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용산참사 추모대회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경찰은 추모대회 자체를 원천 봉쇄한 것 뿐 아니라 곳곳에서 무리한 공권력 행사로 시민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시민들의 불법 거리 행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법을 준수하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법을 위반해가며까지 시민들을 통제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 도심은 언제부턴가 경찰 국가가 되버린 느낌입니다.
오늘 경찰은 추모대회 장소인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 전경버스를 촘촘히 세워둬 시민들의 청계광장 접근 자체를 막았습니다. 경찰은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는 입장이지만, 추모제는 집시법상 신고대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오후 4시인 주간에 열리는 추모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의 규제대상도 아닙니다.
심지어 추모대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지하철 광화문역 출입구를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직접 찍은 영상입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단체로 불법집회에 참석할 염려가 있기에 출입구를 봉쇄한다”고 밝혔지만 이것은 경찰의 불법 통제입니다. 법원에서는 “불법집회라 하더라도 사전에 참석을 차단하는 것은 위법행위다”고 예전에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영상] 광화문역 출입구를 봉쇄해 버린 경찰…시민들 항의 displayObj(' id=V000283949 codeBase=http://fpdownload.macromedia.com/pub/shockwave/cabs/flash/swflash.cab#version=9,0,28,0 height=345 width=400 classid=clsid:d27cdb6e-ae6d-11cf-96b8-444553540000>');
추모대회가 끝난 뒤에도 경찰의 무리한 행동은 계속 됐습니다. 경찰은 청계광장 인근과 무교동 일대 전체를(말 그대로 무교동 일대 100%였습니다) 전경버스와 전경들을 동원해 시민들의 보행을 차단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시민과 추모대회 참석자를 구분하지 않고 경찰이 보행 통행제를 해 시민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습니다. 아예 무교동 일대 골목 곳곳의 출입을 막는 바람에 내부로 들어오는 시민도 외부로 나가려는 시민도 모두 통행이 차단됐고, 무교동은 마치 고립된 섬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경찰이 시위 현장과 떨어진 골목을 막을 때는, 사람 한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통로는 열어 두는데 7일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항의하면 경찰은 그냥 묵묵부답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밤 10시까지 계속 됐습니다.
무교동 일대 골목 골목을 막아버린 경찰들의 모습. 한 할아버지가 애처롭게 통행을 부탁해보고 있다.
('청지기'님 블로그에서 펌)
이 때문에 퇴근길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직접 찍은 영상입니다. 퇴근하는 시민 여성구(38)씨가 집으로 가는 길목을 경찰에 차단당해 30분동안 이리저리 헤매다 저희 <한겨레> 취재진을 만나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시위대를 차단하는 건 좋지만, 일반 시민은 지나갈 수 있도록 작은 통로라도 열어줘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영상] 서울 무교동 인근서 경찰 보행 통제…퇴근하던 시민들까지 발 동동
퇴근 길 시민에게 길 안내하던 경찰도 출구를 찾지 못해 결국 포기해버립니다. -.- displayObj(' id=V000283950 codeBase=http://fpdownload.macromedia.com/pub/shockwave/cabs/flash/swflash.cab#version=9,0,28,0 height=345 width=400 classid=clsid:d27cdb6e-ae6d-11cf-96b8-444553540000>');
그런데 경찰이 시민들의 보행을 원천 차단하는 행위는 역시 위법입니다. 설사 “시민들의 불법행위가 충분히 예상되더라도 경찰은 무리한 통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7일 억울하게 보행을 차단당한 시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하시면, 모두 승소하실 겁니다.
경찰의 무리한 작전의 하이라이트는 7일 저녁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시민들이 탑골공원 앞에 모이기 시작하자 강제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휴대용 색소 물포를 쏘았습니다. 경찰들이 배낭에 매고 다니는 이 휴대용 색소 물포는 노즐 구멍을 정조준해 발사하는 장비입니다. 옷에 색소가 묻어 있는 시민들을 경찰이 붙잡기 위해 요즘 시위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장비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경찰이 시민들의 옷을 향해 색소 물포를 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정조준해 쏘아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마치 적개심을 표현하는 듯 보일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인도를 걸어가고 있는 일반 시민들을 향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쏘아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저희 기자들도 물포를 맞아 얼굴이 파란 스머프처럼 변해버렸습니다.
휴대용 색소 물포는 관련 사용 규정이 경찰 내부에 마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근거리에서 시민의 눈에 물포가 들어가든 말든 그냥 마구 쏴대는 듯 보입니다. 이건 참 매우 위험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경찰이 종로 2가를 지나가는 시민의 얼굴을 향해 휴대용 물포를 정조준해 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진>
경찰들도 시민들의 불법행위를 막느라고 고생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위법을 저지르는지도 모른 채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데 경찰이 앞장서서는 곤란합니다. 부디 집시법과 관련한 각종 판례좀 숙지하셔서, 위법 행위는 저지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민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과 경찰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함께 비교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한 시민이 오늘 그러더군요.
“자꾸 이러시면 당신들은 폴리스(police)가 아닌 폴리시아(policia)입니다.”
‘(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경찰이 아닌, (법을 잘 모르는) 사설 용역 대원들처럼 느껴진다’는 한 시민의 항의입니다.
용산참사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서울 경찰, 아직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먼 것 같습니다.
첫댓글 시민들의 반대여론이 형성되는 주원인은 교통소통이 안되는 것인데... 슬기로운 생각이 필요합니다...
집회로 인하여 주변 상가가 영업 피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견찰들의 도로봉쇄로 직접 적인 피해를 주변 상가주가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