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의 어원
이제 겨울이 가까워지고 초록은 황금색으로 바뀌어 간다. 풀들은 거의 다 초록을 잃고 닭들은 마지막 초록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호박잎을 뜯어먹는다. 이제 추위와 배고픔의 계절이 다가온다.
사냥은 과거엔 생존을 위한 활동이었고 우리 때는 생존과 용돈과 재미가 뒤섞인 놀이이기도 했다. 어릴 적 토끼를 잡기 위해 올가미를 놓은 적이 있다. 토끼는 다닌 길로 다니기 때문에 나무 사이에 토끼똥이 있으면 그 곳에 올가미를 놓는다. 그렇게 해서 처음 토끼를 잡았을 때의 떨림과 흥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차갑게 굳어버린 홀쭉한 몸뚱이가 주는 불편함도 잊을 수 없다. 겨울 추위에 굶주린 토끼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곳은 눈이 다 녹아 흙과 섞여 난장판이 되었고 가끔은 몸에 올가미가 걸려 가죽이 벗겨져 나온 모습들. 지금 생각하면 생은 잔인한 것이다.
올가미
‘아시아대평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몽골의 ‘오르가(말을 잡을 때 쓰는 도구)’를 한국어 ‘올가미’의 어원인 듯하다고 했다. 이는 심각한 오해인데, 서양의 동양 연구는 중국 또는 몽골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가미란 말은 우리가 공통으로 쓰던 말이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해 보인다. 이들을 비교해 보자.
옭다 – 한국어
오르가다흐(urkadaku, 몽골어) - 올가미로 말을 잡다
오르갈람비((urgalambi, 만주어) - 올가미로 옭다
올개(올, 중세한국어) - 올가미
오르가(urka, 몽골어) - 올가미
즉, 몽골어 뿐 아니라 만주어 한국어에서 옭다, 올가미란 말은 동사와 명사로 모두 쓰였다. 따라서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옭아매다, 옭다, 얽다, 얽히다 등의 말이 모두 몽골어에서 왔다는 것이고 만주어 역시 몽골어에서 왔다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그것은 아무 근거도 없이 한국어와 비슷한 몇 개의 몽골어에 대한 발견을 지나치게 과장한 면이 있다.
올가미를 우리말에선 홀룽개, 홀껭, 올겡, 올코 등으로도 부르는데 몽골어문법에서 ‘ㅎ’이 생략되는 과정을 참고해 본다면 우리말의 ‘옭다’란 말도 ‘홀치다’, ‘홀끼다’ 등의 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말에서 옭다는 말이 아주 다양하게 쓴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의 관점을 따른다면 한국어에서 몽골어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몽골어에 영향을 주었거나 몽골어에서 한국어에 영향을 주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모두 편협한 세계관에 근거한 추정에 불과하다. 사실은 우리가 모두 하나의 언어를 쓰면서 시간과 지역적 분리를 통해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유는 차후에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