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수의 2015 시즌 MLB 일기가 시작됩니다. 시즌 종료할 때까지 추신수 선수의 일기도 함께 하길 바라면서. ⓒ gettyimages/멀티비츠
안녕하세요. 추신수입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한 달 먼저 시즌을 접고, 발목과 팔꿈치 수술 이후 오랜만에 동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는 시간들이 제가 살아있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스프링캠프 첫 날 반가운 선수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을 향하는데,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감정이 솟구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통증 없이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고 수비 연습을 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못해 가슴이 벅찰 정도였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 못할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제 속을 후벼 파고 지나갔습니다.
야구하면서 부상이 많았던 선수도 아니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온 부상들이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우리 팀도, 저도 숱한 비난들 속에서 지난 겨울을 보내야 했습니다. 운동선수가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직접 경험하면서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게 훨씬 많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심정으로는 100타수 무안타라고 해도 야구장에 서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만 같지만, 이런 말은 지금이니까 가능한 얘기이겠죠. 시즌 들어가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또 ‘야구가 어렵다’ 어쩐다 하면서 속을 긁고 있을 게 뻔합니다.
그동안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항상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이곳에 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였죠. 지금은 가족들이 달라스에 있는 바람에 애리조나에선 저 혼자서 호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훈련 마치고 돌아와서 혼자 골프도 치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읽은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잊히질 않습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고, 오늘은 선물이다’. 어제란 시간은 이미 역사가 돼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내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선물로 만들자는 의미가 크게 와 닿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제프 배니스터 감독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지난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아파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시즌 우리 팀이 겪었던 참담함, 제가 감당한 아픔들은 이제 ‘역사’가 된 것이고, 우리에게는 ‘오늘’이라는 선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는 얘기인 거죠. 곱씹을수록 심금을 울리는 문구입니다.
지난 시즌, 저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낸 프린스 필더. 이 선수의 몸 상태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벨트레와 오도르, 저, 그리고 프린스 필더의 라커룸 위치가 엇비슷해 필더랑 자주 얘기를 나눴습니다. 필더는 제게 지난 시즌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오프시즌 동안 개인 운동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더군요. 누구보다 전 필더가 어떤 마음으로 캠프를 기다렸을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다르빗슈 유는 투수들 쪽 라커에서 이상하게 혼자만 우리 라인 쪽에 라커가 자리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르빗슈는 투수들보다 벨트레, 저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어쩌면 벨트레를 비롯해 필더, 다르빗슈, 그리고 제가 건강하고 야구를 잘해야 텍사스 레인저스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로 라커룸 위치를 붙여 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고요.
지난 스프링캠프 때는 이들의 면면이 워낙 슈퍼스타급이라 이름만 들어도 우승이 절로 되는 듯 착각했습니다. 제가 못해도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 우승은 물론 월드시리즈까지 직행할 것 같았거든요. 이번에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 보단, 자신을 올바로 세우려는 노력들이 선수들한테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 더욱 끈끈해진 뭔가가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 벨트레 아내 산드라의 생일 파티가 애리조나 벨트레의 임시 집에서 열렸습니다. 저와 미치 모어랜드, 오도르, 앤드루스, 필더, 치리노스, 루이스, 가야르도 등이 초대를 받았고, 전 선물로 와인 한 병 들고 벨트레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남자들끼리 모이다보니 목적은 산드라의 생일 파티인데 분위기는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끼리 단합대회를 가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종종 말씀 드리지만, 레인저스에서 벨트레를 만난 건 엄청난 행운입니다. 근면 성실 모범 리더십 등 모든 걸 다 갖춘 선수인데도 겸손하기까지 하니, 그 옆에서 배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거기에 유머 감각까지 두루 갖춘 멋진 남자입니다.
벨트레가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Why not us?, Never ever quit’(왜 안 된다고 생각하지? 절대 포기하지마). 시범경기가 며칠 안 남았습니다. ‘Why not us?’ ‘Never ever quit’가 텍사스 레인저스의 화두가 될 것만 같습니다.
<새벽 4시50분, 추신수의 숙소에선 무슨 일이?>
추신수가 쏜다! 선물 이벤트
2015 시즌 추신수 MLB 일기를 시작하면서 총 3회에 걸쳐 선물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추신수 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 글러브, 스파이크, 방망이, 바블헤드, 야구공 중 이번 주에는 추신수 선수가 직접 입는 선수단 유니폼과 바블헤드가 각각 선물로 증정됩니다(기념품점에서 구입하는 것과 선수들이 실제 착용하는 유니폼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올 시즌 부활을 꿈꾸는 추신수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공정한 심사를 통해 두 분을 뽑아 추신수 선수의 유니폼과 바블헤드를 보내드립니다.
*당첨자분들께는 네이버에서 개별 연락을 드릴 예정입니다.

추신수의 유니폼은 어디로 향할까.(사진=이영미)
출처 : 이영미의 추신수 일기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ctg=issue&mod=read&issue_id=531&issue_item_id=10005&office_id=380&article_id=0000000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