조용히 부른다.
“영양사님!~~~” 뒷말은 없다.
“아~~ 네, 바로 올라 갈께요. 준비하고 있어요.”
영석 씨가 있는 2층 공용주방으로 갔더니, 후라이팬과 고기를 꺼내 놓고 있었다.
“영석 씨, 시작하세요. 지금 구워서 공동식당에서 다른 반찬들과 먹으면 될 것 같아요?”
영석 씨는 후라이팬을 버너 위에 올린다.
“영석 씨, 순서대로 하시면 돼요. 먼저 할 일이 뭘까요?”
그제야, 영석 씨는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 전원을 연결하고 버너에 전원을 켜고 불을 3~4단계로 올린다. 그러고는 맞느냐는 듯 쳐다본다.
“영석 씨 후라이팬이 달구워줘야 구울 수 있어요. 불 조절을 조금 더 세게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네~~” 대답을 하고는 불을 8까지 올린다
“영석 씨, 지난번에 후라이팬이 달구어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다고 했지요?”
“이렇게 가까이 손을 가져다가 봐요”
“맞아요~~ 후라이팬 가까이 손바닥으로 열기가 느껴지면 요리를 시작해요.”
신영석 씨는 후라이팬에 열기를 확인하고 고기를 올린다. 고기는 냉동대패 삼겹살이다.
잘 구워지고 얇아서 굽기 편하다. 영석 씨는 후라이팬에 고기를 잔득 담고는 돌돌말린 고기를 펼려고 애쓴다.
“영석 씨, 고기가 익으면 자연스럽게 펴질 거예요. 억지로 펴지 않아도 되요.
조금 기다리면 고기가 익어요.“
“네~~ 알았어요.”
하지만 영석 씨는 기다림이 힘든지 익지도 않은 고기를 계속해서 뒤집는다.
“고기를 뒤집었을 때 노릇노릇하게 변하면 다 익은 거예요.
앞뒤를 똑같이 이렇게 구워야 먹을 수 있어요.”
“네~~ 알았어요.”
영석 씨가 후라이팬에 고기를 한번 구어내고 나니, 후라이팬이 지저분하다. 지저분한 후라이팬을 보고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직원의 얼굴을 쳐다본다.
“영석 씨, 어떻게 할까요? 후라이팬을 물에 닦아서 써도 되고, 휴지나 티슈로 기름을 닦아내고 다시 구워도 돼요?”
“휴지로 닦아내고 할께요.”
후라이팬의 기름을 휴지로 닦아내고 다시 고기를 올린다. 다온빌 곳곳에 삼겹살 굽는 냄새가 퍼졌는지 입주자분들이 하나 둘 구경하러 오셨다. 한마디씩 건네며, 맛있겠다고 연신 함께 먹고 싶음을 강조한다. 누구랑 같이 먹을지, 혼자 먹을지는 영석 씨의 결정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영석 씨는 후라이팬에 두 번 고기를 굽더니, 이만하면 되었다 싶었는지 이제 남은 것은 냉장고에 넣겠다고 한다. 남은 삼겹살은 지퍼를 잘닫고 냉동실에 넣어둔다. 영석 씨가 마지막 설거지를 하는 것을 보고 직원은 공동식당 저녁식사 지원을 하기위해 내려왔다.
“선생님, 혼자 먹기 많아서 형들 나눠줬어요.”
공동 식당에 밥이랑 반찬을 담으러 온 영석 씨가 남은 고기를 보여주며 이야기 한다.
“그랬네요. 고기가 반으로 줄었어요. 모자르진 않아요?”
“길남이 형, 국도 형 나눠 줬어요.”
“혼자 먹기 미안했어요?” 영석 씨는 말없이 씩 웃으며 반찬을 담는다.
다온빌에 퍼진 삼겹살 냄새는 어쩔 수가 없었다. 입주인분들 너도나도 삼겹살 먹고 싶다고 한말씀씩 하고 가신다. 이런 날은 직원도 참 어렵다. 그러니 영석 씨도 다른 이웃들에게 냄새를 풍겨서 미안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모처럼 신영석 씨가 도움을 요청한 날이다. 이제는 계란후라이,만두굽기,햄,떡갈비등을 구워 먹는 일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혼자서 잘 구워 먹는다.
모처럼 먹고 싶은 음식을 해먹는데 다른 이웃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이 상황이 영석 씨에게 미안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영석 씨가 눈치 보지 않고 식사 할 수 있게 다른 공간을 만들어 줄 걸 잘 못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럴 때 어쩔 수 없이 공동 생활하는 곳의 불편 함, 독립생활 하고 싶어 하는 입주자분들의 마음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내 마음대로 해도 눈치 볼 필요 없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입주자분들의 마음을 다시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 하루였다.
2023년 11월 06일 강 병수
고기를 좋아하는 영석 씨가 점심에 곰탕이라니 삼겹살을 저녁에 먹기로 했네요.
이런저런 일로 영석 씨가 자기일에 선택, 통제하는 일이 많아지길 기대 합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