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 일요일 이었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하주 종일 그치지 않았다. 눈은 시간이 지날 수록
눈발이 커졌고, 허공은 흩날리는 눈송이들로 빈틈이 없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눈발은
더욱 거세졌다. 그때 카페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다. 강변에서 찬 기운을 맞으며새를 보고
돌아온 거였다. 그녀의 두 손엔 필드스코프며 팜플릿이 든 에코가방 등이 들려있었다.
- 어머, 고생했어요. 따끈한 커피 한 잔 내려줄까요? 나는 말했다.
- 아니요. 제가 내려 마실게요.
그러라며 카운터 뒤에 있던 나는 카페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내가 섰던 자리로 들어갔다.
나는 창가로 다가가 펑펑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보았다. 아게 이 겨울의 마지막 눈이었다. 원래 봄기운이
살랑살랑 느껴지는 시간인데, 눈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것도 종일, 그것도 함박눈이 펑펑. 내 등 뒤에선
커피 머신이 윙윙거렸고, 물 내려오는 소리가 쫄쫄났으며, 커피기구에 걸려있던 바스켓 풀리는 소리가 났다.
이제, 커피가 다 내려졌나보다... 생각했다. 하나의 행위를 할 때 그 움직임이 완결죄는 시간이 있고,
나는 몇달 동안 커피 머신 앞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람이라 몸으로 그 시간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커피는 다 준비된 것 같다, 생각하며 나는 창박을 바라보던 몸을 천천히 돌렸다.
그녀가 나와 자리 교대를 하기 위해 그곳을 나오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내가 몸을 돌려 커피머신 있는 곳을 바라보자 순간 몸이 굳은 그녀는 얼음 동상처럼 계산대 앞에 멈춰있었다.
-커피값 계산 안해도 돼. 내가 서비스로 주는 거야.
나는 포스기 앞에 서잇는 그녀가 자신의 커피값을 계산하려던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잠시 넋이 나간 사람처럼 포스기 앞에 있다 밖으로 나왔다.
-멋진 날이다. 겨울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물러나려나보네.
나는커피잔을 들고 카운터 밖으로 나오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그곳을 떠났다.
일요일이라 나는 일찌감치 8시에 가게 마감을 했다. 더 이상 올 손님도 없어보였다. 그날도 열 사람도 안되는
사람들이 그 카페를 들러갔다. 오전에 들른 한 중년 여자는 창가 자리에 앉아 바람난 친구 남편에게
어떻게 대응해야하는 지를 친구에게 큰소리로 조언하며 커피를 마시다 갔고, 그녀가 떠나자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아이들 서넛이 요거트 음료를 마시고 갔다. 그리고 점심 무렵엔 평생 커피를
좋아했다는 머리 희끗한 노인이 부인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와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던 음악을 주문하고 듣고
떠났다.
나는 포스 현금서랍을 열어 그날의 매출을 확인하고 액수를 맞춰보았다. '어? 3만원이 비네.'
그러자 오후에 포스기 앞에서 몸이 굳었던 여자가 떠올랐으며 지난 몇 달간 수시로 현금서랍에서
3만원씩 액수가 비던 일, 그것때문에 알바생과 다툼까지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이거였구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을 생각하느라, 그곳을 자주 드나들며 수시로 직접 커피도 내리는 그녀를
어떡해야하할지로 잠시 머리가 아팠다.
이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생각하고 있는지 내게 아무 말도 없었고,
나는 그녀가 그 카페에 등장하는 날이면 알바에게 주의를 줬다, 절대 포스를 떠나지 말라고.
얼마 후 나는 그 카페를 떠났고 그녀와의 인연도 끊었다.
'나는 네가 그해 여름 가을 겨울 동안 한 짓을 알고있다'는 암시도 주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