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말은 고대 국가 탄생의 중요한 가축이다.
소는 평화, 말은 전쟁의 상징이 되었다.
인류학자와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소는 6,000년 전에서야 비로소 서남아시아와 인도, 북아프리카에서 가축화가 시작되었다.
다음으로 양과 염소, 돼지가 8,000년 전에 서남아시아에서 가축화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의 경우 가축화 과정에서 예전보다 크기가 더욱 작아졌으며, 젖의 양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필요에 따라 계속 선택적으로 소의 진화(?)를 유도해온 까닭에서다.
이러한 소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이후, 서서히 동서 방향으로 퍼지게 됐다.
하지만, 돼지와 함께 양대 가축에 속하는 소는 아메리카 대륙에선 사육되지 못했다. 비록 빙하기 시절에, 극동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이 연결돼 있었다고는 하나 너무 추운 극지방의 기후를 소와 돼지가 견디지 못한 까닭에서다.
소가 돼지와 함께 아메리카에 성공적으로 상륙하지 못했고 유럽이 배를 통해 직접 실어 나른 16세기 이후부터였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살펴보니, 전 세계에서 가축화가 가능한 대형 초식 포유류는 148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최종적인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단 14종이었으며, 그 가운데 5종이 어느 문명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에서도 인류의 문화를 번성시켜준 가장 고마운 동물은 소였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는, 140여종에 달하는 전 세계의 대형 야생 초식성 육서 포유류 가운데 어찌하여 14개 종만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되었을까?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때문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따온 것으로 이 소설의 서두에 나오는 글귀에서부터 시작됐기에 불리는 법칙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의 불우한 삶을 그렸던 소설에서 첫 문장을 통해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바는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뤄져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즉, 연인들은 서로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며,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의견이 일치되는 것은 물론, 종교도 동일하며 양가 부모님을 비롯해 친인척 등과의 관계가 무난해야 한다는 등 수많은 문제들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리하여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불행한 결혼은 수많은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금새 그 충분조건을 만족시킨다.
돈이 없거나 서로 사랑하지 않거나 종교가 다르거나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거나 따위의.
마찬가지로,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인류사에서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의 가축화에 대해 설명해 준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룩말이나 멧돼지처럼 가축화에 적합해 보이는 수많은 대형 야생 포유류들은 가축화가 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가축화에 성공한 가축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라시아산이었다는 점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따르면 450kg짜리 소를 키우려면 옥수수 4500kg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육식 동물은 그렇게 자란 초식 동물 4500kg이나 먹어야 하니, 애당초 육식 동물을 가축화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못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동물원에서 사자 한 마리가 1년에 먹는 사료 양과 비용를 생각해 보라.
성장 속도 역시 중요했다. 고릴라나 코끼리의 경우는 다 자라는데 15년이나 걸리는 반면, 소는 3년, 돼지는 6개월이면 성우와 성돈이 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가축 대상 동물의 성격이었다.
회색곰과 아프리카 들소, 하마와 코뿔소, 코끼리와 얼룩말이 얼마나 거칠은지.
그러고 보면, 돼지도 무척 거칠다. 직접 사육하는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특히, 발정기에 접어든 숫퇘지는 정말 사납고 무섭다고 한다.
반면, 소의 경우는 가축들 가운데 양이나 염소처럼 온순하기 짝이 없다.
덩치는 가장 큰 녀석이 성격까지 온순하니 6,000년 전의 인간들이 소를 어찌 그냥 두었겠는가?
소가 가축 가운데 으뜸이라 하는 까닭은 말이나 돼지, 양, 염소가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고르게 제공하는 까닭에서다.
일례로 돼지는 노동력과 젖을 제공하지 못하며, 양과 염소는 노동력을 주지 못한다. 말 또한 고기와 젖을 제공하지 못한다.
물론, 말 젖을 먹거나 이를 이용해 요리를 하는 민족들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말은 주로 노동력과 운송 수단으로 주로 활약해 왔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소는 고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젖을 비롯한 유제품과 육상 운송, 노동력을 제공한다.
뿐만아니라 가죽과 함께, 한국의 경우에는 꼬리와 발마저 살뜰하게 건네준다.
그런 소는 특히 노동력으로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 마지기 논을 경작하는 소작농에게 소는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귀한 소가 임신을 해서 새끼를 낳으면 그 새끼를 잘 키운 후, 장에서 비싼 값을 받아 팔며 대학 간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한 것이 우리 조상들의, 아니 우리 할아버지들의 삶이었다.
말의 가축화에 관한 많은 주요 문제에 대해 많은 가설이 존재한다.
말은 기원전 30,000년에 구석기 시대 동굴 예술에 등장했지만 이들은 야생마였으며 아마도 고기를 위해 사냥되었을 것이다.
말이 언제 어떻게 가축화되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말을 운송 수단으로 초기에 사용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는 기원전 2000년경이다.
그러나 기원전 3500년경에 말이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타이 문화의 맥락에서 발견된 바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아크몰라 지방의 보타이 정착지가 말을 가장 먼저 길들인 장소라고 제안했다.
유전적 증거에 따르면 현대 말 조상의 가축화는 기원전 2200년경 서부 유라시아의 폰틱-카스피해 대초원 지역에 있는 볼가돈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서 운송, 농업 작업 및 전쟁을 위해 유라시아 전역에 말을 사용했다.
소와 말은 인류와 함께 살아 온 귀중한 가축이다.
소는 평화를 위해서, 말은 전쟁을 위해서.
참고로, 고고학적인 증거를 통해 볼 때, 대형 포유류 가운데 가축화가 가장 먼저 이뤄진 동물은 개다.
이미 15,000년 전부터 인간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개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자.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대신에
“가축화 할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 할 수 없는 동물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개는 과연 그럴까? 가장 먼저 가축화 되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늑대를 가축화 한 것이 개다.
늑대는 육식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대형초식동물만으로 가축화가 진행되었는데, 늑대는 육식 동물인데 어떻게 가축화 되었을까?
젖, 고기, 가죽, 노동, 운반 등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15000년 전이면,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라서, 가축화 필요성도 없을 때다.
그런데 왜 가축화 되었을까?
추측컨대, 개의 가축화는 다른 대형 초식동물과는 다른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농업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라, 당연한 일이다.
개의 가축화의 시작은 ‘경비’와 ‘애완’ 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그것이 개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이로운 일이니까.
물론 농업혁명이 일어난 10000년전 부터는 다른 가축과 같은 용도를 강요 받았을 것이다.
개 식용의 역사는 오래 전 부터다. 유럽 각국들, 특히 프랑스가 가장 많이 개를 식용으로 사용했다. 일본을 비롯해 수많은 문명들의 개의 식용은 일반적이었다.
정부는 개의 식용을 법으로 금지 시켰다.
난감한 일이다. 대통령 부인이 애견인이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의심도 해 보지만, 대부분의 여성들도 개 식용에 반대하는 실정이다.
아무리 묘안을 짜봐도 방법이 없다.
개는 역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따를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