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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 타밀어 | 일본어 |
엄마 | 엄마 | 하하 |
아빠 | 아빠 | 치치 |
나 | 나 | 와따시 |
너 | 니 | 아나따 |
하나 | 아나 | 히토추 |
둘(두) | 두 | 후타추 |
셋 | 셋 | 미추 |
한국어 | 타밀어 |
나는 너와 한국에 왔다 | 나누 닝가룸 한국 완돔 |
나는 그런 것 모른다 | 나누 그런 거 모린다 |
위의 비교표는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이렇게 놀라운 유사성은 과거 우리 조상들과 타밀인이 상당한 기간 접촉을 했다는 언어학적 증거이다. 이외에 두 언어 간엔 유사한 어휘가 셀 수 없이 많지만 여기선 생략하기로 하고, 최근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소개해 본다.
아래는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남아시아 연구센터와 토론토의 타밀인협회, 등이 자료들을 추적한 결과를 근거로 한, ‘신라4대왕 석탈해는 인도인’(뉴스메이커, 2006.8.11)이란 제하의 기사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석탈해(昔脫解): 자신을 “숯과 숯돌을 사용하는 대장장이 집안 출신”이라 함.
성씨 석(Sok): 타밀어로 대장장이란 뜻의 ‘석갈린감(Sokalinggam)'의 줄인 말.
석갈린감이나, 줄임 말의 석 또는 ’석가(Soka)' 등은 현재도 타밀인의 남자 이름으로 남아 있음.
탈해(Talhe): 타밀어로 ‘머리’, ‘우루머리’, ‘꼭대기’를 의미하는 ‘탈에(Tale)'나, ’탈아이(Talai)'와 거의 일치.
단야구(鍛冶具): ‘대장간 도구’란 뜻인데, 당시 타밀어의 ‘단야구(Dhanyaku)’와 발음이 완벽히 일치.
니사금(尼師今): ‘임금’의 어원. 타밀어의 ‘니사금(Nisagum)’으로, 일반적인 왕보다 상위 개념의 황제나, 대왕을 뜻함.
대보(大輔): 석탈해가 처음 맡은 국무총리 격의 벼슬이름. 타밀어에서 ‘신의 다음 자리’, 또는 ‘막강한 사람’이란 뜻의 ‘데보(Devo, 남성)’와 ‘데비(Devi, 여성)’에서 비롯됨.
위에 실은 내용은 지명 관계상 극히 일부일 뿐이다. 두어 가지 덧붙인다면, 석탈해가 자신의 출신지를 다파나국(多婆那國)이라 하였는데, 다파나는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타밀어로 태양을 뜻하는 다파나(Tapana) 또는 다파난(Tapanan)과 일치해 다파나국은 ‘태양국’, 즉 당시 타밀인의 촐라왕국임을 말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석탈해가 가져온 동물 뿔로 만든 술잔인 각배角杯인데, 각배는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와 서아시아의 페르시아(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동안 우리 학계에선 중앙아시아를 거쳐 전해진 것이라 보았지만, 정작 고구려나 백제에선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바다를 통해 신라에 전해진 것을 알리고 있다.
필자는 위의 견해들을 지지한다. 더불어 바다야말로 당시엔 육지에 비할 수 없는 문명교류의 고속도로였다고 확신한다. 누가 봐도 위의 증거들은 그것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필연적으로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에 국내에 알려진 캐나다 타밀협회의 연구 성과들엔 석탈해 관련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야 허황후의 출신지가 기존에 의견이 분분하던 인도 북부의 아유타가 아니라, 촐라국 영토에 위치한 ‘아요디야 쿠빰’이란 것과, 박혁거세를 옹립한 신라 6촌장 모두가 타밀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등인데, 여기선 그러한 내용이 있다는 사실만 간략히 전한다.
이제 여기서 우리 민족의 기원을 유추해 보기 위해 현대 과학의 성과에 눈을 돌려 보자. 우리는 앞 장에서 인간 유전자 중의 가장 한국적 특징을 지녔다는 조직적합성 항원체 HLA-B 59의 분포 영역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한국인에 고유한 유전자이므로, 극소수 스페인인을 제외하곤 유럽에선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유전자가 인도의 일부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드라비다계 인도인과 우리는 문화만이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관련이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다음은 지난 해 동아일보(2006.7.21)에 소개된 단국대학교 김욱 교수의 연구결과로, ‘한국인, 아버지는 농사꾼, 어머니는 기마민족’이란 제하의 기사를 정리한 것이다.
‘남성염색체(Y염색체) 분석결과 한국인 남성은 농경민족에게 많이 나타나는 ’M122‘와 ’SRY465‘라는 남방계통 고유의 유전자를 가진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Y염색체는 부계로만 유전되고 다른 염색체와는 섞이지 않기 때문에 순수 ’부계‘ 조상을 찾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모계의 경우 몽골과 중국 중북부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북방계 성향이 뚜렷하다. 미토콘도리아 DNA 조사결과 한국인의 60% 가량은 북방계 모계혈통을 따른다. 한반도로 이동한 북방계 민족과 남방에서 유입된 민족이 섞이면서 오늘날의 한국민족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앞서의 HLA-B 59와, 위의 연구결과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가 50% 이상 그 기원이 남방과 관련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바다의 한국사는 우리 민족의 기원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 장의 마지막으로 인도양의 또 하나의 ‘~라’ 지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의 고지도에서 마라碼羅라고 기록된 오늘날의 몰디브 섬이 그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몰디브 섬이, 동북아 한자문화권의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는 촐라와 체라와는 달리, 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판단에 이 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바로 마라碼羅에서의 ‘라羅’의 발음에 있다.
우리가 중근동의 여러 지명에서 확인한 현지 발음의 ‘라’를 중국어로선 결코 ‘羅’라 기록할 수 없다. 왜냐하면 羅는 보통어인 북경어론 ‘루어’라 발음되고, 또 광동어에선 ‘로’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오늘날의 한국인만이 羅를 정확히 ‘라’라고 발음하고 있다. 앞에서 확인한 태양을 뜻하는 처용가의 ‘라후덕’의 라는 역시 태양을 뜻하는 중근동의 ‘라’와 완벽히 일치하는 발음이 아닌가?
뒤에서 다루겠지만 중국 한족漢族은 결코 해상민족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중국의 옛 문헌에 나타나는 ‘~羅’ 지명은 기실 중국 한족 고유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민족의 해상활동의 성과를 반영한 것이란 사실이다.
한 가지 덧붙여, 백제가 망한 후, 왜국이던 일본이 백제로부터 자립했음을 나타내기 위해 국호를 태양을 상징하는 일본日本이라 제정한 것과, 역사서인 고사기古事紀와 일본서기日本書紀를 편찬하면서 자신들의 기원을 천손족天孫族의 하강에서라고 한 것은 ‘라’와 태양과의 상관관계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알다시피, 고대 일본은 야요이 시기 한반도에서 건너간 집단에 의해 역사가 시작되었고, 실상 우리와 동일한 민족적 기원을 두고 있음이 아닌가? 그 사실은 오늘날의 유전자가 말해주고 있다.
일본의 고대 수도의 하나인 ‘나라’ 역시 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나라’는 오늘날의 한국어로 국가를 뜻하는 보통명사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나라’의 기원이 원래 모국을 뜻하는 ‘나의 라’에서 기원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나의 라’에서 ‘나’는 언어의 변천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칭대명사이다. 고대에도 ‘나’는 1인칭 대명사로 쓰여 진 데다, 더불어 ‘나’에다 지명이나, 국호에 쓰이는 ‘라’가 붙은 걸로 보아, ‘나라’의 기원이 모국을 뜻했을 가능성이 한층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