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여기는 아미코」로 [제26회 다자이 오사무상]과 [제24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생애 첫 소설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을 두 개나 석권한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수상 기록은 물론, 담담한 문체에서 우러나오는 짙은 서정과 여운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본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작가는 수상 후 앞으로 무언가를 쓰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말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뷔작 발표 후 약 6년간 작품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우려를 낳았으나 2016년 여름, 신작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곧바로 아쿠타가와상의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여기는 아미코』는 이처럼 긴 공백을 숨죽여 기다리게 한 화제의 데뷔작 「여기는 아미코」를 비롯 총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매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행보에 한국 독자들 또한 주목할 때가 되었다.
다자이상은 50년 전부터 위대한 작가들을 다수 배출해온 일본문학 최고의 신인상이며 미시마상은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갖춘 소설에 수여되는 상이다. 다자이상의 대표적인 수상자로는 『환상의 빛』, 『금수』 등 서정성 짙은 작품으로 사랑 받고 있는 미야모토 테루가 있고, 미시마상 수상자로는 최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가 있다. 『여기는 아미코』는 미야모토 테루와 같은 풍부한 서정성과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에서 보이는 남다른 시각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 평가 받는다. 심사위원단의 유례없는 찬사이다. 또한 이는 작가의 시작점이자, 차기작 집필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작가의 세계를 한껏 녹여낸 상징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는 아미코」는 순수한 소녀 아미코의 눈에 비친 세상을 선명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 후 독자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담담하지만 또렷한 색채를 가진 문체와 깊은 여운이 그간 스테디셀러 『창가의 토토』와 『박사가 사랑한 수식』 등과 같은 작품을 애독했던 일본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창가의 토토』에 토토가 있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박사님이 있다면 『여기는 아미코』에는 ‘아미코’가 있다.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두 사람처럼 아미코 또한 모자란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인을 사로잡은 토토 못지않게 사랑스럽고, 괴팍한 듯하지만 다정한 박사님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그녀의 모습과 행동, 목소리, 그리고 체취마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렇게 강렬하게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등장인물은 처음이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저자 오가와 요코는 아미코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미코’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소녀이다. 그녀는 가족들과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순수한 아미코의 악의 없는 마음은 좀처럼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 결과 누군가는 상처받고 그녀는 소중한 앞니를 잃는다. 이 크고 작은 비극들은 담담한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찌르는 듯한 강렬한 감정을 유발한다. 평범한 사람들 또한 일상 속에서 수많은 오해와 어긋남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아미코에게 진심을 보이는 아주 사소한 장면들에서조차 독자는 걷잡을 수 없이 큰 감동을 느낀다.
이 책에 수록된 두 개의 단편 「소풍」과 「치즈 씨」 또한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비키니 차림에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술집에서 일하게 된 여자가 인기 개그맨과 사귄다고 밝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소풍」과, 치매 노인인 ‘치즈’ 씨를 친구처럼 여기는 한 아이에 관한 짧은 이야기 「치즈 씨」.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동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석하든 작품 속에는 왠지 모를 가슴 먹먹함이 있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다.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며 울고 웃는다. 이 세 편의 이야기들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자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독자로 하여금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사키가 “이, 해 봐.”라고 하면 이, 하고 보여 주었다. 입을 옆으로 길게 벌리면 사키는 안을 들여다보았고 아미코의 깜깜한 동굴을 마음에 들어 했다. 아미코는 앞니가 세 개 없었다. 정확히 말해서 아미코 쪽에서 보면 가운데 두 이 중에 왼쪽 이와 그 왼쪽 이, 그리고 다음 왼쪽 이였다. 처음에 그것을 발견했을 때 사키는 “우와.” 하며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 댔다. --- p.13
조금 열려 있던 유리문이 덜커덕덜커덕 삐걱거렸다. 방충망 새로 들어온 저녁 무렵의 잔잔한 바람이 지는 햇빛에 반짝이는 남자아이의 앞 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노란 알갱이를 아작아작 깨무는 소리가 아미코의 귓속에 크게 울렸다. --- p.18
오빠는 시선을 내리깐 채 아미코의 옆을 지나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더니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오른손은 무전기를 쥔 채였다.
아미코 혼자 남겨진 복도는 무겁고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집 안인데도 입김이 나왔다. 지직, 삐이, 캬가, 삐삐. 아미코의 주변만 무전기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 p.42
아미코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학교에서, 길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런 얼굴들이 자신을 바라봤던 것일까. 지금 아버지는 화가 난 것이다. 아미코는 아버지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어째서 화를 내는 것일까. 아버지는 남동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어서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한 걸음 디뎌 버렸다. 아버지는 이 방을 나가려 하고 있었다. --- p.93
파괴력을 가진 것은 아미코의 말뿐이었다. 아미코의 말이 노리를 때렸고 마찬가지로 아미코의 말만이 아미코를 공격했다. 좋아하잖아, 소리를 지를 때마다 아미코의 마음은 속절없이 부서졌다. 좋아하잖아, 좋아하잖아, 좋아하잖아, 좋아하…… 노리의 눈동자가 새빨갛게 끓어오르더니 주먹으로 아미코의 얼굴을 쳤다. 그때 아미코는 겨우 한숨 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4~105
천둥 같은 울림이 방바닥에 전해지면서 파직,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장지문이 열렸다. 올려다보니 거기엔 사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입을 딱 벌린 아미코를 향해 장승처럼 서 있는 사람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서 방으로 들어왔다.
서로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아미코도 알고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한데 어울릴 수 없었다. 겨울 햇볕에 반짝반짝 춤추며 날아오르는 먼지 속에서 제일 강한 동물의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사람은 다나카 선배였다. --- p.114-115
나나세 씨의 두 손은 진흙으로 시커멓게 더러워져 있었다. 대표로 한 명이 일어나 약 2미터 떨어진 곳에서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나나세 씨를 향해 땅콩 한 알을 아래에서 위로 높이 던졌다. 땅콩은 공중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나나세 씨의 뺨에 맞은 후 물에 빠졌다. 두 번째 던진 땅콩은 이마에, 세 번째는 코에 맞았다. 네 번 만에 겨우 빨려 들어가듯 커다란 입 속으로 떨어졌다.
아작아작 땅콩을 씹으며 나나세 씨는 말했다.
“음, 맛있다.” --- p.159
수면을 스친 뜰채의 바닥에는 물기를 머금은 쌀밥 덩어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채소 껍질이 떠내려왔다. 오렌지 껍질은 나나세 씨 쪽이 아닌 반대쪽 수로변으로 떠내려 왔다. 확실히 낚아채기 위해 나나세 씨는 몸을 숙인 자세에서 갑자기 점프했다. 허공을 가로질러 루미와 그녀들 눈앞에 착지한 순간, 뜰채 안에는 이미 껍질이 들어 있었다. 모두들 그녀의 훌륭한 솜씨에 놀라고 말았다. 쓸데없는 몸놀림은 하나도 없었다. 자연스레 박수가 터져 나왔다.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