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엄청난 내분이 일었습니다. 이른바 민주당 대표인 이재명을 지지하는 세력인 친명계와 반대하는 비명계로 나뉘어져 살벌한 내전을 벌였습니다. 특히 비명계는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하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당의 대표를 체포하려는데 찬성한다는 것은 해당행위이며 상대당에 동조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2023년 9월 21에 있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결과 재석 295명에 찬성 149명 반대 136명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이때문에 이 대표는 구속 전 피의자신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민주당내 이탈표는 39명으로 추정됩니다. 일개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대부분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데 반해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입니다.
당시 이 상황을 스포츠에 비교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축구국가대표팀에 뽑혔지만 능력부족으로 주전으로 뛰지못하게 되자 벤치에 앉아 자신의 팀 감독을 욕하고 상대방 팀을 응원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체포되고 제거되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졌습니다. 그들의 행동에는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에서 비명계는 엄청난 비판과 저항의 몸짓을 드러냈습니다. 당 대표에 대한 험담과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일부 불만세력은 당을 떠났습니다. 용감하게 탈당도 못한 세력은 숨어서 민주당과 당대표에 대한 불만을 여러각도에서 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어 치뤄진 2024년 4월 총선에서 이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 민주당은 그야말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도처에 깔린 지뢰밭속에서도 대단한 여소야대를 이뤘습니다. 민주당 불만세력들의 다양한 방해 언행속에서도 뚝심있게 추진한 물갈이 공천 덕분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을 탈당해 이런 저런 당을 만들 세력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신세가 됐습니다. 하지만 윤정권은 앞으로 3년이라는 집권기간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대통령 부인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부진과 회피에 따른 특검이 추진되고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권력자는 거부권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말마다 거리에 나온 민주시민들은 특검을 수용할 것과 자진 하야를 요구했지만 용산 진영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와 정의의 수레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반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비상계엄이 발령됐습니다. 몇시간만의 내란으로 인한 파장과 후유증은 실로 한반도 역사이래 최대였습니다. 국회에서 탄핵되고 권력자는 체포 구속됐고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결정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한국 정계는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합니다. 그런데 아주 요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당을 탈당해 새로운 당을 만든 세력들이 갑자기 민주당 대표를 향해 총질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모 지자체 장을 지낸 모 인사는 구속에서 풀려나자 민주당에 지분을 요구하는 듯한 언행을 시작합니다. 전 대통령이라는 인물도 가세합니다. 두루두루 인재를 품으라, 협치하라고 하는 말속에는 자신의 옛 부하들을 기용해 한 자리 주기 바란다는 말로 읽혀집니다. 탈당하지 않고 민주당에 숨어 있던 세력들은 이때다라면서 돌출행동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할 말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민주당 상황을 몸으로 처리하고 행동으로 해법을 강구해 낸 현 민주당 주축세력앞에 할 행동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힘들게 총선을 치르고 결과적으로 조기 대선의 물꼬를 만들었던 민주당 핵심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촛불혁명의 기억을 더듬어 뭔가 새로운 국면에서 한자리 차지해 볼까 하는 심정이라면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2017년부터 5년동안 민주당을 주름잡은 물길은 이제 흘러흘러 아마도 바다로 흡수됐을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을 이끄는 물줄기는 새로운 물줄기입니다. 험한 정치 판세속에서도 조금씩 모이고 정화되고 이룬 새로운 물길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의 물레방아는 이 물길이 돌리는 것입니다. 이미 흘러도 한참 흘러간 그 앞물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물은 뒷물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물이 꺼꾸로 흐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흘러간 물길을 되돌려 다시 물레방아를 돌리려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넌센스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 이뤄지지 않습니다. 아니 방법은 있습니다. 그 달콤한 권력욕이 다시 발동되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 새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전임 대통령도 고문으로 모시고 흩어졌던 동지들을 규합해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이 당연히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소속이지만 언제든지 떠날 그런 세력들도 데리고 나가면 됩니다.지금 민주당에 몰려가 이런 저런 허울뿐인 지적과 훈수를 두지 말고 새롭게 시작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새로운 그들만의 물줄기로 자신들의 물레방아를 돌리기 바랍니다.
또한 지금은 전시체제입니다. 계엄령으로 촉발할 상황속에 한시앞을 판단할 수 없는 시점입니다.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들고 극단적인 주장에 합류하는 세력 또한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그들중 일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살벌한 주장속에 지금이 남북대치로 인한 전시체제보다 극우적 극단주의로 인한 전시체제로 읽혀집니다. 아마도 헌재의 결정이후에도 혼란은 계속되고 그런 혼란속에 대선은 치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진영은 더욱 공고히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시에 대비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옛 세력들은 지금 판단해야 합니다. 이 전시속에 자신들의 위치가 어디인지 말입니다. 민주당에 잔류에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미래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을 나가 새로운 당에 합류해 새로운 앞길을 강구할 것인가 말입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선택입니다. 제발 그동안 힘든 과정속에 이뤄진 팀웍을 깨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제 그런 주장에 귀기울 민주당 지지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합니다. 앞물이 뒷물을 이기는 법이 없고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는 진리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를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신의 자리챙기기가 아닌 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희구하는 세력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2025년 2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