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동안의 연휴가 끝났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방학 이후로 최장 손놓고 넋놓고 마음마저 흘려 보낼 수 있는 기간..
아니...아니아니 그러고 보니 50살 되던 해에
일본으로 요트가지러 갔다가 동경만에서 좌초당해
억류아닌 억류생활을 하느라 10일 이상 농땡이 쳤던 날도 있었네요.
파란만장, 칼라풀, 액티브, 스릴, 서스펜션한 내 인생....ㅡ,.ㅡ;;;
미리 목표를 세웠습니다.
1. 일본가서 이쁜 차 모셔오기
2. 추레라 위에 캠프 꾸미기
3. 유니목 수리완료하기
4. 이쁜 아줌마 전원주택 수리해주기
1번을 위해 국제면허증을 만드느라 여권사진도 찍고,
한 시간 거리 나주면허시험장도 가고~ 발급수수료 8,500원도 냈습니다.
엔화는 당연히 필요할 터이니까 엔화도 바꾸고
딸라돈도 필요할 듯 해서 환전해 두었지요.
외국돈을 찍을 때에 펼쳐서 찍으면 뭔가가 있어 보이던 전문가들의 사진과 달리
왜 제가 펼쳐놓고 찍으면 없어 보이는지.....
제가 사고 싶던 다이하츠 코펜을 경매사이트에서 점찍어 두고
경매 마지막 날을 기다렸습니다.
마지막 시간 전에 경매응찰해 봐야 괜히 헛힘 쓰는 격이 되거든요.
그런데 왠걸??
오사카에 가서 경락받은 자동차를 받아 오려고 했는데
오사카로 가는 배편은 10월 10일....그러니까 연휴가 다 끝난 오늘자에나 좌석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1번 목표는 그냥 꽝이지......
그러면 1번은 제끼고 2번!!!
추레라를 설치할 곳입니다.
도로 바로 옆이라 환경은 꽝이지만
이런 저런 작업이나 비어클....바퀴달린 것 주차해 놓고 관리하기 좋은 곳입니다.
바닥용으로 사용할 수입기계 포장재를 한 차 실어왔습니다.
요리조리 따지고 요모조모 재서 박스형 거주사무실의 틀을 구성할 각파이프, C형강도 구입하고
부지 한 켠에 방치되어 있는 제 추레라도 잠을 깨우고
잡철...그러니깐 인테리어 작업하는 이에게서 저~~렴하게 창호도 구해서 부리고
창호자재 뒤켠으로 베이스로 이용할 추레라가 보입니다.
그런데....추레라를 현장에 갖다두고 자재를 옮기다 보니 연휴 9일째가 지나버렸습니다.
아차...유니목 수리가 더 급합니다.
작년에도 수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두고 검사를 받지 않아 과태료를 거의 50만원을 물었거든요.
연휴 마지막날....그러니깐 세종대왕님 덕분에 편히 쉬는 어제는 다른 일 다 제끼고
유니목이 방치되어 있는 임야로 출동했습니다.
굴삭기 모듈을 유니목에 부착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모듈의 위치가 좋지 않아 바를 연결해서 모듈을 끌어 당겼습니다.
유니목이 4톤, 모듈이 2.5톤인데 유니목이 모듈을 못끌어 당깁니다.
할 수 없이 잡아채기 전법을 구사했습니다.
뒤로 갔다가 이빠시 속력을 내어 잡아 채고
또다시 뒤로 갔다 속도를 내어 잡아 당기고....
꼼수를 부려 모듈을 적당한 위치에 모신 것이 위 사진입니다.
도우미 한 사람만 있으면 그저 넉넉잡고 1시간이면 끝날 일을....
혼자서 하다 보니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높고 높은 운전대에서 뛰어 내렸다 기어 올랐다를 반복했습니다.
뛰어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무릎에 통증이 생겼습니다.
위대해라 도꼬다이 정신이여~~
아주 몸을 망치는 도꼬다이 작업이여~~
저라고 혼자서 하려고 했겠습니까?
도우미를 구하기가 어렵고 쓸만한 사람은 일나갔고 일할 시간이 있는 사람은 기술이 눈에 차지 않고...
차라리 장비를 불러야 하는데...
그 또한 여의치가 않고
을매나 이 작업이 깝깝스런 일인지 보여드리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냥 까맣게만 나오네요.
대충 눈으로 보면 모듈과 유니목 본체가 접합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한 차이로 인해서 접합이 안됩니다.
이럴 때는 1mm, 1mm 정도의 움직임으로 조정을 해야 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실제해보면 또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왜 안되는지를 알기 전에는 무지 어렵지요.
모듈 합체 완료!!!
이제 모듈의 다리 두 개를 유니목 본체에 접합하면 완료됩니다.
기분 한참 들떠서
배고픈 것도 잊고
목마른 것도 참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새는 소리...
위의 호스 연결부분이 터져서 에어가 다 날아가 버린겁니다.
에어가 새고 나니 유압부분이 전혀 구동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니목 수리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정도는 어선 수리에 허비했습니다.
위의 사진을 찍을 때에 바닥 수리를 했었는데
영감탱이 오줌처럼 질질 새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연휴기간에 나름 FRP작업을 했음에도
어제 목포의 아우가 현장을 확인하고서.....할마씨 요실금처럼 샌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요실금인든 오줌빨이든 물빛은 선실 내에 비치면 안됩니다.
주말에나 다시 작업을 해야 할 듯 싶습니다.
이쁜 아줌마네 전원주택 수리요?
이쁜 아줌마 눈이 높아서 자재를 고급으로 사용하라는 분부를 받고
건축자재 백화점에 가서 해당 자재를 확인하니
주문생산이라 주문하고 3일 후에 납품이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아예 초기에 버킷리스트에서 뺐습니다.
연휴가 끝났습니다.
어제 뒤집어쓴 유압유 덕분인지 얼굴과 머리가 간간히 가렵고
몸은 여기저기 무겁습니다.
버킷리스트 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습니다.
목표 세울 때의 설렘과 행복감이 전부인 듯 합니다.
자문해 봅니다.
'왜 이렇게 살아?'
일 중독인 듯 싶습니다.
노가다를 하고 나면 희열이 온 몸에 가득차는데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지내고 나면 불안하고 초조해 집니다.
하품하며 먼산보는 순간도 인생이고
스패너 잡고 너트 조이는 순간도 인생입니다.
해병대 선배께서 톡으로 충고하더군요.
'일을 줄여...이제 일을 줄여가야 할 시기야'
맞는 말씀입니다.
일을 줄이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잔머리를 굴려 봐야 겠습니다.
병상에 계시며 건강할 날을 꿈꾸는 분들이나
저보다 더 힘들게 사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제 노가다야 말로 한갓진 놀음이겠지요.
예...건강과 평온, 평정의 날이 최고의 낙입니다. 건강들 하십셔!!
첫댓글 연휴 바쁘셨네요!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드라도 하루하루
소중하고 즐기면서 살면 좋겠읍니다.
긴연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수고하셨읍니다.^^
예...시간은 살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또 느꼈습니다.
천선장님은 연휴기간 뭘 하시며 지내셨남요?
요트는 여전히 목포마리나에 있지요?
아카니토 선저도색 완료하고(목포에 있음) 세미나 세일수리등으로 나머지 연휴
다썼음니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시는 선장님도 계시군요.
그저 열정이 부럽습니다.
허리조심하세요~~~~^^
허리허리허리허리~~ 남자는 허리~~
으....정확한 뽀인트를 짚어내시네요.
허리 안좋아요.
근디요. 일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자세가 허리에 굉장히 부정적이에요.
특히나 물건 쌓아 놓고 그 사이를 피해가는 자세....
치명적인 듯 싶습니다.
당장 집안 대청소부터 하려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굳세게 마음먹고 있습니다.
배려에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