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피어나는
5월을 두고
내 친구 문용길이
한 조각 구름되어 떠나갔다
고황산 기슭
빛나는 슬기로
온누리를 비추자던
우리들의 젊은 날
대학주보 장학생 명단을 보고
문용길이 누군지 알아?
옆 친구에게 말을 건넸을 때
한참만에 나야 하던
그 친구가 바로 문용길이었다
자기를 드러낸 적이 없지만
학문의 심도는
꽉찬 배추속처럼
단단한 사람이었다
한가닥 자랑도
드러내지 않고
물어볼 때만
정확한 답을 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함께 밥이라도 먹으면
어느새 계산대로
먼저가는 사람이었다
겸손하고 착해빠져
손해만 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첫 직장 경상도
영광고등학교에서
서린 우리들의 사연
동숙하며 같은 교정에서
교사로서 보낸 아름다운
그 시절의 그 추억을
이제 누구와 나눌 수 있으랴
잠시 고향에 머물다
서울 경희에서 다시 만나
함께
보낸 세월의 무게가
60년이 넘었소
그는 자연과 바둑과
친구와 술과 저녁노을을
욕심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승용차라도 얻어타는
날이면
큰덕이라도 본듯
미안해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제
봄이 다시 와도 벚꽃 감상할 친구가
그립고
여름이면
개울가를 거닐
친구가 그립다
가을이면
단풍 길 함께 걸을
친구가 그립다
겨울이면
눈길 밟을
친구가 그립다
내 친구 용길아
잘 가거라
하늘 나라 주님 품 속에서
편히 쉬다가
꿈속에서라도
자주 만나자
2021. 5. 25 이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