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동에 쌍화탕을 들면서...
입동 / 조명래
입동의 으슥한 밤
해가진 밤 이슬에
하얗게 빚은 문양
상고대 핀 산등성
밤새 시린 달빛을
외로이 품은 산국
구절초 맑은 향기
결결이 빚은 적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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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오늘 11월 7일은 입동(立冬)이다. 이런때에는 따끈한 쌍화차 한잔이 생각나는데 쌍화(雙和)라는 말은 ‘서로 합치다’ 또는 ‘서로 짝이 되다’라는 뜻이기에 ‘부족한 기운을 서로 보충한다’는 의미로 음과 양의 두 기운을 조화시킨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쌍화차(雙和茶)는 쌍화탕(雙和湯)에서 유래된 궁중에서 나온 처방인데 약 900년전 중국 송나라 철종때 펴낸 '태평혜민화제국방' 이란 책에 처음 등장한다.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으로 구성된 ‘사물탕’과 황기, 계피, 감초, 생강, 대추로 조합된 ‘황기건중탕’을 합방한 처방으로 모두 9가지의 약재로 이루어진 탕약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쌍화탕을 “정신과 육체가 피곤하고 기와 혈이 상했을 때 중병을 앓은 뒤 허로가 생겨 기가 부족해서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한약서인 '방약합편'에 의하면 “기와 혈이 함께 손상되었거나 방사 후 노역, 노역 후 방사, 큰 병의 휴유증으로 인한 결핍과 자한을 다스린다”고 기재되어 있어 몸이 피로하고 약해질때 먹으면 좋은 처방임을 알수 있다.
그런데 이 쌍화탕(雙和湯)은 옛날 궁중에서 임금님이 궁녀들과 환락(歡樂)의 밤을 지낸후 몸이 지쳐있을때 어의가 임금님의 성적인 피로회복을 위해 만든 탕약이 쌍화탕이었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유래도 있다. 옛날 궁중에 근무하는 한의사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오전에 궁중일을 하는 한남자가 감기 기운이 있다며 다녀갔는데 몸에 기운이 없고 맥이 풀어져 있었다.
그런데 오후 들어 한 궁녀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갔다. 한의사가 가만히 생각하니 이 두 사람의 증상이 비슷하여 무슨 연관이 있을것 같아 은밀히 알아보니 남녀관계로 인한 병증임을 알수 있었다.
임금의 눈에 들어 성은을 입지 못한 궁녀들은 구중궁궐에서 평생을 홀로 지내야 하는데 궁중에는 젊은 사내들이 많이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혹여 서로 눈이 맞아 남녀가 한 몸이 되는데 장소가 그리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남의 눈을 피해 급한 대로 후원이나 창고 같은 데서 일을 치르고 나면 더운 몸에 한기가 들어 감기가 들거나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남녀를 위해 만든것이 바로 쌍화탕(雙和湯)이란 유래도 있다.
유래야 어찌되었든 쌍화탕은 한약의 일종으로서 황기건중탕과 사물탕을 조합한 처방이며 동의보감에도 등장하는 신뢰할수 있는 처방이다.
쌍화탕(雙和湯)이라는 이름은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맞춘다는 뜻으로 대표적인 보음약재인 숙지황이 들어있어 보음계통(補陰系統) 보약으로 취급되는데 남녀가 합방을 많이 하거나 신경을 많이 써 머리가 흐려진 사람, 화가 많아 간이 상한 사람, 과로로 인해 체력이 떨어져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쓰는 약으로서 그야말로 한방의 에너지 보약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 쌍화탕에 들어가는 한약재들이 그다지 비싼 것들이 없기에 서민들도 쉽게 만들어 먹을수 있는 보약이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 특히 기가 허해지거나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발생할수 있는 가벼운 질병(대표적인 것이 감기와 몸살)에 기를 보해줄수 있는 약으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
쌍화탕의 주재료는 당귀, 천궁, 백작약, 계피, 숙지황, 감초, 생강, 대추이다.
※ 당귀: 당귀는 승검초 뿌리인데 성질이 따뜻하고 혈을 생(生)하고 심장을 보한다.
※ 천궁: 천궁은 성질이 따뜻하다. 두통을 낫게 하고 보양과 혈을 생하게 하며 울혈을 풀어준다.
※ 백작약: 백작약은 함박꽃 뿌리인데 맛은 시고 성질은 차다. 복통과 이질을 다스리며 보익작용을 한며 수렴작용이 있다.
※ 계피: 계피는 맛이 맵고 성질은 덥다. 혈맥을 통하게 해주고 허를 보해준다.
※ 숙지황: 숙지황은 생지황을 술에 아홉 번 찌고 말려서 얻는데 신수자양하고 혈을 보하는 데는 최고이다.,수염과 머리를 검게 해주며 정수를 보해준다.
※ 감초: 감초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모든 약을 조화롭게 해주며 열과 독을 제거해주고 기를 바르게 해준다.
※ 생강: 생강(生薑)은 성질이 따뜻하다. 신기를 맑게 해주며 위장을 열어준다.
※ 대추: 대추(大棗)는 맛이 달고 백약을 조화롭게 해주며 익기와 양비를 해준다.
○ 쌍화탕 한첩 분량 재료
백작약 10g,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각 4g, 계피 감초 각 3g, 생강 3쪽, 대추 2개 등의 약재에 물 1리터를 넣고 팔팔 끓인 후 불을 줄여 물이 절반가량 줄어들 때까지 달이면 되는데 약탕기가 있으면 2~3대접 물을 넣고 양이 반으로 줄어 들때까지 달이면 된다.
약재는 약재건재상가서 '쌍화탕재료 좀 주세요'하고 배합비율은 위에 있는대로 필요한만큼 구입하면 된다.
쌍화탕에 대파 흰 뿌리와 생강을 추가해서 달이면 환절기 감기 예방 및 초기 감기에 효과적이라 한다.
쌍화탕은 감기약은 아니지만
감기몸살과 피로회복 면역력을 향상 시키는 좋은 명약이다.
차로 마실 때는 대추나 꿀을 넣고 잣이나 호두를 띄워 마시면 그 맛이 일품이라 하는데 거기다가 먹기전에 계란 노른자위 하나 생으로 넣으면 약효가 배가 된다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도 쌀찐다는 이 가을에 보약보다 좋다는 쌍화탕을 직접 만들어 드시고 막바지 단풍구경 나서면 감기 예방에도 탁월하다 하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