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7% 해고와 블랙리스트 두려워 노조가입 꺼려
정규직노조가 하청노동자 불이익 안 가도록 보호
14일 원하청노조 2015년 공동투쟁 결의대회
현대중공업노동조합(위원장 정병모)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지회장 하창민),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이 현대중공업 안에서 일하는 모든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청노동조합 집단가입운동을 벌인다. 이들은 하청노동자가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조 가입운동을 전개하며, 정규직 노조는 일정한 시기까지 노조가입 하청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기로 했다. 이로써 노동탄압과 고용불안으로 조직화가 안 되던 현중하청노조 가입률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을 끈다.
▲ 현대중공업 정병모(오른쪽) 원청노조 대표와 하창민 하청노조 대표가 4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하청노조 집단 노조가입운동’을 선포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
현대중공업노조와 현중사내하청노조는 4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4일부터 14일까지 공동으로 하청노동자 노조가입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은 하청노조 집단가입운동 과정에 현대중공업 원청과 하청업주 방해공작을 우려해 전국 50여 개 법률, 인권,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불법탄압 감시단’을 구성해 감시활동도 벌인다.
현대중공업노조 집행간부, 대의원과 소위원, 현중사내하청지회 쟁대위원은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과 사내식당 등을 돌며 하청노조 가입운동을 벌인다. 하청노조 가입은 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6개 업체 소속 3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설립했다. 당시 노조발기인이 소속된 6개 업체가 폐업했고 해당조합원과 폐업에 항의했던 하청노동자에게는 출입증 발급이 안 됐다. 2004년 2월 14일 현중 사내하청노동자 박일수 씨가 분신한 뒤 9개 업체 하청노동자 150여 명이 노조에 집단 가입했다. 이들 역시 한 달 동안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싸웠으나 ‘해고’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서 업체가 폐업하거나 블랙리스트로 관리돼 취업이 되지 않는 이유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 같은 노조탄압과 하청노동자의 고용불안은 노조설립 10년이 지나도록 하청노동자 조합원 가입을 어렵게 했다.
2014년 현대중공업 원하청노조가 공동으로 ‘사내하청 노동환경실태조사’를 한 결과 하청노동자 78.7%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의향이 있지만 75.7%는 해고와 블랙리스트가 두려워 가입을 못한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하청노동자는 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 임금인상, 고용안정 보장을 꼽았다. 현대중공업 원청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회사쪽은 원청 사용자성을 핑계로 논의를 회피했다.
현대중공업노조와 현중사내하청노조,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은 오는 14일 오후 6시 10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앞에서 ‘하청노조 집단가입 및 원하청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