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3 10:58 | 수정 : 2015.11.03 17:59
쌀쌀해진 날씨에 옷장 속 겨울옷을 꺼내야할 시기, 7조원 규모의 아웃도어 시장은 ‘다운 전쟁’을 치른다. 한 아웃도어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인 다운 판매 성적에 따라 1년 영업실적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겨울 각종 기능성 소재에 더 예쁘고 가벼워진 다운(down) 제품들. 다운이란 무엇이고, 어떤 다운을 골라야 할지 ‘다운의 모든 것’을 살펴보자.
다운이란 원래 '새의 솜털, 부드러운 털'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오리나 거위의 솜털, 깃털을 넣고 퀼팅(quilting)한 나일론지 등으로 만든 방한용 의류를 다운이라고 부른다. 디자인에 따라 파카·코트·패딩·재킷 등이 있고, 한벌에 주로 수십만원대이지만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도 많이 나온다.
아웃도어가 대세로 자리 잡은 2012년만 해도 다운이라며 하면 강력한 보온성을 앞세워 부피가 큰 '헤비 다운(Heavy down)’ 상품들이 대세였다. 의류에 사용된 털을 총량을 뜻하는 '우모량'이 보통 여성용 S사이즈 기준 300g 이상(남성용 L사이즈 기준 330g 이상)일 경우 헤비 다운으로 구분한다. 같은 사이즈를 기준으로 ‘미들 다운(Middle down)’은 남성용 190~210g, 여성용 220~240g, ‘라이트 다운(Light down)’은 남성용 190~210g, 여성용 140~150g 정도다. 대개 우모량 100g 이하를 ‘초경량 다운(Ultra light down)’으로 구분한다.
거위털과 오리털은 일반 화학솜보다 따뜻하고 복원력이 좋아 가격이 좀 더 비싼 편이다. 다운 속을 채우는 충전재로는 품질이 우수한 거위털을 사용한 '구스 다운'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2~3년 전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캐나다와 이탈리아 수입산 구스 다운이 한창 인기를 끌었다.
좋은 다운을 고르려면 기본적으로 '필파워(Fill Power)'와 '데니어(Denier)'를 확인해야 한다. 필파워란 한마디로 ‘옷 안감 속에 채워진 솜털의 복원력’을 뜻한다. 비교적 부피가 큰 아웃도어 의류를 압축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 입을 때 원래 모양으로 회복하는 정도를 가리는 척도이다. 1온스(28g)의 솜털을 실린더에 넣어 24시간 압축한 뒤, 압축을 풀었을 때 부풀어오르는 정도를 측정한다. 즉 필파워 수치가 높을수록 다운이 공기를 많이 품고 있어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필파워 600 이상은 고급, 800 이상은 최고급 다운 제품으로 분류한다. 참고로 히말라야 등반 때는 1000 필파워 이상이 보통이지만, 장기간 고산 등반을 위해 경량성을 더 고려해 필파워가 낮은 제품을 입기도 한다. 산악인들은 “필파워 1200짜리 다운 침낭은 보온 효과가 워낙 좋아 바깥기온이 영하 30~40도에 속옷만 입고 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데니어는 원단에 사용되는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데니어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실이 가늘고 밀도가 높을수록 원단의 촉감이 부드럽고 안감이 겉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1데니어는 원사 1g에서 실 9000m를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 9000m를 뽑는 원사 무게가 2g이면 2데니어, 10g이면 10데니어가 된다. 보통 20데니어 하면 경량, 10데니어 이하를 초경량 제품으로 구분한다.
심실링(seam sealing) 기법 여부도 확인하면 좋다. 심 실링이란 원단의 방수·방풍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늘구멍까지 최소화해 봉제선 사이의 작은 틈새까지 코팅 막으로 메워주는 기술을 뜻한다.
최근 다운 제품은 등산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보다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브랜드마다 깔끔한 디자인에 쾌적함을 더한 다운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고, 주요 부위별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2014년부터는 무게와 부피를 줄여 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초(超)경량 다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색상과 감각적인 디자인의 다운이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용 다운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퍼(Fur)'를 적용하거나 사파리 형태의 슬림핏 디자인의 다운 재킷이 나왔다. 헤비 다운도 무게와 부피를 줄여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게 대중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는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슬림하고 부드러운 외관에 세련된 색상으로 아웃도어용 뿐만 아니라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다운 제품이 시장의 주력 상품이다. 환절기에는 외투로, 한겨울에는 점퍼나 코트 안에 겹쳐 입는 이너웨어 개념의 경량 재킷도 많다. 올해는 특히 엉덩이를 덮는 '롱' 다운 제품이 많다.
다운은 보온성은 뛰어나지만, 습기에 약한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업체마다 자체 개발한 대체 소재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체온을 다시 반사해 내부 온도를 높이는 발열 기술, 정전기 억제 기능을 추가한 다운도 있다.
‘몽벨’은 올해 초경량 구스 다운 재킷 ‘UL1000 헥사’와 ‘UL1000’을 출시했다. 1000 필파워 폴라드산 구스 다운 충전재(남성용 90g, 여성용 75g)를 사용했다. 일본 토레이사의 7 데니어 초경량 나일론 원단을 재킷의 겉감과 안감에 모두 적용했다. 십자가 모양의 독특한 퀼팅에 세련된 색상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노스페이스’는 작년 천연 충전재의 단점을 보완한 보온 충전재 ‘VX(Vertical excellence)’를 사용한 다운을 선보이고 있다. 탁월한 보온성을 갖춘 아웃도어용 다운으로는 ‘맥머도 15 다운 파카’, ‘맥머도 다운 코트’ 등이 있다. 허리 라인이 슬림하고 디자인과 컬러가 심플해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코오롱스포츠’는 ‘주노’ 시리즈가 주력 상품이다. 겉감 소재와 디자인 디테일에 따라 ‘주노’, ‘주노 스탠다드’, ‘주노 프리미엄’, ‘주노 리미티드’ 4가지로 나뉜다. 코오롱이 개발한 안감 소재 ‘아토써모(Attothermo)’와 구스 다운 충전재, 시보리 디자인으로 보온성을 높였다. 짧은 길이감에 세련된 디자인을 강조했다.
‘라푸마’는 ‘프레시히트 노마드 다운 재킷’을 출시했다. 역시 구스 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하고 고어텍스 원단과 심 실링 기법, ‘써모트론(Thermotron)’ 발열 안감을 적용해 보온성과 쾌적함을 극대화했다. ‘블랙야크’는 신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옷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야크온H’ 다운 재킷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운을 잘 입으려면 보관과 관리도 중요하다. 다운은 입고 난 직후 바로 옷걸이에 거는 것보다는 먼지와 습기를 제거하고 바람을 통하게 해 냄새나 오염을 제거하고 보관해야 한다. 접어서 보관하는 것보다는 옷걸이에 걸어 둬야 부피감을 해치지 않는다. 신문지나 제습제를 같이 넣어 두는 것도 좋다.
오래전에 산 다운의 부피감이 줄었거나 옷 모양이 변했다면 둘둘 말린 신문지나 가벼운 막대로 다운 하반부에 뭉쳐 있던 털 을 살살 치면 된다. 다운 재킷은 드라이클리닝보다는 손목이나 목 등 때가 자주 타는 곳을 위주로 가끔 물세탁을 하는 게 좋다. 드라이클리닝은 솔벤트 성분이 깃털의 기름을 분해해 다운의 탄력과 복원력을 훼손한다. 대신 중성세제나 다운전용 세제를 사용해 오염된 부위를 가볍게 주물러 물세탁 한 뒤 가볍게 탈수해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서 충분히 말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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