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청문회] 청문회서 모든 의혹 否認
- 차은택·고영태 "같이 쳤다" 증언, 골프장 직원 녹취도 있는데…
우병우 "장모한테 물어보니 최순실 모르고 골프친 적 없다더라"
- 세월호 수사 압력도, 妻家땅 등 개인비리 의혹도 모두 "아니다"
"넥슨 김정주 회장 모르는 사람"… 아들 근무특혜도 "모르는 일"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최순실 게이트' 5차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모두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했다. 장모와 최순실(60)씨의 골프 회동 등 다른 관련자들이 맞는다고 한 사안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했고, 전화 통화 등 상대방이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취지는 그게 아니었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청문위원들은 "우 전 수석이 위증(僞證)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맞는다는데
이날 청문회에선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순실씨,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고영태씨 등이 2014년 김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인 기흥CC에서 골프를 한 일이 거론됐다.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클럽하우스에서 최씨가 김 회장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많이 도와주라'고 했다"고 진술했고, 앞선 청문회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차씨의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이 진술을 공개했고, 고영태씨 역시 검찰에서 "골프를 친 게 맞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 청문회장 팻말 시위 - 우병우(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장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진선미·이재정·백혜련·박주민 의원. /이덕훈 기자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장모한테 물어봤는데 '최순실도 모르고, 골프를 친 적도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기흥CC 직원들의 증언'이라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직원들은 "최순실은 (가명을 써서) '이영희'로 골프 치러 왔다" "최씨가 오면 김 회장이 '버선발'로 맞았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는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모른다"고 했고, 최씨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불러 '민정비서관을 맡겠느냐'고 묻더라"고 했다. 우 전 수석 장모 김씨는 '청력(聽力)이 나쁘다'는 사유서를 내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어제 방송 화면에 김씨가 취재진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씨는 기자들의 작은 질문도 알아듣고 대답하더라"고 했다.
◇전화 통화는 했다. 그러나…
우병우 “최순실·차은택 모른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맨 위 사진). 우 전 수석은 이날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며 피해 갔다. 그는 의원들이 제시한 증거 문건이 잘 안 보인다고 하거나(아래 왼쪽), 고개를 기울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아래 오른쪽). /이덕훈·성형주 기자, 연합뉴스
우 전 수석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을 압수 수색하러 간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 수색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의원들이 "누구랑 통화했느냐"고 묻자,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윤대진 부장검사다"라고 추궁하자 "그럴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다. 통화 사실은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통화한 내용에 대해서는 "해경 서버 압수 수색을 놓고 검찰과 해경이 대립하고 있어 상황 파악을 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윤 검사는 압수 수색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법원에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결국 압수 수색을 했다. 검찰 내부에선 "우 전 수석이 '상황 파악'만 했다면 영장을 왜 또 받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우 전 수석에게 "지난 7월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에게 전화해 '형 왜 이래, 어디 아파?'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감찰에 강하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감찰 사실에 놀라서 얘기(전화)는 했는데, '왜 하느냐'고 물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 전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에게 '어디 아파?'라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개인 비리는 모두 "아니다"
우 전 수석은 자신과 처가(妻家)의 비리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형과 아버지를 검찰에 고발했던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을 변호하면서 수임료로 2억원을 받았고, 우 전 수석이 변호를 맡자 그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 특수부로 재배당됐다"고 하자 "수임료는 공개할 수 없고, 재배당은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현대그룹 비선 실세로 알려진 황두연씨를 변호하면서 수십억원 수임료를 받고 압력을 넣어 재판이 2개월 만에 종결됐다'고 하자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역에 있는 처가의 부동산을 넥슨에 1326억원에 매각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넥슨 김정주 회장을 모른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7월 이 의혹이 본지 보도로 처음 나왔을 때는 "처가의 거래에 일절 관여한 적 없다"고 했으나 계약 장소에 4시간 동안 머문 사실이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아들이 서울청 경비부장 운전병으로 특채됐는데 그 경비부장은 통상 승진하면 지방 근무를 하는데 바로 서울청 차장으로 갔다"고 하자 "제가 그 경비부장을 위해 뭘 한 게 없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