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월의 드라마가 끝난 7월은 조용했다. 아드보카트는 러시아의 제니트로 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별로 놀라울 것이 없는 뉴스였다.
한 명의 네덜란드인이 다른 나라로 떠나자, 또 다른 네덜런드인이 그 어려운 자리를 물려받았다. KFA가 핌 베어벡을 한국의 새 감독으로 임명한 것이다. 커다란 논란이 없었던 결정이었는데, 2002, 2006 월드컵에서 코치로 활약한 베어벡은 자연스러운 후계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축구경기가 벌어지지 않을 때면, 사람들의 관심은 선수들의 이적문제로 옮겨간다. 아드보카트는 FC서울의 김동진과 울산 현대의 이호를 러시아로 함께 데려갔다.
8월 선수들의 이적이 계속되고 있다. 두 명의 미드필더가 관련된 대형 이적이 이루어졌고, 이들의 행선지는 모두 수원이다. 백지훈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빅버드로 본거지를 옮겼고, 대전 시티즌은 정신적 지주인 이관우 없이 팀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부산은 스위스 출신의 에글리 감독을 영입했다. 에글리가 세계 최고의 감독은 아니겠지만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감독 중의 한 명인 것은 분명하다. 설기현이 한국인으로서는 3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스나이퍼” 설기현은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레딩으로 이적했다.
K리그 후기리그가 무더운 8월 말에 시작됐다. 성남은 첫 2경기를 모두 이기며 전기리그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베어벡이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가졌다. 베어벡과 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의 두 번째 경기에서 대만에게 3대0의 승리를 거뒀고 안정환이 첫 골을 터뜨렸다.
울산 현대와 이천수가 A3 챔피언스컵에서 맹활약 했다. 울산은 제프 유나이티드와의 첫 경기에서 2대3으로 패했으나 일본 챔피언인 감바 오사카를 6대0으로 완파했다. 울산은 이어 중국의 강 팀인 다렌 스더마저도 4대0으로 제압했고, 이천수는 3경기에서 6골을 잡아냈다.
9월 MSV 뒤스부르크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안정환은 곧 소속팀 없는 선수가 될 예정이다. 그는 곧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대표팀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안정환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서울 남산 기슭으로, 그는 홀로 산을 타며 훈련하고 있었다. 대표팀과 신임 감독 베어벡에게 9월 첫째 주는 무척 바빴다. 9월 2일에는 이란과 1대1로 비겼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중들은 이란이 경기 종료직전에 터뜨린 동점골에 기분이 상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표팀은 다시 수원으로 이동해 대만과의 리턴매치를 가졌고 8대0의 가벼운 승리를 거뒀다. 이제 한국은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보태면 2007 아시안컵의 예선통과를 확정 짓게 된다.
4경기에서 3승을 거둔 수원 삼성이 후기리그 1위로 올라섰다. FC서울은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9월에는 끔찍한 부진을 보였다. 성남의 9월도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AFC 챔피언스리그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전북 현대는 상하이 선화와의 아시안 챔피언스리그 8강전 경기에서 2대0으로 지고 있었으나, 결국 4대3 역전승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또 다른 K리그 팀인 울산도 사우디의 알 샤밥을 대파하며 4강에서 전북 현대와 맞붙게 되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는 울산이 전북에게 3대2의 승리를 거두며, 울산 홈경기를 유리한 상황 속에 치르게 됐다. 잉글랜드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3인방의 희비는 엇갈렸다. 레딩의 설기현은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갔지만 이영표는 토트넘에서 주전자리를 빼앗겼다. 박지성은 발목인대 부상으로 3개월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10월 전북 현대는 아시안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울산과의 원정경기에서 4대1의 승리를 거두며 울산을 충격에 빠뜨렸다. 전북은 시리아의 알 카라마와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한국이 시리아와 1대1로 비기며 2007 아시안컵 예선통과를 확정 지었다. 한국은 경기를 지배했으나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진 못했다. 언론에서는 대표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흘러나왔다.
K리그도 계속되고 있었다. 수원은 후기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낼 수 있을 정도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플레이오프를 노리고 있다. 포항 또한 9월에만 3승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어떤 팀이 4위가 되는지가 관건이다.
11월 11월은 아시안 챔피언스리그의 2경기와 함께 시작됐다. 전북은 홈에서 열린 아시안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2대0으로 승리하며 아시아 대륙의 왕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전북은 시리아에서 열린 2차전을 1대2로 패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서며 아시안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다. 60만 달러의 우승상금도 받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전북은 12월에 열리는 2006 FIFA 클럽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수원은 후기리그를 우승했고, 예상대로 포항과 서울이 3,4위로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성남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서울에게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서울은 김한윤의 헤딩슛이 득점이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한윤이 헤딩한 공이 라인을 지나갔을 때 주심은 노골을 선언했고, 곧이어 득점에 성공한 성남이 결승전에 선착했다.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판정에 대해 격분했다. 하지만 이장수 감독의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그 분노는 이장수 감독이 서울에서 보여준 마지막 모습이 됐다. 또 다른 4강전 경기에서는 수원이 백지훈의 썬더볼트 중거리 슛으로 포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K리그 챔피언결정전, 성남은 경기종료 2분을 남기고 터진 우성용의 헤딩골로 1차전을 1대0으로 승리했다. 성남은 2차전에서도 모따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을 2대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부 리그에서는 고양 국민은행이 김포 할렐루야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고양은 사상 처음으로 K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베어벡은 아시안컵 예선전의 마지막 경기인 이란전에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갔다. 하지만 선수 차출을 둘러싼 프로팀 VS 대표팀의 싸움은 계속됐다. 성남과 수원은 챔피언결정전을 대비해야 하는 선수들을 중동에까지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테헤란에 갔고, 한국은 이란에 0대2로 패배했다.
12월 한국 축구의 2006시즌은 FA컵 결승전과 함께 마무리됐다. 추운 날씨 속에 열린 결승전에서 전남 드래곤즈가 수원 삼성을 2대0으로 꺾고 FA컵 트로피를 가져갔다. 전남은 성남, 전북과 함께 2007 아시안 챔피언스리그에 참여한다. FIFA 클럽 월드컵에 나간 전북 현대는 멕시코의 클럽 아메리카를 맞아 열심히 싸웠으나, 바르셀로나를 만나는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전북은 아메리카를 이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고양 국민은행은 내셔널리그에 계속 남기로 결정했다. K리그로의 승격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축구발전기금 덕택에, K리그는 여전히 새로운 승격 팀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좋은 출발을 보였고, 무실점으로 방글라데시, 베트남, 바레인을 꺾으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북한을 맞아 3대0으로 승리를 거뒀고 준결승에서 이라크와 만나게 됐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이라크를 압도했지만, 금메달의 꿈을 날려버린 이라크의 한 방을 얻어맞고 좌절했다. 중동에서의 패배로 시작됐던 2006시즌은 또 한번의 중동에서의 패배로 끝이 나 버렸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 다가선 시간, 한국은 2007 아시안컵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바레인과 한 조에 편성됐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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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정리도 잘하시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