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하이리무진은 의전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고급 패밀리밴이다. 스타렉스 하이리무진도 있지만, 경쟁 상대라 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스타렉스 후속인 스타리아에 하이리무진 모델이 추가된다면, 비로소 경쟁 상대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4세대 신차에 적용된 신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여기에 안팎으로 더해진 레이아웃은 기존 하이리무진과 유사하다. 초밥을 생각나게 만드는 하이루프나 곳곳에 추가된 바디킷, 실내 화려한 조명 등이 대표적이다.
4세대 카니발이 딱히 흠잡을 곳 없이 잘 나온 만큼, 하이리무진 모델 역시 잘 나왔다. 단, 구형 모델에는 있지만 신형에 없는 것이 있고, 그 반대에 속하는 것도 있다. 신형과 구형을 간단히 비교 정리해봤다.
# 다양한 트림 vs 다양한 옵션
파워트레인과 모델 구성은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과거에는 디젤 모델이 메인이었다면, 신형은 가솔린 모델만 출시됐다. 트림도 대폭 줄었다. 앞서 구형에서 9인승 4개, 7인승 3개로 나뉘었던 트림을 전부 일원화했다. 가뭄에 콩 나듯 자리했던 11인승은 사라졌다.
신형 하이리무진은 트림을 단순화하고 선택의 폭을 넓혔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키, 빌트인 캠 등이 포함된 스마트 커넥트와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사이드 스텝, 1ㆍ2열 냉온 컵홀더, 하이리무진 전용 승하차 스팟램프가 적용된 프리미엄 팩 등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 화려한 구형 vs 깔끔한 신형
외관에 있어 구형과 신형 간 차이는 크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유사하지만, 표현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구형에만 적용된 건 크게 두 가지다. 그린하우스를 감싸는 크롬 몰딩과 19인치 크롬 스퍼터링 휠이다. 크롬 몰딩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지만, 19인치 크롬 스퍼터링 휠은 신형보다 휠씬 더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사실 신차에 구형 모델의 휠을 끼우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19인치 크롬 스퍼터링 휠은 매력적이다.
신형 하이리무진에 적용된 전용 디테일은 네 가지다. 외부 플라스틱 소재를 외장 패널 색상과 통일해 한층 깔끔해졌고, 사이드 스텝으로 승하차가 쉬워졌다. 보조 제동등 위치를 하이루프로 옮겼으며, 슬라이딩 도어에 전용 승하차 스팟램프를 더했다.
# 신형이 낫지만, 구형도 무시할 수 없다
실내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구형 모델이 2010년대 전형적인 레이아웃이라면, 신형은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낮고 넓은 인테리어 구성을 갖췄다. 덕분에 앞좌석에서 공간적인 여유와 개방감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구형에만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이중으로 구성된 글로브 박스가 돋보인다. 글로브 박스 상단 용량은 지갑 정도 크기의 물건을 넣어두기에 좋다. 신형에서는 대시보드 높이가 낮게 깔리며 상단 글로브 박스가 자취를 감췄다. 부츠 타입 기어 노브는 과거의 산물로 평가되지만, 북미 시장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여전히 이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 이어 하이리무진 전용 블랙 우드그레인이 적용됐다. 신형보다 훨씬 더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룸 램프 버튼도 빨간색 조명이 점등된다. 참고로 신형은 원가절감 여파로 룸 램프 버튼에 조명 기능이 빠졌다.
신형에만 있는 것은 무려 여덟 가지다. 12.3인치 풀 LCD 계기판과 UVO 내비게이션은 요즘 차다운 세련된 구성이다. 다이얼 방식의 셀렉트 레버를 적용함에 따라 스티어링 휠에 패들 시프트가 추가됐다. 패들 시프트는 스포츠성을 나타내는 아이템이지만, 신형은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하기 위해 적용됐다.
또한 실내 모든 조명을 LED로 통일했다. 구형은 룸 램프만 LED였고, 선바이저 거울과 글러브 박스 조명은 할로겐이었다. 신형은 실내는 물론, 트렁크까지 LED 조명을 사용했다. 그리고 C필러 부근 적용되던 무드램프는 도어트림까지 확대됐다. 다소 저렴해 보이는 생선 비닐 패턴은 송풍구 아래 대시보드 내장재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 빠른 승하차 vs 편안한 시트
구형과 신형 모두 나파 가죽시트가 적용되지만, 시트 착좌감은 신형이 훨씬 더 좋다. 몸에 착 달라붙는다. 조작 방식도 달라졌다. 구형은 앞좌석만 전동식 버튼 조절이다. 나머지 좌석은 모두 레버를 당겨 시트 포지션을 조절해야 한다. 반면, 신형은 2열에도 전동식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신형 7인승은 시트 리클라이닝과 레그 서포트 기능을, 9인승은 리클라이닝 기능이 전동식이다.
레버 및 버튼 위치도 다르다. 뒷좌석 탑승객의 빠른 승하차를 위해 차에서 내린 후 시트를 조작하기에는 구형이 더 좋고, 시트에 앉아 원하는 자세를 취하기에는 신형이 더 편하다.
# 디자인 강조된 구형 vs 편의성 강화된 신형
하이리무진이란 차명에 걸맞게 구형과 신형 모두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췄다.
구형은 화려하다. 실내 조명 밝기와 스마트 모니터를 조작하는 컨트롤 패널이 2열 우측 좌석, 일명 ‘상석’에 위치한다. 직관적인 기능 조작이 가능하며, 차급을 높이는 감성적인 효과도 있다. 시트 암레스트와 별개로 2열 도어 트림에 별도의 암레스트가 위치한다. 점등식 LED 도어스커프도 눈에 띈다.
신형은 편의성에 집중했다. 빌트인 공기청정기, 2ㆍ3열 좌우에 위치한 팝업 형태의 LED 독서등, 2열 통풍 기능 등이 추가됐다. 여기에 USB 단자 수도 늘었다. 구형은 2열 전용 USB 단자가 하나지만, 신형은 총 3개다.
# 구형과의 실질적인 가격차는 약 800만원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가격이 대폭 인상됐다.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구형의 가격은 9인승 5571만원, 7인승 5770만원이다. 신형 가솔린 모델 가격은 9인승 6066만원, 7인승 6271만원이다. 가격표로 약 500만원 내외 인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가격 인상폭은 그보다 더 크다. 신형은 주요 선택 사양을 별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형 카니발 하이리무진 구매 고객 대부분이 모든 옵션을 갖춘 최상위 트림을 선호했다. 트림을 단일화한 신형에서 스마트 커넥트와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약 150만원), 프리미엄 팩(약 120만원) 등을 선택하면, 구형 대비 약 800만원 정도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 좋긴 한데…글쎄
신형 카니발에 대한 만족감은 상당히 높았다. 특히 운전하며 느껴지는 승차감과 정숙성은 구형 모델과 확연히 달랐다. 2열에 대한 감동은 많이 줄었지만, 더 넓어지고 편안하게 탈 수 있게 잘 만들었다. 신형 카니발 하이리무진 역시 상징성에 걸맞게 다채로운 변화를 잘 조합했다.
다만 800만원에 가까운 가격 인상폭은 살짝 아쉽다. 카니발의 공간성과 상품성은 훌륭하지만,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는 것도 사실이다. LED 룸 램프의 버튼 조명이 빠지거나 지나치게 많은 블랙 하이그로시는 눈에 거슬린다. 신경 써서 만들었지만 가격 인상폭을 수긍할 정도로 마무리가 완벽하진 않다. 더군다나 파업 여파로 하이리무진 모델의 계약 후 출고 기간이 미지수인 점도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