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단지 외벽에 현대건설이 내건 플래카드가 보인다. /백윤미 기자
지난 7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주차장.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양 쪽에 차가 주차된 도로 사이를 지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차에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익숙하다는 듯 문을 열고 나와 “이쪽으로 더 빼, 왼쪽으로!”를 외쳤다. 준공한지 50년이 다 돼가는 이 단지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하다.
평균 나이 50살을 채워가는 ‘반백 살’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에는 입구마다 플래카드가 가득했다. 대교아파트 입구에는 삼성물산·GS건설·DL이엔씨·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등에서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승인을 축하하며 ‘성공적인 재건축 사업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로 다가올 수주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최고 65층까지 재건축이 허용된 시범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직 재건축 추진 단계인 삼익아파트에는 하나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신탁사에서 재건축 성공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미리 걸어 뒀다.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할 채비에 나선 여의도동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신통기획 자문방식 도입 등으로 재건축 속도감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새어나오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 영향으로 급매가 사라지면서 이 일대 매매 거래는 끊긴 상황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매도인들은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하락장에 매수인들은 더 싼 가격을 찾으면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삼부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아파트 최고 높이를 250m(용적률 500%)로 설계한 정비계획안을 영등포구청에 제출했다. 새로 도입된 신통기획 자문방식을 적극 활용해 재건축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삼부아파트가 제안한 최고 높이를 층수로 계산하면 대략 55~56층이 된다서울시가 지난 1월 신통기획에 도입한 ‘자문방식’은 기존에 서울시가 직접 기획해 민간에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방식’과는 다른 방안이다. 앞으로는 주민제안(안)이나 지구단위계획 등이 세워진 지역의 경우 서울시의 기획설계 용역 발주없이 자문만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여의도 노후 아파트의 용도지역을 올려주는 데 우호적이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었던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용도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두 단계 올려준 게 대표적이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도 최고 59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추진위원회 구성을 정식 승인 받고 주민기획안을 작성 중이다. 여의도 광장아파트도 신통기획 자문제도를 활용해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이에 이들 아파트에서는 급매가 사라지면서 거래가 끊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970년대 준공된 여의도 아파트의 올해 거래 건수는 단 7건이다. 1월에 6건을 기록한 이후 2월 들어서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3일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가 16억2700만원에 거래된 게 가장 최근 거래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집주인은 미래 가치를 봤을 때 이 가격에 파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매물을 거두고 있고, 매수자는 더 싼 가격을 찾고 있어 거래가 없다”면서 “현재 나와 있는 매물도 중개업소에서 ‘미끼 매물’로 올린 것들이 많고, 실제로 문의해보면 그 가격보다 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의도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여의도 특성 상 실거주하는 집주인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대부분 여의도 안에서 움직이길 원한다”면서 “그런데 거래가 없어 갈아타기를 할 수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거래절벽으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여의도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재건축으로 이 곳이 크게 변화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잘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현재는 여의도 역시 대외적 변수로 인해 매수와 매도 세력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재건축이 되면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고밀화를 하더라도 용적률을 높이는 만큼 건폐율을 낮춰 공원이나 도로로 확보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