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km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한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나는 불인 듯 물인 듯도 한 한 사랑을 침울히 생각는데
그 사랑을 다음 생까지 운구할 길 찾고 있는데
빨간 알몸을 내놓고
아이들은 한나절 물속에서 마음껏 불타네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저렇게 미치는 것이 옳겠지
저 물결 다 놓아 보내주고도 여전한 수량
테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 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저 찬란 아득히 흘러가서도 한사코 찬란이라면
빠져 죽는 타서 죽는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2008 노작문학상 수상작〉
-----------------
이영광 / 1967년 경북 의성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그늘과 사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