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만찬
다시 영일만 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베네시안 모텔에서 계획에 없던 여정을 풀었다. 나는 607호 김길자 시인님, 김민자 시인님과 나, 셋이서 한 방에 들었다. 여독을 풀며 쉬고 있을 때, 대구회 식당으로 저녁식사하러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늦은 점심 식사로 포만감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7시까지 모이라 했다.
우리 방 팀원 셋이서 좀 일찍 나와 포항연안여객터미널 주변의 바다를 바라보며 거닐었다. 석양의 황홀한 빛이 바다를 물들이고 하얗게 몰아오는 파도와 사막의 모래 물결처럼 잔잔히 날아오는 모래 바람이 곱다. 그 오붓한 바닷가에 대구회 식당이 있었다.
총총이 모여들고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오늘 저녁은 매일신문사에서 한국시인협회의 행사에 대한 협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김종해 회장님의 소개말씀과 매일신문 사장님의 인사말씀을 들었다.
정광태 (명예) 독도 군수의 건배 선창으로 축배의 잔을 들고 하나로 뭉치어 독도 사랑을 다짐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끼는 시간이다. 우리의 땅을 우리의 땅이라고 외쳐야 하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사실은 이 저녁 만찬도 울릉도에서 가져야 했는데 배가 회항함으로 이곳 포항에서 갖게 된 돌발 상황이다. 그래도 140여명이 두 군데의 방에 나누어져 싱싱한 회와 해물찌개로 바다의 향기를 느끼며 문우의 정을 엮었다. 정광태 가수는 앞면과 뒷면이 독도 사랑과 ‘독도는 우리땅’노래 가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독도가 눈앞에 다가오는데, 독도에 대한 열변이 뜨겁게 이어진다.
창 밖의 바다는 까맣고 눈뜬 가로등만 커다랗다. 내일 울릉도로 재입도를 시도해 보고, 만일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그냥 서울로 돌아가는 것으로 임시 일정을 정했다. 모두들 예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는 다짐이지만, 우리를 울릉도까지, 아니 독도까지 인도하는 것은 오로지 신만이 알 일이다.
아름다운 저녁만찬이 아름다운 독도 행진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마지막 축배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매일신문사 협찬 저녁만찬.일행을 챙기려 일어선 김종해회장님과 빨간 마후라의 정광태 독도명예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