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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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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월호와 멀구슬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74 10.01.07 04: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詩’ 1월호가 나왔다. ‘권두 시론’은 장영희의 ‘우리는 기본에 충실한가?’. 이달의 우리詩 26인 신작 특집으로 이생진 ‘그 집 막걸리’, 정일남 ‘낙타’, 김동호 ‘그림과 사진’, 이무원 ‘빈 의자’, 조병기 ‘인사동 길’, 문창길 ‘조선처녀 옥주뎐 2’, 김정화 ‘그리움’, 서량 ‘모래장난’, 임동윤 ‘돌무지마을에서의 하룻밤’, 박정래 ‘무말랭이처럼’, 목필균 ‘바람의 탑’, 맹하린 ‘해바라기 밭에서’, 윤석주 ‘군불’, 박남주 ‘위험한 동거’, 박정원 ‘소리의 그늘’, 김윤하 ‘호모 에렉투스적 시 쓰는 방법’, 황정산 ‘투명한 글씨’, 권혁수 ‘과속하는 봄’, 송태옥 ‘파업’, 박은우 ‘어떤 초신성’, 이민화 ‘붉은 기차’, 고미숙 ‘빨간 풍선’, 이범철 ‘다리에는 길의 기억이 남아있다’, 장성호 ‘물구나무’, 최윤경 ‘음악 속으로 걸어가다’, 한인철 ‘분재’ 외 각 1편이 실렸다.


 ‘이달의 우리 시조時調 7인 특집’에는 정해송 ‘가을의 톱날’, 서일옥 ‘엽신’,  채천수 ‘39살 돌중’, 권갑하 ‘그리운 새재’, 서연정 ‘약도를 그리는 사람’, 김세진 ‘풀의 상처를 읽다’, 김선희 ‘젖은 등불’ 외 각 1편, ‘신작 소시집 2인 특집’으로 염창권 ‘천변 풍경’ 외 5편, 김경선 ‘기타 등등’ 외 4편을 실었다.


 알기 쉬운 詩 창작 교실(연재11회)는 임보 ‘당신도 좋은 詩를 쓸 수 있다’를, ‘우리詩가 선정한 좋은 詩(연재 33회)’는 조삼현의 추천으로 임보 박형준 조수옥 배한봉 이윤설 황연진의 시를,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는 이혜선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려고’, 조수옥의 ‘짧은 시는 나의 등 푸른 생선’, 한시 읽기로는 진경환의 ‘동지 팥죽’, 영미시 산책은 백정국 역의 ‘이누이트(에스키모)의 ‘굶주림’이, 우리詩 월평은 박해림의 ‘타자, 동행의 시간을 만나다’가 나왔다.


 아직도 제주에는 멀구슬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려있다. 이 녀석들은 겨울 들어 한참 지났는데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다. 먹어보면 그런대로 당도가 괜찮은 데도 새들이 따먹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아꼈다가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둔 건 아니겠지? 마침 ‘우리詩’ 1월호가 나와서 그 중 5편을 골라 같이 싣는다. 

 


 

♧ 개밥바라기 - 박형준


노인은 먹은 것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다

고개만 돌린 채 창문을 바라본다.

개밥바라기, 오래전에 빠져버린 어금니처럼 반짝인다.

노인은 시골집에 혼자 버려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툇마루 밑의 흙을 파내다

배고픔 뉘일 구덩이에 몸을 웅크린 채

앞다리를 모으고 있을 개. 저녁밥 때가 되어도 집은 조용하다

매일 누워 운신을 못하는 노인의 침대는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초저녁 창문에 먼 데 낑낑대는 소리,

노인은 툇마루 속 구덩이에서 귀를 쫑긋대며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배고픈 개의 밥바라기 별을 올려다본다.

까실한 개의 혓바닥이 금이 간 허리에 느껴진다.

깨진 토기 같은 피부

초저녁 맑은 허기가 핥고 지나간다.



 

♧ 불안을 잠그다 - 조수옥


나는 집을 나설 때 門을 잠근다

불안한 불안을 잠근다

수나사가 암나사의 자궁에 찰칵하고

삽입하는 순간 불안을 사라진다

그때서야 안심하고 집을 나선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을 잠근다

마음의 수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마음이 넘치면 적시는 것 너무 많아

나는 기어이 문을 잠근다 그대가

나를 열려고 아무리 용을 써 봐도

한번 발기된 마음은 빠지지 않는다

내 몸 속의 불안과 안심은 자웅동체다

집을 나설 때 門을 잠그는 것은

불안을 닫고 나를 여는 것이다.



 

♧ 육탁(肉鐸) - 배한봉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 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빚이 심해처럼 캄캄하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려서 불빛을 흘릴 것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 봉지부터 마중한 새끼들 같은 새끼들 눈빛 같은



 

♧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 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꺼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 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



 

♧ 엘리베이터 벨이 울린다 - 황연진


나의 층에 내리는지

내 층을 지나치는지

밤새 엘리베이터 벨이 울린다

결코 다가오거나 떠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알 수 없는 층과 층의 낭하에

긴 울음을 던진다

나의 명치에서도 소리 하나 일어나

문을 나선다

목련 그림자가 길게 층계에 넘어져 있다

고양이 한 마리 창으로 튀어 달아나고

위층 자폐아 형제는 서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서 있다

나선형 계단의 난간을 타고

소리가 미끄러져 내린다

도르르 도르르

붉게 눈빛이 흐르는 밤의

통로에는 바닥이 없다

어느 층에선가 또 벨이 울리고

울음소리 구하지 못하는 나의 소리도 함께 떠돈다

밤이 깊은 수직을 버려

더 이상 오르내리지 못하는 것이 없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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