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식목일… 식물 키우기 ‘꿀팁’
영국의 과학자 스티븐 태커러리(Stephen Thackerary) 박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봄을 관찰했다. 언제 새잎이 나왔는지, 언제 특정 새가 둥우리를 만드는지, 언제 연못에 플랑크톤이 끼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영국의 봄이 1970년대와 비교해 11일이 빨라졌고 점점 봄의 시작이 급격히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에서 전문가들이 4월 5일 식목일을 이제는 열흘 정도는 앞당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봄이 이렇게 빨리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뜨거워져 빨리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1970년대를 살았던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고, 짧은 봄을 맞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안타까운 봄을 우리 곁에 좀 더 붙들어 둘 방법은 없을까?
실내에서도 키우기 쉬운 알뿌리식물, 씨 맺기 전 꽃대 잘라야
봄을 대표하는 식물은 참 많다.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도니스는 이미 꽃을 피웠고, 산속의 수많은 야생화도 꽃을 피우는 중이다. 그러나 식물 시장에서 만나는 봄은 역시 알뿌리식물이다. 수선화, 크로코스, 히야신스, 튤립 등. 이들은 상당히 진화된 종으로 알뿌리 안에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씨를 맺을 때까지 최소한의 영양분을 이미 지닌 셈이다. 물주기를 잊어도 햇볕의 양이 모자라도 어떻게든 씨를 맺을 때까지는 버텨낸다. 이 진화 덕분에 바깥이 아닌 실내에서도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
그런데 꽃이 진 후가 중요하다. 영양분을 다 쓴 까닭에 이때부터는 잎을 통해 광합성작용을 해 알뿌리를 회복시켜야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다. 실내에서 꽃을 잘 관상했다면 씨를 맺지 않도록 꽃대를 잘라주자. 씨를 맺는 데 지나친 영양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밖으로 옮겨 잎이 스스로 누렇게 될 때까지 충분히 빛을 보여주면 된다.
진달래, 개나리는 3~4년에 한 번씩 분갈이 필수
식물학명으로 다프네라고 불리는 관목, 우리나라가 자생지인 히어리, 익숙한 진달래와 개나리도 봄의 식물이다. 이런 관목은 큰 나무에 비해 화분 속에서도 베란다 조건이라면 충분히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다. 우선 화분을 준비하자. 화분은 나중에 클 것을 대비해 큰 게 좋긴 하지만 큰 화분에 작은 나무는 비례가 깨져 자칫 식물이 왜소해 보인다. 식물 크기에 적당한 화분을 골라주고, 3~4년에 한 번씩 화분을 한 치수 정도 크게 바꿔주는 것이 요령이다.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에게 화분 갈이는 매우 중요하다. 땅으로 뿌리가 뻗어갈 수 없기 때문에 화분 갈이를 해서 새로운 원예상토를 공급받아 영양분으로 써야 한다. 화분을 지속적으로 더 크게 바꿀 수 없다면 뿌리를 꺼내 가장자리를 잘라주면 된다. 이때 잘라낸 뿌리만큼 위의 가지와 잎도 동시에 잘라줘야 한다. 뿌리의 손상이 일어난 상황에서 위의 잎이 그대로 기공을 통해 물을 배출하면 화분 갈이를 한 뒤에 잎이 마르고 심할 경우는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엽식물은 침실·거실, 다육은 햇볕 잘 드는 거실창 앞 배치
즐거운 일은 최근 실내 식물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내 식물은 실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식물로 주로 열대우림 기후 속에서 자라는 종이 많다. 큰 잎을 지니고 있어서 ‘잎을 보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관엽식물(觀葉植物)’이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실내에서 생존이 가능한 식물군으로 선인장이 포함돼 있는 다육식물도 있다. 주의할 점은 다육식물은 사막에서 자라는 종이어서 습기가 많은 열대우림 식물인 관엽식물과는 성장 조건이 매우 다르다. 다육식물은 메마름을 잘 견디는 대신 햇볕의 양이 중요하다. 관엽식물은 햇볕의 양보다는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하고 잎을 깨끗하게 닦아줘 광합성작용을 돕는 것이 좋다. 위치도 관엽은 다소 어둡더라도 잘 자라기 때문에 침실이나 채광이 떨어지는 거실에, 다육은 햇볕 쏟아지는 거실창 앞에 두기에 적합하다.
틸란드시아군으로 통칭되는, 공기 중에 뿌리를 노출하고 사는 ‘에어 플랜트(air plant)’도 실내 식물로 최근 인기다. 낚싯줄에 엮어 매달거나 액자와 같은 틀에 넣어 키우기도 한다. 물 주기는 분무기로 잎을 적셔 주면 되는데 더 확실한 방법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에 푹 담갔다가 다시 매달아주면 된다. 햇볕을 좋아하기 때문에 침실보다는 거실이 적합하다.
최근 유럽에서는 그린(green) 인테리어가 활발하다. 가정집보다 먼저 상업 공간인 카페, 옷가게, 생활용품점 등에서 식물을 앞다퉈 인테리어에 활용했고, 이 추세가 가정집으로까지 급속히 확장되는 중이다.
도시화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정원을 잃어가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실내 식물의 발견이 그러하듯 정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환경 속에서 진화 중이기도 하다. 요즘 꽃 시장에 나가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다양한 식물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라지고 있는 봄을 조금이라도 우리 곁에 붙잡아 둘 방법을 찾아보자. 이 식물들이 분명 미세 먼지와 황사에 갇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