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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반점에서 나왔을 때,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려고 하고 있었다.
상점가에 볼일도 없고, 남은 건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 ——」
……그건 그렇고, 코토미네의 이야기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직 살아있는 캐스터.
의연히 계속되고 있는, 도시 사람들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건.
거기다——
「! ——, —— !」
자신이 마스터라고 한 코토미네에 대해서, 그리 쇼크를 받지 않았던 게 의외였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 남자와는 마음이 안 맞았다.
마음 어딘가——아니, 더 원시적인 데에서, 그 남자와는 서로 용인할 수 없다고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야——!」
……어찌되었든, 방심할 수 없었던 코토미네는 서번트를 잃었다.
남은 마스터는 세 명.
류도사에 숨어있다고 하는 어새신의 마스터와, 아쳐의 마스터인 토오사카.
그리고,
「야 ? ? ? ? ? !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시로 ? ? ? ? 옷 ! ! ! ! !」
「우와아아아아아아앗 !?」
버, 버서커의 마스터인, 눈앞에 있는 소녀뿐인데——!?
「이, 이리야……!? 뭐뭐, 뭐야 갑자기 뛰어들어와서, 놀라잖아……!?」
「뭐야, 갑자기 아닌걸! 아까부터 계-속 부르고 있는데, 시로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잖앗」
「에……?」
……아.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이명 같은 게 나고 있었는데, 설마.
「……우와. 에, 혹시 상점가에서부터 계속이야?」
「그래. 시로, 굳어진 얼굴로 걷고 있는걸. 방해 안 하게 뒤에서 불렀는데, 무시하고 척척 가 버린다니까」
「아, 아니, 그건 생각을 하고 있어서지, 이리야를 무시한 게……」
「거기다 공원에도 안 왔어. 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그, 그랬다.
오후가 되면 그 공원에서 만나는 건, 이미 암묵의 룰이 돼 있었을 텐데.
아무리 코토미네와 할 이야기가 있었다고 해서, 그런 걸 잊다니——!
「……미안, 깜박하고 있었어. 미안해 이리야」
「흐?응이야. 그렇게 간단히 용서해주지 않을 거야. 나 진짜로 화내고 있다니까」
웅 ?, 하고 노려보는 이리야.
……으으, 어떻게 해야 할까.
약속을 어기고 바람맞힌 거다, 이리야가 화내는 것도 당연하겠지.
지금은 최대한 성의를 보여서 용서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그렇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춥게 만들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라는 건 어떨까.
「이리야, 제안이 있어」
「뭐야. 간단한 말은 안 들을 거야」
「응. 그러니까 말이 아니라 태도로 사죄할게.
이리야, 지금부터 우리 집에 안 올래? 그러면 따뜻한 차랑 과자를 대접할 수 있는데」
「엣——지, 집이라니 시로네 집!?」
「그 외에 없잖아.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아니, 세이버는 있지만 절대로 이리야를 덮치지 않게 하겠어.
공원이 아니라 말야, 가끔은 느긋하게 차 마시는 것도 좋지 않아?」
「응……확실히 조금 좋을지도 모르, 겠지만……시로네 집에 실례해도 되는 걸까, 나」
「되냐니 무슨 소리야. 거기다 에, 요전엔 이리야의 성을 보여줬으니까. 이번엔 이쪽 차례라고 했었잖아」
「…………응. 그러네, 그렇게 말했어」
툭,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이리야는
「나, 시로네 집에 가도 되는 걸까. 나는 시로랑 키리츠구를 죽이러 온 거야. 그런 내가, 시로네 집에 들어가도 돼?」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했다.
「————」
그 말에 얼마만큼 의미가 담겨있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키리츠구를 죽이러 왔다고 하는 아인츠베른의 소녀.
그녀가 키리츠구를 노리는 이유, 그녀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
……그런 건, 사실은 이미 깨달았다.
아인츠베른을 배신한 남자.
모든 걸 버리고 이 도시에서 살기 시작한 키리츠구.
——그게, 어떤 희생 위에 이뤄져 있었는지, 나는 마스터가 될 때까지 몰랐다.
이리야는 키리츠구를 용서하지 않을 테고, 나를 죽이겠다는 말도 사실이겠지.
하지만 그런 것과는 관계 없이——아니, 그 이유가 있기에, 나는 이 애를, 에미야 가에 초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응. 지금은 마스터고 자시고 관계 없어. 나는 이리야가 놀러 와 줬으면 할 뿐이야」
똑바로 이리야를 보고 대답한다.
「————」
이리야는 호흡을 멈추고, 멍하니 나를 바라본 뒤.
「——응! 고마워, 오빠!」
터져 나오는 웃음을 띄운 얼굴로, 내 팔을 부둥켜 안아 왔다.
「——좋아. 잠시만 기다려 줘 이리야. 세이버랑 교섭을 하고 올게」
슥, 소매를 걷고 현관을 노려본다.
「응, 갔다 와 시로! 힘내?!」
붕붕 손을 흔들며 응원해주는 이리야.
좋앗.
저 성원에 응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세이버를 설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거절하겠어요」
라고, 개시 1초 만에 온 힘을 다해 부정당해 버렸습니다.
「윽——아니, 마음은 알겠어. 세이버가 하고 싶은 말은 자알 알아.
마스터를, 그것도 버서커의 마스터를 지신의 진지에 들이다니 자살행위라는 거잖아.
알아. 그런 부분은 자?알 알아. 하지만, 그거랑은 따로——」
「아뇨, 시로는 몰라요! 상대는 저 이리야스필이라고요!?
그녀 정도 되는 마스터라면 이 저택의 결점 따위 얼마든지 간파할 수 있고, 결계를 부수는 것마저 용이하겠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로 스스로 불러들여요!?
사자 몸 속의 벌레 정도가 아니라, 당신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윽……아, 아니, 이리야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약속했다구.
거기다 버서커도 안 데리고 있고, 해가 질 때까지는 싸우지 않겠다는데.
지금 이리야는 보통 여자애니까, 그렇게까지 눈에 핏발 세울 건 없다고, 생각해」
당신은 그녀에게 죽을 뻔 했다고요? 그런데도 마음에 두다니, 사람이 좋다기보다는 바봅니까 당신은!」
「으……하지만, 얘기해보면 이리야도 좋은 녀석이라구?
그 애는 선악을 아직 모를 뿐이고, 제대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가르쳐주면, 말이지」
「물러요! 아인츠베른의 마스터가 한 말을 믿는다는 건가요, 시로는!
그 일족은 성배를 손에 넣는 것 그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자들, 약속 따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깰 게 뻔해요!」
「윽……! 그, 그렇지 않아! 지금 그건 말이 지나쳐 세이버,
이리야는 이리야야, 아인츠베른이 어떤 녀석들인지는 모르지만, 다같이 묶어서 생각하지 마!」
「…………. 확실히 그 말이 맞군요. 시로의 발언은 옳아요」
「——! 세이버, 그럼」
「뭐어,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주장해도 설득력은 없었습니다만」
「아, 으」
……그건 말이지, 그 정도로 세이버가 화내고 있었다고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안 될까.
「……좋아요, 알았습니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 가면 령주를 쓸지도 모르니까. 시로가 믿은 이리야스필을, 저도 믿도록 하죠」
「세이버」
「하지만 저는 만나지 않을 겁니다.
이리야스필과 대치하고 반드시 제가 냉정하게 있을 수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이리야스필도 역시 저를 앞에 둬서야 경계하겠죠」
「아……응, 그렇지. 하지만, 그럼 세이버는 어떻게 할 거야?」
「이전에 쓰고 있었던 객실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서둘러 달려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응. 미안 세이버. 하지만 이건, 에」
「알아요. 당신에게 키리츠구와 성배전쟁의 관계를 이야기한 건 저죠. 그렇다면, 이렇게 되는 것도 각오해둬야 했던 겁니다」
작게 한숨을 쉬고 세이버는 객실로 이동해간다.
「————」
……그런가.
세이버는 저번, 키리츠구의 서번트였다.
그렇다면——그녀도, 키리츠구와 이리야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실례합니다?. 아, 여기가 시로네 집이구나」
활기차게 인사한 것치고는, 이리야는 주뼛주뼛 현관에 들어온다.
「그럼, 우선 차를 마시자. 거실에 안내할 테니까 따라와」
「네?. 아, 마룻바닥 복도네. 들었던 말 그대로 일본의 건물이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이리야.
「…………」
뭐어, 그런 성에 살고 있는 이리야가 보기엔, 일본식 건축은 신기하겠지.
「자 차. 홍차로 하려고 했지만, 그래서야 재미가 없고 이리야네 성 거에는 못 당할 테니까 일본차로 해 뒀어.
쓰면 엷게 할 테니까 말해」
탁, 찻잔을 내민다.
소중히 간직해둔 녹차를 썼기에, 맛 쪽으론 불만은 없겠지. 있다고 한다면 달고 쓴 차로서 가진 문제뿐이다.
「응, 고마워 시로. 잘 먹겠습니다」
바르게 정좌하고, 딱딱하게 긴장하면서 차를 마신다.
「으……」
딱, 이리야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렇지. 배려했지만, 역시 밀크티라든가 그런 쪽이 나았나.
「미안, 썼지. 다시 끓일 테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돼」
「엣——아, 아니, 그렇지 않아. 에에, 훌륭한 솜씨였습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꾸벅 인사를 하는 이리야.
그리고, 그 뒤엔 홀짝홀짝 녹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
……뭐어,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말리는 것도 뭐하고.
같이 낸 전통과자는
미묘하게 호평인 듯 하고, 이쪽도 평소랑 마찬가지로 같이 시간을 보내자.
티 타임이 끝나자, 이리야는 저택의 탐색을 하고 싶어했다.
「상관없는데, 별로 재미있는 거 같은 거 없어?」
「괜찮아, 그저 보고 싶을 뿐이니까. 마술적인 가치가 없는 건 들어왔을 때 알았고, 시로는 안내해주기만 하면 돼」
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리야를 데리고 저택 안을 돌아다니게 됐는데.
「흐?응, 생각보다 좁구나. 회랑인데도 한쪽은 유리고, 이래서야 습격 당했을 때 곤란해?」
라든가.
「엣, 여기가 시로 방!? 거짓말, 이런 데에 사람 절대 못 산다니까」
라든가.
「여기가 뜰? 일본 마술사는 고생이네. 이런 고양이 이마만한 정원이어서야 아무것도 기를 수 없잖아」
라든가.
「알아, 여기 도장이라고 하는 거지?
할아버님이 말했는걸, 녀석들은 맨발로 서로를 베는 야만인이라고」
라든가.
「싫엇! 창고 안 따위 보고 싶지 않아. 그런 데는 하인에게 맡겨두면 된다니까!」
라든가.
……어쨌든 뭐어, 여러 가지로 트집을 잡아오는 거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즐거운 듯,
「있잖아, 다음은!? 아직 저쪽 안 갔어, 빨리 가자 시로!」
라며 재촉해 오고.
「……네네. 그럼 다음은 뒤쪽. 요 몇 년간 안 쓰고 있으니까 더럽지만, 신경 쓰지 말아 줘」
만세?, 라고 하기라도 할 듯이 복도를 달려가는 이리야.
「——후우」
하지만 뭐어.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아해주는 이상 이쪽도 안내하는 보람이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리야는 너무 난리 피워서 지쳤는지, 도중부터 활기를 잃고, 방을 돌아보기만 하게 됐다.
아무 말 없이 저택을 돌아보는 이리야.
그런 이리야에게 대강 저택을 안내하고, 거실로 돌아왔다.
「이걸로 끝. 별채도 있지만, 그쪽은 봐 줘. 지금은 세이버가 자고 있으니까」
힘이 없는 등에 말을 건다.
「그래. 이걸로 전부구나」
「……이리야? 왜 그래, 피곤한 거야?」
「응, 좀 지쳐 버렸어. 왜냐면 아무도 없는걸」
돌아보는 모습은, 나이에 걸맞은 소녀의 모습이다.
……이리야는 이리야 그대로, 마스터라고 하는 강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나, 복수하러 왔는데. 그 상대가 이미 없다니, 슬프네」
그렇게 독백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라? 이상하네, 나 울고 있는 것 같아. 무서운 일도 슬픈 일도 없었는데, 이상하지」
정말로 이상한 듯이 이리야는 머리를 갸웃한다.
「————」
거기에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다.
아무도 없는 저택.
소녀가 오랜 세월 계속해서 원망한 상대.
그 상대에게는 복수라고 하는 살의로 부딪칠 수 밖에 없었는데도, 그 기회마저도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그녀가 키리츠구와 나를 죽이겠다고 결심한 이유.
그건——
「가자, 시로.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해가 져 버려.
밤이 되기 전에 헤어지지 않으면 싸우게 되고 말아, 우리들」
……이리야는 웃는 얼굴로 말한다.
거기에, 어떤 말을 돌려줄 수 있었을까.
「——응, 그렇지. 그럼 공원까지 바래다줄까」
「응. 시로, 레이디를 대우하는 법 확실히 알고 있잖아」
천진한 웃는 얼굴.
은색 머리카락을 흔들며, 이리야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현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이리야와 3번째 작별을 했다.
귀로에 오르는 발은 무겁다.
낯익은 도시, 낯익은 길을, 처음 걷는 것처럼 천천히 나아간다.
「————」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산더미만큼 있다.
그 중에서 이리야에 대한 게 어느 정도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닫고 말았다.
「……키리츠구. 나는, 이리야를——」
같은 마스터로서 싸워야 하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이리야를 설득해서, 이 싸움을 그만두게 해야 하는 건가.
“그 중에서도 마키리와 아인츠베른의 집념은 깊다.
녀석들의 기원은 오백 년과 천 년이지”
코토미네는 그렇게 말했다.
그 정도 되는 세월 성배를 계속해서 구한 자들로부터, 이리야를 떼어낼 방법이 있을지 없을지.
……아니, 그 이전에.
이리야 자신의 복수심을 해방할 방법이, 지금의 나에겐 눈에 띄지 않았다.
에미야 저택에 돌아왔다.
해는 지기 시작해서, 도시는 완전히 석양에 물들어 있다.
「——좋아. 마음을 다잡고 가야지」
팡, 하고 볼을 때려 기합을 다시 넣는다.
이리야에 관한 거나 신지에 관한 것도 있지만, 지금은 도시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는 캐스터 퇴치가 최우선이다.
10년 전 같은 사건은 되풀이하게 놔두지 않는다.
나는 그러기 위해서 마스터가 되어, 세이버와 함께 싸우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응?」
현관에는 사쿠라의 신발이 있었다.
시간도 시간이고, 부활동이 끝나서 돌아와 있는 거겠지.
「다녀왔습니다?……어, 뭐야. 사쿠라, 자고 있잖아」
부활동 때문에 피곤한지, 사쿠라는 거실에서 잠들어 있었다.
테이블에 엎드려서, 가 아니라 다다미에 누워 있는 걸 봐서, 피로하고 곤비하다는 거겠지.
「……그렇지. 감기 기미 있었는데도 학교와 부활동, 덤으로 우리 집 가사 도우미지. 사쿠라, 노력이 지나쳐」
사쿠라를 깨우지 않도록 거실을 횡단한다.
그리고,
방에서 모포를 가지고 왔다.
「자. 모포도 안 덮고 자면 또 감기 걸린다」
조용히, 자는 애를 깨우지 않도록 모포를 덮는다.
——그러자.
「응……선, 배……」
잠에 취해 멍한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눈으로, 사쿠라가 나를 올려다봤다.
「윽——」
그 몸짓은, 무언가,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에이프런을 하고 부엌에서 웃고 있는 사쿠라가 아니라고 할까,
에——지금까지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섹시한 동작이었다.
「사, 사쿠라, 모포 가지고 왔, 는데———」
엄청나게 침착함을 잃고 변명을 한다.
그 순간——
사뿐히, 흰 것이 목에 휘감겨 왔다.
「————」
사쿠라의 숨결이 가깝다.
목으로 뻗어진 손가락과, 이미 눈앞에 있는 여체가, 다짜고짜 시야에 뛰어들어온다.
「사——사쿠라, 잠깐——」
잘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목소리가 안 나온다.
사쿠라는 잠이 덜 깨 있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게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다.
그러니, 이런 건 금방 풀고, 사쿠라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아——으」
눈이, 사쿠라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사르륵, 목에서 흐르는 머리카락.
관능적으로 숨결이 새어 나오는 입술과, 크게 부풀어 오른 가슴.
모르는 새 성장한 몸은 충분히 어른이라, 가까이에 있는 것 그것 하나 때문에, 솔직히 현기증이 났다.
「——선, 배」
목에 걸린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얼굴이 다가온다.
요염한 입술에 유혹당해서, 거역할 수 없게 된다.
「————」
이성이 정지되어 있다.
지금까지 금하고 있었던 것, 이후로도 깨달아서는 안 되는 것, 그런 하찮은 양식이, 부서져 간다.
「——사쿠, 라」
가슴의 고동이 격렬하다.
아프다는 생각마저 드는 심장 소리가 고막에 울리는 속에서,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돼서, 그대로——
「시로, 돌아온 건가요?」
「우와와와와와 ? ? ? ? ? ? ? ? !」
뛰어서 물러난다.
탓, 하고 일찍이 없었던 속도와 임기응변을 보이며, 방심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착지한다……!
「멋진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시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건 문제가 있을 듯 싶은데요」
「———그렇지. 잠깐, 어찌할 바를 몰랐어」
느릿느릿 테이블에서 내려온다.
사쿠라는——
「응……으으, 응……」
뻗고 있었던 두 손을 털썩 바닥에 떨어뜨리고, 낮잠 속행 중이었다.
「시로? 얼굴이 새빨간데 무슨 일 있었나요? 시선도 안정되지 않은 듯 하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벼, 별로 아무 일도 아냐. 그것보다 도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사쿠라를 재워두고 싶고, 저녁밥 때까지 대련하고 싶어」
「흠,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시로. 어제 한 휴식으로 제 컨디션도 만전이고, 오늘밤 싸움에 대비하도록 할까요」
이쪽의 수상한 거동을 의문스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세이버는 도장으로 향했다.
「——하아」
어, 어쨌든 살았다아.
세이버가 보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그대로 기세를 타고 어떻게 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다.
……에, 잠이 덜 깬 사쿠라한테 무슨 짓을 해 버리면, 미안해서 할복했을 거라구, 정말……
「하지만 선배. 연습도 좋지만, 적당히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손가락 삐는 것도 큰일인데, 손가락 뼈가 부러질 뻔 하다니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야……! 사, 사쿠라, 좀 더 넉넉히 붕대 감아줘, 부탁이야」
「아픈 건 당연해요. 이렇게 다쳤는데 내버려 두면 당연히 붓죠. 이것도 천벌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세요」
「윽……!」
빙글빙글빙글, 중지를 테이핑해 주는 사쿠라.
손가락 삔 것 치료는 궁도부에서 익숙해졌는지, 실로 솜씨 좋다.
솜씨 좋은데, 사쿠라치고는 상당히 난폭한 건 아닐까.
「거기다 세이버 씨도 세이버 씨에요.
선배보다 검술이 뛰어나면 좀 다른 방법도 있는 거 아니에요? 선배, 몸 여기저기가 부어 올라서, 이래서야 목욕도 못 해요」
「사쿠라. 대답을 하자면, 그건 시로가 바란 겁니다. 저는 시로의 요구에 응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거기다 오늘밤에 입은 부상은 시로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자진해서 대련을 부탁했는데도, 집중력이 전혀 없었으니까」
번뜩, 불만스러운 듯이 이쪽을 보는 세이버.
「으——」
그런 소리를 하면, 미안해서 꾹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다.
「에……선배, 기분이라도 나빴던 건가요?
……저, 애매한 마음으로 도장에 들어가다니, 선배답지 않죠……?」
「정말 그래요. 대체 뭐에 정신을 빼앗겨 있었던 건가요,
시로는. 죽도를 쥐어도 보고 있는 건 허공뿐이고, 기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니. 그건, 에」
원인은 눈앞에 있는 사쿠라지만, 그런 소리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뿐인가, 다시 떠올리면 또 심장이 이상하게 될——
「선배?
……저, 아직 아픈 데가 있는 건가요……?」
사쿠라는 걱정스러운 듯이 이쪽을 들여다본다.
「윽……! 아, 아니, 이제 괜찮아! 너무 많이 먹어서 위가 거북할 뿐이니까, 차라도 끓여주면 고맙겠어!」
순간적으로 사쿠라로부터 얼굴을 멀리한다.
「그러네요. 그럼 차, 끓여 올게요」
사쿠라는 차 준비를 하러 부엌에 선다.
「……하아」
……정말, 심장에 나쁘다.
아까 그 자는 모습이 뇌리에 새겨져 버려서, 옆에 오면 다짜고짜 의식하고 만다.
「세이버 씨, 녹차면 되나요—」
「네. 미지근하게 부탁해요」
사쿠라는 척척 차를 끓인다.
……그 뒷모습은, 퍽 낯익은 것일 텐데, 처음 보는 듯한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윽……」
아 진짜, 어째서 이렇게 다시 떠올리고 마는 걸까.
세이버한테 지적 받은 것처럼, 아까부터 나는 정상이 아니다.
사쿠라를 보기만 하면, 에, 이전의 복장이 흐트러진 자는 모습이라든가, 아까 그 부드러울 것 같았던 입술을 연상하고 만다.
……이런 건, 추잡한 잔심이다.
나에게 사쿠라는 가족이고, 소중한 후배다.
그런 사쿠라를——어째서 이제 와서, 이렇게 의식하고 마는 건가.
「————」
………………제길.
알아, 사실은 잘 알고 있어.
사쿠라는 예쁘다. 그런 건, 훨씬 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깨닫고 있어도, 사쿠라에게만은 선배로서 접해 왔다.
사쿠라는 좋아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사쿠라가 있어주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에 안도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호의의 의미가 다르다.
여자애라고 잘 알고 있으면서, 이성이라고 의식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건.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을 뿐 아니었나.
「선배?」
「자요, 차 나왔어요」
「아——응, Thank you, 사쿠라」
「천만에요. 선배도 저녁 식사 만드느라 수고하셨어요」
기쁜 듯이 사쿠라는 웃는다.
……응. 그런 얼굴을 보면, 이쪽도 기뻐지고 만다.
저녁 식사였던 야채를 곁들인 돼지고기 츠쿠네는 대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사쿠라는 세이버에게도 차를 따라주고, 자신의 정위치에 돌아갔다.
식후에 마시는 차가 기쁜지, 만족스럽게 녹차를 받아 드는 세이버.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타이가는 어떻게 된 걸까요. 요즘 그녀의 모습을 그다지 볼 수 없습니다만」
「에? 아아, 후지 누나라면 아까 연락이 와서, 오늘밤은 못 온다고 했어.
자세하게는 못 들었지만, 병원을 돈다든가 뭐라든가 했었어」
「그런가요. 타이가는 시로의 버릇을 자세히 알고 있으니까,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죠, 시로의 강화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죠」
「——음. 혹시, 어제랑 오늘 수업은 아직 시작이었던 거야, 세이버?」
「당연하죠. 지금까지 한 단련은, 단지 “지금 시로가 할 수 있는 것”을 몸으로 알게 했을 뿐이니까.
시로의 특성을 살린 생존방법을 고려하는 건 이제부터예요」
「——그래. 하드할 것 같은데, 그거」
「견디기 힘들다, 라고 하면 견디기 힘듭니다만. 애초에, 지금까지 한 단련은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아요」
「우와」
그, 그런 건가요.
이거 오늘밤 안 온 후지 누나에게 감사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복잡한 심경이다.
「뭡니까, 지금 그 한숨은. 시로, 이건 당신의 도움이 되는 것이며——사쿠라?」
세이버의 시선이 사쿠라에게 향해진다.
「에?」
따라서 사쿠라를 본다.
그러자——
「————」
정좌한 채, 사쿠라는 괴로운 듯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다.
「사쿠라……!」
급히 달려가 어깨를 흔든다.
「에……에, 서, 선배, 뭐죠……!?」
「바보, 뭐죠, 라니! 너, 또 우리들한테 아무 말 없이 무리를——」
……하지, 않았다.
사쿠라의 어깨는 뜨겁지 않고, 사쿠라 본인도 지극히 건강하며, 이상한 듯이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어라——지금, 에. 사쿠라가, 괴로운 것 같아서」
「아. 아뇨, 아니에요?. 저, 살짝 잠들어 버렸을 뿐이에요」
아하하, 하고 멋쩍어하며 웃는 사쿠라.
「……놀래키지 마. 어제 오늘이야, 감기 도졌나 했잖아」
「죄송해요. 오늘은 하루 종일 졸려서, 긴장을 풀면 눈꺼풀이 떨어지고 마는 거에요」
「그러니. 뭐, 저녁에도 잤고 말야. 피곤하다면 이제 쉬어도 돼. 뒷정리는 내가 해 둘 테니까」
「아……네, 네, 그러네요.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먼저 실례하도록 할게요」
꾸벅, 인사하고 사쿠라는 거실을 뒤로 한다.
발걸음은 안정돼 있고, 본인 말대로 잠이 부족할 뿐이겠지.
달이 어두워진다.
강한 바람에 부채질 받은 구름이, 흰 달을 숨기고 있다.
사쿠라에게 눈치 채이지 않도록 밖으로 나온다.
시간은 오후 10시——이른 시간에 순회를 시작한 것은, 어제 뒤떨어진 걸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캐스터를 쓰러뜨리고, 안심해서 마음을 놓은 틈을 찔러서 새로운 피해가 퍼진 거다.
캐스터가 살아 있고, 오늘밤도 그 손을 뻗는다면,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비탈길을 내려가 교차점에 닿는다.
문제는 이제부터 어디에 향하는가 인데——
「——시로. 서번트의 기척입니다」
「……! 그거, 가깝냐, 세이버」
「거리 면에서는 문제 없어요. 시로의 발을 고려해도, 온 힘을 다해 추적하면 5분 정도로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마스터, 지시를」
쫓을 것인가 상황을 볼 것인가, 그 선택을 세이버는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가자. 선도해 줘, 세이버」
달리기 시작하는 세이버.
그 방향은 동쪽——미야마 쵸와 신토를 잇는 대교로 향하고 있는 듯 했다.
「윽…………!」
공원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이상한 기척에 구역질이 났다.
공기가 탁해져 있다.
코를 찌르는 이취(異臭)는, 무언가가 썩어 떨어질 때의 것이다.
「으……, 윽」
여기에 있는 것 그 하나 때문에 위액이 역류한다.
가벼운 현기증과, 목의 불쾌감에 의식이 갈라지려고 한다.
「시로, 저걸——!」
「윽……!」
구토감을 억누르고 공원을 응시한다.
거기에는——
「에, 에미야 군……!?」
「……세이버」
우리들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있는 토오사카 & 아쳐와,
「음? 아무래도 새 세력이 온 듯 하구먼」
그 노인——마토 조켄의 모습이 있었다.
「————」
상황은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토오사카와 마토 조켄은 싸우고 있다.
토오사카의 발치에는 무언가, 작아서 판별할 수 없는 것이 수십 마리 흩어져 있다.
토오사카의 서번트——아쳐의 주위에는 그 몇 배다.
저건 마토 조켄이, 무언가 마술을 써서 둘에게 공격했다고 봐야겠지.
「호오. 누군가 했더니 세이버의 마스터인가.
어허 참, 이건 낭패로구먼. 조력자를 준비해두다니, 토오사카 가의 딸치고는 머리가 도는군」
「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을 제압해서 불게 하는 것 정도는, 나랑 아쳐 둘이면 충분해.
저기에 있는 건 그저 관객, 나와는 관계 없다니까」
토오사카는 우리들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마토 조켄만을 응시한다.
……그러나, 그 등으로,
「너 뭐 하는 거야, 이런 때 오다니 죽고 싶어!?」
라고 불만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시로」
「……알아. 지금은 토오사카랑 싸우고 있을 상황이 아니지」
토오사카가 마토 조켄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처럼, 나도 저 노인에게서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의 피를 빠는 걸 통해 오래 살아왔다고 하는 괴물.
신지를 마스터로 삼아, 성배를 얻으려고 한 마키리의 후예.
그런 녀석이, 얌전히 이 싸움을 방관할 리가 없으니까.
「흠. 숨겨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구먼. 나도 역시, 서번트를 두 대 적으로 돌리고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말이지」
손에 든 지팡이로 소리를 낸다.
기괴한 지팡이가 탁, 하고 벽돌로 된 지면을 때린 순간,
분명히 쓰러뜨린 것이, 노인을 지키듯이 출현했다.
「캐스터……! 제길, 정말로 아직 남아있었던 건가……!」
「시로, 물러나요. 저건 캐스터지만, 캐스터가 아닙니다. ……외장, 능력은 그대로지만, 의식인 혼이 느껴지지 않아요.
저건——캐스터의 사해(死骸)를 다른 것으로 보충한 것에 지나지 않는 모조품입니다」
앞으로 나서는 세이버.
그 손에는 보이지 않는 검이 쥐어져 있다.
「호오? 과연 세이버, 한눈에 내 수작을 꿰뚫었나. 어허 참, 이래서야 신지 정도의 라이더가 못 당해내는 것도 도리.
캐스터도 손쓸 방법 없이 너에게 패한 것처럼, 거기 아쳐도 역시 네 적은 아니겠지」
「——할 말은 그것뿐인가.
우리들을 속인 죄만이 아니다.
서로 적이라고는 해도, 캐스터도 역시 서번트로 선택 받은 영령이다. 그 유해를 가지고 논 이상, 상응한 각오가 있겠지」
「글쎄. 나는 쓰이지 않게 된 걸 주웠을 뿐이지. 그걸 무도하다 한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지 세이버
, 그래서야 네가 갈 미래는 짐승보다도 떨어져 버린다고?
여하튼 그 몸은 최고의 서번트.
그렇다면——이러한 사해보다, 너를 노예로 삼는 게 최상이지.
그 몸, 산 채 내 벌레들에게 먹혀, 거기 사해와 같은 운명을 걷게 하지」
「네놈」
「커커커, 뭘 분개하나! 어차피 서번트 따위 주인의 도구, 어떻게 사역하는가 따위 문제가 아니지! 령주로 묶이는 것도 사해가 되어 사용되는 것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마음이 없는 인형으로 화하는 것이 너희들을 위하는 길이잖나!」
——두 서번트가 땅을 찬다.
세이버와 아쳐는 약속한 것처럼, 커커 하고 웃는 요괴에게 돌진했다.
두 검풍이 캐스터를 자른다.
승부 따위 처음부터 나 있었다.
캐스터의 힘으로는 세이버에게 이길 수 없다.
마토 조켄에게 조종당하고 있다, 라는 캐스터라도, 그 상성만은 변하지 않는다.
캐스터의 마술은 세이버에게는 도달하지 않고, 세이버는 지금 다시 한 번, 과거 쓰러뜨렸던 상대의 숨통을 끊는다.
캐스터의 몸이 무너져간다.
세이버는 캐스터의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귀환하도록.
지상의 마술사에게, 절대 그 유해를 모독 당하지 않도록.
「아쳐……!」
토오사카의 목소리.
보니 마토 조켄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녀석은 캐스터를 버림돌로 삼아 이 자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으——!?」
그 때문에, 세이버는 캐스터를 맡았다.
아쳐는 처음부터 캐스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저 조종하는 자만을 쫓아,
「거기까지다」
주저하지 않고, 마토 조켄의 몸을 한 일자로 양단했다.
「으——」
주륵, 조켄의 상반신이 땅에 떨어진다.
「으, 으, 뭣, 이——!」
주륵주륵 소리.
허리에서 아래가 없어진 노인은, 내장과 혈액, 그 이외의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흘리면서, 그래도 아직 살아 있었다.
살아서, 두 손만 가지고 몸을 움직여, 아쳐로부터 벗어나려고 지면을 긴다.
「끝이다, 마술사. 과거에 얻은 경험 때문에 말이지, 너 같은 요물은 일찌감치 처리하는 걸 방침으로 삼고 있다」
기어가는 조켄에게 단검을 쳐드는 아쳐.
그걸로 끝이다.
마토 조켄이 얼마만큼 불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머리가 부서지면 숨이 끊어질 테고——이미, 녀석은 죽어가고 있었다.
서번트처럼 자연치유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도 거대한 상처는 시시각각 마토 조켄의 죽을 때를 앞당기고 있다.
그래도 만전을 기해서, 아쳐는 단검으로 마술사의 운명을 끊는다.
「——에———」
아니, 끊으려고 하다가, 그 움직임을 정지했다.
「————」
그걸 느낀 건 아쳐만이 아니다.
이 자리에 있던 전원.
토오사카와 세이버.
나와 아쳐.
그것만이 아니라, 죽어가는 마토 조켄마저, 그것의 등장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공원이 어둠에 물든다.
습해져 있던 공기가 한 순간에 얼어붙는다.
심장은 높이 울리면서도, 심박수는 내려가 있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이 가까이에 있다.
그러니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과는 관계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머리보다도 몸이 이해하고 있는데도, 도망치자고 하는 명령을 몸이 거부하고 있다.
도망쳐도 헛수고다, 라고.
만나버린 이상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도주를 거부하고 있다.
「——」
떨리는 몸, 마비된 목을 움직인다.
공원 입구에 시선을 돌린다.
——거기에.
그 “그림자”는 서 있었다.
「————」
공간이 비틀려 있다.
그것이 자신만의 착각, 극도의 긴장 때문에 평형감각이 흐트러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것은, 본 적도 없는 무언가였다.
그림자가 그대로 직립한 듯이 부족한 입체감.
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벼운 존재감.
그러나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도 공간을 지배하는 것.
지성도 없고 이성도 없고, 아마도 생물마저도 아니겠지.
“검은 그림자”는 그 자리에 머무르며, 신기루처럼 계속 서 있다.
그 광경을,
어째서, 그립다고까지, 생각하고 만 것인가.
「있을 수 없다——」
쉰 노인의 목소리가 난다.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죽어가는 그 노인뿐이었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어——!」
비명을 지르며 기어간다.
아쳐의 검에서 벗어나, 마토 조켄은 한 발 먼저 공원에서 이탈했다.
……조켄에게 그 정도 여력이 있었던 게 아니다.
녀석은, 그저.
불길한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한마음으로, 죽어가는 몸에 채찍질을 했을 뿐이었다.
「————」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와 토오사카는 전율 때문에.
세이버와 아쳐는 홀린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심해에 사는 마물.
전부 다 정지하고, 고요해진 세계에, 그 그림자만이 흔들리고 있다.
그것이,
처음으로, 의사 같은 것을 보였다.
「아——」
저것에는 눈이 없고, 손발이 없고, 몸이 없다.
그런데도, 그 발치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달빛을 받아, 길디길게 뻗은 그림자.
그림자는 흔들, 사냥감을 찾은 뱀 같이 그 끝을 토오사카에게 돌리고——
「————」
토오사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자의 이변을 깨닫지 못했다.
세이버는 멀다. 아쳐는 달리기 시작하고 있지만, 너무 멀어서 제 때 닿지 못한다.
「토——」
그림자가 뻗는다.
예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림자는 한 순간에 수십 미터나 되는 지면을 덮고,
「——오사카, 위험햇………… ! ! ! ! !」
그것에만 마음을 빼앗겨, 토오사카를 밀쳐버리고 있었다.
「에미야 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토오사카를 밀친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삼켜졌다.
철퍽, 하는 소리와, 몸을 찌부러뜨리려고 하는 감각.
「——, ——아」
그렇다면, 예감은 잘못되지 않았다.
덤프 트럭 같이 돌진해 온 건 물줄기고, 거기에 머리부터 삼켜진 자신은, 지금 심해에 있으니까.
그러나 뜨겁다.
바다치고는, 이 바닷물은 너무 뜨겁다.
펄펄 끓는 콜타르.
살갗에 휘감겨 붙어, 생명활동을 몽땅 차단하고 있는 그것은, 바닷속에 있다기보다는
「아——부」
구역질이난다.
구역질이난다구역질이난다하하하하하구역질이난다구역질이구역질구역질 구역구역구역구역파기파기파기파기기분이나빠기분이나빠기기기기기분이나빠기분이나빠보존이나빠기분이나빠기분이나빠노른자위가갈라져
토끼시체. 한쪽눈이없다. 썩어서부드럽고신선하게입에밀어넣어진다. 식도를 질척질척처발라가는토끼시체. 생명을먹고있다고하는명확한감각썩은상태라도 생명은생명. 리얼하다. 조리한것으로는맛볼수없다. 기분이좋다. 맛이있니없니 이전에맛이나지않는다. 그래도눈앞에있는한은먹여진다. 평판좋은가게. 줄을서 고있다. 선전은토끼를먹어주는가게. 점원은한명뿐. 물론줄은전부토끼가늘어선 다늘어선다.늘어선끝부터썩어간다. 구더기가솟아나고있는썩은고기가돼있는건 어느쪽인가. 구더기가솟아나있는건어느쪽인가. 살아있는건어느쪽인가, 먹고있 는건어느쪽인가——
「……군, 에미야 군……!」
「아……, 윽」
그 목소리에, 눈이 뜨였다.
……몸이 뜨겁다.
구역질은 가라앉지 않고, 머리는 어질어질해서, 혼자서 설 수조차 없었지만.
「눈 떴어!? 괜찮아? 나 누군지 알겠어……!?」
팡팡, 양쪽 볼이 두들겨지는 감각.
「……알겠어. 이런 때 사람 뺨을 때리는 건, 틀림없이 토오사카지」
「——다행이야. 헛소리 할 수 있다면 괜찮은 거네」
……아니, 지금 그건 헛소리가 아니라, 솔직한 감상인데, 말이지.
「바보, 뭘 그렇게 웃고 있는 거야.
……말해두는데, 감사는 하지 않겠어. 그런 짓 두 번 다시 하지 마. 구해준 상대가 죽어버리면, 빚을 갚을 수도 없게 돼」
……번뜩 이쪽을 응시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토오사카는 한쪽 손으로 계속 내 등을 쓸어주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 체온을 확인하듯이 손바닥을 쥐고 있었다.
「……토오사카. 그, 이상한 건 어떻게 됐어」
「사라졌어. 에미야 군이 그림자 위에 서서, 쓰러졌나 했더니 이미 없었어. ……그거 자신은 저쪽에서 온 것 같지만」
토오사카는 남쪽 하늘——남서쪽 방향에 시선을 돌리고, 으득, 이를 악문다.
「……그래? 하지만 나, 꽤나 오래, 이상한 거에 휘감겨 있었던 듯한 생각이 드는, 데」
「……정말? 네가 나를 밀치고 나서 지금까지, 10초도 안 지났어. 그 증거로, 봐」
「시로……!」
세이버가 급히 달려온다.
「또 당신은 터무니 없는 짓을……!」
세이버는 쓰러진 나를 부축해서, 토오사카에게서 떼어냈다.
「떨어지세요, 아쳐의 마스터. 그 이상 나의 마스터에게 접근한다면, 적대행위로 간주합니다」
「에, 뭐야? 혹시 나도 적?」
「당연하죠. 당신은 마스터이며, 아쳐를 데리고 있어요.
무슨 생각으로 시로가 당신을 감쌌는지는 모르지만, 빤히 보면서 제 주인에게 다가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토오사카를 노려보는 세이버.
……이런. 그러고 보니, 세이버한테는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었다.
「……아니, 아냐 세이버. 토오사카랑은, 지금 휴전 중이고, 캐스터를 쓰러뜨릴 때까지——」
「시로!? 정신 차려요, 마음을 진정시켜요……!」
「……그러니까, 토오사카는 적이 아냐. 그런, 약속을 했어」
「…………윽. 알았어요, 당신이 그렇다면 그녀와는 싸우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응, 미안. 솔직히, 이제 말할 수, 없어」
구역질과 오한으로 두절되려 하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유지한다.
……쓰러지는 건 돌아가고 나서다.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의식만이라도 유지해야 한다.
「살아났나. 뭐어 본체에 닿은 것도 아니고, 실체 있는 것이라면 학질이 옮은 정도겠지」
아쳐가 다가온다.
조켄을 놓쳤는데도 아쳐는 무표정해서, 이 중에서 유일하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쳐. 당신은, 지금 그 그림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건가요」
「——글쎄. 하지만 이걸로 하나는 확실해졌지.
캐스터가 죽은 뒤, 도시 사람에게서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건 지금 그 그림자겠지」
……관심 없는 듯이 대답한다.
그리고 아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땅에 엎드린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사사로운 원한을 우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 듯 하다. 그렇지, 에미야 시로」
「……에?」
「저게 무엇인지는, 네 직감이 옳다.
……흥. 서번트로서 소환됐는데도, 결국은 저것을 상대하게 된다는 거군」
「아쳐……? 당신은, 대체」
「그런가. 너는 아직 수호자가 아니었지. 그럼 저런 부류와 대치한 적은 없겠지.
……정말. 어디에 있어도 하는 일이 변함 없을 줄이야」
……토오사카를 재촉해, 붉은 기사는 우리들 앞에서 떠나간다.
다만, 그 직전.
「……아니, 그렇게 비관할 건 아닌가.
——아직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뒷처리에 머무르든지, 그 전에 결판을 내든지.
이번엔 없앨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거니까」
머리 위 별을 올려다보며, 그 녀석은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점멸을 반복한다.
열은 온몸에 침투해, 자신이 걷고 있다고 하는 감각이 없다.
학질 같다, 라고 누군가가 말한 탓인가.
열병을 가진 모기가 몸 안에 발생해서, 그게, 지금은 손가락 끝까지 가득 차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서, 선배……!?」
……멍해 있어서, 꿈과 현실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사실은 이미 잠들어 있고, 꿈 속에서, 필사적으로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는, 듯한.
「사쿠라……? 수면 중인 거 아니었나요?」
「——물러나세요. 그런 식으로 받쳐서야, 선배가 괴로워져요」
「아뇨, 이건 제게 맡겨진 일입니다.
거기에 어떤 병이라고 하면, 당신에게까지 옮아버려요」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세이버 씨. 선배와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요.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고 아니까, 추궁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이 오고 나서 선배는 매일 괴로워 보였어요.
……그것뿐이라면 괜찮았는데, 오늘밤은 다쳐서 돌아온 거에요」
「사쿠라, 그건」
「——세이버 씨의 사정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좀 더 나은 방법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럴 수 없다고 하면——하다못해, 선배를 끌어들이는 건 그만두세요」
……방에 돌아온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서, 재워, 주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 ——」
귓가에서 속삭여진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의 부주의다, 라고 사과했는지.
미안해요, 라고 사과했는지.
어쨌든, 그게 마지막에 들은 말이다.
의식은 누운 걸로 인해 끊기고——
마지막까지 그 광경이, 벌레처럼 준동하고 있었다.
「그럼, 또 봐?. 내일이야말로 지각하지 마?」
여전히 수상한 음률로, 그녀는 친구를 배웅했다.
주위에 사람 모습은 없고, 로터리는 완전히 쉬고 있다.
친구들을 태운 택시가 마지막 한 대였는지, 그렇지 않으면 단지 다 나가고 없을 뿐인지.
사람으로 가득 차고 빛에 넘치며 숨쉬고 있었던 역전 파크는, 피가 흐르지 않는 인조품으로 돌아가 있었다.
「응——뭐, 이런 날도 있나」
거나하게 취한 채 귀로에 오른다.
택시가 없건 전철 막차가 지나갔건 상관없다.
그녀의 맨션은 바로 근처다.
세 역 떨어진 쵸에 사는 친구들을 바래다주고, 혼자 쓸쓸하게 돌아가는 것도 항상 있는 일.
아직 0시가 되기 전인데도 고요해진 로터리 한가운데를 걸어서,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
그러나.
그것이 “항상 있는 일”이 아니게 된 건, 어디 근처부터였는지.
아무도 없는 거리.
빛이 닿지 않는 뒷골목.
어두운 그늘에서 느껴지는 한기.
그런 형체 없는 불안이, 그녀의 신경을 깎아 간다.
「——거기. 누군가 있어요?」
돌아본다. 따라오고 있는 건, 말없고 붙임성 없는 사람 그림자.
「——」
발걸음을 빨리 했다.
여하튼, 여기에 있어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지나친 생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는 느낌 따위 없다.
애초에 그녀에겐,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어도 “위험하다” 라고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감 따위 없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선량한 일반시민이니까.
「——잠깐, 뭐야, 이거」
그런데도, 막연히 몸이 떨고 있었다.
좋지 않은 낌새만이 강해져 간다.
……이건 그래, 어릴 적, 밤중에 눈이 뜨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됐을 때와 마찬가지다.
방 구석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아침이 올 때까지 잠든 척을 하고 있었던,
그, 세계 자체로부터 거절 당하고 있는 듯한 불안과 비슷하다.
「…………응…………하…………, 하…………악」
문득 정신이 드니 살짝 뛰고 있었다.
평소에 집에 돌아가는 길과는 다르다.
눈앞의 길은 위험하다.
평소에 지나는 길은 그 어느 것이나 캄캄하다.
그녀는 “위험하다”라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직감만을 의지하여,
어느새 앞으로 고꾸라질 듯이 달리고 있었다.
「하——하, 하——!」
……그래서, 언제부터 살짝 뛰는 건 전력질주가 된 것일까.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자신을 우습다고 이해하면서도, 이미 멈출 수는 없었다.
그저 개처럼 마구 뛴다.
목은 칼칼하게 말라 있는데도, 땀을 전혀 흘리고 있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밤거리.
연속되는 원인불명의 사고.
그 속에 길거리 살인마라는 항목은 없었을 거다, 라고 그녀는 자신에게 타이른다.
주위에 사람 모습은 없다.
오늘밤 따라 아무도 없다.
그래서——이렇게나, 다른 사람 일 같은 건가.
낯익을 터인 거리는, 아무도 그녀를 찾아내 주지 않는, 거울 속 모조품 같아 보였다.
「어——라」
그리고 종착점에 닿아버렸다.
「——이상하네, 어째서」
이런 장소에, 자진해서 와 버린 건지.
「……아하. 뭐하고 있는 거지, 나」
어쩐지 공연히 우습다.
「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이상하기에, 목이 다른 사람 것처럼 웃고 있다.
그녀는 그저 달리고 있었을 뿐이다.
여느 때 지나던 길은, 그쪽으로 가면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전한 쪽, 안전한 쪽으로 길을 바꿔서, 마침내,
「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처음부터, 도망칠 곳 따위 없었다고 깨닫고 말았다.
벌레. 벌레. 벌레. 벌레.
풀숲 그늘에서 뛰쳐나오는 것도 있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오는 것도 있다.
그건 최초에, 툭, 그녀의 오른쪽 눈에 떨어져,
그녀의 안구보다 큰 입술로, 그녀의 눈두덩으로 파고들었다.
「————————………… ! ! ! !」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몸이 등을 아래로 하고 지면에 쓰러진다.
발목에 격통이 달렸다. 거짓말같이 아프다. 마치 도끼로 뒤꿈치에서 앞쪽을 분단된 것처럼 아프다.
「————————」
그럴 리는 없기에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했더니, 감각 자체가 없었다.
그 대신, 크게 잘린 발목 단면에서, 푹푹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피에 젖은 남은 왼쪽 눈으로 확인한다.
무엇인지, 그녀에겐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몸에 몰려들고 있을 뿐.
「———아하, 먹고 있어」
그게 무엇을 먹고 있는지는, 어째서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벌레는 푹푹 파고든다.
어릴 적, 목욕탕 스폰지에 구더기가 모여있는 걸 본 적이 있다.
꼭 닮았다.
더 가까운 이미지로 말하자면, 사과에 구멍을 뚫고 춤추는 자벌레.
「히———아하, 하지만, 이상하잖아」
그, 비교적 현실적인 연상과 지금 이 풍경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여하튼 이럴 리가 없는 거다.
이런 일, 자신에게 일어날 리가 없다.
곧 0시가 된다.
나는 바로 방에 돌아가서 목욕탕 물을 데우고, 아야, 오늘 하루의 피로를 웃어넘기며, 아파, 그래서, 머리가 마를 때까지 빈 시간에, 아프다구, 쌓인 비디오를 소화하고, 방에 돌아가서 돌아가서 돌아가서, 갹,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돌려보내줘 돌려보내줘 나를 돌려보내줘, 그리고, 부탁이야그만둬결국평소와마찬가지기기기3시 지날때까지밤늦게정말로아프다니까까까까까까까지깨있다가, 7시의뭐든지할테니까돌 아가야해아이아이그만두세요자명종으로돌아가고싶어일어나서힉, 돌아가, 힉, 회사 에가기, 힉, 위해방에돌아가야해돌아가야해.
아——그래서회사에, 이런건꿈이고, 방에돌아가고싶어, 꿈이지않으면안되고, 방에돌아가고싶어돌아가고싶어돌아가고싶은데내발이미진작에뼈밖에없고이래서야걸어서돌아갈수없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
죽어, 어딘가가버려, 아니라고하잖아, 그만둬, 그만둬, 부탁, 부탁해요, 저, 저를방으 로돌려보내주세요, 부탁, 부탁해요오오오오시이이잃어어어, 너희들, 이제싫어, 뭐야, 뭘그렇게멋대로내가슴먹고있는거야………… ! ! ! !」
——식사는 5분도 걸리지 않아서 끝났다.
식사라고 하기에는 처참한 광경이었지만, 영양을 섭취하는 게 식사라면, 그건 그야말로 식사였던 것이다.
「음——으」
엎드려 있던 것이 일어난다.
아까까지는 여성이었던 그것은, 지금은 바짝 마른 노인의 몸이 되어 있었다.
「으——으, 음. 목을 갈아끼우는 것만은, 언제가 돼도 익숙해지지 않는구, 먼」
쉰 목소리가 울린다.
몰려들어 있었던 벌레의 모습은 없다.
그것들은 식사를 끝내고 자신의 집, 노인의 몸으로 돌아갔다.
즉——과거 여성이었던 것의 내부, 자신이 깨작댄 살 대신이 된 것이다.
그 광경을, 자초지종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 있다.
나무들 사이.
교차하는 가지 그늘에 어울리지 않는 흰 가면이 떠올라 있다.
사람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가면은, 피에로 같은 웃음을 떠올리고 있다.
가면의 주인은 말할 것도 없다.
제7의 서번트——거짓 서번트로부터 태어나 랜서를 깬, 주인이 부재한 영령, 어새신이다.
「——재주 좋군. 아까 그 몸도, 본디 빌린 것이었던 건가」
「……호오? 보고 있었나 어새신. 그렇지, 내 육체는 먼 옛날에 스러졌다.
이렇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몸에 기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늙은이라 말이지,
다른 자들처럼, 해 아래에 나갈 수 있는 몸이 아니네」
커커 웃는 모습은, 틀림없이 마토 조켄의 것이다.
여자를 덮쳐, 그 몸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데 몇 분.
아무리 탁월한 마술사라고 해도, 그 빠르기는 정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몸의성별 따위 어떻든 상관없지. 단지 살 1인분이 필요할 뿐인 거군.
그렇게 얻은 살을 좋아하는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건가.
어차피 안에 든 건 벌레들이지. 인간으로서의 기능은 벌레들이 다한다. ……그야말로 의태로군」
「호호오. 겨우 하루 만에 말이 많아지지 않았는가, 어새신. 그걸 봐선, 자신의 소망을 생각해 냈나?」
「——물론. 나는 같은 소망을 가진 소환자에게만 불려진다. 마술사님의 “불사”에의 갈망이 이 몸을 부른 거지.
그렇기에, 내가 바라는 것은 영원뿐.
그러나——」
검은 그림자가 흔들린다.
표정 따위 없는 해골 가면이, 노마술사를 응시한다.
「조금 의문이 생겼다. 마술사님은 이미 불사. 그 세월도 500을 넘겠지. 그렇다면, 소망은 이미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호」
노마술사는 어깨를 떨며 소리를 냈다.
그것이 웃음——기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분노에 의한 것이라고는 누가 알리오.
——그렇다, 확실히 마토 조켄은 불사에 가깝다.
지금 같이 묘판이 될 육체가 있고, 본체인 그의 혼의 그릇이 부서지지 않는 한 계속 살아간다.
그러나——거기에 있는 것은 고통뿐이다.
마토 조켄도 좋아서 노인의 몸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변모시켜, 사람의 의태를 한다.
그 마술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계와 마찬가지다. 이론 상으로는 영구히 움직인다고 해도, 이론을 실천하는 부품은 세월과 함께 녹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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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은 녹슨다. 톱니바퀴는 어긋나 간다. 사고는, 계속 진화하는 시대에 따라갈 수 없게 되어 간다.
「——아니아니, 나는 불사가 아니다, 어새신.
내 몸은 썩지. 몇 번 새 육체를 얻어도 썩는다. 뭘 해도 썩어가는 거지.
이 새로운 육체도 역시 이미 부패가 시작되고 있네.
산 채로 자신이 썩어가는 이 불쾌함과 굴욕——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벌레라고 받아들이는 절망, 이라고 하면 알아줄까」
「왜 썩나. 벌레들로는 정상적인 육체를 만들 수 없는 건가」
「커커, 그렇지는 않다. 벌레들은 일을 잘 하니 말이지. 육체면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원래 늙은 몸을 염려해서 기생체가 된 몸이지. 육체면의 방비에 실수는 없었네.
나는 영원히 계속 살아가는 방법, 인간으로서 머무를 수 있는 방식으로서, 이 연명법을 선택했지」
「……더더욱 모르겠군. 완전한 육체유지를 골라놓고 그 꼴인가. 애초에 어째서, 외견을 노인으로 꾸미나.
육체를 점토처럼 반죽할 수 있다면, 어떠한 모양으로도 모습은 바꿀 수 있겠지」
「좋은 질문이다. 그럼 묻지, 원래 가지고 있던 육체를 완전히 잃은 것이, 자신의 힘만으로 과거의 육체를 복원한다고 하자.
그 경우——육체를 이전의 형태로 되돌리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육체는 자신의 육체를 기록하고 있지
살갗이 벗겨지고, 살이 떨어지더라도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육체 자체에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음. 유전자에 기록된 설계도 말이지. 허나 내 경우는 다르지.
애초에, 자신의 구성을 기록하고 있었던 유전자 자체를 잃은 게지. 육체를 가지고 육체를 복원할 수는 없네.
그 경우——자신을 기억하고, 이전의 “형상”대로 만드는 건 뭐라고 생각하는가?」
「————」
대답할 필요도 없다.
그건 혼이다.
육체가 소속된 물질계의 법칙이 아니라, 그 위에 있는 것, 성유계(星幽界)라는 개념에 소속된 물체의 기록,
세계 자체의 기억체.
……그렇다, 혼이 건재하다면, 육체나 유전자, 세포를 잃었다고 해도, 과거의 자신을 복원할 수 있겠지.
그럼, 이 노마술사는, 즉.
「——과연. 자신의 혼만을 살리고, 육체는 살아있는 것들로부터 섭취한다——그것이 마술사님의 불사의 정체인가.
따라서 다른 모습은 될 수 없지. 마술사님이 존명시키고 있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혼.
그러므로, 마토 조켄 이외의 모습은 형상화할 수 없다, 라는 건가?」
「당연하지. 나도 역시 좋아서 노인의 몸을 얻고 있는 게 아니네.
……알겠나? 나는 이 몸밖에 만들 수 없는 게지. 그것도 정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썩어 떨어지는 시원찮은 거지.
일찍이는 한 번 교체로 50여년 활동했던 내가, 지금은 몇 개월에 한 번 바꾸지 않으면 존명할 수 없네.
……그 왜소함, 부패하는 괴로움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착각하지 마라, 이번 대의 어새신이여.
그러한 것을, 두 번 다시 불사라고 칭하지 마라——」
노마술사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담겨 있다.
소환으로부터 3일째.
드디어 암살자는, 자신의 소환자의 정체를 눈앞에 뒀다.
「……납득이 갔다. 즉, 썩어있는 건 육체가 아니라」
「……그렇네, 혼이 썩어 있지.
시간의 축적은 유체에마저 영향을 미치는 것이네. 그렇기에 내 몸은 썩지.
구성도인 혼이 썩어 있어서야, 육체가 썩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겠지」
「흠——그렇기에 성배를 구하는가.
……분노할 만도 하군. 그 영원, 오히려 영구를 모르는 자보다 괴롭겠지」
「그렇고말고.
……내 몸은 썩네, 썩는 거지. 그 괴로움, 골수까지 흠뻑 적시는 시간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러기 위한 성배, 그러기 위한 죽지 않는 몸이다」
「……그래.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아직 살아 있고 싶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 없어지다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백 년이나 살고, 부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천이나 되는 육을 계속해서 먹었다……!
알겠나 산의 주인이여, 나는 이 벌레로 화한 자신이 원망스럽다, 자신만이 썩는 게 원망스럽다,
사람으로서 당연하게, 올바른 육체를 받은 인간이 원망스러운 거다——!」
「————」
흰 가면은, 질척질척하게 썩은 노인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안온히 사는 인간이 원망스럽다, 라니 말은 좋다.
그 안온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방법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을 뿐.
이 마술사의 괴로움, 살아있는 한 살갗을 녹이고 살을 문드러지게 하고 뼈를 침범하는 “부패”는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은 이미 “누가 잘못이다” 라는 차원에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악의 소재, 원인 따위 어떻든 상관없는 거겠지.
여하튼——이건 억측이기는 하지만, 마토 조켄은 진작에 미쳤으니까.
자신의 몸이 썩는다, 라는 고통과 공포는, 보통 사람이라면 1시간도 견딜 수 없겠지.
아무리 억센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견딜 수 없겠지.
여하튼 죽는다.
1시간이나 썩으면 육체가 죽는다.
그걸 200년.
끊임없이 자신을 썩혀온 “인간”의 정신이 어느 정도 썩어있는가 따위, 이 노마술사 이외에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마토 조켄은 미쳤다.
지상의 어느 인간보다도 그 심경을 잴 수 없는 시점에서, 아무리 제정신이라고 해도, 그것은 미쳤다고 평해야 한다.
「수백 년의 망념인가.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대신, 노마술사의 독백은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요컨대, 이 남자는 죽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저 그것뿐인,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망념이 명확하게 돼 있을 뿐.
그 단순하고 어리석은 희망에 기대어, 많은 인간을 희생으로 삼아왔다.
성배를 얻기 위해서 몇 개나 되는 씨를 뿌리고, 희생자를 늘려왔다.
아니.
애초에 이 노마술사의 존재 자체가, 제3자의 희생 위에 성립하고 있다.
그건——가면의 암살자에게, 무엇보다도 충성을 바치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이해할 수 없지만——마술사님은, 이 나의 마스터에 합당하다.
좋지. 사람으로서 취급되지 못했던 자끼리, 함께 영원을 목표하도록 하지——」
해골이 받들어 섬긴다.
검은 옷의 서번트는 예로서, 지금도 참혹하게 부패를 드러내는 노마술사에게, 흰 해골 머리를 숙였다.
첫댓글 오오옷!! 조회수 0의 따끈따근 함!!! 에미야 시로님 언제나 수고 하십니다. 즐감이요 ^^
우왓 엄청난 녹화능력이시네.글읽기전에 예약해두기 스킬이라 언젠가 넬리님에대한글을 쓸까하는데 미리허락좀 받아두죠 ㅇㅋ?ㅋㅋ
하하하...;; 제가 좀 욕심이 많아서 그리고 저에 대해 별루 쓸게 없는데..;; 쓸거라고 하면 에미야 시로님이 휄씬 많을텐데요. 매일마다 이런 엄청난 수고를 해주시는데...;;
ㅋㅋ 참 겸손도하셔라^^ 매력남이신데요??ㅋㅋ
반어법인가요??? 빈말이라도 고맙습니다. ^^;;
ㄴㄴ 반어법아니랍니다^^매력정도가 훈남정도의수준이랄까?암튼,칭찬으로 받아주시길^^
즐감이요~~ 조회수 20의 따끈따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