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한국화 소재 눈길 '확~'
제작비 65억... '황금종려상' 욕심 |
거장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이번엔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까.
조선후기 천재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의 제55회 칸
국제영화제 본선진출은 예고된 결과였다.
지난 90년 '춘향뎐'으로 칸 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밟았던 임권택 감독이 야심을 갖고 만든 이 작품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일견 단순한 명제에서 출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성을 갖추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서양인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신선한 동양화를 소재로 오리엔탈 신비주의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지 않겠느냐는 것.
장승업 역을 맡아 열연한 최민식도 "서구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문화에 식상해 있다. 이런 시점에서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한국에 저런 천재적인 화가와 미술기법 등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권택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함께 정일성 감독의 천재적인
촬영기법은 세계가 놀랄 만한 수준이며 최민식, 유호정, 안성기, 손예진 등 출연진들의 열연 또한 빛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G를 비롯한 '취화선'에 적용된 영화적 기술 역시 압권.
제작자인 이태원 사장(태흥영화사)은 "약
10년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우리나라 영화의 낙후된 기술적인 수준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를 보강해야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난 10년간
각별히 신경을 썼다"며 "제작비 65억원이 투입된 '취화선'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에 있어 최고봉"이라고 자부했다.
이와 함께 강화도 개펄과 선암사 단풍, 멧새의 군무 등 극의 전개와 맞물린 화면구성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아울러 '또다른
볼거리'로서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데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김호영 기자 hykim@>
두번째 칸 경쟁부문 진출 임권택 감독
"내 인생과 닮은꼴... 그림처럼 촬영" |
생애 두번째로 칸 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밟게 된 임권택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의 수상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찍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취화선'이 이번 영화제에서 본상을 타게 된다면 이는 임감독 개인만의 영광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공인받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임감독은 장승업과 자신의 공통점을 얘기하며 이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강조한다.
"장승업이 술이 없으면 그림을 못 그릴 정도로 술꾼이고, 40이 넘어서 결혼한 것도 나와 비슷하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다른 게 있다면 장승업은 미인을 좋아했지만 나는 미추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장승업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이 있다는 것이고 그를 잘
알고 있으니 실감나는 연출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영화를 만든다기보다는 한편의 그림을 찍고 싶었다"는 임감독은
"장승업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오히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자연스러질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 김호영 기자 hykim@>
한국영화와 칸
1989년 이두용감독 '물레야 물레야' 인연
단편진출 활발 '소풍' 심사위원 대상 수상 |
|
◇아름다운 시절 |
한국영화가 칸과 관계를 맺은 것은 지난 83년부터.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것이
처음이다. 이어 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배용균 감독), 97년
'내안에 우는 바람'(전수일 감독) , 98년 '강원도의 힘'(홍상수 감독),
2000년 '오! 수정'(홍상수 감독) 등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칸과의 연을 이어왔다.
또 비경쟁부문인 '감독주간'에도 98년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감독)에 이어 2000년 '박하사탕'(이창동 감독)이 초청을 받았으며, '비평가주간'엔 '8월의 크리스마스'(98년), '해피 엔드'(2000년) 등이 초청을 받았다.
단편부문 진출은 더욱 활발한 편. 지난 98년 조은령 감독의 '스케이트'가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인연을 맺었다. 99년엔 '소풍'(송일곤 감독) '동시에'(김성숙 감독) '영영'(김대현 감독)이 초청받아 마침내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이지만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본상(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신동일 감독의'신성가족'이 단편 경쟁부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올해에도 손수범(감독), 손소명(제작) 오누이가 만든
15분짜리 '물속의 물고기는 목말라하지 않는다'가 단편 부문에 초청돼 한국 영화의 앞날을 밝게 비춰주고 있다. < 전상희 기자 frog@>
제55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
총 22편중 미국-영국-프랑스 작품 많아... 다큐 '볼링포 컬럼바인' 첫 진출 |
칸의 단골 손님들이 대거 초청됐다. 총 22편의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 중엔 켄 로치, 데이빗 크로넨버그 등 칸이 키워낸 '낯익은 거장'들이 눈에 띈다. 14편의 영화가 과거 경쟁 부문에 진출하거나 수상한 감독의 작품이며, '체리 향기'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비밀과 거짓말'의 마이크 리 등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의 신작까지 포진해 있다.
올해 공식 경쟁 부문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약진으로, 이들 국가의 작품이 초청작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영국은 마이크 리의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마이클 윈터보텀의
'24 아우어 파티 피플(24Hour Party People)', 켄 로치의 '스위트 식스틴(Sweet Sixteen)' 등 3편을 올려놓았으며, 미국도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러브(Punch Drunk Love) ', 알렉산더 페인의 '어바웃
쉬밋(About Schmidt) ',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을 진출시켰다. 이중 '볼링 포 컬럼바인'은 1999년 12명의 사상자를 낸 컬럼바인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1956년 이래 경쟁 부문에 진출한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반면 동아시아 영화들의 성적은 저조한 편으로, '취화선'과 중국의
'미지의 즐거움' 두 편에 불과하다. 지난해 3편의 영화를 경쟁부문에
진출시켰으나 혹평을 받았던 일본은 이번에 한편도 올려놓지 못했다.
< 전상희 기자 frog@>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제55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린치는 90년 '광란의 사랑'으로 이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92년 '트윈 픽스'와 99년 '스트레이트 스토리'로 경쟁부문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