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41도’ 열사병 사망 속출… 폭염에 온열질환자 작년 2배로
전국 온열질환자 350명 넘어
제주 북부 9일째 폭염특보… 잠 못 드는 밤 4일 오후 제주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북부지역은 지난달 26일 이후 9일째 폭염특보가 내려져 밤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뉴시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집계된 온열질환자가 350명을 넘어섰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으로 많아진 것이다.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도 7월 들어 3명 나오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주 중반까지 찜통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낮 시간대 야외 활동 자제 등을 당부했다.
○ “체온 41.8도까지 올라”… 온열질환자 속출
경기 부천소방서는 4일 “전날 오후 1시 51분경 부천의 한 공원에서 온열질환자로 추정되는 A 씨(55)가 벤치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 씨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발견 당시 A 씨의 체온은 정상 범위(36∼37.5도)를 크게 넘어선 41.8도로 측정됐다. 이날 부천지역 낮 최고기온은 33도였다. 의료진은 고혈압을 앓고 있던 A 씨가 오랜 시간 더위에 노출돼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도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나왔다. 4일 오전 6시경 청주시 우암동의 한 주택에서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호소한 B 씨(79)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발견 당시 B 씨의 체온은 41.5도였다. 보건당국은 B 씨의 사망 원인을 열사병으로 추정하고 있다. B 씨는 전날 야외활동을 하다가 열사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 공사현장에서 더위에 지친 근로자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김재명 기자
1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던 경남에서 40대 남성 C 씨가 농산물 공판장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C 씨의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열사병 사망에 대한 최초의 중대재해법 적용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통해 집계된 전국 온열질환자는 모두 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명)보다 203명(134%) 늘었다.
○ 보건당국 “수시로 물 마시고 햇볕 차단해야”
보건당국은 폭염 대비 건강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은 갈증이 느껴지지 않아도 수시로 물을 마시고, 외출 시 모자나 양산 등으로 햇볕을 차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고, 이후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119로 즉시 신고하라고도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위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자체는 폭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고령층을 중심으로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남에선 22개 시군이 매일 약 9000명의 취약계층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있다.
이번 주도 제3호 태풍 ‘차바’와 제4호 태풍 ‘에어리’가 몰고 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대거 유입되면서 주 중반까지 덥고 습한 ‘찜통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한낮 기온도 서울 33도, 대전과 대구 34도, 광주 32도, 부산 30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 이상으로 예보됐다. 다만 7일부터는 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며 기온이 2∼3도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는 8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천=공승배 기자, 청주=장기우 기자,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