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장,
유기영과 김영아는 마음이 푸근해진다.
정만의 결혼으로 모든 것에 자신감이 더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자식들이 하나하나 제 각각의 짝을 찾아 안정이 되어가는 것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해 주면서 키우지 못한 자식들이다.
먹을 것 하나 마음 놓고 먹이지도 못하고 입을 것 또한 좋은 옷을 입혀보지 못하고 키운 자식들이다.
남들처럼 공부를 하라고 성화를 부려 본 적도 없다.
학원도 남들이 모두 보낸다는 과외공부도 시켜 본 적이 없다.
지독한 가난을 면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새벽잠을 잊고 살아온 세월이다.
어떻게 하든 자식들의 배를 주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 부부는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었던가?
새벽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설 때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힘과 용기를 주며 자식들이 배고픔에 허덕이게 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다시 기운을 내곤 했다.
유영기는 아내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신을 만나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편안하게 살아보지 못한 아내다.
힘들고 그 숫한 고생을 하면서도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인내하며 살아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고 미안스럽다.
큰아들 정우로 인해서 늘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안타깝다.
들어 내 놓고 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깊은 한숨으로 정우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심한 통증이 일어나곤 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더 생각이 나는 큰아들이다.
명절이면 더욱 간절해지는 큰아들이다.
큰아들의 생일이면 더욱 가슴아파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유영기는 더욱 아내에게 많은 신경을 쓴다.
이젠 돈이 궁하지도 않다.
장사는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 시장 내에서도 장사가 아주 잘 되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식들 또한 생각보다 잘 뻗어나가고 자신들의 앞날을 빈틈없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 든든하기만 하다.
정민이 역시 방송국에서 자리를 잡아 뉴스 앵커로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정민이의 성품은 매우 차갑다.
냉정하고 이지적인 정민이는 수많은 프로포즈에도 눈 하나 까닭 하지 않고 마음을 냉정하게 가지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유정민은 더욱 수많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방송국의 여자 아나운서와 연예인들이 큰 관심을 모으며 유정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신경들을 쓴다.
정민은 그런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자신의 집안이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알면 모두가 떠날 여자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유정민이다.
여자로 인해서 가슴 아픈 일을 당하기 싫다.
또한 정민의 자존심으로 자신의 집안을 알고 나서 떠날 여자들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신경을 쓸 일이 없다.
정민은 늘 앞만 보고 달린다.
언제나 공부하는 자세로 책을 늘 가까이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본다.
그런 정민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대단한 관심거리가 된다.
정민의 외모에 작가들이나 감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나운서가 아니라 연기를 하는 연예인이 된다면 분명히 많은 인기를 독차지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들이다.
그러나 정민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정민은 뉴스 앵커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정확한 발음과 외모가 시청률을 높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만이 형의 결혼으로 정민 또한 자신의 결혼을 잠시 생각해 본다.
그러나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
조금은 천천히 결혼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다른 무엇보다 부모님을 위해서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 남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동안 자신의 저축액과 자신이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생각해본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민은 시간을 내서 집값을 알아보러 다닌다.
이제 가족이라고는 동생인 정길과 살림을 맡아서 해 나가고 있는 여동생 정선과 부모님이다.
모두 다섯 명이 가족의 전부인 것이다.
중심지로는 어림없는 일이지만 중심가를 조금 벗어난 곳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알아본 정민은 부모님과 상의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정민은 이제 새벽뉴스에서 벗어나 아침이면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다.
늦게 들어오시는 부모님을 기다린다.
언제나 늦은 시간에 귀가를 하시는 부모님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이제는 조금은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가시게 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으로는 조금은 벅차다는 생각을 한다.
집이라도 내 집을 마련해 드린다면 마음이나마 조금은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을 기다린다.
열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들어오시는 부모님이다.
정민은 부모님이 들어오시는 소리를 듣자 방에서 나간다.
“어?
너 왜 아직 안 자고 있었어?“
김영아는 들어서면서 정민을 보자 놀라며 묻는다.
늘 바쁜 아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집을 나서야 했던 아들이다.
그런 정민이를 보면 대견스러우면서도 늘 마음이 안쓰럽다.
젊으나 젊은 것이 얼마나 잠이 모자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새벽뉴스를 바라보며 행여 졸지나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이제 오십니까?”
정민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언제 보아도 참으로 자랑스러운 부모님이시다.
늘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민이다.
“왜 안자고?”
“아버지와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김영아는 또 정민이 결혼을 하겠다는 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아들을 올려다본다.
이젠 키가 큰 아들들을 볼 때는 올려다봐야만 한다.
“상의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너도 장가를 가겠다는 말이냐?”
유영기가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아들을 바라본다.
“아닙니다.”
마침 정선이 차를 내 온다.
늘 부모님을 위해서 마련된 인삼차다.
정성을 다해서 인삼을 다려서 꿀을 넣고 집에 귀가를 하시면 드리곤 한다.
“오빠도 차 한 잔 하세요.”
“너도 한 잔 마셔라.
어서 네 것도 한 잔 가져오너라!
그리고 정길이도 나오라고 해라!“
김영아는 모처럼 자식들과 함께 차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정길이 오빠는 지금 작업을 하느라고 방해를 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이번에는 좋은 작품으로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구나!“
늘 작품을 쓰면서도 빛을 보지 못하는 막내아들이 안쓰럽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언제나 집안에서 생활을 하는 막내아들이다.
무언가를 쓰고는 있지만 그것이 뭔지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무언가를 쓰고 있는 막내아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선이 자신의 차를 가지고 오자 잠시 차 맛을 음미한다.
집에 들어와 인삼차를 마시는 이 시간이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모든 것을 세심하게 해 나가는 막내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 그리고 엄마!
우리 집을 마련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집?
집을 사자는 말이냐?“
유영기의 반응이다.
“네!
이제는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제 나름대로 저축한 돈과 회사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 전세 돈을 합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참으로 대견한 생각을 했다.
허지만 정민아!
그것은 네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년이면 새로운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게 된다.“
“네?”
“우리가 그동안 아파트를 신청해 놓고 부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그 아파트가 내년 가을이면 입주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들들을 생각해서 오십 여 평짜리의 아파트를 분양했단다.
그러니 집 걱정을 하지 말고 너도 형들처럼 참한 색시 감을 데려와서 어서 결혼을 했으면 한다.“
”네, 그려셨군요.“
정민은 더욱 그런 부모님을 바라보며 감사한 생각을 갖는다.
“아직 좋아하는 여자 없니?”
김영아는 정민의 표정을 살피면서 묻는다.
“네, 아직은 없습니다.”
“이렇게 잘 생기고 유능한 우리 아들을 좋아하는 여자가 없다니 누가 믿겠을까 싶다.
정말 사귀는 여자가 없는 것이냐?“
”엄마!
저는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아닙니다.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제 일을 마음껏 하고 나서 결혼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결혼이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너무 늦으면 적당한 상대를 만날 수가 없다.
그러니 너무 늦지 않게 결혼을 했으면 한다.
네 형들처럼 너도 네가 사랑하는 여자만 데리고 온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환영하고 승낙을 한다.“
”네!
그런 여자가 생기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민은 가벼운 마음이 된다.
부모님께서 참으로 대단하신 일을 하신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평생을 시장바닥에서 장사를 하시면서 당신들의 건강도 생각지 않으시며 오직 자식들을 위해서 살아가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런 부모님을 무시하지 않고 존경하며 모실 수 있는 여자라야 결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정민이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수많은 여자들은 자신이 감당을 할 수 없다.
사치와 허영과 화려함에 빠져 있는 여자들이다.
자신처럼 가난을 모르며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들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정민은 고개를 흔든다.
지금 모습의 부모님을 사랑할 수 있는 여인이라 한다는 생각이다.
정민에게는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소중하다.
자신을 낳아서 모진 고생을 하시면서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이야 말로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할 수 있는 분이시다.
정민은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부모님을 닮아 자신의 일에서 가장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며 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유정민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봉우님!
별 일 없지요.
민족통일을 이룬 베트남의 행복한 모습들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추위에 건강하시길.....
봉우 언니 손목이 빨리 쾌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