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스트림은 정말 예쁘다. 하지만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육체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플라잉 클라우드는 중형 트럭이 견인할 수 있을 만큼 가볍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끌려면 무게를 잘 분산하는 견인장치를 사용하는 게 좋다.
실제로 ‘상징적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만한 제품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에어스트림의 캠핑 트레일러는 그 이름표를 얻었다. 많은 사람들은 트럭 꽁무니에 달린 치누크나 걸프 스트림 트레일러를 무광 흰색의 스타크래프트 밴과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거대한 알루미늄 덩어리가 지나가는 모습을 얼핏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그것의 존재를 정확히 안다.
에어스트림은 자동차 레저 생활의 황금기와 매우 관련이 있다. 그 시절 미국 전역에선 완전히 새롭게 꾸민 에어스트림으로 구성한 글램핑 리조트가 생겨났다. 2020년 코로나19로 야기된 일상의 통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핑계 삼은 자발적인 탈출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그에 발맞춰 자동차 레저 생활과 캠핑용 트레일러가 큰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지금이 에어스트림 플라잉 클라우드를 테스트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우린 이 트레일러를 ‘올해의 트럭’을 뽑기 위한 견인력 테스트 용도로 사용했고 시골에서 긴 주말을 보내는 내내 그 안에서 생활했다.
플라잉 클라우드는 7~9.1m의 범위 안에서 다섯 종류의 길이와 14종의 각기 다른 평면도 옵션이 있다. 시작 가격은 종류별로 7만8900~10만2400달러이며, 구성에 따라 플라잉 클라우드 안에서 최대 여덟 명이 잘 수 있다. 우리가 시승한 23FB는 가장 작고 저렴한 모델이다. 그럼에도 앞쪽에 한 개의 퀸 사이즈 침대가 놓였고 뒤쪽에는 샤워 시설을 포함한 온전한 형태의 화장실을 갖췄다. 아울러 식탁과 벽 쪽의 긴 의자를 작은 침대로 바꾸면 네 명이 잘 수 있다.
수납공간은 많지만 조리대 공간은 아담하다. 다행히 가스레인지와 싱크대에 덮개가 있어 필요할 때 조리대를 좀 더 넓게 쓸 수 있다.
이 구성을 갖춘 23FB 모델의 공식 건조중량은 2180kg이다. 여기에 깨끗한 물과 프로판 가스로 완전히 채운 각각의 탱크 무게를 더하면 2359kg이 된다. 견인장치에 더해지는 무게는 비교적 가벼운 212kg으로 나와 있다. 플라잉 클라우드의 이런 제원은 요즘 중형 트럭이 충분히 끌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는 무게를 잘 분산시키는 견인장치나 더 큰 트럭을 추천하고 싶다. 제원상 숫자만 믿고 이 정도 트레일러를 표준형 볼 견인장치로 연결하면 크기가 작은 트럭은 밀려나고 말 거다.
7만8900달러의 만만치 않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플라잉 클라우드 23FB는 장비를 잘 갖추고 있다. 겉에서 보면 에어컨과 열펌프, 한 쌍의 프로판가스 탱크, 전동식 견인 잭, 창문에 그늘을 드리우기 위한 네 개의 접이식 차양을 자랑한다. 실내에서는 화장실과 밀폐식 샤워실, 3구짜리 가스레인지, 140ℓ 냉장고, 전자레인지, 사운드 시스템, 조정식 암에 연결된 소형 TV가 눈에 띈다. 우리가 체험한 모델은 전원을 연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손쉽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열 패널(패널을 위한 연결부는 기본이다)로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패널을 가리는 나무와 구름에 따라 충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플라잉 클라우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요하다. 안전판은 전동식이 아닐뿐더러 트레일러의 수평을 맞출 만큼 강력하지 않아 손으로 크랭크를 돌려 맞춰야 한다. 차양 또한 손으로 펼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긴 금속 막대를 사용해 빗장을 풀어야 하는데 상당한 시행착오가 요구된다. 트레일러 문 쪽의 메인 차양은 특히나 나사 걸쇠로 다루기가 힘들다. 막대로 나사를 풀고 뒤집어야 하며, 쓰고 난 뒤 정리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막대는 뒤쪽 범퍼의 수납함에 보관할 수 있는데 이 함을 잠글 수 없는 데다 손잡이용 볼트 두 개는 햇빛을 받으면 무척 뜨거워진다.
창문은 양쪽 막대를 밀면 아래쪽에서 솟아오르면서 열린다. 각각의 창문에는 더운 날씨에 들러붙을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더운 날 창문을 창틀에서 떼어내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천장에 달린 한 쌍의 전동식 송풍팬이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훌륭한 일을 해낸다는 거다. 일단 모든 준비를 마치면 그다음엔 캠핑하기가 쉽다. 안전판은 주변을 걸을 때 트레일러의 움직임을 제한한다(기껏해야 약간의 흔들림이 있을 뿐이다). 슬라이딩이 가능한 식탁 덕분에 시트에 접근하기도 쉽다. 부엌 싱크대와 가스레인지용 덮개는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땐 제한된 조리대 공간을 늘린다. 부엌과 식당 공간 위쪽 캐비닛부터 시트 아래 공간까지 수납공간도 꽤 넉넉하다. 수직으로 된 벽장과 침대 밑 수납공간도 있다.
외부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LED 조명으로 전력 사용량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110V 인버터와 연결되는 콘센트는 쓰기 편하도록 화장실, 식당, 침대 옆에 달렸다. 전통적인 오토캠핑장이나 전기를 쓸 수 있는 장소가 아닌 곳에서 캠핑을 할 계획이라면 옵션인 태양광 패널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하루 만에 배터리가 쉽게 방전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자동차 레저 생활용 요령을 알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온수기는 전원을 켜는 순간 바로 작동하지만 다른 가전제품은 시간이 걸린다. 가스레인지의 점화용 불씨는 매번 가스를 끌 때마다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 만약 전기 대신 프로판가스로 냉장고를 켠다면(의무 사양인 배선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온도를 낮추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다행히 우린 냉장고와 난로, 오븐, 온수기를 작동시키는 프로판가스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탱크에 친절하게 게이지가 있어 가스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일반적인 캠핑 트레일러보다 더 크고 창문이 많은 에어스트림의 실내는 자연광으로 가득하다.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탱크는 그뿐만이 아니다. 140ℓ짜리 물탱크는 여행 기간 내내 깨끗한 물을 공급해줬다. 설거짓거리를 줄이고 샤워를 몇 번밖에 하지 않는 등 조심했기 때문이다. 용량이 각각 140ℓ와 64ℓ인 중수와 폐수 탱크는 트레일러에서 쓴 깨끗한 물을 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약 깨끗한 물탱크에 물을 추가해 폐수 용량이 부족하다면 곧바로 버리는 편이 좋다. 작고 밀폐된 공간에서 순식간에 샤워를 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모델에 관계없이 에어스트림의 굽이진 천장 때문에 성인 남자는 머리를 숙여야 한다.
하지만 이건 한 세기의 역사를 지닌 에어스트림의 멋진 모습을 얻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여러 타협점 중 하나일 뿐이다. 시작 가격이 거의 8만 달러인 플라잉 클라우드는 비슷한 크기의 일부 경쟁 모델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비싸다. 그리고 전동 방식의 차양과 안전판, 벽난로, 더 큰 TV 같은 기능이 훨씬 부족하다. 또 캠핑용 트레일러와 캠핑카 측면에서 튀어나와 실내 공간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슬라이드 아웃’ 같은 핵심 기능도 없다. 그래서 에어스트림 안에서는 항상 다른 탑승자들을 밀치며 다녀야 한다. 아, 시트 공간도 여유롭지 않다. 야외용 부엌 또한 기대해서는 안 된다(그래도 최소한 캠핑용 버너나 그릴을 쓰기 위한 외부 가스 연결 단자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도 우리가 머문 플라잉 클라우드는 비싼 값에 어울리지 않는 몇 가지 작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외부 알루미늄판은 플라스틱 층과 함께 몸체를 보호한다. 실내의 많은 리벳이 자그마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고정하는데, 몇 곳에서는 설치된 알루미늄이 떨어져 나가 플라스틱만 고정돼 있었다. 심지어 침대 바로 위에 있는 리벳 하나는 완전히 없어진 상태였다. 침대 근처의 전기 콘센트는 절반이 고장 났다. USB 단자는 쓸 수 있었지만 110V 콘센트는 무용지물이었다. 침대 위 스피커 덮개 중 하나와 캐비닛 덮개의 힌지 하나는 달리는 중에 계속 떨어졌다. 벽 쪽의 긴 의자에 놓인 쿠션들은 한 조각의 벨크로로 고정돼 있었는데 견인 후에는 예외 없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 후 더 큰 문제가 나타났다. 전동식 견인 잭은 훌륭하지만 움직임을 멈추는 제한 스위치가 없었다. 만약 제때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면 잭은 잠기고 모터 하우징이 프로판가스 탱크 보호대에 걸리면서 보호대가 손상될 때까지 내 손과 잭 주변에서 비틀렸을지 모른다. 실내 벽은 트레일러의 외벽과 완전히 맞닿아 있지 않고, 벽 사이의 간격은 넓을 뿐 아니라 고르지도 못하다. 가구는 이케아에서 갖고 온 것처럼 저렴해 보인다. 비닐 바닥도 볼품없어 보이는데 더 싼 경쟁 모델들이 딱딱한 나무 바닥을 까는 것과 비교하면 특히 더 그렇다.
플라잉 클라우드에서 글램핑을 즐길수록 에어스트림의 스타일(그리고 라이프스타일)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생김새는 상징적이지만 그 상징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 대가로 사용자는 훨씬 저렴한 트레일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시설을 포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