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황홀'이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 하나씩 고유의 색을 드러내는 단풍든 잎사귀들이 뚝뚝 떨어지는 풍경에서 가을의 '황홀경'이 연출된다.
'恍忽황홀'이 뜻하는 한자어의 뜻은 '문득'하니 우둑하게 나의 발걸음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하였다. 황홀할 '황'과 문득 '홀'에서 보자면 나는 문득 '홀'이란 뜻에 아하 그렇구나! 싶었다. 가을 풍경의 섬세함은 '문득' 나에게로 오는 것이었구나! 하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예기치 않게 방문하는 그 '홀연함'은 가슴을 순간 '쏴'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을의 그 무지막지하게 '텅 빔'을 경험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예기치 못한 방문인 것이다.
김서희 작가의 에세이 <<황홀, 오직 오늘의 것>> 에는 바로 '문득' 가을이 다녀가는 서늘함이 있었다. 그녀가 그럴 때마다 그린 그림에도 그 서늘함이 있다. 그러니 그녀의 추상화는 그녀의 '심정'이 그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김서희 작가의 그림에는 불처럼 피어나는 환상적인 빛깔과 서늘함이 동시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그림 <선의 사유>가 그렇다.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끝없이 저 깊숙한 심연으로 들어가게 한다. 짙은 녹색의 선들 그 사이마다 칠흑처럼 어둑한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깊은 숲의 모습처럼. 비록 책에서 사진으로 보는 그림이지만 이 그림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미 마음 안에 차분하게 수렴된 평화가 스며들어 있다.
책이 나온 지 꽤 되었지만 나는 이제서야 읽었다. 책과의 만남도 다 '시절인연'이라고 여긴다. 지금 읽어서 더 적절하게 내 안으로 들어온 에세이집이라고 생각되었다. 김서희 작가의 <<황홀, 오직 오늘의 것>> 안에 가을이 온통 담겨 있었다. 오늘 그 황홀을 그대에게도 전한다.
그녀는 또 어떤 추상을 화폭에 펼치고 있을까.
#황홀_오직_오늘의_것_화가김서희_도서출판북인
* 202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