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우연한 기회로 마이크를 잡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당시만해도 관심가진 이 별로 없던 축구였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내겐
그 즐거움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떨리고 신기할 따름.
지하철 정액권 한 장을 쥐어줄만큼 자상하던
조민호 아나운서와
넥타이를 손수 고쳐 매어주던 김관호 피디로부터
방송의 시작을 배웠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SBS축구채널은
그렇게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내 나이, 스물 여섯의 가을.
2001/2002 시즌은 KBS SKY였다.
지금은 KBS N SPORTS로 이름이 바뀐 그 곳에서
또 한 해, 프리미어리그를 외쳤다.
MBC-ESPN에서 EPL을 시작한 건
2002/2003 시즌 도중.
'바른발' 임주완 캐스터의 열정이 놀랍던 그 무렵,
신승대 캐스터를 처음 만났더랬다.
내 나이 스물 여덟의 겨울.
2003년 여름에 떠난 유학은 2004년 가을에야 끝났고,
2004/2005 시즌의 마이크는 KBS SKY에서 잡았다.
다시 만난 조민호 선배의 목청은 여전히 시원했고
덕분에 모처럼 잡은 마이크가 낯설지 않았다.
조민호-신지연-김대길 세 분과 '사커플러스'를 진행하던 이 때가
어쩌면 EPL과 관련된 일을 가장 즐기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관호 선배의 태국 음악 시그널이 흥겨웁던 그 때.
2005년은 꽤나 번잡하였다.
늦겨울에 시작된 <사커플러스>는 힘들지만 행복했고
여름부터 만난 <비바K리그>는 낯설지만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백피디의 열정과 이재후 아나운서의 배려, 이용수 교수의 아우라는
짧은 경험만으로도 강렬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EPL 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소속의 정리를 요하는 상황이 닥치자 혼란에 빠졌다.
KBS와의 인연은 그렇게 마무리 되고
2005/2006 시즌의 EPL은 다시 MBC-ESPN으로 이어진다.
박지성의 활약과 함께 EPL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중계는 더 이상 재미있는 일에 머물지 않았다.
이영표와 설기현의 진입으로 더욱 폭넓어진 EPL의 반향은
계속된 2006/2007 시즌과 2007/2008 시즌의 MBC-ESPN을
단숨에 과로의 바다로 내몰았다.
여러 명의 해설자와, 제한된 수의 캐스터와 피디들은
그렇게 수 많은 밤을 지새며 끊임없이 새벽 공기를 갈랐다.
새벽녘에 분장실 한켠에서 옷을 갈아 입으며
앞뒷경기의 하이라이트를 혀끝으로 풀어놓던
다 큰 남정네들의 기묘한 시퀀스는,
EPL이 MBC-ESPN을 놓아버린 지금에선
언제 다시 재현될 지 모를 추억이 되어버렸다.
서른 다섯 한여름에 돌아보니
근 10년의 낮과 밤엔 늘 EPL이 있었다.
시청자로의 기억이 시작된 이래
카메라 앞이 아닌 TV 앞에서 편한 차림으로 EPL을 만나는 건
영국 시절을 제외하면 거의 처음있는 일인지라
개막이 코 앞에 닥친 지금엔 뭔가 잃어버린 듯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이 길고도 쓸데 없는 글 역시도
그러한 허전함의 발로일 뿐.
이피엘과의 기약 없는 작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젠 너를 남들처럼 멀리서 바라볼 뿐
내 입술로 전할 수 없게 된 현실이 신기할 따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언제나처럼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길 바란다.
소 롱, 이피엘.
2009년 8월 14일
2009/2010 시즌 D-1의 새벽

아니면 임대라도..ㅠㅠ
너무 아쉽네요. 이런일이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는데...
espn 환상라인이 막을 내리는구나 어흥어흥 컹컹ㅠ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슬퍼
흑흑...슬프네요 서형욱위원 ㅠㅠ 일단 저작권으로 신고좀할게요 ㅠ.ㅠ
? 뭐하자는거야
서형욱 위원 너무 좋았는데 ㅠㅠㅠ
제일 좋았는데...ㅠㅠ 내년에 꼭 다시 할 수 있기를 ㅠㅠ
진짜 어색한 중계와 epl을 함께해야하다니,,,익숙한 목소리가 아니면 시청또한 갑갑할꺼같은데,,,서형욱위원이 목소리는 작았지만 나름 쉽게,,가볍게 해설해줄때가 좋았다는,,내년에 꼬옥 다시 만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