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톨릭 홈스대교구장 자크 무라드 대주교
교회
무라드 대주교 “반 데르 뤼흐트 신부와 파올로 달롤료 신부, 시리아의 새로운 순교자”
「바티칸 뉴스」는 지난 2015년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게 붙잡혔다가 5개월 만에 탈출한 시리아-가톨릭 홈스대교구장 자크 무라드 대주교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두 수도자들에 대해 증언했다. 첫 번째로 프란스 반 데르 뤼흐트 신부는 모든 시리아인에게 있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함의 모범이고, 두 번째로 파올로 달롤료 신부는 교회의 기억 속에 항상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순교자다.
Jean Charles Putzolu
지난 2015년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이하 다에시)를 자처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게 5개월 간 구금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시리아-가톨릭 홈스대교구장 자크 무라드 대주교는 순교 직전까지 갔다. 그를 감금한 이들은 “개종하지 않으면 참수하겠다”고 겁박했다. 최후통첩처럼 들린 이 말은 당시 마르 엘리안 수도원의 소박한 수도자였던 그를 자신의 수도 서원 앞에 서게 했다. “교회에 대한 사랑과 세상의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를 계속 짊어질 것인가, 아니면 십자가를 포기하고 나의 소명을 내려놓을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십자가를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라드 대주교는 “나를 가두고 감시하는 이들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체험을 통해 제가 받은 선물은 이 사람들, 곧 테러범들이 마음을 깨우쳐 마음을 돌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구원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요.” 무라드 대주교는 하느님께 대한 이 같은 새롭고 전적인 신뢰가 “모든 두려움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죽음에 직면할 때면 우리 영혼을 관통하는 어떤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랬더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었습니다.”
포로생활, 은총의 시간
무라드 대주교는 “이제 그 경험을 은총으로 생각한다”며 “감금 8일째 되는 날 해질녘에 시작된 은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질로 지낸 첫 번째 주가 끝날 무렵, 눈앞에 있는 사람이 다에시 무장단체 수장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와 마주했다고 떠올렸다. “‘우리가 왜 감금돼 있느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우리를 감금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 시간을 영적 수련으로 생각하라’고 대답했습니다.” 무라드 대주교는 가장 잔인한 집단 중 하나인 무장단체의 우두머리이자 원수에게서 그러한 답변을 들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의 대답은 내 남은 인생에 충격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제자에게는 원수가 없습니다. 만약 원수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사랑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나를 죽이려 하는 원수, 나도 죽이고 싶은 그 원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의 사랑의 신비가 있습니다. 그것은 십자가 위에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무라드 대주교는 구금된 지 5개월 만에 한 무슬림 청년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그 청년은 다른 15명의 포로들과 함께 수십 명의 인질이 탈출할 수 있도록 조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이 세상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중요한 복음의 진리를 증거할 수 있도록 저를 구원하고자 하셨습니다.”
예수회 프란스 반 데르 뤼흐트 신부의 순교
무라드 대주교가 납치되기 1년 전, 홈스 지역에서 네덜란드 출신 프란스 반 데르 뤼흐트 신부(예수회)가 수도원 정원에서 피살됐다. 그래서 무라드 대주교는 지난 2015년 당시 프란스 신부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과 자신을 납치한 테러범들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프란스 신부님은 저와 모든 시리아인에게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범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은 시리아와 시리아인을 사랑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무라드 대주교는 프란스 신부의 모범이 모든 이에게 아버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모범이라며 “참된 구원은 사랑과 자기희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프란스 반 데르 뤼흐트 신부의 묘지
파올로 달롤료 신부, 살아 있는 순교자
무라드 대주교는 지난 2013년 납치된 이후 소식이 끊긴 또 다른 예수회원 파올로 달롤료 신부를 기억했다. 지난 7월 29일, 그의 실종 10년째를 맞아 로마의 성 이냐시오 로욜라 성당에서 미사가 거행됐다. 무라드 대주교도 이 미사에 참례했다. 그와 달롤료 신부는 마르 무사 수도원을 함께 복원하는 등 지난 1986년부터 약 30년 동안 동고동락한 사이다. “저는 저를 아는 것처럼 파올로 신부님를 잘 알았고, 저를 사랑하는 것처럼 신부님을 사랑했습니다. 저에게 파올로 신부님은 살아 있는 순교자입니다. 파올로 신부님이 세상을 떠났든 살아 있든 참으로 살아 있는 순교자입니다.” 무라드 대주교는 “순교자란 교회와 하느님 백성의 마음 그리고 기억속에 항상 살아 있는 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파올로 신부가 사방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파올로 신부님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편지를 모으면 백과사전도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파올로 신부님은 가장 어린 사람이든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든, 배우지 못한 사람이든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든, 신자든 비신자든 항상 모든 이 곁에 있는 분이었습니다.”
시리아 마르 무사 수도원 공동체, 파올로 달롤료 신부(가운데)와 자크 무라드 대주교(왼쪽)
기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유를 누리도록 돕습니다
무라드 대주교는 자신의 수감생활과 관련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에게 가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자유라는 은총을 주셨다”며, 인간을 죄수로 만드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 의지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이 본질적인 자유를 누리도록 돕는 유일한 실천은 기도”라고 덧붙였다. “기도는 우리 자신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함께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기도만이 저의 수감생활에, 저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한 유일한 것이었다고 증언할 수 있습니다.” 무라드 대주교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구금기간이 “나의 영적 삶, 하느님과 성모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관대했던 시간”이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번역 이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