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명위선(卽名爲仙)
저렇듯이 오래 사는 것을 이름하여
신선(神仙)이라 한다.
卽 : 곧 즉
名 : 이름 명
爲 : 할 위
仙 : 신선 선
출전 : 연암집 제7권 별집 종북소선(鍾北小選)
박지원의 연암집 제7권
별집 종북소선(鍾北小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내가 일찍이 흰 앵무새의 꿈을 꾸고서
박수무당을 불러다 꿈 이야기를 들려준 후
점을 쳐 달라고 하면서 말하기를...
“내 평소에 꿈을 꾸는데, 꿈에서는
밥을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꿈에서는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꿈에서는 악취를 맡아도 더럽지 않고,
꿈에서는 향내를 맡아도 향기롭지 않고,
꿈에서는 힘을 써도 강해지지 않고,
꿈에서는 불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네.
혹은 용(龍)이 하늘을 날기도 하고,
혹은 봉황이나 기린이나 귀물(鬼物)이나
이수(異獸)들이 뒤섞이어 달리고 쫓곤 하지.
눈 넷 달린 신장(神將)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입이 등 위에 있고, 이빨에는 칼이 물려져 있고,
손에도 눈이 있으며, 작은 눈에 작은 귀,
큰 입에 큰 코를 가지고 있지.
또 큰 바다에 파도가 넘실대기도 하고
푸른 산이 불에 타기도 하며,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이 내 몸을 휘감아
에워싸기도 하고 천둥과 번개에 놀라
식은땀이 흐르기도 하고,
높은 하늘에 올라 빛나는 구름을 타기도 하지.
9층 누대에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단청(丹靑)과 유리 창문에
아름다운 여인들이 눈웃음 지으며
즐거워하고 절묘한 노랫소리 맑게 드날리니
피리 젓대 어우러져 반주하기도 하네.
혹은 매미 날개마냥 몸이 가벼워져 나뭇잎에 붙기도 하고,
지렁이와 싸우기도 하고, 맹꽁이와 함께 웃기도 하며(或助蛙笑),
혹은 담벼락을 뚫고 들어가니 바로 널찍한 집(室)이 있기도 하고,
혹은 높은 손(客)이 되어 큰 깃발과 작은 깃발,
대장기(大將旗)를 휘날리며,
큰 파초선(芭蕉扇)을 받친 초거(軺車)가
백 채나 되기도 한다네.
무슨 망상(妄想)이 이와 같이 뒤죽박죽 나타난단 말인가?”
하니, 박수무당이 큰 소리로 외치며 말하기를,
“온몸이 덜덜 떨리는구나.
죄를 받을까봐 두렵다.
너는 잘 생각해 보아라.
네가 연단(鍊丹)을 하게 되면
공기 속의 진기(眞氣)만 들이마시고
아무런 음식도 필요치 않게 될 것이며,
점차 가족도 싫어져 집도 필요치 않게 될 것이다.
저 바위 밑에 거처하면서 아내와 자식을
다 버리고 친구마저 이별하며,
하루아침에 몸이 가벼워져 어깨에는
도토리 나뭇잎을 걸치고 허리에는 범 가죽을 두른 채,
아침에는 창해(滄海)에서 노닐고
저녁에는 곤륜산(崑崙山)에서 노닐다가
그 이튿날 낮이나 저녁이 되어 잠시 만에 돌아오는데,
그 사이에 이미 천 년이 지나기도 하고
혹은 팔백 년이 지나기도 한다.
저렇듯이 오래 사는 것을 이름하여
신선(神仙)이라 한다
(如彼長生, 卽名爲仙).
그렇게 되면 다시 어찌할 텐가?”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