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노동계 ‘여름 투쟁’… 경제위기 속 커지는 ‘하투 리스크’
현대차노조 파업 결의… 민노총 5만명 도심시위… 금속노조 총파업 예고
현대차노조 파업땐 4년만에 분규, 한노총-민노총 노조 잇단 쟁의
尹정부-노동계 ‘주도권 다툼’ 맞물려 하반기 내내 노사정 갈등 우려
민노총 대규모 집회… 주말 서울 도심 극심한 교통체증 2일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차도를 점거한 채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4만9000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집회로 인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동안 서울 도심 일대 도로가 통제되는 등 교통 불편이 발생했다. 김동주 기자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노동계의 여름 투쟁인 ‘하투(夏鬪)’가 본격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임금 인상 요구가 최근 분출한 데다 새 정부 출범 후 노정 간의 ‘주도권 다툼’ 등이 맞물리면서 하반기(7∼12월) 내내 노사정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서울 도심서 4만9000명 집회
“노조 탄압 중단하라!” “생존권을 쟁취하자!”
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는 ‘물가폭등 못살겠다’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대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이날 민노총이 주최한 ‘7·2 전국노동자대회’에는 경찰 측 추산 4만9000명이 모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도심 대규모 집회다. 시위대가 왕복 8차로 중 6차로를 점거해 자동차들은 나머지 2개 차로에서 거북이걸음을 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 1만7000명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행진했다. 서울경찰청은 대통령 집무실 앞 행진을 금지했지만 1일 서울행정법원은 ‘행진 인원 3만 명 이내, 버스 전용차로 침범 금지, 오후 6시 반 이전 해산’ 등의 조건을 달아 허가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재벌 부자들 편에서 노동자와 민중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며 “경고가 쌓이면 다음은 퇴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와 행진으로 차량 운전자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나모 씨(70·서울 종로구)는 “시청에서 은평구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시위 때문에 버스가 운행되지 않았다”며 “불편한 다리로 남대문시장까지 걸어가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 본격화된 노동계 ‘여름 투쟁’
이번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하반기 노사정 갈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단일 사업장 노조로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1일 조합원 71.80%의 찬성으로 파업 가결했다. 임금협상 난항 등이 이유다. 실제 파업에 나선다면 2018년 이후 4년 만의 파업이 된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2019년 이후 무분규 임금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주요 기업 역시 최근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협의회를 통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노조와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한국GM도 여전히 노조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조는 1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3일 가까스로 운송료 인상에 합의했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상급단체 차원의 총파업도 예고됐다. 이달 중순 금속노조, 8월 15일 민노총이 각각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친기업 정책 추진 등이 이유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번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노사 양측의 임금협상 여지가 크지 않은 데다 정부 역시 노동 개혁 등을 예고하면서 양측의 중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새 정부 출범 후 노조의 ‘주도권 잡기’ 차원의 대규모 파업도 우려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공공부문과 노동 개혁 등이 장기적으로 노동계와의 대화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노동계를 설득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송진호 기자, 정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