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기억이 많아서 -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고 그가 말했을 때 ,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같은건. 지금 중요한건 아닐수도 있다고 그가 말했을 때 ,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10분전에 여자는 Nautica를 얘기 했었다.
Nautica는 봄과 가을에 신상품이 나오는경우가 많아. " 난 Nautica를 살돈이 있어. 하지만 지금 나온 봄 잠바가 그다지 별로야. 그래서 난 가을에 나오는 신 상품을 기다릴려고 했어. 그런데 , 어느날 매장을 걷다가 , 내가 Nautica 매장에 들어가서는 디자인이 별로인 잠바를 산거야. 물론 , 잠바가 필요하긴 해. 하지만 그 봄 잠바의 디자인이 그다지 마음에 든건 아니거든. 그런데 , 산거야. 봄 잠바를. 후회는 안해. 잠바가 필요했으니까. 다만. 가을까지 기다리면 내가 마음에 드는 잠바를 살 수 있을텐데 . 하는 아쉬움은 남아. 이게 즉흥적인 소비일까? " 여자가 물었을 때 ,
응.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 그 얘길 내게 하는 이유는 뭐지? 남자가 되물었다. 여자는 유리에 비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도 그래. 지금 내게 사랑은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 당장은 아니거든. 근데 , 난 누군가를 사랑해. 내가 좀 더 있다가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 난 그를 사랑하게 된거야. 난 가을까지 기다리지 못한거지. 봄 잠바를 사고 만거야. 이성적으로는 가을까지 기다렸다가 사는게 훨씬 실용적이고 합리적인데 , 난 봄 잠바를 사고 만거야. 여자가 말했다.
넌 , 너에게 집중해야 할 시기야. 너의 일에. 남자가 말했다. 그게 , 너를 위한 길이야. 사랑은 그 다음에도 찾아올꺼야. Nautica 가 봄 , 가을에 신상품이 나오는것처럼 , 너에게는 지금 일을 해야하고 , 그 일이 어느정도 안정감있는 궤도에 오르면 넌 다시 잠바를 살 수 있게 될꺼야. 라고 남자가 말했다. " 니 말을 이해해. 하지만 그 봄 잠바는 지금이 아니면 살 수없잖아. 물론 그 봄 잠바의 디자인이 내게 마음에 드는거는 아니야. 하지만 그 봄 잠바는 올해의 봄이 아니면 살 수 없잖아. 사랑도 그렇잖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훨씬 더 나은 디자인의 남자가 내게 찾아올 수 있어. 하지만 그게 지금의 그는 아니잖아.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지금 뿐이잖아. 여자가 말했다. 넌 그 남자를 사랑하니 ? 그녀는 아무말도 없다가 , 지금은 그래. 라고 말했다. 결혼하니? 그 와 너는 ? 이라고 남자가 말했을 때 장담할 수는 없지만 ,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우린 결혼할꺼야. 라고 여자가 말했다. 그래? 남자가 말했다.
너는 뭘 믿니? 남자가 되물었을 때 , 여자가 그 의미가 뭐야? 라고 물었다. 니가 정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봄 잠바를 사서는 니가 원하는 디자인의 가을 잠바로 바꿀 수 있다고 너는 믿고 있냐는 물음이야. 라고 말했을 때 여자는 응. 이라고 말했다. 그래 ? 남자가 말했다.
언제나 ,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군. 남자가 말했다. 그는 약간 고개를 숙이며 탁자위에 놓인 커피잔을 돌렸다. 검지로 손 잡이의 끝을 살짝 대고는 잔을 빙빙 돌렸다. 잔은 달그락 - 달그락 - 소리를 내며 회전하고 있었다. " 그게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있을까? 가을 잠바를 기다리지 못한 나는 지금 현명하지 않은 소비를 한거니? "여자가 말했다.
글쎄 , 남자가 말했다. 이 얘길 할 수는 있을것같애. 내가 아는 누군가는 군 입대하기전에 미팅을 했어. 그의 첫 미팅이기도 했지. 미팅한 날의 이튿 날이 그의 입대 일이었어. 그게 군대를 가는 남자의 심리인지도 모르겠지만 -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는 미팅상대자에게 " 너를 사랑해. 나를 기다릴수 있니? " 라고 말했지. 그 얘길 들은 그 여자는 며칠을 고민했어. 그녀에게 " 너를 사랑해. " 라는 얘기는 그 남자를 만나기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언어였거든.
그 여자는 결론을 내렸어. " 그를 사랑하자. " 그러다가 생각했지. 그를 사랑한다. 그 남자는 입대를 하고 훈련소에 들어갔어. 그는 매주 그녀에게 편지를 썼지만 그녀에게 답장은 오지 않았어. 남자는 체념했고 자대 배치를 받았어. 어느날 그에게 면회신청이 오고 그가 나간 면회소에는 두상자의 라면 박스가 놓여있어. 그리고 그 박스 뒤에 여자가 서 있었지. 그 박스안에는 그녀가 그 남자에게 쓴 편지가 들어있었어. 둘은 사랑했고 , 결혼했어. 그 여자는 내 고등학교 친구의 누나야.
그녀에게도 그 남자는 봄 잠바였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가을 잠바가 됐나봐. 아니면 그 여자가 봄 잠바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쪽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 하지만 둘은 사랑했고 , 지금도 행복해. 그 얘긴 할 수 있겠다. 남자가 말했다. 여자는 가만히 얘길 들었고 , 그래.라고 말했다. 결국 합리적 소비 인지 아닌지 말할 수 없군. 하지만 난 니가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봐. 남자가 말했고 대화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