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인사동에서 매시간마다
미술관순회 버스가 운행중이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3번 출구로 나와 평창동행 135번 버스를 타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가나아트센터
먼저 평창동 문화의 거리로 들어서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가나아트센터다. 토탈미술관과 더불어 평창동의 종합문화 공간으로 꼽히는 이곳에서는 미술 전시를 비롯해 음악공연,
예술강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프랑스 건축가 쟝 미셀 빌 모뜨의 작품인 이 건물은 3개의 주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2층으로 오르면 현대가구 및 그림을 복합전시하는 '메종 오브제' 상설 전시장이, 지하 1층에는 고가구와 민예품 등의 상설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건물 중앙 쪽으로 나가면 각종 콘서트가 열리는 널찍한 야외 공연 무대가 그림처럼 놓여 있다. 야외무대 앞에 있는
가나아트숍에서는 화가와 공예가들의 작품으로 만든 소위 문화상품으로 불리는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 자칫 잊고 지나칠 수 있는
장소는 옥상에 자리한 야외 조각공원으로 평창동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갤러리 구경을 마쳤다면 1층 빌레스토랑에
앉아 갈증을 달래거나 식사를 해도 좋다. 특히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입소문이 나 있다.
1 가나아트센터에 1층에 위치한
빌레스토랑 2 가나아트센터 옥상에 자리한 야외 조각공원. 2 사진의 조각상은 조지 시갈의 브로즈, ‘chance
meeting'. 3 가나아트센터 1층 전시장. 현재 사진 •
영상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1 가나아트센터의 야외 공연 무대. 2
가나아트센터 내에 위치한 가나아트숍. 화가들의 작품을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서울옥션
가나아트센터 바로 밑에 들어선
초록색의 웅장한 건물이 바로 한국 예술품 경매장, 서울옥션이다. 선진국 경매 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종합경매전문회사인 이곳은 국내외 미술품을
비롯해 골동품, 목기, 시계, 와인, 자동차 등 지금까지 80회에 이르는 경매를 진행해 왔으며 매년 두 차례 서울옥션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토탈미술관
평창동에 맨 처음 들어선 종합문화공간
토탈미술관은 가나아트센터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건축가 문신규 씨가 건축한 이곳은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을 정도. 때문에 미술 애호가들뿐
아니라 예비 건축가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국내 최초 등록 사립미술관인 이곳은 국내 모더니즘 미술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동안 실험적인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했고 92년부터 꾸준히 음악공연을 해오기도 했다.
김종영 미술관
급경사 지역인 평창동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건축한 이 건물은 제1전시장부터 제4전시장까지 계단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들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속되어 생성되는 새로운
공간들과 곳곳마다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북한산의 자연 경관을 흡수한 느낌이다. 김종영 선생의 작품들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상설 전시관을
기본으로 다양한 기획전이 열린다.
김종영 미술관 정원의 모습과 작고한 화가 김종영의 모습. ▶
김흥수 미술관
김종영 미술관 바로 밑쪽에 위치한
김흥수미술관은 역시 김흥수 화백의 작품들을 위주로 한 개인 미술관이다. 올 9월이 넘어서야 일반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영재미술교육관을 마련하고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응로
미술관
개인 미술가의 작품을 심도깊게 관람할 수 있는 또 다른 미술관으로는 이응로미술관이 있다. 2층으로
오르면 작은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마치 아이들과 엄마가 소풍 오듯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 이곳에서 휴식 타임을 갖고 있었다.
큐레이터 이종은 씨는 "평창동이란 동네가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상권이 형성되기는 힘들다. 때문에 관람객들이 쉬어갈 만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미술관 안에는 작은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인 문학관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부부인 이어령과
강인숙 교수가 사재를 털어 만든 곳. "외국의 경우 셰익스피어의 친필 원고가 남아 있을 정도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문인들에 대한 자료가
보전되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들어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이나 박경리의 토지문학관 등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하죠." 큐레이터 정미향 씨는
그렇게 영인문학관의 가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1년에 2번 정기 기획전시를 연다. <문학사상>을 창간한
이어령 교수는 당시 표지에 문인의 초상화를 실었었는데 오프닝 전시로 초상화 104점을 전시했다. 현재 전시관에는 소설가 박완서의 노리타케
커피잔을 비롯해 조정래의 필통, 최인호의 파이프 등 문인들의 애장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천상병 시인이 이어령 교수에게 보낸 편지를 비롯해 시인
김동환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른쪽 이미지 소설가 박완서의 노리다케
커피잔
9월에는 소설과 신문에 연재되었던 삽화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기획중이다.
환기미술관
1992년 개관. 본관과 두 개의 별관으로 구성된 이곳에는 회화 조각 등의 작품 5백여 점과 사진
물품 자료 5백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1년에 4~6회 상설과 기획전시를 하며 각종 음악회와 강연회, 퍼포먼스가 열린다. 미술 포럼과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 미술캠프도 운영한다. 별관 1층에는 아트숍과 카페테리아가 있어 화가의 작품이 그려진 스카프와 넥타이 등의 문화상품도 구입할 수
있다. 종로구 부암동 위치.
문의
02-391-7701
순수전시를 목적으로
한 미술관 외에도 평창동에는 작가들의 작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재미난 갤러리들이 포진해
있다.
그로리치
화랑
1975년 문을 열었다. 한국 근 •
현대미술과 드로잉에 중점을 둔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평창 아트
평창 아트는 한국 고미술 전문
갤러리이다. 옛날 도자기를 비롯해 고서화, 불교 미술, 고가구, 민화, 민속 등을 전시, 판매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우리의 고미술 작품을 한껏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세줄
2001년 개관한 갤러리 세줄은 중견작가를 비롯해 젊고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30대 안팎의
신진작가들을 위해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곳에서는 회화를 비롯한 판화, 미디어 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천정이 높아 설치
작품 전시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갤러리 드루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미술 전반이
위축되어 갤러리들의 경영이 그리 녹록해보이지는 않는다. 평창동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오브제를 위주로 한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전시해온 갤러리 드루는 인사동 쪽으로 다시 자리를 옮길 계획이라고도 한다.
미술관 순례를 마쳤다면 그 일대 구석구석에 자리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러 그날의 감상을 정리해보자.
평창동 명소로 초저녁부터 북적이는 포장마차 '절벽'에서 꼼장어와 소주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고
나면 중천에 떠 있던 태양은 어느새 사라지고 은은한 달빛이 밤인사를 한다.
평창동 문화의 거리가 파리의 몽마르뜨처럼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발걸음이 필요하다. 주5일제 근무로 여유로워진 삶을 우리는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전시라는 관람 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첫댓글 종영갤러리 마스크가 끌리는 이미지군요~ 가보고 싶삼~
평창동 몽마르뜨...한번 가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