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할것.
21화의 어스 체인져의 형태묘사가 잘못되었습니다. 어스 체인져는 [세븐 체인져][스카이 드래곤][랜드 라이가]가 합체하는 것인데, 21화의 끝에는 초기설정이 쓰여서 묘사가 엉망으로 되었습니다. 새로운 묘사는 22화 중에 나와있습니다. 오류가 생긴것,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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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는, 어둠속에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은, 그가 가지고 있던 로봇의 몸이 아니었다.
피가 흐르고, 살아 숨쉬는 사람이었다. 그는.
하지만.
하지만....
한 남자가 어둠속에 검을 들고 서있었다.
남자는, 약 20대 중반쯤 된듯 보이는 남자였다. 검은 머리를 틀어올려 뒤로 늘어뜨린, 어떻게 보면 일본 전국시대의 사무라이 같은 모습이었다. 입고있던 검은 옷도, 우리의 관점에서는 일본옷같아 보였다. 약간은 달랐지만.
남자의 눈에는, 붉은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피였다. 붉은 피.
남자의 주위에 강을 이루며 흐르는 붉은 피. 그것은 그 남자가 만들어 낸것이었다.
주위에 그 붉은 피를 뿜어내고 있는 시체의 산도, 그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탄약냄새와 함께 피냄새가 진동하는 전장.
남자는, 총을 든 일개 연대를 칼 한자루로 해치웠다. 일본도와 비슷하게 생긴 그의 검으로.
그의 검에는, 섬뜩한 붉은 피가 맺혀있었다.
붉은 빛을 받으며 묵묵히 서있던 그 남자가, 문득 고개를 떨구어 무언가를 받아들었다.
바닥의 무언가를 본 남자는, 천천히 무릎을 꿇어, 그의 발밑에 있던 그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받쳤다.
피뭍은 꽃이었다. 남자가 들은것은.
남자의 메마른 입술에 잠시 미소가 매달렸다. 하지만 그뿐.
남자의 손안에서, 그 아련한 꽃은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남자의 입술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어두웠다. 빛나는 달빛은 그를 책망하는 사람들의 눈빛같이 서늘했다. 어두웠다. 무서웠다.
도망치고 싶다.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내가!!!!!!!!"
남자가 악을 썼다.
하지만, 피의 강도, 시체도, 부서져버린 꽃도, 그것에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나는!!!!! 난!!!!!!!! 무엇을 위해 이들을 죽여야 했단 말인가!!!!!!!!!"
목구멍에서 피가 쳐올라왔다.
"내가, 내가 한것은, 내가 한것은.....으아아아악!!!!!!!"
남자의 믿음이, 그순간 산산조각 났다.
그가 들었던 꽃처럼.
남자는, 자신의 싸움이, 살인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가 사람을 죽임으로서, 다른 사람이 행복을 찾으리라 생각했었다. 그의 친한 친구와, 그 친구의 아내인,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연인의 행복을, 이 전쟁, 휴레인과 이스타리아의 전쟁에서 찾아줄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는 이스타리아의 군인이고, 남자는 휴레인의 칼잡이였다.
그래서, 자신이 사람을 베어, 전쟁을 끝낸다면, 전쟁을 끝낼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독한 훈련을 견디고, 인체개조까지 받아,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다른사람의 행복을 지킬수 있을것이라는.
하지만, 그가 아무리 싸워도, 싸움을 해도, 그들의 행복을 지켜줄수는 없었다.
그의 눈에 한 시체가 들어왔다. 그의 적인 군단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의 친구였다.
친구의 눈에는 피눈물이 잔뜩 고여있었다. 한손에는 반쯤 부서진 총을 들고, 다른 손에는 로켓을 들고 있었다. 목에거는 펜던트.
뚜껑이 부서지고 반쯤 타버린 그 펜던트 안에는, 친구의 아내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반쯤 타버린 그 사진이.
절망이, 찾아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남자는 한순간, 검을 들어 거침없이 목에 꽃았다.
피가 튀었다. 서늘한 달빛을 받아 피가 꽃이 되었다.
남자는 더이상 울부짖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흘러있었다. 그 얼굴은 차라리 아름다웠다.
피의 꽃은, 이제는 죽은 남자의 몸에 살짝 뿌려졌다.
[............나는....]
카이의 몸은 어느새 로봇의 몸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아직도 싸움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카이는, 남자가 들고있던 그 피뭍은 검을 들며 조용히 말했다.
[데커드 맥스, 그의 마음은 아직도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동료를 지키는, 그리고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음일지도 모르는 그 마음. 내가 지니고 가야할 마음...]
[그러나......피의 환상은.....과거에서 온 나의 족쇄, 내가 채운 나의 족쇄는 그 마음마저도 어쩔수 없다.]
[원한이다........나의 죄악에 대한 원한이야.....]
[나는, 어떻게 해도 용자가 될수 없는 것일까.]
허무하게 중얼거린 카이는, 피뭍은 검을 들고 어둠을 걷기 시작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피의 강이, 그의 뒤로 흐르기 시작했다.
[나의 죄악을, 어떻게 하면 갚을수 있단 말인가?]
<용자신화 엘 카디온 제 22화 - 용자신화, 스파클 브레이브>
6월 15일. ARK의 거점, 천황도.
해변의 느긋함을 대변하는 뜨거운 태양. 그것을 맨몸으로 느긋하게 받으며, 센푸지 콘체른의 총수이자 용자특급대의 대장 센푸지 마이토는, 선글래스 너머로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여름이군......"
안도에 축 절어있는 그 목소리를 내고, 오른손을 느긋하게 들어 부채를 촥 펼친 마이토는, 화사하게 웃으며 그것을 펄럭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빛에 달구어진 몸을 서늘하게 식히는 선선한 바람. 그런 마이토의 머리위에 펼쳐져 있는 비치 파라솔에는, 금빛의 센푸지 콘체른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휴가다....."
그렇게 웃으며, 일광욕용의 의자에 길게 누워 웃고있는 센푸지 회장의 뒤쪽으로는, 셀수없이 많은 비치파라솔이 늘어서 있었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두세개씩 차지하고 백사장을 구경하고 있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그들은, 이 밑의 지하요새, ARK의 수많은 직원 들이었다.
"아아, 좋군. 가끔 이런것도 필요하다니까."
그 수많은 비치파라솔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던 이 ARK의 사령관, 다카즈키 세이지와 얀차, 코우사카 히카루는, 느긋하게 칵테일을 마시며 오후의 한가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백사장에 차려입고 나오는 인간은 없다. 모두 수영복 차림이었다.
"센푸지 회장도 머리하나는 좋다니까. 그러고보니, 바로 위가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어."
"뭐, 다시 건물을 새로 지을때까지 여기에서 머무른다고 했을때는 좀 놀랐는데, 필요할때 도움되고 좋잖아 이거..."
히카루와 얀차도,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그들을 흘끗 바라보던 세이지 역시, 나른하다는 한숨을 내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어콘이 고장났을때는 죽는줄 알았는데, 간단하게 해결될수 있었어. 뭐, 용자들이야 고생좀 해야겠지만."
"어쩔수가 없잖아. 이 같은 찜통에 그런 지하에 내려가 있다가는 곧바로 죽음일거야."
"지현이들이 도쿄에 가 있는 것은 다행일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변함없이 '아아, 나른해' 였다.
"아아~! 좋다!!"
한 목소리로 외친 그들의 마음이 천황도 앞해변, 오키나와의 바다를 타고 넓게 넓게 퍼져 나갔다.
그러나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가-온. 저 코드를 연결해 봐라.]
[알겠다, 다간.]
ARK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는 냉각시설이 있는 공간은 대단히 넓고 복잡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에 예상치도 못한 폭발사고가 생겨서 온 냉각시설이 다운되어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찜통같은 기지안에 있을수가 없어서, '별수없이' 위로 올라가고 용자들이 이곳에서 냉각시설을 수리해야 했다.
....라는 긴 말을 줄이면, 용자들이 지금 에어콘이나 고치며 앉아 있다는 것이다. 아, 물론, 거대한 냉각시설과 그것을 콘트롤하는 컴퓨터룸이 망가졌으니, 보통의 에어콘이라고 부르기엔 어려웠지만.
.....한심하다, 라고 느껴지지는 않으시는지?
[아아.....지현이와 유나와 하즈키를 데리고 간 페이드 그 자식이 이렇게 부러울줄은...!!!]
[중얼대지마라. 싫다고 고양이 처럼 죽 누울때는 언제고.]
[못들은체 했던 어떤 도마뱀보다는 낫다!]
저쪽에서, 사고로 넘어진 구조물들을 세우는 두용자의 이름은 백호와 청룡으로, 이미 그들의 말다툼은 지겹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을 세우고 파이프를 연결하면, 인가요?]
[그렇습니다, 주작. 현무는 파이프를 저쪽으로 옮겨 주십시오.]
[....알았다.]
다른쪽 구석에서, 저 청룡과 백호와는 대조적으로 일하고 있는 세명의 용자. 어떻게 보면 이 ARK안에서 가장 예의바른 집단인 주작과 현무, 그리고 나이트 실버리온이었다. 말싸움으로 지지부진하는 백호와 청룡과는 달리, 이쪽은 진도가 척척 나아가고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쪽의 배선을 연결하고 저쪽의 패널을 바꾸면. 기동은 가능하겠지. 어이, 마이트아머! 잘 받치고 있겠지?]
[......물론이다.]
그 중에서, 기계적인 곳의 수리에 '이상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용자특급대의 가인, 그리고 마이트아머. 마이트 어드벤져는 아직도 동체의 수리가 끝나지 않았기에, 격납고의 포트리스 안에서 수리를 받고 있었다.
[가인, 연결됐나?]
[아아. 어느정도는. 그쪽의 배선은?]
[이쪽도다.]
가인쪽을 바라보며, 약간 서툴게 기계의 배선을 고치고 있는 두 용자의 이름은 다간과 가-온. 이름으로는 전설의 용자라고 거창한게 붙어있는, 이들 중에서는 제일 고참격의 용자들이었다.
[.......]
[.......]
[.......]
그리고, 멀찍이서, 왠지 한심하게 보이는 막노동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세명의 용자. 며칠전에 새로 깨어난 전설의 용자들로, 흰색과 하늘색이 조화롭게 섞인, 그리고 가슴에는 용의 머리를 달고있는 용자, [스카이 드래곤], 대조적으로 붉은 색과 흰색이 화려하게 섞여있는, 머리에는 쌍각에 가슴에 사자의 머리를 달고있는 용자 [랜드 라이가], 그리고 가운데에서, 푸른빛에 가까운 초록빛의 날렵한 몸을 가진 용자, [세븐 체인져]가 그들의 이름이었다.
신장으로는 18m정도로 상당히 큰 그들은, 크기와는 다르게 소외되어 버린 자신들의 위치, 그리고 왠지 한심하고 맥빠지는 그들의 새로운 동료들에게서 풍겨나오는 한심하고 막막한 느낌을 간신히 견뎌내고 있었다.
[..................8년이었나. 용자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군.]
[.....그렇게 직접 말해주지 않아도 다 보인다, 세븐 체인져.]
[................한심하다고 말하지는 않는거냐!]
랜드 라이가의 외침에, 스카이 드래곤은 뭔가 납득은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것도 지구의 사람들을 위한거라고 한다면...]
[.....억지로 자신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는것 아닌가?]
랜드 라이가의 맥이 쭉쭉 빠지는 듯한 말에, 세븐체인져는 못을 박듯 이렇게 대답했다.
[다간이 저러는 장면을 본다면 납득 시키고도 싶겠지.]
결국, 그들도 모르게, 시간의 흐름에 한탄해 하며, 셋은 다시 침묵으로 일관하며 용자들의 에어콘수리작전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대체 뭐 하는거야, 저녀석들....]
그런 그들을 흘끗흘끗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용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카이. 그의 동료들과는 약간 떨어진 곳을 일부러 택해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요즘들어 약간,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그는, 역시 힘빠진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전의 카이하고는, 왠지 많이 다른것같은 모습이었다.
[카이씨, 요즘들어 지친것 같네요.]
그런 카이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 주작의 말에 카이를 흘끗 돌아본 나이트 실버리온은, 별로 표정은 변하지 않으며 말했다.
[........고민이 많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안정을 지키는 것을 보면, 역시 카이라고 해야할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카이씨의 고민이 뭔지, 알고 있는 거에요?]
[........타인은 다가갈수 없는 문제입니다. 넘어야 할것을 넘는것은 역시 자신이 해야할 일이겠죠.]
[........그런가요. 꼭,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을것처럼 말하시네요.]
[기사에게는, 남에게 도움을 벌리는 것자체가 치욕입니다. 카이라면 모르겠지만, 상대방에 치욕이 될 일을 어떻게 할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지켜보면서 그가 그의 약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를 봐야되는 것뿐입니다.]
[.....기사에게는 복잡한게 있군요. 레이디를 지켜주는 것밖에 모르는줄 알았는데.]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레이디.]
[....어머...////]
저 슬래쉬 마크가 난무하는 부분에서부터 얼굴을 찡그린 현무는, 곧 이어지는 나이트 실버리온과 주작의 기사 어쩌고 하는 대화에서부터는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을 느껴야 했다. 뭐, 나이트 실버리온이 결코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그런것을 어쩌란 말인가. 정신적인 고통을 일단 무시하기로 결심한 현무는, 잠시 일을 멈추고 있던 카이를 돌아봤다. 그가 치운 잔해 더미위에 올라앉아 멍하니 있는 카이. 그의 왼손에는, 아직도 검이 들려 있었다.
'..........저 검은, 그렇군. 옛 기억인가......'
약간 착찹한 기분으로, 현무는 카이를 바라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기억이 돌아오는군......반길수는 없긴 하지만.....'
인격, 간단하게 표현하면 혼이 소멸되기 전의 기억이 돌아온다.
그들, 스파클 파워즈의 힘을 관장하는 용기의 여신 엘에 의해, 그 인격은 전의 인격을 바탕으로 해 재창조되지만, 기억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 기억이 돌아왔을때에 우려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지현의 인격에 바탕이 된 주작, 현무, 그리고 백호와는 달리, 원래 엘 가이아의 혼이 바탕이 되어있는 현무는, 지현과의 이해로 소멸되기 전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약간의 혼란을 느꼈다. 내색은 전혀 않했지만, 그렇다고 '죽기전의' 기억과 '죽는 순간'의 고통을 '생소한'기억에 의지해 견뎌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것도, 잊고싶던 자신의 과오와 고통과 분노까지 견뎌 내려면. 다행히 현무는 견뎌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기억 자체가 그다지 나쁜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이의 기억이란......
'..........나이트 실버리온의 말처럼. 자신이 견뎌내야 되는건가. 하지만, 분명 또하나의 스파클 파워즈도 나타났다고 했다. 비영이라고 했나....엘 카디온이 없는 지금, 수를 맞추기 위해 하나가 나타난건가.....아무튼, 그녀와 우리, 그리고 카이는 언젠가 합체를 하게 될거다. 그때 카이가 느낀 그 감정을 우리도 견뎌내야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현무는, 아직도 서로 말싸움을 하고있는 백호, 청룡과, 나이트 실버리온과 웃으며 대화하는 주작을 돌아봤다.
'저들은 아직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존재들이다. 나라고 무사할리도 없는 합체인데......믿어보는 수 밖에 없지만.....'
카이를 바라보는 현무의 눈. 그의 시선에 비치는 카이의 모습에, 현무는 세이버 엘 카이져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천년전쟁때의 기억.
수백대의 엘릭서 파워즈를 혼자서 베어 넘기고, 피빛으로 빛나는 석양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있던 그 모습을. 살기가 넘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지만, 그것에 짓눌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에게 쓸쓸함이 느껴지던 자신과 그의 동료들의 모습을.
[자, 다 됐다.]
다간의 음성에, 현무는 문득 시선을 돌리고, 그곳에서 천천히 가동하는 에어콘(의 냉각장치더미들)과 그 앞에서 환호하는 용자들을 보았다.
[두 시간의 악전고투, 수고했다.]
[뭘! 이정도야 우리에게는 누워서 떡먹기라고!]
[....잠깐, 싸우고 온건 아닌것 같은데, 백호.]
[......시끄러워, 청룡! 아무튼!!! 우린 해낸거니까!]
축하해- 축하해- ........박수까지 쳐주고 있다. 대체 누구한테 쳐주는 건지. 분명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긴한데 말이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생각을 하고 있던 현무는 그 광경에 한숨을 쉬고 말았다. 아마, 세븐체인져를 위시한 세용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한심하다. 백호나 주작이야 그렇다치고 다간과 나이트 실버리온, 네놈들이 동조하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갑자기 작은 한숨소리가 여러군데에서 들려오는 것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카이는, 이 기지에서 가장 진지한 축에 드는 현무와 세븐체인져, 랜드 라이가와 스카이 호크가 푹푹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작은 미소를 띄었다. 저 가인에서부터 시작되어 백호, 청룡으로 이어지는 엉망진창한 분위기와 그것에 동조하는 다간과 나이트 실버리온의 모습에서 한심함이 느껴지긴 하겠지.
'...............다르군.'
그도 다르고 그의 동료들도 달랐다. 과거의 기억에서는. 뭐라고 확실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떠오르는 것은 심각한 이질감이었다. 그도 같고, 동료도 같은 인물들이었지만, 그들에게서 풍겨나오는 느낌은 달랐다.
과거의 기억은 괴롭고, 비참했다.
'..............감정적이 되는군...'
피식, 하고 작은 웃음을 터트린 카이는, 하지만 곧 표정을 굳히며, 그가 들고있던 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검은빛의 검집에서 도는 차가운 빛. 그것이, 자기의 과거를 대변하는 것같이 느껴졌다.
"페이드는 알지?"
[뭘?]
"카이가 왜 저러는지."
피아캐럿의 일을 돕다가 잠시 짬을 낸 하즈키가 찾아온것은, 페이드가 주차되어있던 주차장이었다. 뜬금없이 페이드의 문을 열어버린 이 붉은 머리의 아가씨가 내놓은 질문에, 페이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염색이 좀 빠진것같은데, 검은빛이 나오고 있어.]
"말 돌리지 마. 이렇게 허물없이 물어볼수 있는것은 페이드뿐이라고. 나이트 실버리온은 너무 진지해서 잘 못 다가가고, 카이 본인한테 물을수도 없는 일이잖아."
[이런이런. 여자가 남자의 과거를 캐뭍다니. 말세야 말세. 근데, 남자가 남자의 과거를 캐뭍는건 어떻게 생각하는데?]
"자꾸자꾸자꾸!!! 말 돌리지 마!!!"
[이봐, 이쪽은 나이트 실버리온같이 대단한 분과는 다르다니까. 페이시온의 서포트 메모리에 불과한 이몸이 어찌 알수 있겠소이까. 레이디.]
"모르는 말이니까 잊어버리겠어. 말해줘 말해줘!"
[아아......그것참. 카이와 관련된 일은 험하다니까. 이 아가씨, 진호군 동생이라면서 호기심은 굉장하군 그래.
"그런말로 돌리려고 해도, 납득 못해!"
이미 한계를 넘고 있던 페이드였다. 농담으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려 해도 자꾸 귀찮게 구는 이 여자애한테 왜 화가 나지 않겠는가.
[정말이지, 제발 그만 귀찮게 하란 말이다!!!! 그러는 너는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건데? 카이하고 넌 아무 상관도 없잖아앗!!!!]
"그....그게.....왜, 왠지 신경쓰인단 말이야!!"
[............으으.....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무튼, 말해주면 안돼?"
[거참......짐작가는데야 있지만, 함부로 말해줄수는 없는 거라니까.]
페이드와 하즈키의 실랑이를, 유리창을 통해 피아캐럿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요즘들어 부쩍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소녀, 한 유나였다.
"........"
몹시 지친모습으로, 창가에 있던 유나의 시선은 페이드의 붉은 차체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안의 하즈키를 보고있는 유나의 눈은, 지친표정의 얼굴과는 달리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것이었다.
'........갈티의 힘이 아주 약간은 남아있나 보네...조급해하고 있는거야. 카이에게 무슨일이 일어날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모르고 있어서...'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진호가 사라진후. 아니, 유나는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죽은후. 거의 독립되어있던 아티와 유나의 인격은, 왠일인지는 모르지만 점점 동화되고 있었다. 원래 아티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인격이 유나인것을 생각해 볼때는 이상한 일이었다.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동화되는 격이니. 아무튼 그것때문에 아티의 기억이 유나에게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메신저로서의 사명, 그리고 스파클 파워즈들이 엘을 위해 가야할 운명, 등등.
그것은 다른 파워즈들과 마찬가지로 유나에게는 고통이었다. 자신에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이 들어온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하물며 그것이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더더욱.
'..........힘드네....'
자아를 완성하고 지킨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만약 그런 도전을 받는다면, 그것은 인생 최대의 싸움거리가 될만할 것이다. 진호도 카온도 엘 가이아도 도전을 받았고, 그들의 방식으로 그것을 치뤄내었다. 이제는 카이의 차례였다.
현재, 엘 카디온이 사라진 이때에 가장 강한 파워즈의 하나로서, 스피릿으로 전생할수 있는 세개의 스파클중 하나를 차지하는 파워즈, 카이.
'그러나........'
메신저로서, 엘의 명령에 따라 그들의 합체를 주관해야하는 그녀는, 그러나 그 가능성을 곰곰히 점치기 시작했다. 엘 카이져, 엘 가이아, 그리고 또하나의 파워즈, 비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 파워즈를 알고는 있었다. 만난적은 있었지만.
대단히 불완전한 조합이었다.
지현이란 불완전한 매개체를 아직도 마음의 바탕으로 두고있는 엘 가이아. 과거의 기억에서 시달리고 있는 엘 카이져. 비영......몰랐지만, 은근슬쩍 섀도우마루에게 물어본 바로는 약간은 어린 투가 났다고 했다. 컨트롤러가 없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지. 하지만, 뭔가 대단히 불안한 조합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레이트 엘 카이져라....'
가이아 엘 카이져에 비영의 날개가 붙는 식의 그 합체를 곰곰히 떠올리던 유나는, 그러나 곧 절망감에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서로의 자아가 너무 불안하다. 엘 가이아라면 지현으로 어떻게든 이겨낼수는 있고, 비영은 모르겠으니 제쳐 두고라도, 엘 카이져.....아직도 과거에 고통해하는 그가 주체가 되는 합체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아티는 그녀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다. 원래 불친절한 성격이었지만, 어차피 점점 그녀는 자신이 되고 있었으니, 걱정할것은 없을듯 했다. 그러나 그 말은,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책임이 더 무거워 졌음을 뜻했다. 엘을 대신해 신의 힘을 행사할수 있는 대단한 존재인 메신져이지만, 메신져는 전달자이다. 신이 되지 말아야 할 존재인것이다.
'......모르겠어...'
그녀의 시선이 잠시 돌려져, 카운터에 앉아있는 지현이를 보았다. 왠지, 남자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여장을 한 모습을 더 많이 보게되는 저 미소년은, 겉으로는 완벽한 미소녀의 모습을 보이며 다소곳하게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속으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었지만.
'...........글쎄. 어떻게 해야할지. 뭐.....어떻게든 될까. 아니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될꺼야. 그렇지, 아티?'
그렇게 되묻는 유나의 마음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남아있긴 했었다.
혼돈.
그 반대에 빛이 존재하지 않는 어둠은 없다. 빛이 있기에 어둠은 존재하고, 그 차이는 종이한장보다 더 얇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것이 빛과 어둠일것이다. 그러나, 빛이 없으면 어둠은 존재할수 없다.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기묘하게 파악한 듯한 공간이 있었다. 혼돈이란 이름의 공간.
하지만 다양성은 무시한것일까. 이 혼돈은, 빛과 어둠을 말 그대로 섞어놓고 있었다. 마치, 잘 섞여진 혼합물이랄까...
그런 혼돈속에, 한 여자아이가 어둠을 기댄채 앉아 있었다.
남자뿐만이 아니라, 같은 여자마저도 눈을 번쩍 뜨게 할 아이였다. 미모보다는, 그 미모에서 풍겨나오는 거부할수 없는 카리스마에 눈이 뜨인다고 할까. 인형같은 외모에서 퍼져나오는 분위기. 마치 핏줄이 비쳐나올것 같은 피부에 긴 금발머리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나이라면 15-16세. 키는 중키였지만 입고있는 제복풍의 옷의 곡선은 볼륨이 잡혀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차가웠다. 아니, 차갑다기 보다는, 아예 감정이 없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혼돈의 틈에 앉아있는 그 소녀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인형의 느낌이 풍겨나왔다.
그 소녀에게로, 다가가는 소년이 있었다.
"레아님."
이지리스에 탑승했던 소년, 로엔이었다. 그 검은머리의 소년의 얼굴에는, 흉하게 화상을 입은듯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아마,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과 싸우다 입은 상처인듯했다.
로엔의 작은 목소리에, 레아라고 불리운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감정없던 얼굴에, 최초로 떠오르는 표정은, 기쁨이었다.
"로엔...."
"돌아왔습니다, 레아님."
레아가 있는 곳까지 조심스레 걸어온 로엔은, 그녀의 발 밑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경의와 사랑이 가득담긴 행동. 레아는 로엔의 뺨에 손을 가져감으로서 그것에 대한 보답을 했다.
"상처....."
"괜찮습니다, 레아님."
"아프지 않아?"
그 목소리에 깊히 담겨있는 다정함에, 로엔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아프지....않습니다, 레아님."
"그래.....조심해서 싸우도록 해...에시온 경과 파이어리온 경은 어떻게 하고있지?"
"....현재, 에시온 경은, 걸리적거리는 용자들을 해치울 계책을 짜고 있습니다. 파이어리온경은 움직이지 않고는 있지만, 곧 레아님의 제국을 위해 그 힘을 다할것이라고 사료되옵니다."
"그래....제국....나와 너의 제국...말이지..."
"예, 레아님."
"어린이들의 장난에 동참하고 있는건가. 다크로드."
"재미있잖습니까."
혼돈의 또다른 곳. 다크로드라고 불린 에시온은, 그때 어떤 인물을 만나고 있었다.
"이따위 혼돈의 깊숙한곳에서 애들의 장난에 힘을 주고 있다니, 다크플리트의 앞날이 걱정될 지경이군."
"그것보다는 부하관리나 잘하시죠. 듣자하니, 님의 수하 엘릭서 스피릿들이 지배권에서 도주했다던데..."
".......묵과한것이다."
"하핫, 데스카이져를 경계해서 부하들을 방관하는 창조주께서 무슨소리실까요? 갓 엘릭서의 수장, 파이어리온이시어."
".........."
굳은 표정을 유지한채, 그가 생각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며 다크로드, 에시온을 바라보는 갓 엘릭서, 파이어리온. 붉은빛, 마치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시키는 망토를 온몸에 두른 장신의 남자의 모습을 하고있는, 최강의 갓 엘릭서. 새빨간 붉은 머리를 길게 산발하고, 이마에는 약간 검은 빛이 도는 복잡한 무늬의 관을 쓴 그 남자는, 지금 깊은 시선으로 에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함부로 건드리면 안되는 놈이었군, 파이어리온.....'
그 깊은 시선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중압감에서 느껴지는 긴장을 헛웃음으로 가린 에시온은, 짐짓 팔을 활짝 펴보이며 농담조로 말했다.
"아무튼 작전은 진행중입니다. 그쪽에서도 이쪽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만."
"이 나에게 말인가? 다크로드. 하급의 엘릭서 스피릿이 편법으로 다크 플리트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이 나에게 협력을 하라고 부탁을 하란 말인가?"
중압감은 더 커졌다. 이 남자, 역시 함부러 건드리면 안되는 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에시온도 마찬가지였다.
"아, 물론, 천년전쟁때 입은 피해를 회복도 못하는 허수아비들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듣자하니 루시퍼가 스파클 파워즈에게 당했다고...?"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초래되는 자네의 안전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려의 여지가 남아있을듯 하군."
"협박을 돌려하는데 천부적이시군요. 첫 인상과는 다르군요?"
"뭐, 좋아. 이쪽도 어느정도 열세에 있는것을 부인할수는 없겠군. 자네가 계획하는 것이 무엇인가."
에시온은 히죽 웃었다. 그 광기에 찬 웃음에, 파이어리온이 눈살을 찌푸린것은 이채로운 일이었다.
"일단, 남은 스파클 파워즈를 끝장내는 것 부터 할까요?"
G-아일랜드, 베이타워 기지.
브레이브 폴리스의 이동기지, 브레이브 베이스가 베이타워 기지에서 좀 떨어진 비밀 덱에서 응급보수와 최종작업을 받는 동안, 브레이브 폴리스의 용자들은 잠시 베이타워 기지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다. 유우타와 레지나등의 사람들은 전부 브레이브 베이스쪽으로 가있었고, 남은 용자들은 갑자기 생겨버린 휴가에 놀라워해 하면서도, 결국은 따분해져버리는 자신들을 느끼면서 맥빠진 기분으로 GGG의 메탈락커룸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삼일째. 메탈락커룸의 절반을 빌려, 자신들의 서포트 메카들을 정비하고 있던 데커드및 다른 용자들은, 앞으로의 적의 움직임에 대한 잡담을 벌이고 있었다. 잡담이라기엔, 너무 주제가 무거운게 흠일까..
[섀도우마루의 말처럼, 적에게는 위성공격및 초장거리 저격을 할수있는 로봇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것이 많이 있지는 않겠지만, 없다고 장담은 할수없지. 듀크, 그 옆의 드라이버를.]
[여기 있다, 데커드. 그정도의 구조는 얼마든지 응용될수 있겠지? 이를테면, 에너지 집속등으로 말이다. 맥클레인, 그 나사는 필요없는건가?]
[가져가라....아무튼 골치 아프게 됬군.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과 대등하게 대결할수 있는 로봇과, 동륜포 포메이션이라는 최강의 버스터 기술에 맞서는 에너지라니. 건맥스! 그 로보오일은 내꺼다!]
[뭐냐, 답지않게 투정은.....걱정하지마라. 이쪽에도 블레이즈 제이데커가 있잖아? 뭐, 하이퍼 빌드타이거도 불안하지만 믿을수 있고. 여차하면 브레이브 버스터로 날리면 되잖아. 드릴보이, 놀지마!! 여기서 축구공이 차진단 말이냣!!!]
[씨이, 그만하면 되잖아! 하지만...엘릭서 스피릿도 남아있는데 그렇게 안심하기엔 이르지 않을것 같은데. 덤프슨, 거기 드릴좀.]
[네가 직접뚫으면 되지않나? 아무튼, 드릴보이 말대로, 엘릭서 스피릿이든 다크 플리트든 수사를 늦추면 안되겠지. 파워죠, 빈둥대지말고 자재나 나르지?]
[빈둥......젠장. 알았다!!! 그나저나, 섀도우마루는 어디로 사라진거지?]
파워죠의 말에, 제이닷샤의 장갑을 끼워맞추고 있던 데커드는 지나가는 말로 대답했다.
[오늘도, 다차원잠수함이다.]
[볼포그가 있는데 가있는건가? 사이가 좋군, 닌자끼리.]
파워죠의 느긋한 말에, 느긋하게 대답한건 듀크였다.
[볼포그는 GGG의 임무에 파견되어 있다. 현재 기지내에는 없는듯 한데.]
[엥? 임무라니?]
[글쎄. 내가 알리가 있나. GGG의 문제다. 손님이 관여할 필요는 없지.]
[그래, 그쪽에서 협력이 필요하면 요청하겠지. 그전에, 우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서포트 메카들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맥클레인의 못박는 듯한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른 용자들은, 잠시동안 침묵을 지키며 서포트 메카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침묵을 깬것은, 역시 지루해 지고있던 파워죠였다.
[저 노란색 로봇, 계속 신경쓰이는데....데커드, 저거 뭔지 아나?]
파워죠의 중얼거림에 문득 고개를 돌린 데커드는, 그 파워죠가 말한 노란색 로봇을 바라보았다. 메탈락커룸 한켠에서, 수많은 기계에 둘러싸이며 만들어지고있는, 거대한 노란색로봇. 데커드는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그의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며 말했다.
[골디마그다.]
[골디마그?]
[가오가이가의 G-툴, 골디언 해머의 안전장치 비슷한 목적으로 고안된 용자로봇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간으로 부터의 인격이식형이기도 하지. 아직 완성은 되지 않은 모양이군.]
[호오....그렇군. 그 중력활단파를 제어하기 위해서 AI까지 쓰는건가. 하지만 저런게 무기로 변형하디니 믿어지지가 않는군. 버스터인가?]
[해머다. 저 머리 뒤쪽에 골디언 해머가 보이지 않나?]
[으....으음. 동체자체는 뭘로 변하는 걸까.]
[데이타를 자세하게 본적은 없지만, ARK의 수호검장단같이 손으로 변하는게 아닐까.]
데커드의 말에, 블레이즈 로더위에서 프레임을 손질하고 있던 듀크가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수호검장단은 완성된건가?]
[AI의 최종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완성된듯 하다. 제네레이터가 불안하다고 들었긴 했지만.]
[제네레이터? 그런. 센푸지 콘체른에서 제네레이터를 제공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골디언 해머급의 그라비티 웨이브를 발산하는 것이다. GS라이드 다섯개를 충당할 에너지원은 현재 지구에는 스파클뿐이지. 우리같이 EPT를 쓴다면 또 모를까.]
[으음.....그런가.]
[신기술을 쓰고도, 오백만 킬로와트가 넘는 에너지가 모자른다고 하더군. 그것때문에, 골디언 해머 형에서 세대의 용신시리즈급 로봇이 합체하는 형태를 도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에너지가 모자르다고 그러더군.]
[그것이 완성된다고 해도, 정작 세이버 엘 카이져는 그것을 쓸만한 파워가 없지 않을까.]
[아아. 카이의 실력은 대단하지만, 그로서도 그 에너지를 다 감당하기엔 역부족이겠지.]
듀크와 데커드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맥클레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골치 아프군. 적에 비해 이렇게 열세라니....]
"........."
그때, 피아 캐럿의 카운터에서,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지현은, 목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에 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답답해....'
아니, 그것보다는, '초조하다'라고 말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에게 다가오는 느낌에, 지현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려고 하는거지?'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유나가, 어느새 시선을 돌려 지현을 멍하게 보고 있는 것마저 깨닫지 못하고, 지현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목을 어루만지고만 있었다.
무슨일이, 그에게 벌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답답해...'
그 답답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지현은,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에게 인사도 못하고 말았다. 지현이 흠칫 놀랐을때, 그 손님은 옆으로 매는 룩색을 들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있던 후였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친절하게 인사하는 유나에게 마주 웃어보인, 짧은 금발머리의 소녀는, 룩색에서 무언가 노트같은 것을 꺼내면서 말했다.
"커피 주세요."
"네.....설탕이나 크림, 드릴까요?"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햇빛이 잘드는 창가, 그리고 약간 떨어진 지현과는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금발의 소녀.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자기또래처럼 보이는 미소녀의 모습을, 지현은 멍하니 바라보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노트에 펜을 들고 계속 무언가를 그리는, 외국인인 듯하게 보이는 그 소녀는, 이미 몇주일부터 익숙한 풍경이 되고 있었다.
'또 왔네....'
하지만, 그 가슴에 이유모를 답답함이 가득차 있었던 지현에게는, 그 금발머리 소녀의 모습은 관심에 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오, 오늘은 화장까지 했잖아.'
요즘들어 피아캐럿에 하루도 빠짐없이 들르는 다크엔젤은, 지현의 모습에 오늘도 정신적인 황홀감을 느끼고 말았다. 물론, 엘릭서 파워를 숨긴 그 상태에서, 스파클 컨트롤러인 지현이나 스파클 메신저인 유나에게 들킬 이유는 없었다. 이런 수고까지 해가며 이 카페에 오는 이유,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쁘다.....♡'
오랜만에 쓰는 하크마크......오랜만이군. 음음. 아무튼 그 오랜만에 쓰는 하트마크를 여기저기에 뿌리며, 지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무의식적으로 노트에 펜을 대고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 다크엔젤. 무의식중에 움직이기 시작한 펜은, 곧바로 지현의 모습을 노트에 담기 시작했다.
'아.....정말이지, 저렇게 이쁘다니. 여장하는것은 취미인가, 저 애...'
사실은 아르바이트때문이었지만, 원래 사람이란 자신이 믿는대로 생각을 정리하기 마련 아닌가. 다크엔젤이 꼭 그러했다. 이미 지현의 여장을 취미라고 단단히 믿는 그 엘릭서 스피릿은, 지현의 모습을 간간히 훔쳐보며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지현은 그런 다크엔젤의 시선을 눈치채지는 못하고 있었다.
'좋아.....오늘은 손님도 없고....말이라도 걸어볼까?....에.....그러다가 싫은 느낌 받으면 어떻게 하지? 몇일 후에 말을 걸어볼까? 꺄아~ 어떻게 하지?'
그렇게 한동안, 마음에서 감정의 전쟁을 벌이고 있던 다크엔젤이, 갑자기 '짓눌리는 느낌'을 받은 것은, 바로 그 순간 이었다.
"아........앗!?"
그 짓눌리는 느낌에는 다크엔젤보다 지현이 먼저 반응했다. 갑자기 증가하는 그 느낌. 지현이나, 커피를 가져오고 있던 유나는 갑작스러운 그것에 저항할수 없었다.
쨍그랑!
"꺄악!!"
비명을 지르며 엎어지는 유나. 곧이어, 카운터쪽에서 비명과 함께 지현이 쓰러졌다. 다크엔젤이, 탁자위로 눌리듯 엎어진것은 그때였다.
"윽...!?"
쩌억!!
놀란 다크엔젤의 눈에, 그녀의 옆의 쇼윈도우가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게 들어왔다.
"이...건!?"
중력이, 증가하고 있었다. 그것도 빠르게.
G아일랜드 시티를 중심으로 생긴 이상진동. 그것은 도쿄를 덮고는, 그 기세를 늘리며 온 도시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궁!!!!!
"크, 크으윽!!!!"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지는 해저의 콘테이너, 그 안의 도크. 유우타는 온몸이 눌려 터질것같은 고통에 휩싸인채로, 브릿지의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같이, 최종작업을 하던 레지나및 다른 사람들도 같은 모습이었다.
"무, 무슨, 일이! 테, 테미마이엘!"
「중력이 이상하게 증가하고....치치칙....있....치치칙.....GGG 메인오더룸과 연락이 되지 않...치직...」
잡음이 섞이는 테미마이엘의 목소리.
"이, 중력,때문에, 기능이..으으윽...."
"짐작은 하고 있어! 크, 크윽..."
레지나의 힘겨운 대답에 간신히 대답한 유우타였지만, 그는 더이상 대답도 하지 못한채, 얼굴을 땅에 눌리며 힘겹게 말했다.
"대, 대체 누가....!!"
이상중력의 원인은, 바로 프리마다와 폴로네즈가 만든 존다로봇이었다.
그것은 마침내, GGG 베이타워 기지안에 있던 브레이브 폴리스 용자들, 메인 오더룸 안의 GGG 대원들, 브레이브 베이스안의 유우타 및 브레이브 폴리스 대원들, 터널의 붕괴현장에 출동했던 가이 및 GGG 기동부대, 피아캐럿안의 지현, 유나, 다크엔젤까지 집어 삼키며 도시를 붕괴하기 시작했다.
ARK. 천황도.
도쿄에서 생긴 이상현상에 즉각으로 반응한 ARK는, 현상이 생긴지 단 5분만에 작전을 수립하고 도쿄로의 지원부대를 결성하기는 했다. 그 반응속도는 눈부신 것이었지만, 그 대응은 갑자기 끼어든 방해에 그대로 가로막혀 버리고 말았다.
"........빌어먹을, 하필 이런때에!!!!"
세이지의 분노한 외침은, 바로 중앙 상황실의 모니터에 비쳐나오는, 천황도 앞바다에 진군하고 있는 다크솔져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저놈들, 이곳의 위치를 알고있었던가?"
"어떻게 하지, 세이지?"
".........페이시드 베이스에 스파클 파워즈를 수납하고, 도쿄로 쏘아보내야지. 남은 인원들은 이곳에서 저녀석들을 막고..."
"또 선수를 빼았겼나...."
얀차의 말에 이를 악무는 세이지. 하지만, 갑자기 드는 패배감을 견뎌낼 여유는 없었다. 바다가득히 있는 다크솔져들의 포위망과 도쿄의 위기.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이유는, 그것이 골치아팠기 때문이리라.
"ARK 세컨드 포스 블루베이스의 페이시드 베이스를 발진 레일로!! 전 용자대 출격! 놈들을 해변으로 들이지 마랏!!"
"자, 시작되었나."
콰앙!! 콰앙!!! 쿠구구구....
이리저리 굉음을 내며 땅으로 잠겨가는 도쿄시티의 상공.
붉은 망토를 두른 갓 엘릭서가 그곳에 떠있었다.
"이 몸이 스파클 파워즈의 시련이 되란 소리인가. 흥. 다크로드 놈도 간이 커졌군."
파이어리온은 도쿄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을 내 뱉었다.
"......앞으로 한시간후일까. 스파클 브레이브가 이곳에 도착한다. 그녀석이 합류하기전에 싹을 잘라버리는것도 괜찮겠지...."
그 무표정한 얼굴에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너라, 스파클 파워즈. 결코 넘을수 없는 시련이 되어주마."
"크크큭. 파이어리온. 시련이 된 그대는 그들에게 절망을 주겠지."
에시온은 혼돈의 안에서 그 모든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갓 엘릭서에 이끌린 스파클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싸운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스파클 파워즈가 얻는것은 패배와 절망......좋아. 이몸에게는 양질의 재료다."
그의 입가에, 다시한번 뒤틀린 웃음이 맺혀졌다.
"합체를 하는 그때가, 스파클 파워즈 네놈들이 나의 손안에 떨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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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석은 아니지만......제 마인드도 일단 잡아놓고, 새로운 시도도 해볼겸, '읽으실때 곁들어 들으시면 좋은 노래'를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이것, 정석은 아닙니다...원래, 그냥 떠오르는 느낌을 간직하는게 소설인데. 이것은 사실 궂이 말하면 비주얼 노벨, 사운드 노벨이나 라디오 드라마나 쓰는 방법이거든요(배경음을 들으며 글을 읽는.). 하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해서 해보는 겁니다. 의견 부탁 드립니다.
작품전체의 분위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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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포뮤라 신 OST 1 7번트랙 '일상', 8번트랙 '불안' 9번트랙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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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포뮤라 신 'Soul of Rebi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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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왕 가오가이가 OST 1 18번트랙 '구출'. '골디언 해머' '발진' OST2 '희망'
............제목만 보시고도, 아마 분위기를 아실수 있으실듯. 단순....한가요?(사포 노래 투성인것은 작가가 그쪽을 좋아해서...;)
이것으로 다음편 스토리를 맞추시는 것도 재미있으실듯(퍽퍽.).
좋은나날 보내시길. 그럼..
감상, 비평....잔인이라고 쓰여진 돌로 한가득 투척해주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