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법륜을 굴리다
제1절 삼칠일의 법열
1 부처님은 보리 나무 밑, 금강좌 위에서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정 속에서 미묘한 깨침의 세계, 끝없는 법열 속에 들어 계셨다. 모든 하늘과 천신들은 보배 일산ㆍ보배 꽃ㆍ상서 구름ㆍ꽃비로 하늘 가득 채우고, 끝없는 광명이 시방세계에 두루 하며, 미묘한 음악이 창공을 울리는 서광 속에, 모든 하늘과 인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해탈 경계의 법락을 스스로 수용 하였다.
그리고 이 선정삼매 속에서, 십이인연을 아래서 위로, 또 위에서 아래로 관찰하기도 하며, 모든 법이 인연을 따라 나고, 인연을 따라 소멸하는 우주의 진리를 남김없이 사무쳐 관찰하셨다. 이렇게 이 선정 속에서 이레가 지나갔다 (이 선정 속에서 시방세계의 불ㆍ보살이 나타나서 큰 법회를 벌이고 화엄경을 설했다 한다).
칠 일을 지낸 뒤에 몸을 일으켜 마리지 경행처에 이르러 또 선정에 드시어, 끝없는 법열 속에서 다시 칠 일을 지내셨다.
그 선정에서 몸을 일으켜 앗사푸라 물가의 목지린다 용굴 곁에서 선정에 드시어 다시 칠 일을 지내셨다. 이때 이 법열의 경계를
모든 하늘이나 인간 세계의 누릴 수 있는 오욕의 즐거움을
이 선정의 즐거움에 견준다면 그것은 애당초 비유도 안 되도다.
라고 하셨다. 이렇게 도를 이루신 뒤에, 삼칠일 동안 끝없는 법열을 수용하셨다.
2 이렇게 도를 이루신 뒤, 선정 삼매 속에서 끝없이 미묘한 해탈의 법열을 받으시면서 생각하기를
'이곳에서는 모든 번뇌가 다하고 나의 할 일은 마쳤다. 나고 죽음의 바다는 마르고 구원겁에 쌓아온 원행은 다 찼다. 그러나 내가 얻은 법은 매우 깊고 알기 어려워 오직 부처와 부처가 서로 증명할 뿐, 저 어둡고 혼탁한 인간에서, 탐욕ㆍ진심ㆍ우치ㆍ사견ㆍ교만 등에 덮이고 막혀서, 복은 엷고 근성은 둔하여 지혜와 선근이 없는 인간들로서야 어떻게 내가 얻은 법을 알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내가 그들에게 법을 바로 설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미혹하여 믿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요, 도리어 비방함 때문에 장차 악도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니, 나는 차라리 잠자코 열반에 드는 것이 옳으리로다.'
하고, 다시 노래를 읊으셨다.
내가 얻은 지혜는 미묘하고 또 깊어라.
어리석은 중생들은 오욕과 사견으로
나고 죽는 흐름 따라 그 근원을 모르나니,
이러한 사람들을 어떻게 건져내리.
이렇게 생각하실 때에 대범천왕은, 부처님은 이미 정각을 이루시어, 인ㆍ천의 도사가 되었으되, 잠자코 법을 설하지 않으시고 열반에 들려고 함을 알고 매우 걱정했다.
3 '부처님은 옛적부터 무량겁 동안을 오직 중생을 위하여, 나고 죽음의 바다에 나고 빠지시면서, 나라와 처자와 재산과, 나아가서는 몸까지도 버려 갖은 괴로움을 받으시면서 도를 닦아, 이제 비로소 그 원을 이루어 최상의 정각을 성취하셨는데, 어찌하여 이제 그 법을 설하지 않으시는가? 내 부처님께 나아가 기 법을 설하시기를 청하리라.'
하고서 범천왕은 곧 신력으로 천궁에서 몸을 숨기어 부처님 앞에 나타나 최상의 예경을 드리고, 한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지난 세월 오랜 동안을, 나고 죽음의 바다에 나고 빠지면서, 나라와 처자와 몸까지 버리시어 널리 원행을 닦으심은 다 중생을 위하심이니, 이제 최상의 도를 이루시고 어찌 잠자코 법을 설하지 않으시려 하십니까? 중생이 길이 나고 죽음의 바다에 빠져 나올 기약이 없사오니, 원컨대 부처님은 대비원력을 저버리지 마시고, 미묘한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시옵소서."
이렇게 제석천과 타화자재천 등 모든 하늘은 부처님께서 중생을 위하여 법의 수레바퀴 굴리시기를 간청했다. 부처님은
"나는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자 했으나, 내가 얻은 법은 미묘하고 매우 깊어, 알기 어럽고 들어가기 어려우므로, 중생이 믿어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리어 바방함 때문에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설할 수 없노라."
그때 제석ㆍ범천 등은 세 번이나 간청했다. 부처님은 잠자코 받아들이시고, 칠 일 동안 '정' 속에 드시어 끝없는 법열을 받으셨다.
4 그때 부처님은 범천 등의 청을 받으시고 정 속에서 부처눈으로 모든 중생의 근성을 관찰하셨다. 중생들은 그 선근ㆍ복덕의 있고 없음과, 번뇌ㆍ죄업의 두텁고 엷음을 따라, 상ㆍ중ㆍ하의 품성의 차별이 있었다.
먼저 이 국토 위에서 법을 듣고 깨침을 얻을 사람을 관찰했다. 육 년 전에 도를 묻던 아라라가란 선인은 지혜와 총명이 뛰어나고 오랫동안 도를 닦았으므로, 법을 들으면 곧 깨침을 얻을 것이요, 또 먼저 약속한 바가 있었으므로 그를 찾고자 하늘 눈으로 관찰했다.
그러나 그는 불행히도 이레 전에 세상을 떠났다. 다음 울두람불 선인을 제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5 부처님은 그 두 선인은 인연이 없어 서로 만나지 못함을 탄식하시고, 다음으로 먼저 제도 받을 사람을 생각했다. 육 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온갖 고통을 겪고 고행하던 아야교진여, 알비, 발제리가, 마하야마, 바습바 등 다섯 사람을 생각했다. 그들은 매우 총명하고 숙세의 선근이 있는 이들이다. 이 다섯 사람을 위해 법을 설하기로 했다. 그때, 다섯 사람은 바라나 사슴의 동산이라는 옛 선인들이 수도하던 곳에 머물러 있었다. 부처님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거기를 향해 떠나셨다.
6 부처님이 바라나를 향해 가시는 도중이다. 발타라사나와 발타라리라는 두 상인은, 많은 인마를 거느리고 장삿길을 떠나 넓은 들을 지나다가 부처님을 만났다. 그들은 부처님의 그 거룩한 신상과 위의를 바라보고, 스스로 기쁘고 존경하는 마음이 나서, 꿀에 볶은 밀을 내어 부처님께 드렸다. 부처님은 이것을 받으시고
"너희는 깨끗한 마음으로 이것을 주는구나. 이 선근 인연으로 말미암아, 마음의 삼독이 맑아지고 모든 재난이 사라지며, 늘 천상ㆍ인간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사견을 여의고 공덕을 쌓아 항상 부처님을 만나 묘한 법을 듣고, 장차 도를 깨닫게 되리라."
라고 그 선근 인연을 증언하셨다. 두 상인은 기뻐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기를 발원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너희들은 부처와, 부처의 가르침인 법에 귀의함을 얻었다. 언제나 이 귀의하는 마음을 버리지 말라."
고 가르치시고 떠나셨다. 이 두 상인은 인간으로 부처님께 최초의 공양을 올린이요, 또한 최초의 귀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