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3기 번개담당 등푸른입니다.
파도의 출렁임이 몸에서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끄적여 봅니다.
먼저, 동기 라라를 위한 다섯 줄 요약
1. 강원도 가는 길 엄청 좋아짐
2. 청춘들에게 서피비치 괜찮음
3. 숙박은 가능하면 서피비치 내에서
4. 물놀이 좋아하는 이에겐 서핑 추천
5. 맞서지 말고, 흐름을 타자
다섯 줄도 길다는 의견에 따른 다섯자 요약
'서핑은순응'
ㅁ 서피비치 정보
- 교통: (과거에 비해) 무지 편해짐
강원도 가는 길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고속도로+터널이 뚫리니 격세지감이네요. 2년 전엔 차가 막혀 9시간 걸렸는데, 이번엔 세 시간쯤 걸리더군요. 전에는 산을 넘는 구간이 많아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힘들었습니다.
운전 피로도로 보면 아예 딴 지역이 됐습니다. 대구 가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빠릅니다. 터널 지날 때마다 외기를 내기 순환으로 돌리는 번거로움 빼곤 무조건 최고입니다.(업힐 다운힐 드라이빙 좋아하는 사람은 예전 고갯길로…)
스누피 누나 친정이 한결 가까워져 향후 강습 질도 한층 올라갈 듯 합니다. 웨이는 장모 님이 그렇게 잘 먹인다는데… 체중계 눈금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군요.
(참, 눕이 에라에 강원도 사람 많다 그랬는데, 정작 헤라 님 한 분 밖에 못 대더군요. 에라 강원도민 여러분, 고향이 가까워진 것을 축하 드립니다.)
- 위치: 하조대 해수욕장 옆 외딴 곳. 자리선정이 신의 한수.
자료 찾아보니 군사시설 지역이라 출입 허용된 지 얼마 안 됐더군요. 여기서 밤새 클럽처럼 노래를 틀어 대는데, 유명 관광지였으면 민원 들어왔을 겁니다.
손님도 얼마 없는데 웅장한 스피커로 노래를 밤이고 아침이고 트는 걸 보면, 단가 저렴한 농업용 전기를 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옆에 뭔 관광호텔 하나 짓고 있던데, 그게 들어서면 이 공간의 매력이 반감될지도 모르겠네요.
- 공간: 요즘 청년 문화에선 'Hip'이란 단어가 유행이죠.
서피비치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Hip 한 요소를 잘 아는 공간 기획자가 있는 듯 합니다. 인테리어 사진은 인터넷에 많으니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이건 담비 님 오마주)
- 숙박: 서피비치에 딸린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것 같은데, 주방에 오븐도 있고 양키 감성 물씬 납니다. 굳이 멀리 방 잡을 필요없이 서피비치 숙박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고, 가성비를 생각해도 괜찮았습니다.
- 단점: 화장실과 샤워실 시설이 좀...
전반적으로 Hip한 곳이지 럭셔리한 곳은 아닙니다. 성수기에 인원이 북적댄다면… 쾌적하고 조용한 피서를 생각하면 애초에 가선 안 될 곳입니다.
ㅁ 이번 화두는 도전
매 번개마다 화두를 정하는데, 이번엔 도전이었습니다. 원정대원들 각자 인생의 도전, 살사판에서의 도전기를 나누었죠. 번개 주최자인 제가 서핑에 도전하며 느낀 점은 두 가지 였어요.
1. 정석과 실전은 다르다.
강습에선 보드에 엎드렸다 일어서는 동작을 크게 3~4단계로 나눠 가르칩니다. 땅에서는 쉽죠. 바다에 나가면 파도와 숱한 잔물결이 보드를 흔들어 댑니다. 파도 한번 맞으면 배운 걸 홀랑 까먹고 평소 자기가 몸 쓰는 습관이 그대로 나옵니다. 당연히 꼬로로록~
살사도 마찬가지. 원투쓰리 슬로~ 이거 말로는 되게 쉽잖아요. 근데 음악에 따라 상대에 따라 완전 달라지죠.
배운 게 실전에선 안 먹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정석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정석을 완전히 익히지 않은 게 문제 겠죠. 실전에서 어떤 변수를 만나도 기초를 잃지 않게 익히는 게 우선 아닐까 합니다.
저도 기초가 서기 전에 겉멋 들면 안 된다 다짐하는데, 술만 마시면 노틀담 곱추 댄서가 되네요.
2. 납작 엎드리기와 벌떡 일어서기
강습용 서핑보드는 물에 잘 떠서, 납작 엎드린채 타면 어지간해선 안 뒤집힙니다. 거의 튜브 수준. 굳이 일어서지 않으면 파도가 밀어주는 힘으로 둥둥 떠 해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타면 영영 일어설 수는 없겠지요.
반대로 벌떡 일어나는 순간, 중심이 높아지면서 위태로워집니다. 처음 타는 사람은 열에 열 고꾸라지고요.
몇 번의 자빠링 끝에,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가 오면 납작 엎드렸다가 탈만한 파도에서는 일어나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수준에선 만만한 파도 따위는 없더라고요.
살사 역시 늘 엎드릴 수도 늘 일어설 수도 없을 듯 해요. 실력을 늘리려면 안전지대를(학습이론에서 말하는 comport zone) 벗어나는 도전이 필요하죠. 역으로 너무 자신을 몰아붙여 의욕이 저하 될때는 유유자적 엎드린 채 유영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ㅁ '바닷가 게'처럼
제 삶의 태도 중 하나가 '바닷가 게'입니다. 게는 열심히 옆으로 종종 걸음 쳐 해안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일 수 있죠. 근데 파도나 밀물과 썰물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종종걸음쳐도 파도가 오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휩쓸려 가는 거죠.
나도 나름 열심히 게걸음질 치되 큰 흐름에 맞서기 보다 그 위에 올라타자. 뭐 이런 느낌의 태도에요. 좋게 말하면 메가 트렌드 서퍼, 나쁘게 말하면 시대적 기회주의자.
서핑을 배우니 정말 바닷가 게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서핑은 파도를 가르는 것도 파도와 싸우는 것도 아니고, 물결을 거스르지 않고 유연하게 올라타는 거더라고요.
살사는 인도어 스포츠라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반면, 서핑은 한 철 입니다. 꽃이 아름다운 게 한철만 피기 때문이랬나요. 아름답게 올라타 보아요. 그게 파도건 음악이건.
세상 좋아졌습니다. 찍은 사진을 자동으로 영상으로 만들어 주네요. 서피비치에 사는 고양이 사진 보고가셔요.
첫댓글 ㅎㅎㅎ 고양이도 서핑을 하려나~? ㅎㅎㅎ
(양양 가는 길 초반)
등푸른님 : 이번 컨셉은 도전이에요! 제가 진지충에 컨셉충이거든요! 이번 컨셉은 '도전'입니다!
(강습 받고 30분 뒤)
등푸른님(자칭 컨셉충) : 저는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촘챙 : 아니 이번 컨셉은 도전이라면서요?!
등푸른님 :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도전일 수도 있어요(훗)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계셨어요!
돌아가는 길에 이번 컨셉이 왜 도전인지 알고나서야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속으로 울었습니다..
정말 재밌었어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추가.
(양양 가는길 초반)
등푸른님 : 웨이쌤이랑 친구라구요?
촘챙 : 네 ㅎㅎ
등푸른님 : 아 구래요? 웨이 결혼할 때 왔었나요?
촘챙 : 제가 돈 세고 있었어요.
등푸른님 : 저는 사회보고 있었어요.
서로 못볼 수밖에;;
서핑후기잼나요!
저는7월에 양양에한며칠가서
배워보려고요!
같이서핑을할수있는기회가
있으면좋을것같아요^^
꼭 서핑이 아니라도
하계 등산벙도좋을것같아요^^
서핑 재밌겠다~
고등어야 서핑 배우기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 ㅅㅍ ㅅㄱㄷ!!!!! 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혼자가는줄 알았는데...4명씩이나!! 성벙~~ ㅎㅎ
솔리드 쿨 얘기 나올때 룰라면 좋을텐데.. 했는데 진짜 룰라네 ~ 그래서 이번에는 일어선건가? 못일어선건가?
ㅋㅋㅋ 푸른게님?
유연하게 아름답게~파도건 음악이건^^
좋네용~~
대박 유리누나 푸레도 갔네 멋짐~~~
서핑 아예 할줄모르면 어케요...
또 가면 알랴주세용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