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정 전장관님께 지난 대선에서 저의 소중한 한표를 보탠 유권자 입니다.
오늘 아는 지인과 술한잔 하고 들어왔더니 정 전장관님의 기사 내용이 있어 읽어보고선 답답한 마음 금할길이 없어 이렇게 몇자 올립니다.
이곳 아고라는 그나마 많은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으로 정치를 하시는 분들도 항상 지켜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 전장관님이 이 곳에서 저의 글을 꼭 읽어주시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저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항상 똑같이 범하는 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내 마음을 내가 아는 것 만큼 잘 알아 줄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그런 믿음입니다. 내가 나를 잘 아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날 그렇게 알아줄거라는 그런 믿음은 항상 그릇된 결과를 가져오곤 합니다. 사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혹은 내가 '행동'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데도 말입니다.
장관님의 현재의 행동들은 아마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장관님의 지난날의 모습들을 제대로 기억해줄테니, 현재 장관님의 이런 모습들을 보다 잘 이해해줄거라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현재 장관님이 처한 어려움을 다른 유권자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장관님을 지지했던 그 유권자들도 함께 공유하고 지지해줄거라 믿는 그런 마음이 있는것은 아닌지요?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장관님의 그런 기대는 사실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겐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장관님의 이런 '철'없는 행동에 대해 상당히 분개하고 있고 현 정권에 아주 유익한 상황을 장관님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의 생각이 대다수의 유권자들의 생각이라고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만, 장관님의 기사에 걸려있는 많은 댓글들은 아마도 어느정도 이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소스가 아닐지요?
사실 지난 대선때 장관님께 투표한 많은 사람들은 장관님을 대통령 감이라고 생각해서 지지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명박 현 대통령의 집권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최악을 막기위한 차선책으로 전 장관님을 선택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이 표현에 대해 본인은 무척 억울하기도 하고 인정하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제 이런 표현을 증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왜냐면 정 전장관님의 총선에서의 참담한 패배를 보면 쉽게 알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대해 물론 다른 많은 분석이 있겠지만, 대선에서 그만큼의 득표를 한 후보가 겨우 한 지역의 총선에서 참담히 패배했다면 이는 분명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잇겠습니다.
정 전장관님! 제가 생각하는, 또한 느끼는 장관님의 이미지는 '온실속의 화초'입니다. 전 분명히 전 장관님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다만 티비에서 나오는 모습과 기사, 연설문 이런것을 조금 읽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자리에서 정 전장관님에 대한 이미지를 감히 '온실속의 화초'라고 주절이는 것은 그동안 정 장관님의 살아온 '오픈된 이미지' 때문입니다.
정 장관님은 티비의 앵커출신으로 전주의 지역구에선 상당한 실력자이십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기여를 하셨고 두번의 당 대표직을 나름대로 잘 수행하셨습니다. 통일부 장관시절 개성공단을 세우는 등의 공헌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온실속의 화초라니요..
정 전장관님, 장관님은 대선 후보로 나서셨고 현 대통령과의 일전에서 무참히 지셨습니다. 사실 현재의 이런 고통들은 그 패배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장관님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과감히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셨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또다른 패배.. 상대가 강했던 것도 있었지만 두번의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 정 전장관님은 무참히 지셨습니다. 그리고 나선..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셨죠.
장관님께서 미국에 계실동안 한국에선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열거하기엔 지금 제 속이 너무 부글부글 끓네요.. 이건 지난 일년간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상기하면 생기는 저 나름대로의 화병의 일종입니다. 너무 화가나는데 저 스스로 너무 무기력해서 생겨난 화병이죠. 그렇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낼때 장관님은 저희와 함께 있지 않으셨습니다. 미국에 계셨죠.. 그리고 지금 재보궐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십니다. '내자리 줘~ 하고 말이죠.
장관님은 말씀하십니다. 나 정동영이가 나오면 당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만일 정 전장관님이 미국으로 가지 않고 그 많은 어려움을 우리 국민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보냈다면 지금 당신의 이 말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장관님은 그렇지 않았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저희가 어떻게 전 장관님의 진심을 알 수 잇을까요? 당신은 행동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 너무나 없는데 말이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를 들어보죠. 노 전 대통령은 사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적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까지 당선 되었죠. 여기서 정 전장관님과 노 전대통령과의 근본적이 차이가 있습니다. 노 전대통령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의지도 꺽이지 않은채 다시 도전했습니다. 당에 어떤 힘이 있던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것도 그렇다고 인맥이 좋은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그에 비해 정 전장관님은 어떻습니까? 결국 전 장관님이 택한 길은 도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컴백하자마자 떼를 씁니다. 내 지역구 달라고..
어차피 이 상황에서 정 전장관님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것이요, 그렇다고 출마를 포기하고 당에 남아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한명의 유권자로써 정 전장관님께 요청드립니다.
만일, 스스로 한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안에 머무르는 것을 목표로 하다면 그저 어떻게 해서든(당에 피해를 맘껏 입히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시던) 출마하셔서 국회의원이 되십시오. 그럼 아마도 최소한 이인제 의원(지금도 의원인가요?-_-;) 급의 정치인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 더 큰 뜻을 품고 있다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온실 속에서 곱게 크기를 바라선 안될 것입니다. 바로 당에 모든 처분을 맡기십시오. 분명 당은 정 전 장관께 서울, 수도권 지역의 지역구를 맡길 것입니다.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십시오. 만일 떨어진다면, 그렇다해도 아직 기회는 남습니다. 다시 도망가지만 않고 국민 속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국민은, 시대는 정 전장관님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전주에 나갔다가 당선되지도 못한다면 당신의 설 자리는 아예 없어집니다. 물론 당선 된다고 해도 절대로 더 큰 뜻은 품을 수 없게 됨을 분명히 밝혀드립니다.
문국현 의원.. 참으로 애증의 감정을 갖게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대선때 사실 패배의 큰 책임은 그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당시의 대통령 후보가 정 전장관님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둘간의 연합은 가능하였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연합이 파기되는데 가장 큰 잘못은 물론 문의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정 전장관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을까요? 제가 정 전장관님의 온실속의 화초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2002년 대선때 정몽준씨가 선거 전날 연합 파기를 발표합니다. 그때 노무현 후보는 바로 정몽준씨를 찾아갑니다. 문밖에서 처량하게 발걸음을 되 돌렸지만, 그 처량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지지자들이 똘똘 뭉치는 효과가 생겼다는 겁니다. 꼭 투표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그런 효과를 보게 되었지요. 지난 대선때 문국현 후보와의 연합이 잘 되지 않았을때 정 전 장관님은 그 안에서 어떤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셨나요? 혹은 너랑 되던 안되던 난 상관없다 하는 배짱만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나요?
이명박 당시 후보는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어떻게 보면 억지에 가까운 조건을 다 받으들이면서 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말이죠.. 당신은 그때 어떤 노력과 감동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셨나요? 나 아니면 안되다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그런 자신만의 똥 배짱을 설마 지금도 계속 가지고 계신건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
정동영 전 장관님.. 당신이 다음 대선 혹은 그 다음 대선 아님 최소한 킹 메이커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정도의 뜻을 품고 있다면 그동안 머물던 그 따뜻한 온실 속에서 그만 나오시지요..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런 온실속의 따뜻함을 더이상 간직하고 있지 못합니다. 바로 약육강식의 전쟁터이지요. 저와 같은 불초 서민도 하루하루를 잡혀먹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걸요. 전주로 내려가신다고요? 그러지 마시고 서울로 올라오십시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십시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 시장 선거에서 떨어졌을때 미국으로 가진 않았습니다.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지요. 그리고 부산 시민들은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역대 민주당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로 보답했습니다.
과거를 잊은자는 절대로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없고 미래에 어떤 성공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첫댓글 공감 하는 글이네요
정동영氏 정말 많은 실망을 주는 군요.
공감함니다~~~ 흠잡을데가 없는글이네요!!!
명문이네요. 애정을 가진 조언인데 정작 봐야할 사람은 봤는지...원. 안타까운 마음이고 아까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