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마당지기 김기종)는 12월 7일 낮 3시에 한글학회 강당에서 "남북 말글의 낯설음 극복을 위해"라는 주제로 최기호(학국어정보학회 회장)교수가 '남북 말글의 낯설음과 통일 전망'이라는 발표를 하고 김영명(한글문화연대 대표)교수가 토론을 했으며, 최용기(국어원 학예연구관)박사가 '남북 말글의 하나 됨을 위해'란 제목으로 발표를 하고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교수를 대신해 이대로(우리말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가 토론을 하고, 염시열(전주 삼우초등교)배움지기가 '남북 교과서와 말글 교육에 대해'란 제목으로 발표를 하고 이철호(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이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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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를 한 최용기 박사, 최기호 교수, 염시열 선생 © 이대로 |
우리마당은 1982년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젊은 대학생들이 만나고 모이기가 힘들 때 우리문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마당을 신촌에 열고 풍물을 배우며 ,문화답사기행을 하고, 민족문화예술을 이야기하는 문화마당이었고 운동권 학생과 젊은이들이 군사독재의 눈을 피해 만나던 모임터였다. 우리마당은 1998년부터 남북통일을 준비하는 학술토론회를 짝수 해마다 열었는데 이번 12월 7일은 4차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에 앞서 우상호(국회 문화관광위)의원이 축하 말을 했다. 이 의원은 "우리마당은 80년 대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었고 문화를 넘어 진실을 알리는 울림터였다. 그 때 '센서스'란 외국말을 '조사'로, 'MT'는 '모꼬지'로, '신입생'은 '새내기'로 바꾸어 널리 쓰게 한 일은 큰 보람이었다. 연대 학생회장으로서 교양 국어과목이 영어보다 학점이 적은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국어학점을 3학점에서 6학점으로 올리게 한 일이 있다. 오늘날 많은 국민이 영어 발음 하나 틀리는 건 부끄러워하고 우리말을 잘 못하는 건 부끄러워하지 않는 데 큰 잘못이다. 이제 국어정책을 다루는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말을 살려 남북의 말글이 하나가 되도록 힘쓰겠다. 국회에 가서 가장 먼저 힘쓴 건 국어기본법을 통과시키는 일이었다. 이 일은 여야의원 모두 합의로 문광위를 통과했으니 본회의엔 무난히 통과될 것이다. 법률문장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일은 국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니 이 일에도 앞장서겠다 "며 국회에서 우리말을 살리는 정책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주제발표와 토론 골자를 아래 정리해본다. 1. 최기호 상명대 교수 발표 - 사람의 문화생활 핵심은 말이다. 말은 그 자체가 문화이기도 하지만 새 문화를 만들고 이어가는 수단이고 고리이기도 하다. 또 말은 사람을 뭉치게 하고 친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은 서로 쉽게 뭉치고 친해진다. 한국인이 한국말을 좋아하고 서로 쓰지 않으며 미국말을 더 좋아하고 즐겨 쓰면 미국사람을 닮아간다. 남의 말을 함부로 써선 안 된다. 프랑스 사람은 딸을 시집보낼 때 "내 딸에게 프랑스 말만은 잘 가르쳤다"고 자랑한다고 한다. 프랑스 말을 잘 하고 사랑하는 건 올바른 프랑스 정신이 들었고 그렇게 자랐다는 걸 뜻한다는 뜻이다. 우리도 아들딸에게 남의 말보다 우리말을 더 잘 가르쳐야 한다.
북쪽은 말글규범을 주체사랑에 기초를 두고 민족특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세웠다. 그리고 민족어 교육에 많은 힘을 쏟고 1949년부터 한자폐지 정책을 시행해 한글전용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토박이말을 많이 살려 썼다. 말 다듬기 운동을 해서 옛 토박이말과 지방 사투리를 많이 살려 쓰기도 하고 새 말을 많이 만들어 썼다. 될 수 있으면 외국말이나 한자말은 쓰지 않고 토박이말 중심으로 말을 다듬었다. 그래서 일본 한자말과 외국말을 많이 쓰는 남쪽 말과 다른 게 제법 있다. 그런데 남쪽은 그 반대였다. 우리 토박이말은 가장 천대하고 외국말을 더 섬겼다. 알몸이란 토박이말보다 나체란 한자말이 더 좋은 뜻으로 쓰고 누드란 영어를 더 고상한 말로 쓰고 있다. 밥집보다 식당이 식당보다 가든이나 레스토랑이 더 고급스런 먹거리 터로 인식하고 쓰이고 있다.
남북 말이 낯선 걸 보면, 각선미(남쪽):다리매(북쪽), 개고기(남쪽):단고기(북쪽), 견인차(남쪽):끌차(북쪽), 관광버스(남쪽):유람버스(북쪽), 괜찮다(남쪽):일없다(북쪽), 구설수에 오르다(남쪽):말밥에 오르다(북쪽) 들이 있다. 이렇게 말이 조금 다른 게 있지만 본래 1933년 일제 때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을 기준으로 말글살이를 하고 있으니 남북이 조금만 힘을 모으고 애쓰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통일 맞춤법과 통일 사전을 만들고 함께 말 다듬기를 하면 말글 소통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김영명 한림대 교수 토론 - 북한 정치체제엔 문제가 많지만 말글 다듬기는 북쪽이 잘 했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북쪽이 무리하게 말 다듬기를 해서 남북 말이 낯설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남쪽이 외국말과 한자말을 많이 쓰는 게 더 나쁘다고 본다. 몇 해전 북쪽 류열 교수가 남쪽에 와서 거리의 영어 간판을 보고 "남쪽엔 영어를 너무 많이 쓴다"고 말하니까 조선일보는 류 교수가 정치발언을 한다고 보도했다. 그런 식으로 남북문제를 보면 안 풀린다. 남쪽엔 국어정책이 없다고 할 정도로 무질서했다. 앞으로 정치와 행정 쪽에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바른 사람이 많이 들어가고 힘써야 한다. 현 행정관료와 지배층이 말 다듬기에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인식으론 우리말이 살아날 수 없다. 남북 말글통일뿐 아니라 국어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말뿐인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2. 최용기 박사 발표 - 남북이 50년 동안 떨어져 살다보니 서로 말이 낯설게 되었다. 남쪽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놔두는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썼고 북쪽은 정부가 강력한 국어정책을 세우고 국민이 따라오게 했다. 이른바 '주체 언어 사상'을 추진했다. 남북의 말글정책을 견주어 보면 남북이 국어 연구기관과 정책 수행기관이 따로 있으나 그 기관의 위상과 역사는 차이가 크다. 남쪽의 국어정책과는 15년밖에 안 되고 문광부 안에 있지만 북쪽의 국어사정위원회는 50년이 넘고 내각총리 직속이다. 남쪽은 소속과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북쪽은 그렇지 않았다. 직원도 남쪽은 40여명인데 북쪽은 110명이고 북쪽은 김일성 주석이 직접 나서서 국어정책을 밀고 나갔다. 그런데 지금 북쪽 연구원은 살기 힘들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 연구한다고 한다.
남북 말글이 하나가 되려면 첫째, 남북 정책을 인정하고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 할 일이다. 서로의 단점보다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하면서 좋은 쪽으로 합의해야 한다. 둘째, 남북이 함께 말 다듬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남북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순 우리말로 다듬어 써야 한다는 마음은 같다. 외국과 왕래가 많은 오늘날 우리말을 지키고 또 어쩔 수 없는 외국말은 합의해 쓰도록 하자. 셋째, 말글 통일정책 지름길은 우리말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북쪽은 남쪽보다 우리말을 잘 다듬고 지키는 데 많은 노력을 했으나 남쪽은 영어 조기교육과 영어 공용어 바람이 일 정도로 우리말 교육보다 외국말 교육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다. 남북이 우리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권재일 서울대 교수 토론 - 한 민족은 한 말글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우리말의 역사는 길고 일제 때도 우리말을 꿋꿋하게 지키고 이어왔다. 남북이 50년 동안 갈라져 있다보니 낯선 말이 생겼는데 남쪽 책임이 크고 남쪽이 노력해서 바꾸어야 할 게 많다. 말글이 하나 되게 하려면 첫째, 남북 학자와 전문가가 나서서 연구해야 한다. 둘째, 남북이 합의하지 쉬운 말 다듬기부터 하자. 셋째, 말글 규범 통합에 힘쓰자. 넷째, 사라져 가는 방언을 수집하자. 다섯째, 러시아 중국 지역의 우리말 실태를 조사하자. 끝으로 남북 말글정책 다른 걸 좁혀가자.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토론 - 남쪽은 국어정책도 없었고 국어정책이 떠돌고 있다. 국어정책과가 중앙부처인 문광부에서 없어지고 연구기관인 국어연구원으로 넘어간 게 그 본보기다. 남북의 말이 하나가 되려면 남쪽에서 함부로 쓰고 있는 미국말을 줄여야 한다. 남쪽 정부와 학자가 겨레말을 지키고 살리려고 애쓰기 보다 더 앞장서서 영어를 섬기고 쓰고 있는 게 큰 잘못이다. 시민단체가 영어 간판이 위법임을 판결로 확인했는데 그 담담 부처인 행정자치부나 문화관광부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 이래선 안 된다. 한글과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외국말투를 버려야 한다. 오늘 토론 주제 "남북 말글의 낯설음 극복을 위해"라는 말도 우리말투가 아니고 어렵다. "남북 말글이 낯설지 않게 하려면"으로 하는 게 더 우리말답다. 남북 말글이 하나가 되려면 남북의 방송과 신문을 서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건 통일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3. 염시열 전주 심우초등학교 교사 발표 - 나는 오래 전부터 일제 한자말보다 토박이말을 찾아 쓰려고 힘썼다. 그래서 1999년엔 신 지식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건 좋지만 다른 이가 알아듣게 해야 한다며 호응하지 않았다.
우리 겨레는 이웃나라에 견주어 빠지지 않는 남다른 새얼(문화)이 있고 가꾸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게 되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아픔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되었으나 아직도 우리 어린이 배검(교육)을 일본인이 만들고 쓰던 말을 그대로 쓰고 있으니 안타깝다. 일본 한자말을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우리말로 바꿀 것인가 고민할 때다. 국어 7차 교육과정에서 '단원'이란 일본 한자어 하나를 '마당'이라는 우리말로 바꾸었을 뿐이다. '통일'이란 말을 '한통'으로 바꿔보자. '통일'이란 말은 일통(一統)이란 중국 한자말을 일본이 그들의 말법에 맞게 통일(統一)로 바꾼 걸 우리가 따라 썼다. 그런데 '한통'은 농가월령가 시월령에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 다음이라, 간격없이 한통치고 네 것 내 것 계교 마소"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한통치고'란 말은 네 것 내 것 따지지 말고 하나가 되어 뭉치자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우리의 소원은 한통'으로 바꾸자. '학습'이란 말도 '배움'으로 바꾸자. 일본인이 쓰는 말 '-적'이란 말도 '-결'로 바꾸자. '능독적'은 '댑뜸결'로, '수동적'은 '따름결'로 바꿔쓰자. '교사'도 '배움지기'로 바꾸자.
이철호 참교육연구소 부소장 - 나는 국문과를 다닐 때 '이름씨'란 문법 용어에 익숙해졌는데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는 그 말을 쓰지 못하고 '명사'란 말을 쓰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일본식 한자말로 된 표준문법이 불편했다. 영어와 한자 교육을 강화하는 현 국어 정책과 환경을 큰 문제다. 염시열 선생이 토박이말을 살려 써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데 남북의 말글이 달라진 문제보다 남북의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남북 주민의 사고방식과 의식 구조가 다른 게 문제 본질이다. 그리고 남쪽의 말을 다듬는 문제, 한자와 영어를 쓰지 않는 문제가 남북의 말이 하나 되는 핵심이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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