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꽉 채운 3년이 됐습니다. 러우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저는 러우전쟁에서 한국전쟁이 자꾸 연상됩니다.물론 한국전쟁때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후일 문헌이나 서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접할 수밖에 없지만 자기 나라를 자국민들이 지킬 수 없을 때 전쟁이란 것이 일어나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와 참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특히 러우전쟁과 관련해 과연 당시 전쟁을 미연에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가를 놓고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러우 전쟁 3주년을 맞아 과연 국가적 비상상황에 나라의 지도자가 취해야 할 덕목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전쟁과는 달리 러우전쟁은 전조현상이 다양하게 펼쳐졌습니다. 물론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런 저런 전조현상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정세에 어두운 한국은 그런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미국이란 나라를 믿고 그런 전조현상을 무시해버렸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쟁 발발의 움직임이 드러났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나토에 가입하지 말라라는 경고장을 여러차례 보냈고 그래도 나토에 가입하려 한다면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의 훈수두기가 있었고 러시아의 서진을 막기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나서서 러시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회유했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 네오콘들이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게 만들어 그것을 계기로 국제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몰락시키겠다는 프로젝트가 작동했다는 말도 여러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러우전쟁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과 러시아의 전쟁이었다고 실토했습니다.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러우전쟁의 주체를 밝힌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단지 대리전을 치른 하수인이었다는 말입니다. 모든 책임은 나토국 그리고 미국에게 있고 그 주체는 바로 바이든 전 대통령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전쟁의 폐해를 더 이상 확대하면 안되기에 미국의 트럼프 자신이 나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에 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의 임기는 이미 지난해 5월에 마감된 상태입니다. 전시이기 때문에 그냥 묵인되는 상황일 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한국전쟁때 휴전 협상을 한국이 배제된 유엔사와 북한사이에 이뤄진 것과 대단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전혀 몰랐을까요. 물론 미국의 바이든 전 대통령을 철저하게 믿었고 바이든은 젤렌스키를 위해 모든 지원을 다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젤렌스키는 바이든이 재선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방어해 줄 것이라고 믿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미국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젤렌스키와 트럼프는 트럼프 1기때말에 바이든의 차남과 관련해 마찰이 시작됐습니다. 우크라 업체와 관련된 바이든 대선후보의 차남에 대한 조사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요구했지만 젤렌스키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상황은 매우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에서는 이미 나돌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때라도 상황을 인식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 것에 앞서서 전쟁직전 우크라이나를 책임지는 젤렌스키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러시아의 전쟁 준비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우크라의 전력상 세계 3위 군사력의 러시아를 맞아 효과적인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비록 미국 바이든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국 내부의 사정이 변하거나 미국 의회에서 지원 반대 움직임이 있을 것에 대해서도 준비를 했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일국을 책임지는 권력자가 해야할 아주 근본적인 책무이자 덕목입니다. 나라의 국민들 안보와 생명을 최우선으로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소영웅적인 성향으로 즉흥적이고 대비가 없는 판단을 내릴 경우 그 나라와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겪는 것 아닙니까. 처음부터 우크라 젤렌스키는 판단 미스였던 것입니다. 너무 미국을 믿은 그 과오를 이제 엄청난 무게의 눌림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러우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만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휴전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 협상단은 협상테이블에 앉아 구체적인 휴전안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급하게 우크라를 방문해 젤렌스키에게 나토가 적극적으로 무기도 제공하고 병력도 동원하테니 절대 휴전하지 말라고 압박했습니다. 젤렌스키는 그말을 철저하게 믿은 것입니다. 하지만 존슨은 몇달후 총리직에서 물러납니다. 믿지 못할 인물의 주장을 믿어버린 것입니다. 당시 휴전이 성사됐다면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을 나름 최대한 막아낸 영웅으로 남게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임기도 정해지지 않은 외국 총리의 말만 믿은 엄청난 실수의 청구서를 지금 한꺼번에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크라 젤렌스키는 전쟁중에도 자신의 대통령직 재선을 위해 여러 작업을 해왔습니다. 국민들의 신임을 받은 총사령관 잘루즈니를 경계하고 그를 중도에 경질하는 무리수를 뒀습니다. 다음 선거때 자신의 재선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쟁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한 판에 나름 선전하는 총사령관을 경질한다는 것은 전쟁에서 지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우크라 군 내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제공했다는 금액과 실제로 우크라가 받아 집행한 액수가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군부 어디에서 이리저리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크라 젊은이들이 우크라 병무청에 거액을 주고 군 징집 면제를 받았다는 소식도 여러차례 나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종전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나토국들은 제외된 채 말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에 760조원의 지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히토류 등 자원으로 대신 갚으라고 합니다. 젤렌스키는 분통이 터지지만 받아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미국 지원이 완전히 끊기고 나토국들의 지원도 시원치 않으면 정말 우크라이나 전국토가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가 나토에 가입만 된다면 자신은 대통령직을 내놓을 수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 우크라의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우크라의 나토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 것을 잘 알면서도 젤렌스키는 그야말로 마지막 도박에 나서는 것입니다.
러우전쟁 3년을 맞으며 참으로 우크라이나가 안됐다고 생각됩니다. 거대한 강국과 국경을 맞댄 것부터가 비극입니다. 하지만 그 지정학적 비극을 외교력을 발휘해 슬기롭게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 즉 최고권력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우크라 국민들도 그런 정치적 리더를 자신들의 나라책임자로 뽑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약소국이자 강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크라 국민들은 그의 달변과 신선함에 홀려 제대로 판단을 못한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러우전쟁이 일어날 필요도, 그리고 전쟁후 한 달만에 휴전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의 최고권력자의 판단 미스로 인해 우크라는 지금 완전히 폐허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에 재선할 궁리나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합니다. 우크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이 가져온 엄청나고 비참한 결과와 맞닥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환경의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분위기가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큰 교훈을 느끼게 합니다. 한국도 지도자 선택을 잘못할 경우 어떤 상황을 맞는지 처절하게 겪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2025년 2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