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의 정.신.병.원.
BY.루나
(1)
재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조차 없는 일이다.
국내 최연소로 대학 입학, 대학 수석 졸업에
국비로 미국에 유학가 있던 2년 동안 따온 학위만도 벌써 5개.
작년 이맘때 재원이 귀국했을때만 해도 각종 언론계와 의료계는 떠들썩 했다.
서로 모셔가기 경쟁을 펼쳤고,
콧대 세진 재원은 그 모든 상황이 귀찮았을 따름이다. ㅡㅡ;
그러나 IMF의 바람은 의료계까지 몰아쳤고,
비싼 연봉을 감당할 수 없던 병원들은 더 이상 재원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1년동안을...그야 말로 고학력실업자...
간단히 말하면 '백수' 로 펑펑 놀아제꼈다. -_-;;;
그저..자신의 능력을 발위할 수 없는 세상을 원망하며,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한탄 속에 지내던 나날...
그러던 어제,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저..이재원씨 되십니까? 저는 H.T 재단 이사장 문희준이란 사람입니다."
(흑...자까의 무능함...T^T H.O.T에서...따왔다는 거...
다 아시겠져?? 아흑...O는 어디에 쳐박아 놨는지..-_-)
H.T 재단이라면 의학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재벌 복지재단이 아닌가!!
그리고 문희준!
재단의 이사장이긴 하지만 그의 신상에 관한 모든 것은 전부 비밀에 부쳐있다.
전화상으로 처음 듣는 목소리이나...
낮고, 서늘하고, 왠지 오싹한 목소리.
"이재원 선생님을 이번에 저희 재단에서 건립한
'사영 정신병원' 의 병원장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네엣?!?"
지금...취직시켜준다는 말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병원장까지??
자신이 평소 그 재단과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굴러들어온 큰 호박이 혹시 썩은 건 아닌지 재원은 탐색에 들어갔다. ^^;
"무엇때문에...저에게 그렇게 큰 자리를 주시는 거죠?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조금의 침묵이 흐르고 다시 이어지는 음산한 목소리.
"...저희는 단지 이선생님처럼 훌륭하신 분께서
능력을 썩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아니요...그게 아니고..."
재원의 강한 부정에 상대방은 비웃는듯한 차가운 웃음소리를 낸다.
"그럼...허락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저희 측에서 기사를 보내죠. 그럼...내일 뵙겠습니다."
"네..네.......네???내일요???"
혼란함, 기쁨등이 뒤섞여 밤새 한숨도 못 잔 재원,
삐까뻔쩍한 검은 차를 타고 약 4시간을 달려...
마치 납치되듯 이곳 병원에 도착했다.
평화로운 호숫가와 숲으로 둘러쌓여 있는 곳에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는 하얀 건물.
언뜻 보면 잘 사는 집의 별장 같기도 하다.
재원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병원에 들어선다.
"우와~~~~"
재원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은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흔히 병원에 가면 맡을 수 있는 소독약 냄새조차도 나지 않는 이곳,
H.T재단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분명 이곳은 이상했다.
간호사는 전혀 보이지 않고...의사들 또한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몇 사람 지나가기는 했으나
그들 또한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고는
재원의 곁을 스윽 스쳐 지나간다.
무상, 무념의 눈동자.
그들의 눈동자에는 기쁨도, 환희도, 슬픔도,
심지어 광기나 허무함 조차도 없었다.
그저..그렇게 비어있을 뿐.
아무리 정신병원이라지만 그런 환자들을 보며 재원은 한기를 느꼈다.
그때 재원의 등을 짚는 손.
"저기요."
"아악~~~~~~~~~~~~!!"
깜짝 놀란 재원이 소리를 지르며 뒤를 돌아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어떤 한 남자가 자신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것을
본 후에야 재원은 얼굴을 붉히며 진정시킨다.
"아...죄송합니다...왜 그러시는지...?"
"새로오신 이.재.원. 병원장님 이시군요.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운만큼이나 흰 피부를 가진 이 남자는
금발을 휘날리며 재원의 앞장을 선다.
'가운을 입고 있는 걸 보면..의사인가?
그런데 머리가 금발이네..혼혈???
쳇....뭐가 저렇게 무뚝뚝하담...'
남자는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스륵거리는 소리만을 내며 계단을 올라간다.
텅빈 계단을 울려퍼지는 건...
재원의 발자국 소리뿐...
공포의...정.신.병.원.
공포의 정.신.병.원.
(2)
"여기입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그 하얀 남자는 5층 끝방으로 재원의 방이라며
안내해 주고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
재원은 뭔가를 물어보려 했지만...
남자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재원은 툴툴 거리면서 방문을 열었다.
'5층이면 첨부터 좀 알려주지...
왜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올라왔냔 말이야~!!! --+++++
다리아포라...아흑...'
넓고 보기 좋게 꾸며져 있는 자신의 방을 휘익 둘러보고는
쇼파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재원...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렐렐렐렐렐레~렐렐렐렐렐레~"
(이봐 자까!! 자네는 지금 공포소설을 쓰는 중이야! 자꾸 코믹으로 빠지는..ㅜ.ㅜ)
재원은 다시 흠칫 놀랐다.
이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전화를 받는다.
'휴우..오늘 많이 놀래네.'
"네. 여보세요.."
전화로 울려퍼지는 음산한 웃음소리...문...희준..인가?
"이선생님 이시군요. 잘 도착하셔서 다행입니다."
"제가..오는 걸 보셨나요?"
"아..별거 아닙니다. 방과 병원은..마음에 드십니까?"
"그럼요. 이렇게 좋은 시설의 병원은 처음 보는 걸요. 대단하십니다."
"하하...마음에 들으시다니 다행이군요.
전화드린 건 다름이 아니고.........
우선...선생의 월급은 월 3천 정도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습니까?"
헉....3천????????? 그러면...일년이면........
3천X12달=3억......6천.............0.0!!!!
"....허허....네....과분합니다."
"별 말씀을요. 그 정도 대우 받으실 만큼의 능력이 있으신걸요. "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젠 아예 전화기를 붙잡고 90도로 인사를 하는 재원이었다.-_-;;
역시 돈앞에는 장사 없다더라~
"자..그럼....저희 측 조건이....있습니다."
"조건...요?"
"예. 그것만 지켜주신다면...약간의 사례금을 더 드리죠."
사례금이라는 말에 혹한 재원. 눈빛을 반짝인다.
"+.+ 뭔가요??"
"...우선...첫째. 제가 알려드리는 환자 한 명만 전담으로 맡아주십시오."
"한..명이요? 이 병원 크기로 봐선 환자들이 꽤 많을텐데...한..명요?"
"네. 다른 환자들은 저희 의사들이 다 알아서 봅니다.
그러니까 괜한 신경쓰시지 마시고...
딱 한명만 확실하게 담당해 주십시오."
신경쓰지 말라는...무시하는 말투의 희준에게 발끈 화를 내려던 재원이었으나...
생각해보면 그만큼의 보수에...
일은 적게 할수록 좋은 거 아닌가?? -_-; 계속 잠자코 듣기로 했다.
"네..그리고요?"
"두번째. 이 건물은 총 6층까지 되어있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각 환자들과 진찰실이 있고
5층에 선생님 방과 선생님께서 담당하실 환자의 방이 있습니다.
그리고 6층이....제 방입니다만.......
절대로!!! 6층엔 올라오시면 안됩니다."
"...왜..죠?"
"절대 올라오시지 마십시오.
경고입니다.
6층으로 통하는 계단은 없고...
엘레베이터는 아예 서지도 않을겁니다.
결코.. 올라오시지 마십시오."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그럼....6층은 아무런 통로 없이 붕 떠있는 셈인가??
그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문희준..
대체 이사람...정체가 뭐야?
"선생님께선...선생님 층에 있는 환자만 돌보면 될테니..
가급적이면 다른 층에 내려가시는 것도 삼가주시죠."
"휴우...알겠습니다. "
"세번째. 선생님께서 담당하시는 환자에 관한 일 말고는...
이 병원일 아무것도....관심갖지 마십시오."
"네..에???"
"말 그대로입니다. 다른 환자들이 어떤지..다른 의사들은 어떤지...
모두가 다 자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이 선생님께서는 오직 선생님이 맡으신 환자의 건강만을
염려해주시면 될 뿐, 아무것도...신경쓰지 마십시오.
관심을 가져서도 안되고...
저에 대해서도.. 알려하지 마십시오."
"...당신에 대해서도요?"
"...모르는게 약인 것도 있습니다. ...
절대 알려고 들지 마십시오.
그럼..선생께서 위험해집니다."
낮게 깔리는...음산하고...소름돋는 목소리.
재원은 전화를 끊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며
계속 이어지는 말을 듣는다.
"마지막 네 번째. 절대로..
입밖으로 사랑한다는 말을..세번 말하면 안됩니다."
"사랑...한다는 말이요? 음..전 환자들을 사랑하는데요."
"아..물론 환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 잘 압니다.
그러나..그건 마음만이고...
절대로 소리내어 사랑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세 번 그 말을 되뇌였을 때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해선...
저도 책임 질 수 없습니다."
"......그 네가지..가 끝인가요?"
"네..그렇습니다. 이 네가지만 지켜주신다면...
저희도 심심치 않게 사례해 드릴겁니다.
그럼...편히 쉬십시오."
딸깍 끊어지는 전화소리.
재원은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자신의 손을 마주잡는다.
이상한 전화.
이 문희준이라는 이상한 사람.
이상한 병원과 의사.
그리고...그 네가지 조건.
왠지...자신이 이곳에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았어야 할 곳...
오지 말았어야 할 곳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찜찜한 기분.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3억 6천이라...그리고 환자는 한명만 맡으면 되고...
그정도 조건이면 사실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최상의 조건.
재원은 일시적인 기분일 것이라고 탓하며 복도로 나선다.
자신의 환자를 만나기 위해...
공포의 정.신.병.원.
(3)
복도로 걸어가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정말로....이 긴 복도를 지나가는데...
방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저 끝에 하나 딸랑 있는 병실.
아마 그곳에 내 환자가 기다리고 있겠지?
병실 앞에 가자 문에는 환자 이름과 병명이 적혀 있다.
"안...칠...현? 음...특이한 이름이네.
병명은....우울증. 자살 중독증에...대인기피증. 신경불안. 유아기적 퇴행???
뭐가 이렇게 복잡해?
이런...골치 좀 아프겠는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방문을 연 재원.
자신의 환자를 보자마자...
재원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그렇게 서 있었다.
어느새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하늘이 빛나면서...
침대에 앉아 있는 남자의 옆모습을 비춘다.
모카빛의 아름다운 피부.
까아만 머릿결. 살짝 내리감은 눈과 긴 속눈썹.
매끄러운 코와 .... 붉은 입술.
재원은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자기 심장소리를 자신의 귀로 똑똑히 들었다.
이런게...첫눈에 반한다는 것일까?
재원의 기척을 느꼈는지 창밖을 바라보던 그가 재원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저...누구신지..."
"아..나는...."
"아~ 새로오신...선생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
자신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밝게 웃는 칠현을 보면서...
재원은 입술이 타들어감을 느낀다.
"아...어...나는 이재원이라고 해. 나도 만나서 반가워."
계속 그렇게 자신을 넋나가듯 보면서 서 있는 재원에게
칠현이 다시 그 살인적인 꽃미소를 날리며 말을 한다.
"훗..선생님. 그 긴다리로 서있으려면 다리 아프겠어요. 여기 좀 앉으세요."
칠현은 자신의 침대 한쪽을 손으로 툭툭 쳤다.
재원은 비스듬히 침대에 걸터 앉아서 칠현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음...칠현이는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되었니?"
"아...저요...한...일년 정도..된 것 같아요."
갑자기 칠현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진다.
이내...칠현은 얼굴에 웃음을 띄며 재원을 바라본다.
"선생님. 저 한동안 밖을 안 나가서 너무 지루해요.
선생님..병원 밖 이야기 좀 해주세요."
"병원 밖 이야기? 어떤 걸 해줄까??"
"음...연예계 이야기는 어때요?"
"아~!! 요즘 가요계는 H.O.T라고 하는 자알~생긴 다섯명의 남자들이 휘어잡고 있지."
"끼야~정말요?? 보구싶다. 또 다른 이야기는요?" (홍홍....^^*)
"음...또............."
신나서 이야기 해주는 재원.
그런 재원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는 칠현.
+++++++++++++++++++++++++++++++++++++++++++++++++++
"음..이젠 선생님 가봐야겠구나."
"벌써요? 에이...좀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젠 매일 매일 올게. 잘자구...
무슨 일 있음 이 방 끝이 선생님 방이니까는 연락하구."
"네. 안녕히 가세요."
슬픈 듯 인사를 하는 칠현을 뒤로 하고
재원은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휴...살았네...무슨.......우울증???
자살 중독에다가...뭐?? 유아기적 퇴행??
말도 안돼. 저런 애가 무슨 정신병이 있다는 거지?
지극히 정상이잖아. 무슨 사정이 있는 걸꺼야.
....너무...예쁘잖아....+.+
이제까지...그 어떤 여자를 봐도 설레이지 않던 내가.................
이런게.....이런게 한눈에 반한 다는 걸꺼야.
내 이야기를 들으며 반짝이던 눈. 빨간 입술.....
에잇...지금 환자에게 무슨 맘을 품고 있는 거지???
힝...그래두.....칠현이 넘 이뽀~~~~ +.+ '
거의 칠현의 미모에 정신 없는 재원이었다.
칠현의 방...재원이 나가고...
칠현은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보면서 낮게 중얼거린다.
"형...시작해.....나 쟤 갖고 싶어..."
공포의 정.신.병.원.
(4)
재원은 잠이 오질 않았다.
칠현의 웃음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었다.
재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좀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자고 있는 모습이라도 볼까 해서 방을 살짝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를 지나칠때즈음...순간 문희준의 말이 떠올랐다.
-다른 층에도 되도록 이면 내려가지 마십시오...
원래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 아닌가?
재원은 본래 목적은 잊어버린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내렸다.
3층...아무리 12시래지만....이건 너무 했다 싶다.
간호사나 의사는 역시 찾아 볼 수가 없고....
복도가 컴컴해서 잘 보이지 조차 않았다.
대충 어둠에 익숙해질 때 즈음...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는 재원의 손을 누가 덜컥 잡았다.
"이봐, 젊은이..."
"허억..."
재원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어떤 할머니가 자신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아...네.........환자 분이신가요? 뭐 불편한 거 있으세요?"
재원은 처음 만나는 정상적인 환자 인가 싶어 다정히 말을 건넸고
할머니는 재원에게 다가가며 물어보았다.
"자네가 이재원...인가? 이번에 새로온?"
"아..네. 그렇습니다만...왜..???"
그 말을 듣자마자 할머니는 채 재원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잡아 끌었다.
그리고는 재원의 손목을 터억 잡더니 할머니라고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힘으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아니아니..할머니이...이것좀 놔주세요오오오...."
애원하는 재원을 한참 끌고가던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곤 눈을 빛내며 쉰 목소리로 말한다.
"이봐, 자네. 살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
목소리와 눈빛에 주눅이 든 재원은
조용히..^^; 할머니를 따라갔다.
할머니가 재원을 끌고 간 것은 어느 병실. 333호 실이었다. (헛.....-_-;;;;; 지서언니 죄송해여~ ㅜ0ㅜ)
그리고 그 순간...6층의 암흑 속에 있던...문희준의 눈이 빛난다.
"에잇....저 망할 할망구...어떻게 눈치를 챘지? 일만 그르쳤다간 봐라........."
++++++++++++++++++++++++++++++++++++++++++++++++++++++++++++++++++++++++++
재원은 할머니에게 잡혔던 손목을 바라본다.
왠 할머니가 저렇게도 힘이 센지 빨갛게 부어있었다...흑...엄마아~~~~~~~~ T^T
할머니는 날카롭게 째려보며 재원을 불렀다.
"이봐. 젊은이. 그렇게 긴 몸으로 서있으면 어떻게 쳐다보라는 거야.
늙은이 목 부러지겠네. 저리 가서 좀 앉아. "
할머니는 침대에 걸터 앉고...
재원은 요강 비슷한것에 걸터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젊은이...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 잘 듣게나. "
"네.."
무서움을 많이 타는 재원이었다..-_-
"자네한테...귀신이 붙었어."
"네엣?? 귀..신이요?"
"쉬잇...소리가 너무 커. 듣겠네...
귀신....두마리나 붙어있구만..아니..세마리 인가?"
"정..말이세요?"
"왜..늙은이 노망 같은가? 자네 목숨이 달린 문제야."
쉰 목소리로 재원을 날카롭게 보며 진지하게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재원은 오싹해짐을 느낀다.
"....왜 저한테 귀..신이 붙어 있는 거죠?"
"쿠쿡...자네 영혼이 맛있게 생겼거든."
카랑카랑하게 웃는 할머니...재원은 순간.....
할머니가 더 귀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_-;;;;;;;;;;;
"저.....그럼...어떻게 해야 하나요?"
순간 할머니의 눈에 광기 비슷한 것이 서렸다가 지나간다.
"하나는 눈이 큰 귀신이구만.
하나는 까무잡잡한 놈이고...
또 하나는 허여멀건한 놈인데..얘는 그리 크게 해 끼치지는 않을꺼야.
그 둘....조심해야 해."
까무잡잡이란 말에 순간 재원은 강타를 떠올리기야 했지만....
그렇게 이쁜애가 귀신일 리가 없었다.
다리도 있었고..
그리고 강타는 까무잡잡이 아니고 섹시한 거다..-_-;;;;
재원은 고개를 저으며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할머니께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럼..저..할머니............"
순간 할머니가 고개를 획 돌리며 앙칼지게 말한다.
"이놈~!!!! 어디 새파란 것이 이리로 들어와~!!!!"
할머니는 허공에 대고 막 소리를 지르더니
무슨 주문 같은 걸 외우면서 하얀 종이를 던진다.
하얀 종이는 공중에서 갑자기 무엇에 부딪친 듯
중간에 툭 떨어지고...종이는 빨갛게 물들어 갔다.
"헤엑~~~~"
재원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종이가 중간에 그냥 툭 떨어진 것도 기겁하겠는데..
빨갛게 물들어 가다니.......
엄마아~~~~~~~~~~ T0T 엄마가 너무나도 그리운 재원이었다.
공포의 정.신.병.원.
(5)
"뭐 이런 것 가지고 그렇게 놀래나.
덩치는 커다래가지고는 ...쯧쯧....
저래서 온전히 살아나갈까 모르겠구만.."
"할머니...그..게..."
"자네.........귀신.......보고 싶지 않나?"
구부정한 등으로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그 쭈글쭈글한 얼굴을
들이밀며 날카롭게 이야기하는 할머니를 보고 재원은 말을 더듬었다.
할머니~~~할머니가 더 호러라니깐요~~~~ㅠ0ㅠ
"저한테 붙은 귀신...말이예요?"
"그래그래...그 귀신 둘 말이다....후훗....잠깐만 기다려라."
할머니는 작은 서랍을 뒤지더니 거울을 하나 꺼내고 재원에게 쥐어주었다.
"자..똑바로 잘 봐둬야 할꺼야. 딱...한번만 보일꺼야.
마침 오늘이 보름날 밤이라...선명하게 보이겠구만."
"...........--;;;;;;;;;;;;"
거울을 들고 어쩔 줄 모르는 재원을 할머니가
그 우악스런 힘으로 병실 중간의 의자에 앉혀놓고는 말한다.
"자...내가 곧 불을 끄면 거울로 자네 뒤를 비춰보게.
절대로 눈을 떼면 안돼. 잘 봐둬."
할머니는 방의 불을 끈다.
재원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거울안을 들여다본다.
거울안에는 여전히 병실 문만이 비칠 뿐이었다.
불이 꺼지고..........
재원은 소리를 지르며 거울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병실이었는데....
병실문 앞에서 서 있는 그가...거울에 비쳤다.
노란 단발머리로 한 쪽눈을 가리고 있고........
다부진 몸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팔짱을 낀채로 자기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큰 눈......................
바로 그가....아무도 없는...캄캄한 어둠속에서....
재원의 바로 뒤에 붙어 있었다.
"으악~~~~~~~~~~~~~~~~~~!!!!!!!!"
재원의 비명소리에 할머니는 재빨리 불을 켰다.
재원은 깨진 거울을 주섬주섬 주으며 말을 한다.
"하..할머니..죄송해요..거울...어떻게 해....."
"아..신경쓰지마. 그냥 거울일 뿐이야. 내가 술수를 좀 쓴거지....신경쓰지 말고....
어때.....본거야?"
"네. 눈 큰...어떤 사내가...제 등 뒤에서..절 노려보고 있었어요....아흑..."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
"네?? 그것 밖에는 못봤는데요,"
"이런...그럼 나머지 하나를 못봤단 말이야? 이거 난감하네..."
"거울엔....그 하나밖에 없던걸요."
"그 눈 큰 귀신은...아마 앞으로도 안 나타날꺼야.
당신에게 직접 해를 입힐 애는 따로 있는데...이런....
내가 널 데리고 온 걸 눈치 챘나?
아마...그 눈 큰 귀신이 가려서 못 본 것 같군...큰일이야..큰일..."
할머니는 계속 큰일이라는 말만을 중얼거리다가 재원의 손을 꼭 잡는다.
"이봐. 자네...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명심하게나.
우선..이 병원에 한번 들어온 이상...빠져 나갈 수는 없어.
그러니까는...살아남아야 하네.
일단....자네가 있는 층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도 돌아다니지 말아."
"왜요?"
"아직도 눈치를 못챘어? 다른 층엔...니 영혼을 냄새 맡고
몰려들 굶주린 귀신들 천국이란 말이다!!"
"헉..귀신..요??"
"쯧쯧...똑똑하다드만....그 머리로 어찌 사누....."
"할머니....-_-;;;;;;;"
"그리고....자네 주위의 사람들 특히 조심하고...원래 적은 가까이 있는 법이거든."
"아...네...."
"그리고..........사랑해라는 말.....절대로 해서는 안되네."
저말은....문희준이 전화로 했던 말...
"사랑..해..요?"
"그래..그말 말이야. 절대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해라는 말을 하면 안되네.
3번 하는 그 즉시...자네는 목숨을 잃게돼."
쉰 할머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더더욱 음산하게 들릴 뿐이었다.
"절대..내 말 명심해야 해....알았어?"
"아...네..."
부들부들 다리를 떨며 재원이 나갔고..
복도를 걸어가는 재원의 뒷모습을 할머니가 계속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온다.
할머니는 침대에 앉으며 혀를 쯧쯧찬다.
"이런..젊은 나이에 안됐구만...쯧쯧...."
할머니의 눈에..............
재원의 뒤에 거꾸로 서서 재원의 목을 조르고 있는...
아까는 보이지 않았다던...
그 까무잡잡한 귀신이 보였다.
할머니의 병실 바닥.....
이리저리 나동그라져 있는 깨진 거울 조각으로...
그 눈 큰 사내가 눈을 빨갛게 빛내며 웃는 모습이 비추어 졌다.
공포의 정.신.병.원.
(6)
결국 그날밤...재원은 또다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아우씨......=.= 이게 모야~~~내 이쁜 눈이 퉁퉁 부었자나~~~
이래가지고 울 칠현이를 어떻게 보지??? 아흑....'
이젠 울 칠현이랜다. -_-;;
어쨌든 새벽같이 방을 나서서 복도를 쭈욱 따라
걸어 칠현의 병실 앞에 다다랐다.
재원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방문을 살짝 열었다.
"칠현아, 자.........니......?"
먼 새벽여명이 터오르기 시작하는 무렵의
하늘을 본적이 있었던가?
아니...그 어슴프레한 하늘색이
이토록 아름다워 보인 적이 있었던가?
그 작은 빛에서 조차 밝게 빛나는 칠현의 자는 모습을
재원은 또다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옆으로 몸을 틀어 자는 칠현의 몸이 곡선 형태로 드러나보인다.
잘록한 허리와 죽 뻗은 다리.
정말로 부드러워 보이는 피부와 까만 머릿결.
쌔근쌔근 잠자는 숨소리.
꼬옥 감은 두 눈에 드리워진 긴 속눈썹.
그리고...자신을 향해 밝게 웃음짓던 예쁜 빨간 입술까지...
재원은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아서 칠현을 쓰다듬어 본다.
길고 긴 하얀 손가락을 들어...칠현의 머리카락을 만져봤다.
부드러움...그만의 향기...
나만의 예쁜 연인을 이렇게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원은 가슴이 벅차왔다.
물론...재원도 남자고...칠현이도 남자고...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사랑이고,
자신조차도 미국에서 숱하게 봐온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던 사람이어서
사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만약 안된다면 칠현을 성전환 수술을 시켜서라도
데리고 살아야겠다고 불끈 다짐하는 재원이었다....-_-;
칠현이는 넘 이뻐서...
아줌마 철모 파마를 하고 몸빼바지를 입고...
축 늘어지는 땡땡이 무늬 티를 입어도
이쁠거시야......^__________^
자기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재원은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칠현의 옆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재원와 칠현의 첫 동침...허헛...^^;;;;
칠현은 살짝 눈을 떴다.
한참이나 자신을 바라보던 재원이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칠현은 몸을 반쯤 일으켜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재원을 바라보았다.
아기같이 하얀 피부. 도톰하고 작아서 귀여운 빨간 입술.
여자같이 길고 하얀 손가락...
너무나도 맑고 순진한 영혼...
아주 잠시 잠깐 칠현의 눈이
아까 재원이 칠현을 쳐다본 눈과 같은
애절한 그리움이 담겨있었다면 사랑..이었을까?
그러나...그것도 잠시. 칠현의 귀에 음산한 목소리가 퍼져 온다.
-시작...하라고 그랬지?
칠현은 창문 밖을 쳐다본다. 먼 동이 뜨기 시작해 붉어지는 하늘...
"응. 시작해. 단...다치게는 하지 말아."
-훗...니가 사람 걱정을 할 때가 다 있구나.
칠현은 순간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걱정이라니...내..내가 언제. 난 단지...
내 장난감에 흠집이 안 나길 바라는 것 뿐이야."
-조심해. 그 할망구가...뭐라고 한 모양이야.
아직 눈치를 채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그 할망구 힘을 무시하지마.
우리 일을 여태껏 방해한 자야.
"또야? .... 알았어. "
잠시 보였던 그 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 칠현의 눈엔 오직 살기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재원은 꿈에서 성전환 수술을 해서 철모파마를 한 칠현과 함께
연봉으로 받은 3억 6천만원을 펑펑 쓰면서
떵떵 거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 (철모파마의 위력;자고 일어나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머리!!-_-)
헤~조아조아~ -_-;;;;;;;;
공포의 정.신.병.원.
(7)
재원은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뜬다.
눈을 떠보니...자신은 환자용 침대에 곱게 누워 있고
자신의 옆에는 칠현이 바라보고 있다.
아직 상황 판단이 안된 재원이 눈을 깜빡 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칠현이 예쁘게 웃으며 말한다.
"헤헤..선생님. 일어나셨어요?"
"어엇....내가...어떻게 된거지?"
"선생님, 어제 많이 피곤하셨나봐요. 후훗.."
"내가 그냥 잠들어버렸니?"
"네..선생님 너무 귀여워요. 하하..."
재원은 자신을 귀엽다고 하는 칠현의 말에 얼굴을 붉혔고
그 하얀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고 칠현은 시원한 웃음을 떠뜨렸다.
"선생님, 너무 답답한데...우리 호숫가로 산책가요."
칠현은 재원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팔짱을 낀다.
재원은 칠현의 팔이 닿은 부분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려 어쩔 줄 몰랐고,
칠현은 다시 한번 예쁘게 눈웃음 치면서 재원을 잡아끈다.
"선새앵니임~~~ 어서 가요~"
헤....^ㅠ^ 미모에 약한 재원이었다.
병원의 바로 앞에는 예쁘게 꾸며진 정원과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칠현과 재원은 벤치에 앉았다.
재원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칠현을 바라보았다.
한폭의 그림인 것 처럼...그렇게 잘 어울렸다.
칠현은 갑자기 눈을 재원과 맞추더니 슬픈 음색으로 말을 한다.
"선생님...선생님은 제가 어떻게 이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아세요?"
"아니..모르는데."
"후훗...선생님..선생님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믿어주실꺼죠?"
"아.....응..그래."
"헤헤..선생님은 그럴 줄 알았어요. 믿고...얘기할께요.
저희 어머니는 19살 때 아버지를 만나셨대요.
나이차가 좀 많이 나긴 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끔찍하게 위하셨고 어머니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대요.
그 사이에서 태어난게 바로 저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아버지는 어느 대기업 회장님 이셨고...
이미 결혼도 하셔서 부인과 자식들이 있더라는 거예요.
주위의 이목도 있고 해서 아버지는 저와 어머니를 집에 들어와 살게 하셨는데
그때부터 괄시와 구박은 시작되었어요.
어머닌....어머니는.....무슨 식모처럼 그렇게 부림을 당하셨구요.
전........전....말...이죠.....전............."
여기까지 말을 이어가던 칠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재원은 너무도 당황했다.
칠현이가 울어....너무도 슬프대.
나도..마음이 너무 아파......
그 와중에도 그 눈물까지도 콩깍지가 씌인 재원에게는
이뻐만 보이니 어떻게 하랴.
이런걸 보고 팔불출이라고 하는거다...-_-
"칠현아...괜찮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으면...하지 마."
재원은 따스하게 칠현을 등을 토닥여준다.
칠현은 잠시 멈칫 하다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전...15살이 넘는 그 때부터...술취한 아버지와....잠자리를 함께 해야만 했어요."
재원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럼...아버지에게...강간을 당했다고?
"흑...정말...너무도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비오는 밤만 되면...날 그렇게나 부둥켜 안고...
그렇게 날 더럽혀 갔다구요. 흑....
거기에다가...그 사실을 안 형들이...차례대로............흑............."
칠현은 재원의 품에 기대 울기 시작했다.
재원은 그런 칠현이 너무도 가여웠다.
그 어린나이에...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이젠...내가...지켜줄꺼야. 칠현아...
"훌쩍...그러던 중...어머니가 자살을 하셨어요. 저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아버지와 집안 식구들은 이런 일이 언론에 새어 나가면 안된다면서
절 이곳으로 집어넣은 거구요.
선생님...전 정말 미치지 않았다구요. 전...미치지 않았어요!!!!!"
칠현은 너무도 애절하게 재원을 쳐다본다.
재원은 자신도 모르게 칠현을 안았다.
"선생님...."
"칠현아..그래. 넌 정상이야. 선생님이...항상 곁에 있잖아.
선생님이..지켜줄게. 알았지??"
"우와..선생니임~"
칠현은 언제 울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재원의 품에 안긴다.
칠현의 병실, 산책을 끝마치고 재원은 칠현을 병실에 데려다 주었다.
"자..이젠 아무 생각하지 말고..푹 자라. 알았지?"
"네. 선생님, 오늘 감사했어요."
"하하..뭘. 자 그럼 쉬어."
찡긋 윙크를 하며 재원이 나갔다.
그런 재원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는 칠현.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화들짝 놀란다.
-이봐.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잖아.
"앗..깜짝이야. 놀랐잖아."
-킥...언제 그렇게 감상적이셨어? 잘도 이야길 지어내던걸.
눈물까지 흘리셨더군?? 탤런트 지망생이라도 되었나보지?
비꼬는 듯한 차가운 웃음...칠현은 화가 났다.
항상 저런 식으로 상대를 깔아 뭉개지...
"그런게 아니야. 지어낸 이야기 아니라고...정말..이란 말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놀란 듯 잠시 눈을 크게 떠보였다가
다시 예의 그 거만한 눈빛으로 돌아온다.
-그래? 훗....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줬다? 그건 정말로 뜻밖인걸?
"비꼬지 마. 그리고 일은...착오 없이 해낼꺼야. 나...이젠 꼭 쟤를 가져야 겠으니깐."
-오오~ 대단한 결심인걸? 그래, 어차피 그게 목적이었으니 도와주긴 하지만...
혹시...너...사랑..같은 우스운 건 아니겠지?
"넌 지금 날 사람으로 봐? 사랑....킥..웃기고 있네.
헛소리 집어치우고 어서 일이나 시작해."
어둠속의 목소리는 이내 차갑게 웃어보이고는 자취를 감춘다.
칠현은 그제서야 낮게 한숨을 쉰다.
사랑...이냐고? 쿡..그런 감정이 나에게 남아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만약 이런 감정이 사랑이라면...
후훗...그럼...더욱더....가져야...하는 거 아니겠어?
칠현의 눈이 다시 매섭게 빛난다.
공포의 정.신.병.원.
(8)
재원은 또다시 잠을 이룰수가 없다.
아까 칠현의 병실에서 낮잠을 자서 그런지 말똥말똥하니 정신만 말짱하다.
'이거 난감한걸...그럼....어디 칠현이 병실에나 가볼까?'
재원은 또다시 컴컴한 복도를 나선다. 12시...
재원은 엘리베이터를 지나며...어제의 그 할머니를 떠올린다.
잊고 있었던 어젯밤 일들...
다른 층에..득실거린다는 귀신.
그리고..내 영혼이 맛있게 생겼다고??
재원의 호기심이 다시 발동했다.
그래..????
귀신...한번 보지 뭐. 지가 날 어쩔꺼야~
이젠 막 나가는 재원이었다.
-_-허헐~자네...어제 뻘건 종이만 보고도 꺄악~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던가...
자까가 나서서 말리려 해봤지만....키득...내가 말릴 턱이 없지.
왜???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 될 거 아냐~ -_-;;;;;
자..쓸데없는 자까는 신경쓰지 말고...
간도 크게 2층으로 내려온 재원을 따라가보자.
2층 복도...역시 이곳도 마찬가지로 컴컴했다.
재원은 스위치를 찾아 켰다.
텅빈 복도...조용한 병실들...
하얗기만 하고..정적에 쌓인 이곳.
갑자기 할머니의 말이 떠오르며 재원은 한기를 느꼈다.
어서 올라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재원의 눈에
저쪽 구석에 무릎을 세워 끌어 안은채 고개를 묻고 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왜 저기에 저러고 있지?
재원은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얘. 밤에 잠이 안오니? 왜 이러고 있어?"
소녀는 눈을 들었다. 울었는지 눈 주위가 빨갛다.
우리의 맘 약한 착한 의사 아저씨 재원.
역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소녀의 옆에 걸터 앉아서
따뜻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이런..울지 말고...어서 병실로 돌아가야지.
컴컴한데 왜 이러고 있었어?"
"병실로...가라..고요?"
"그래..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어여 돌아가야지."
갑자기......소녀의 눈이 빨갛게 빛나면서 한손으로 재원의 목을 턱 잡는다.
"다리가.............있어야 걸어가지........"
정말로....소녀는 발목부분이 뭉툭하게 잘려나간채...그 아래는 보이지 않았다.
"아아아악~~~~~~~~~~~~~!!!!!"
소녀는 공중에 붕 떠서 계속 재원의 목을 한손으로 조르고 있다.
빨갛게 빛나는 눈.
눈가에 흐르는 한줄기 빨간 액체.
휘날리는 검은 머리....
달빛에 반사되어 유난히 더 얼굴이 창백했다.
"캬캬.......왠일이야~ 나한테 다리를 주겠다고 온 사람이 있잖아....후훗..."
소녀는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웃기 시작한다.
재원은 숨이 막혀 긴 다리와 팔을 휘저으며 바둥바둥 거리지만...-_-;;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호호호호호호홋......"
소녀는 날카롭게 웃으며 재원을 끌고 복도 끝으로 간다.
그리고는 살며시 창문을 연다.
"호홋....여기 좀 봐봐. 여기서 떨어지면..어떻게 될 것 같아?
2층이라고 무시하면 안되지. 여긴 산에 있는 건물이라 이 바로 뒤는 절벽이야.
여기서 떨어지면...그 즉시 즉.사.하는 거지.
후훗....나처럼 되는 거야. 캬하하하하"
소녀는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이제는 거의 넋이 나가 동공이 풀린 재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댄다.
"잘가. 의사 선생님. 다리만은...온전히 살아있도록 잘 떨어뜨려줄게. 켜하하하..."
그리고는 재원을 밀려는데...
어디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년!!!!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야!!!!"
소녀는 앙칼지게 소리치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누구얏!!"
어제..재원이 만났던 그 할머니가 꾸부정하게 서서
여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소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떨어뜨리려고 들었던 재원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할머니!! 방해하지 말아요!!!"
할머니는 꾸부정한 그 자세로 빠르게
소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할머니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소녀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었다.
"이년!!! 어제 너희 어머니가 당하는 거 너도 보지 않았어?????
같이 보내줄까 하다가 어린 애라서 그냥 놓아줬더니...지금 무슨 짓이야!!!"
할머니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쉰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
"할머니!! 제발 방해하지 말아요!!! 이번 일만 잘하면...잘하면
나도 다리를 갖게 된단 말이예요!!!!"
할머니는 날카롭게 빛내던 눈을 살짝 풀며 혀를 쯧쯧 찬다.
".....그 놈이 그렇게 시켰드냐? 다리 줄테니...이렇게 하라고?"
"......."
"그 놈 답지 않구나. 비겁한걸? "
할머니의 눈빛이 약간 수그러든 걸 본 소녀는 재빨리
재원의 몸을 창 밖으로 떨어뜨리려 했다.
"이년!!! 그래도 정신을 못차린게야!!!!!"
할머니는 뭐라 중얼거리며 품안에서 반지를 던진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소녀는 그 반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재원은 동공이 풀린채 축 쳐져있었다.
할머니는 재원을 보며 혀를 쯧쯧 찬다.
"이런이런...이 젊은이 진짜루 머리 안돌아가누만...그렇게 주위를 주었겄만..쯧쯧..."
재원의 허리를 한팔로 감더니 어깨로 재원을 들쳐맨다. 가뿌운~하게.....
기운쎈~천하장사~무쇠로 만든 사람~~~~ -_-;;;; 마지잉가~할머니이~~~~~~ ^^;
공포의 정.신.병.원.
(9)
할머니는 병실에 돌아오자마자 재원에게 차가운 물을 뿌린다.
"허억.....앗...차가워.."
재원은 놀라 금세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자 보이는 것은 화장실 불처럼 뿔그스름한 불에
꾸부정히 서서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그 할.머.니.!!
"으악~~~~~~~~~~~~ 하..할..머니..놀랬잖아요~~~"
"이구.....이눔아!!!!"
할머니는 재원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다.
"앗...왜때려여~~~~~~ㅠ0ㅠ"
"이놈아!! 내가 어제 그렇게 일렀건만 그걸 무시하고 내려가면 어쩌누~
하마터면 너 황천길 갈 뻔 했잖아..쯧쯧..."
재원은 그제서야 아까 일이 기억났다.
소녀..
울고있던....
다리가..없고.........
날..바라보던...눈....................!!!
"으악~~~~~~~~"
재원은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베게속에 머리를 넣고 엉덩이는 하늘로 향한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란....-_-;;;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가 보기에도
그 긴다리와 팔로 그런 모습을 연출한 것은
심히 민망한 일이였다....-_-;;;;;;;;
"그러니깐..앞으로 조심하란 말이야. 알았어?"
"네...네...."
"쯧쯧..이리와봐...."
할머니는 빨간 액체가 담긴 병을 가져오더니
재원에게 한잔 마시라고 권한다.
너무도 놀라 딸꾹질까지 하는 재원에게
쭈욱~들이키라고 한잔 따라준 다음
그 액체를 손에 찍어 재원의 손바닥에 뭐라고 글씨를 써주었다.
"할머니..이게 뭐예요?"
"응? 귀신들 눈을 속이는 거야. 널 죽은 것 처럼 보이게 해주는 거지."
"네엣???"
"뭘 그리 놀래~ 정말 죽이는 것도 아니구만.
니 냄새에 자꾸 귀신이 꼬여...쯧쯧..
그리고 이것은 귀신이 네 몸에 접촉하는 걸 막는 주문이야."
할머니는 또다른 손바닥에 다른 글자를 써준다.
"알았지? 이 늙은이 말 명심해...알았어?"
너무도 음산하고...
그리고 왠지 만나기 싫은 그런 부담스런 할머니였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이렇게 퉁명스럽지만 걱정해주는 할머니가 너무도 고마운 재원이었다.
"네에~할머니....그럼..안녕히 주무세요~"
재원은 안심이라는 듯 방을 나갔고
할머니는 그런 재원의 뒷모습을 보며 끌끌 혀를 찬다.
"이런이런..떼어내기 힘들겠어.....너무 착 달라 붙어 있어..."
어제의 그 귀신은 여전히 재원의 등 뒤에 거꾸로 서서
재원의 목을 조르고 있다.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면서 병실 안으로 들어섰고...
병실안에선..뜻밖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훗...잘있었어???"
"너...넌..........."
"날 기억해주시니 영광이겠지?"
서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크고 깊은 눈. 다부진 체격에 사람을 압도하는 눈빛...
"너...너...여길 어떻게....."
"아~이곳엘 대체 어떻게 들어왔냐고? 훗....날 아직도 예전의 나로 보면 곤란하지.
그래...지금까지 내 일을 방해한 기분이 어땠어?"
사내는 음산하게 웃으며 할머니의 근처로 다가간다.
할머니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그따위 술수가..나에게 통할 것 같아!!!!!"
사내는 할머니의 손목을 화악 채서 들어올린다.
할머니는 손목을 강하게 잡힌 채 공중에 끌어 올려져 있다.
"이놈...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후훗...설교하는 것도 여전하군."
"이번에 또 무슨일을 벌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죄없는 사람들 그만 죽이고 이만 돌아가."
"오~ 돌아가야 할 것은 할머니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내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눈을 빨갛게 물들여간다.
"지금까지..그렇게 내 일을 방해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번에도..훼방을 놔?????????????"
할머니는 순간 불안으로 몸이 떨렸다.
이젠...이젠..당해낼 수가 없는 건가?
"훗...잘 아네. 이젠...그만 곱게 죽어줘야 겠거든.
지금까지...고마웠어. 심심하지 않게 해줘서..."
사내는 천천히 할머니의 목을 잡아 서서히 비튼다.
"끄어어어어어어억~~~~~"
"풋.....기왕에 가는거...순식간에 보내면..아무런 고통도 못느끼잖아?
어때... 죽는 순간에 느껴지는 고통스런 쾌락이....꽤 괜찮지 않아?"
할머니는 목이 비틀리는 고통을 느끼다가
그렇게 서서히..서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사내는 숨이 끊어진 할머니의 귀에 대고 간사하게 속삭인다.
"훗...지옥에 가서 만나자고..."
그리고는 방문을 열어 유유히 밖을 나간다.
공포의 정.신.병.원.
(10)
-다 끝났어.
잘 됐으니깐...안심해.
"다...끝...냈다니? 그럼 너 기어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우리 일에 방해가 되니깐.
"그래도...그래도...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어?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까지 죽여야만 했냐구?"
-이봐. 착각하지 마.
우리가 무슨 성직자라도 되는 줄 아나본데...
아니...우리가 아직도...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오오~요즘들어 감수성까지 풍부해지셨어.
"비꼬지 말랬지....
그래...우린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 이.었.잖.아.
거기다가...그 할머니...니가....니가......"
-됐어. 그 이야긴 그만하자구.
다 끝난 거니까...넌 그 선생이나 잘 다루라고. 쿠쿡..................
6층...캄캄한 어둠 속에서...
희준은 칠현과의 대화를 끝내고 흔들의자에 몸을 깊숙히 묻는다.
그래...이걸로 된거야...
다 끝났어..다 끝났다구...
이젠...이젠....다 잘될꺼야...
-꼭 그래야만 했어? 그 할머니..니가..니가........
자꾸만 떠오르는 칠현의 목소리.
그리고 약간은 원망스러운 눈빛...
계속 메아리쳐 들려오자
희준은 벌떡 일어나 집히는대로 마구 던져버린다.
술병들이 진열되어 있던 장은 모조리 깨지고
여기저기 종이들이 마구 흩날린다.
쨍그랑 하는 파열음이 크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바닥은 온통 유리조각 투성이다.
"내가..내가...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냔 말이야!!!!!!!!!"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정적 속에 거친 희준의 숨소리만이 들린다.
"헉...헉............"
흥분을 가라 앉히면서....
희준은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쓰러져 오열을 토해낸다.
"흑....흑.....미안...미안해.........미안해....수아야....수아야...................."
희준은 능력있는 유능한 청년이었고,
대학시절 만난 수아라는....청순하고 눈이 예뻤던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희준은 고아였고,
그런 희준을 재벌이었던 수아네 집안에선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도 둘이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모든 고통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희준은 행복하기만 했었다.
그런 희준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수아의 아버지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에 이르렀고
희준은 그렇게...
권력이라는 이름앞에
어이없게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수아에게...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려고 가려던 길인데...
내 품안에...수아에게 주려고 사둔 반지가 있는데....
지금...카페에서...날 기다리고 있을텐데.............................!!!!!!!
아니야..아니야...
너 때문이야...
너라는 여자를 만나서...
대체...너의 그 어디가 그렇게 잘나서
내가 그토록 목을 메야 하는 거야??
너. 너희 집안. 그리고 너의 아버지...
고아라는 게 그렇게 큰 죄야??
단지 그 하나만으로...
사람을 이렇게 죽게 만들어???!!!!
용서할 수 없어.
절대 용서하지 않아.
서서히 죽여줄꺼야.
받은만큼...고스란히 돌려주겠어.
너 뿐이 아니야....
난......
인간이란 작자들이 모조리 다 싫어.
그렇게 잘났기에....
이렇게 사람을 깔봐?
사람됨됨이보다도...
집안이 중요하고
학벌이 중요하고
돈이 중요하겠지.
사랑보다는...조건이 중요하지 않아?
훗...더러운 쓰레기들..
죽여버릴꺼야.
다들 죽여버릴꺼야.
.
.
.
공포의 정.신.병.원.
(11)
그렇게 한을 쌓아 인간세상에 내려오고...
처음 간 곳이 수아의 집.
그러나 수아는 온데간데 보이질 않았다.
수아 또한...희준의 죽음이 자신의 아버지로
인함을 알고 비관하여 자살을 했던 것.
-오빠..나야 수아.
오빠...미안해..흑....정말로 미안해...
-됐어. 이제와서..그런 말이 뭐가 더 필요한건데?
킥....재수없으니까 꺼져.
-오....오..빠......
-꺼지라고....안들려?
재수없는 기집애, 자꾸 앞에서 알짱 거리지 말고 꺼져버리라고 했어.
-흑.......오빠.....우리 아빠랑..나...용서해줘.....흑...
-용서? 킥...그게 뭐야?
난 고.아.라서..그런거 잘 모르겠네.
이 미천한 것이 그렇게 고귀한 사람들네나 하는 걸 어떻게 알겠어?
잔말말고.....경고야. 꺼져.
-오빠.....안돼...안돼..........
그리고 나서...희준을 말리기 위해
영험한 할머니의 몸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할머니는 딱한 수아의 사정을 듣고
기꺼이 수아의 영혼을 거두워 주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십여년 간을 계속
희준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행동을 저지해왔다.
할머니의 영혼은 점점 소멸되어갔고...
수아의 영혼이 거의 모든 지배를 해왔음을 희준도 알고 있었다.
가끔씩 보이는...할머니의 눈동자에서 수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러나...
그러나...그건 옛날 일일뿐.
지금의 희준에게는 귀찮은 장애물일 따름이었다.
모르는 척...자신은 못 알아본척...
희준의 손아귀에 잡혀서 떨리는 눈동자를 대할때도...
희준은 애써 냉담했다.
그리고는...그토록 사랑하던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두.번.
죽.였.다.
"수아야.....흑...흑......수아야........................."
캄캄한 어둠속에...
오직 희준의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다.
저쪽에서...가만히 모든걸 지켜만 보고있던
우혁이 살며시 나와 희준을 일으킨다.
"우..혁....우욱....나는......흑...나는....."
"...니 기분...이해해. 하지만...잊지마. 넌....예전의 희준이 아니야.
넌....문.희.준. 일뿐....흔들리지마.
네가 흔들리면....강타도...나도...그리고 너도..모두가 위험해져.
스스로를 지켜내려면...강해져야 할 수 밖에 없어. "
"알아........안다구......."
"미안. 강해보여도...누구보다도 상처를 많이 안고 있는 너에게...
특히 지금은 시기가 맞지 않는 다는 것도 잘 알지만...
너니까 부탁한다....
칠현이...죽은지 이제 일년이 지났어.
너무 억울하게 죽어서.....한을 가슴에 묻어두고 죽어서
이대로라면 얼마 살지 못하는 거 알잖아.
어서...누군가를 만나서 칠현의 생명력을 계속 이어줘야 해.
그리고...지금....만난 것...같으니까...놓치지 않게 잘해야지.
문희준...널 믿는다.."
우혁은 희준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고는
다시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희준은 우혁의 말을 들으며 정신을 차린다.
-난 분명히...문.희.준. 이야...
전생의 기억들...이젠 모두 부질 없어.
그래...수아야....정말로...지옥에서나..날 볼 수 있을꺼야.
후훗...기대해.........
기왕...지옥에서 볼꺼면..........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
끔찍한 종말을 맞으면서.....
그렇게 있어주겠어.
그것 또한...날 너무도 사랑했던 너에겐
또다른 고통이겠지???
크큭....
예의 그 거만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돌아온 희준.
다시 흔들의자에 몸을 묻으며 우혁이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둔다.
-후훗.....우혁.....남 걱정할때가 아닐텐데.....크큭..
공포의 정.신.병.원.
(12)
오늘도 어김없이 재원은 늦잠을 자고야 말았다. -_-;;;;
"아악~~~벌써 10시잖아~~~이런...."
그 긴다리로 껑충껑충 뛰어 한달음에 칠현의 병실로 뛰어간다.
헐.....갑자기 기린이 떠오르는 자까....-_- 껑..충...껑...충...........ㅡㅡ;
"아앗...미안미안..헉헉...칠현아...내가 있지...."
"치잇...됐어요..."
칠현은 삐진 듯이 고개를 창가로 팩 돌려버린다.
재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침대근처로 와서는
손을 싹싹 빌며 칠현에게 용서를 구한다.
"미안미안..선생님이 잘못했어...아흑..용서해줘~ㅠ0ㅠ"
"됐어요. 선생님...은 나랑 한 약속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는 거죠?
그렇게 기다렸던....산책인데....
난...선생님하고 산책하는 거....너무너무 기다려지는데....
난 그때밖엔 병원밖을 나갈 수 없는데.....
선생님은...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거죠? 치잇...."
삐진 칠현이....
아흑...그 모습 조차 이뻐보이기는 하지만.....
글케 화냄 어떻게 해~~~~
난 너 없음 못 사는데에~~~~~치려나아아아아아아아~~~ ㅠ0ㅠ
"정말루....선생님...잘못했죠?"
한참을 빌던 재원, 조금은 누그러진 칠현의 말에
금세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웅웅......모두다 내 잘못이야....."
"그럼....선생님....부탁 하나만...들어주세요."
"웅? 몬데???? 0.0??"
"헤헤......저..이제부터...형..이라고 불러두..되요?"
"형?"
"꼭...형이라고 부르고 싶었단 말예요.
왜......안돼.....요?
형이라고 그러는거...싫으..세요?"
"아냐아냐아냐~~~~~~~~너무 좋아서 그러징~~ ^///^"
"헤헤...혀어어엉~"
"응~~~~~"
헤에~~~저아저아~^ㅠ^ 형이라...
일단....형과 같은 존재처럼 가깝게 느껴진다....이거지??
그럼...희망이 있는 거네??? 끼야앗~>.<
칠현이만 없었음 여기서 짱구의 훌라춤이라도 추고 싶은 재원이었다. 아자..-_-!!
칠현은 눈을 살짝 감으면서 재원의 품에 안긴다.
"형...고마워요..........."
재원도 얼굴이 붉어져 칠현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아..뭘........"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그런데 재원의 가슴과 손이 칠현에게 닿는 순간...
칠현은 불에 데인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앗...."
비명을 지르며 재원에게서 좀 떨어졌다.
-이거....분명히 그 할머니 짓이야.
죽었다더니...죽기전에 할 조치는 다 해놓았잖아????? 어쩌지.......
이 상태로는 재원이한테 접근조차 불가능한데....아..아포라..........
칠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고 그 표정을 본 재원은 실의에 빠졌다.
'아흑...저 표정좀 봐.....
내가 안은게..글케도 싫은 거얌???? ㅠ0ㅠ 흑....
그렇게 노골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떨어지더니만...
이젠 표정까지 머 씹은 거 마냥....아흑.........
역시..우린 이룰 수 없는 사이여떠.....아흑.....
그래....내가...그럼 이만 떠나줄게...
널 위해서라면 내가 뭔들 못하겠니...그럼.....안녕......
완전히 혼자서 쇼를 하고 있다....-_-
자기 재주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설정해 놓고는 눈물을 흩뿌리며..^^;
나가려는 재원을 칠현이 잡는다.
"...흑.....칠현아..이거 놔~"
"형.............날 봐..."
침대에서 내려온 칠현이 재원을 쇼파에 앉히고는
재원을 올라타 앉아 강하게 밀어부쳤다.
재원은 난생 처음 본 칠현의 터푸한 모습에
또 넋을 잃고야 말았으니...+.+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재원은 애써 시선을 피한다.
"형...나 좀 보라고........."
"....왜 널 보라고...우웁......."
살짝 칠현쪽으로 재원이 고개를 돌린 순간...
칠현은 재원의 손목을 잡아 쇼파의 등쪽으로 누르고는 강하게 키스를 한다.
칠...현...아....??!!
공포의 정.신.병.원.
(13)
너무도 당황한 재원의 입은 쉽게 열리고...
칠현의 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원의 입으로 들어간다.
칠현은 재원의 혀를 강하게 휘어감으며
재원쪽으로 몸을 밀착시킨다.
칠현의 타액이 재원의 목으로 넘어가고
재원은 숨이 가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실....칠현은 지금 죽을 고통을 참아가고 있다.
재원이 마셨던 빨간 물의 기운이 재원의 목을 타고
올라와서 칠현의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다.
칠현은 그러한 고통을 애써 참으며
재원에게 키스를 하고 있다.
"아학.....음...."
재원이 가벼운 신음소리를 냈고...
칠현은 가운 사이로 손을 집어 넣는다.
생각보다 가녀린 재원의 허리...
칠현은 허리 뒤 쪽으로 손을 넣고는
손가락으로 훑기 시작했다.
"아학....흐음........"
재원은 예민한 곳에 칠현의 손길이 닿자 움찔하며 반응했다.
그러다가 칠현의 손놀림이 잠시 수그러들자
재원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지금..지금..내가 뭐하는 거지? 내가...내가....'
너무도 혼란스러운 재원은 눈을 감고 자신에게 여전히
키스를 하고 있던 칠현을 밀치고는 병실 밖을 나갔다.
-콰앙...
문이 닫히고...칠현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한다.
"형...난 형 사랑한단 말이야!!!!!.........
형.......형.........흑............"
병실문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재원...
병실 안에서 나는 칠현의 울음소리와...고백을 들었다.
재원은...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나도..나도 칠현이....너무 좋아. 좋아서 미칠것만 같다고...
이런게...이런게 사랑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혼란스럽지?
당황스럽고......모르겠어...모르겠어.....
재원은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멀리 사라지는 재원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칠현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쓰윽 닦고는 눈빛을 반짝인다.
"후훗.............이제 곧 넘어 올 것 같은데...?? 우욱......욱......"
칠현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 쥐더니
시뻘건 피를 한덩이 토해낸다.
"에잇......이 정도로 타격이 클 줄은 몰랐어...에이씨......"
칠현은 소매로 피묻은 입술을 닦는다.
아까 재원에게서 나던
그 할머니의 물약 기운 때문이었다.
"후훗...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아.
아마....그 할머니가 걸어둔 모든 주문은 다 풀렸을테니까...
이제부터...본격적으로 해볼까???"
재원의 목으로 넘어간 칠현의 타액이
이미 할머니의 물약을 중화시키고 있었고...
재원의 허리에 손가락을 넣어 훑은 것도
성감대를 자극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원의 손바닥에 걸려있는 주문을 풀기 위함이었다.
"후훗...재원...넌 내꺼라니깐..........."
칠현이 잠시 두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반듯이 자리에 눕는다.
"정확하게....2시간 30분 후면...올꺼야........"
공포의 정.신.병.원.
(14)
재원은 방안을 아까부터 이리저리 다녔다.
그 긴 몸으로 정신 산만하게...-_-!!
칠현의 말을 듣고....
너무도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뛰쳐나오기는 했다.
문 안쪽에서 들리던 사랑한다는 칠현의 고백......................
사랑...한....다고.....??!!
여태껏.. 왜 그 말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거지??
지금까지 계속...칠현이 재원에게 했던 키스와...행동들만을 생각했을뿐...
사랑한다고....칠현이도 나 이재원을 사랑한다고 목 놓아서
고백하던 것에는 그리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래!!! 사실 문제는 간단했다.
나 이재원은 안칠현을 너무도 사랑한다.
그리고...칠현이도 날 너무도 사랑한댄다.
그래서..아까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 것이고..
일종의 프로포즈..였던 셈이다.
그런데..나는.......
그런 애를 뿌리치고 냉정하게 문을 닫아버렸다.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아흑.....ㅠ0ㅠ
그래..칠현아....까짓..널 위해서라면..내가 뭔들 못하겠니..
그리고...뭐...키스나.....그런거야...
사랑하면 다 하는 거지...^//////^ 그치잉????
홍홍홍~~~~기다려 자갸~~~~~~~
-_-이젠 도를 넘어서꾼....자갸란다.....ㅡㅡ;;;;;;;;;;;;
재원은 얼굴에 꽃을 대여섯개 달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_-말이 좋아 가볍게지...한번 상상을 해보시라!!
꽃 대여섯개 달고 주먹을 앙증맞게 쥔 다음
가슴 높이로 올려 좌우로 가볍게 흔들어주며
살짝쿵 달리는 모습을...-_-
혹시..광년이라고..들어는 보셨나 모르겠다...-_-;; )
칠현의 병실을 향했다.
"후훗......역시..정확해...2시간...30분 후야...
그럼...시작해볼까???"
칠현은 눈을 반짝이며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지는 칠현의 눈물...
그 짧은 시간에 칠현의 그 아름답던 눈은
붕어눈 처럼 팅팅 부어서는
이내 꺽꺽 거리며 잠이 든 척 한다...
"칠현아~모하니~~~^^*"
딴에는 애교스럽게 한다고 재원이 콧소리를 섞어가며 문을 열었다.
칠현은 꺽꺽 거리며 자고 있었다.
'허억~우리 칠현이 눈이 왜 붕어만 해졌지?????? 0.0????
이런...지금까지 울다 잠이 들었나봐...어떻게 해..ㅠ0ㅠ'
재원은 칠현의 옆에 걸터 앉아 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그리고는 붉은 입술로 눈이 갔다.
그리고는 또다시 아까 생각에 혼자 상상의 나래를 또 펼치며..
(-_-징하다~ 이제 그 나래 그만 좀 펼치지..쩝..)
혼자 얼굴이 붉어진다.
칠현은 뒤척이며 잠꼬대처럼 웅얼거린다.
"으응.......형............사랑해......"
순간...모든 상상의 나래를 접으며 재원에게 꽂히는 이 한마디....
자면서도 날 사랑한대...아흑...어무이~~~~~~ㅠ0ㅠ
재원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칠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칠현의 입술에 소중하게 입을 맞춘다.
"그래..칠현아...나도....너 많이 사랑해......"
재원은 이 이야기를 하고 흠? 놀랜다.
갑자기 떠오르는 할머니의 말......
-사랑해..라고 3번 말하면....그땐 니 목숨이 위험해....
-사랑해...라고 말하면..
-사랑해...라고 말하면....
재원은 주위를 싹싹 살펴본다.
그리고는 내쉬는 안도의 한숨..
"휴우~다행이다.
아무도 들은 사람 없겠지?
쿡쿡...다행이다~ 아무도 본 사람 없으니
잡아 떼면 되는 거쥐..쿄쿄.."
재원은 칠현이 깰세라 조심스럽게 병실문을 닫고..
그런 생각을 해낸 자신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는 듯 뿌듯하게 걸음을 걷는다.
-_-으이구...정말...저 정신으로 어찌 학위를 다섯 개 씩이나 땄을까나....으미으미.....-_-;
재원이 나가자...칠현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뜬다.
"킥............재원아....한번 말했어. 사랑한다구.....쿡쿡...."
공포의 정.신.병.원.
(15)
"똑똑..."
칠현의 병실이 아침을 맞이하는 노크소리로 시작된다.
"칠현아.. 몸은 괜찮아? 어디 불편한데는 없니?"
재원이 병실로 들어와 칠현의 체온을 재고 이것저것 살펴본 다음 종이에 끄적인다.
은테안경을 쓴 재원.
순진하고 어린 아기같기만 했던 그가
안경 하나를 씀으로 해서 이렇게까지나 달라보일줄은 몰랐다.
그는 천상 의사였다.
은테안경과 굳은 표정.
그리고 하얀 가운.
칠현은 순간 두근거리는 자신을 느끼고는 놀란다.
'하핫....재원이가 멋있어 보이잖아? 내가...왜...이러..지?'
"자..이상은 없어.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내고...
뭐 불편한 거 있음 나한테 연락해라..."
재원은 눈하나 마주치지 않고 굳은 억양으로
그렇게 말을 던지고는 병실을 바삐 빠져나가려한다.
"형!"
나가려는 재원을 칠현이 불러 세운다.
"형..대체 왜 이러는 건데? 지금 벌써 일주일째야.
일주일동안 형 나랑 눈도 안 마주쳤어. 왜이러는 거야???"
"내가 언제... 그냥 난 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형이 내 담당의사인걸 누가 몰라?
지금 그걸 이야기하는게 아니잖아...
형 왜 나랑 눈도 안마주치고..말도 안하려고 하는건데?
나랑 산책은 언제 갔었어?
지난 일주일간 나랑 웃으며 대화한 적 있었어? 대체 왜이래???"
"........"
화를 내는...아니 약간은 원망까지 섞인 칠현의 말을 들으며
재원은 잠시잠깐 당혹스런 빛을 띠었지만...
이내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온다.
"혹시..형...내가 한.......키스..땜에 그러는거야?
그게..그렇게나 부담스러웠어?
그래서..지금...........그러는거야? "
"그런거...아냐."
"아님...아님 대체 뭔데????? 아니면 뭐냐구!!!
내가...내가 그렇게나 잘못했던 거야???"
"칠현아...이만 쉬어라. 넌 환자이잖니. 안정이 필요해.
그럼....난 이만 간다."
목소리에 물기가 서리는 칠현의 말을 듣던 재원이
딱 잘라 말하고는 병실을 바쁘게 빠져나간다.
칠현은 쇼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휴.........대체...대체 내가 왜 이러지???
나...이상해........
어차피...쟨 이용가치에 의해서 필요할 뿐..
그 이상도, 그이하의 의미도 나에겐 없는데
대체 내가 지금왜 이러냐구...
조금쯤 눈을 안 마주치면 어때?
나랑 웃지 않고..말도 잘 안하면 어때?
단지...내가 필요한건....사랑한단 말을 세 번하고...
그리고...나서...재원을 갖는 것 뿐인데...
너무도 마음이 아파..
내 눈도 피하고...너무도 형식적인 저 애를 보면서...
내 마음이...이젠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내 마음이...
너무도 아파.........
그..웃음이...너무도..보고싶어.............
그리고는 ... 쇼파에 기대어 살짝 잠이 든다.
불안한...감정의 시작. 그리고...핏빛 바람의 예감...
++++++++++++++++++++++++++++++++++++++++++++++++++++++++++++++++++++++++++
재원은 허둥지둥 병실로 달려와 문을 닫고는 헉헉댄다.
"휴....휴....오늘도...오늘도 겨우 넘어가겠구나...휴..."
일주일새에...참 많이 변한 재원이었다.
조금은...성숙해졌다고 해야하나?
칠현이의 .. 그 소리없는 고백을 듣고난 후...
사실 그땐 단순하게만 생각하고는 좋아서
칠현의 병실까지 좇아갔던 재원이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절대로 자신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나도..남자고...칠현이도 남자야..
절대로..절대로...행복해질 수 없는걸...
그리고.....다른 것 보다도 중요한건...
칠현인...상처가 많은 아이야.
내 행복만을 위해서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순 없어.
난 그 이쁜 눈빛을 지켜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없는걸.
내가 그애의 곁에 있는거..
오직 의사로서만 이어야 해.
마음을 받아들였다간...그랬다간 나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꺼야.
미안..칠현아...
미안...미안...........
재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정말 사랑하지만...우린 사랑해선 안되는 거야.
너무도 상처가 큰 너...앞으론 웃으면서 살아야지...
아마...일시적인 걸꺼야. 니 감정...
내 감정쯤이야...널 위한다면 접을 수 있는걸....사랑해.....
재원은 조용히 고개를 든다.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침묵이 흐르고......
재원은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아흑...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멋있는 거 가터~~~~ ㅠ0ㅠ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하나쯤은 희생할 수 있다는 이 마음가짐...
캬~~~~~ 난...왜 이런거실까~
얼굴도 잘생겨~능력도 조아~거기다가..이렇게 멋있고 생각이 깊기까지!!!!!!!
어무이~~~~~~ㅠ0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높이 들며 눈물을 이젠 콸콸 쏟아내고 있다.
여전히 자신의 멋있음에 감동하며....^^;
하여간..맘잡고 진지버전으로...재원군 팬을 위해 멋있게 그려주려는
자까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재원이었다.-_-!!
공포의 정.신.병.원.
(16)
재원은..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일이 너무도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칠현에게..눈길한번 주지 않고 뿌리치듯..
도망치듯 나온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휴...지금쯤이면 잘테니까...살짝..가볼까?'
재원은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뚜벅..뚜벅..뚜벅...
복도에 울려퍼지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몰랐다.
꼭...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것만 같은 느낌.....
한순간...재원의 등뒤가 오싹했지만...재원은 칠현을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재원은 칠현이 깰세라 조심스럽게 병실문을 열었다.
달빛이 밝은 오늘 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칠현이 침대 벽 쪽으로 바싹 붙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불도 꽁꽁 싸매고 있고...
'이상하다...오늘...난방이 이상한가?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닌데....' (오히려 더워 죽게따..-_-)
그리고는 칠현에게 다가가는데............
"칠...현..아???!!!"
칠현이 이상했다.
이불에 꼭 쌓인 가녀린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재원은 놀라서 병실의 불을 켜고 칠현의 이불을 걷어내었다.
"......!!!"
칠현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고
너무도 추운 듯이 파래진 입술로 덜덜 떨고 있었다.
재원은 칠현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이런..칠현아..칠현아..정신차려봐..칠현아!!!!"
너무도 뜨거웠다. 감기..인가???
갑자기 재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데...-_-;;;;;;; 아악..지금은 진지하게!!! 진지하게!!! -_-;
자..다시 진지하게...^^;
재원은 이리저리 찾아다녀 보지만 도저히 약품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 넓은 병원안에서 어떻게 주사약 하나가 보이질 않는지...
하는 수 없이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재원은 자신이 이곳 병원에 들어올 때 비상약으로 챙겨둔 감기약을
칠현에게 먹였다.
그리고는 수건에 물을 적셔 칠현의 이마에 얹어주고
또다른 수건으로 칠현의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자세히 보지않은 일주일 사이에 피부도 많이 까칠해지고..
약간 마른 듯 보였다.
....한번도 병원밖을 나가지 않았는데...감기까지 걸리다니...
재원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칠현아....아프면 어떻게 해......
형이....너무 힘들게 해서..견디기..힘들어서...그래??
칠현아...아프지 마..네가 아픈걸 보는거..
나에겐 이젠 너무도 큰 고통이야...
아프지마...칠현아.........
재원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
어둠.....암흑...혼돈의 공간....
어둠 저 쪽에서 팔짱을 낀채 우혁이 냉소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킥....칠현이 진짜....무슨 연기공부 했었던 거 아냐?
저번에도 그러더니..이번엔 나도 속겠는걸? 정말..대단해..쿠쿡...
흔들의자에 몸을 깊게 묻고 눈을 감았던 희준,
조용히...무겁게 눈을 뜨며 낮게 이야기한다.
-칠현이...지금...연기하는 거 아냐.
-무슨....??
-쟤....정말로..아픈거야. 연기가 아니고...
정말로 저렇게 고통스러워 하고 있어.
-희준..너 지금 놀리는 거 아니지?
사람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저렇게 아플수가 있어? 말도 안돼..
-나도 지금...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어.
니 말이 맞는데...절대로 이정도로 아플수가 없는데......
정말로 아파하고 있어. 칠현이...
지금...의식마저도 없는 상태여서...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그럼.....혹시...............
-아마도..그런 것 같아.
희준은 고개를 저으며 흔들의자로 일어나
벽면 전체가 창문인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본다.
도시가 아니라 깊은 산중에 있는 건물...
도시같았으면 번쩍거렸을 야경이겠지만...
밖은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희준은 이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깊이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깊은 어둠...
그리고...이때만큼은...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희준이 마음껏 얼굴에 나타내는...깊은..슬픔...
우혁이 그런 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가오며 이야기한다.
-그럼..골치..아파지잖아....
-글쎄.....
지금..저토록 아파하는 칠현이....진심일꺼야.
그 선생을 생각하는 칠현이 마음....분명히...그걸꺼야..
-사......랑...인가?
-쿡............글쎄.....
아무튼.....이렇게 되면.....오히려 칠현이..우리일을 방해하고 나설지도..모르겠는걸?
희준의 눈에 다시 아련한 빛이 떠오른다.
너만은...너만은 사랑을 모르길 바랬는데...
너무도 여린 너에겐....견디기 힘든 아픔..슬픔...
너만은...그저 그렇게 해맑기만을 바랬는데...........
이젠...하는 수 없구나...그 방법...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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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원의 눈앞에 있는 칠현은
예전에 그렇게나 밝게 빛나던 웃음을 지닌 아이가 아니다.
자신이 놀랄정도로 강하게 키스를 했던...그리고...
이렇게 뒷걸음질만 치는 자신보다도 더욱 용기있게 ... 고백을 한 행복한 아이였다.
그런데...그런데...지금 이게 뭐야....
덜덜 떨리는 작은 어깨...
붉게 빛나던 입술은 여기저기 부르트고...새파래져서...
너무 안타까워 볼 수가 없어...
흠뻑 땀으로 젖은 얼굴...
그러는 와중에...칠현이...신음소리를 낸다.
"으...음........."
재원은 칠현의 정신이 드는 것 같아 칠현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나..여전히 깨어나지 않고......
"으..음...재...원................"
"......!!!!"
신음 소리를 내는 와중에도.....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칠현....
순간 눈물이 왈칵 나면서............
더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힘들어진 재원..
칠현의 손을 두손으로 꼬옥 쥐고는....소중히 보듬다가 힘들게..힘들게 말을꺼낸다.
"칠현아.....칠현아....나두...나도....너 많이 사랑해.......
그러니까..그러니까...아프지마.....칠현아..."
목이 메어 잠긴 목소리라...너무도 작았지만...
정신을 잃고 있던 칠현이에게...그 목소리는 너무도 똑똑히 들렸다.
나 사랑한다고???
재원아...재원이..너..정말로 나 사랑...하는거야???
나만...널 바라본게 아니었다는거지? 그렇지?
고마워.....그냥...고마워.......
감긴 칠현의 눈에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재원은...그렇게 울다가 그 옆에서 칠현의 손을 잡은채 잠이 든다.
-어찌되었건 의사선생....이제 한번 남았어....
이젠...너의 선택에 달린거야. 칠현이...너의 목숨........쿡......
인간이란 작자들....결과가 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속는 셈 치고...믿어줄까? 쿠쿠쿡........
공포의 정.신.병.원.
(17)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아침..
칠현은 살짝 눈을 뜬다. 두근거리는 기대감...행복함...
이런걸 기대하면 안되는데...
그리고 눈을 뜬 자신의 앞에는 엷은 미소를 띈채
자신을 가슴가득히 안고 잠이 들어있는 재원이 보인다.
항상 차갑기만 한 병실 침대가...
재원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따뜻해 질 수 있는지...
밤새도록 재원은 칠현의 옆에 비스듬히 누워서
칠현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손도 잡아주면서
이런저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그리고 지금은...자신을 꼬옥 끌어안은채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다.
칠현은 몸을 약간 움직여 재원의 품에서 팔을 빼내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손을 들어 재원의 머리를 넘긴다.
꼭 감긴 두눈...하얀 피부...아기같은 붉은...작은 입술..........
칠현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어린다.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
정말...이런게 사랑이라는 건지...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해지고...웃음이 나오는 걸.
재원아..아니..형....
너무 고마워. 잃어버린 웃음을 다시 찾아줘서..
차가워졌던 마음..열어줘서,
그리고 더 이상 인간들..미워하지 않게 해줘서...너무 고마워.
칠현은 소중하게 재원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아주 절묘한 타이밍으로 재원이 눈을 살짝 뜬다.
"우웅....칠혀...니?? 벌써 일어났어? "
"응....형 잘잤어?"
"응. 따뜻하게 잘잤어."
재원은 이렇게 말을 해놓고는 얼굴을 붉힌다.
정말...너무도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
칠현은 순간 얼굴에 그늘이 진다.
내가....사랑해도 되는 걸까?
그럼....우리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계속 이렇게 우리 행복할 수 있는 걸까.......
희....준...........
다 보고 있지? 그리고...내 결정이 어떤 거라는 것도...알고 있지?
나 땜에 아파하지 말고..
나땜에 안타까워 하지 말고..
나...사랑하는 사람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구.
그 사람 위해서 뭔가 해줄수 있다면..나 그걸로 족해.
그러니까 희준...나...그냥 보내줘....
재원은 어두워진 칠현의 얼굴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아직도...아직도 내 맘을 잘 모르는 건가? 헤헤...칠현아~나도 너 사랑한다니까는~'
재원은 칠현을 갑자기 꼭 끌어안는다.
"아앗...형~ 숨막혀~켁켁.."
재원은 아무말 없이 꼬옥 품에 안고는
칠현의 머리카락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대면서 이야기한다.
"칠현아...내맘...알지?"
"...?"
"헤헤....칠현아.....정말루...나한테 많이 소중한거...알지?"
칠현의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걱정하는 얼굴을 하니까...그것땜에 이렇게나 신경을 쓰는 구나.
형...형이 조금만 덜 착했더라면...
형이 조금만 덜 이뻤더라면...
형이 날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아마 난 조금의 망설임없이 일을 진행시켰을꺼야...
"갑자기 왜 그래, 형~
형 마음도..내맘하고 같은거..맞지? 헤헤..그럼 되는거야."
칠현은 혹시라도 재원이 사랑한다는 말을 할까봐
조마조마해 하면서 말을 끊는다.
그리고는 칠현이 가만히 재원의 고개를 돌려서
재원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부드럽고...달콤하고...
왠지 눈물이 날것만 같은 소중한 마음...
재원은 갑작스런 칠현의 입술을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다가 칠현이 입술을 떼며 이야기했다.
"헤헤..형, 굿모닝 키스야~^^ "
"어엇...선수 뺐겼다...이런.....밤엔 내가 먼저 할꺼야~~~~"
이젠 이런 낯뜨거운 이야기도...닭털 열심히 날리는 행동들도
너무도 행복하게 하는 두사람들이었다.
자까만이 그런 그 둘을 보면서 괜히 병실 벽에 머리를 찧고 있었을 뿐...-_-;;;
힝.....ㅠ0ㅠ 나더 외롭단 말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병원가득히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자까의 처절한 외침이 메아리 치고 있었다.
-_-;;;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제일 호러다...아흑...........
재원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칠현을 겨우겨우 떼어놓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희준이 몸을 서서히 일으킨다.
-내가....나서야 할 ...차례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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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렐렐렐렐레~ 렐렐렐렐렐레~" (아시져^^ 전화벨소리라는거...홍홍^^)
자신이 병원에 처음 온날...
문희준에게 전화가 온 이후로 한번도 울리지 않던 전화벨이었다.
재원은 약간은 의아해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데도 떨려오는 몸...오싹하고...소름끼치는....
이런기분..에전에 느껴본적이 있었다...역시..문..희준인가?
-이선생님...마침 계셨군요.
"아...네.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이선생님을 찾아 뵙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지금 이리로 와주시겠습니까..?
"네? 제가...그쪽으로요?"
-아...제가 가야 예의겠지만...제 몸이 좀 불편해서요. 죄송합니다...
"아니...그게 문제가 아니고........거길 어떻게 가야하나요?
아무런 통로도 없지 않습니까?
-후훗...그것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잠시 후에 뵙죠.
역시 일방적으로 끊어지는 전화.
언제나 이 사람과 전화를 하면 왠지모르게 기분이 나빠진다.
6층엘....대체 무슨 재주로 가야 한다는 거야?????
툴툴 거리는 재원, 순간 뒤쪽에서 오싹한 한기를 느낀다.
'어어...이게 뭐야...이게 뭐야.......ㅜ.ㅜ 무서워서 못보겠잖아.....뒤에 누가 있나?'
그리고 그 순간..재원은 무엇에 맞은 듯이 정신을 잃어버린다...........
공포의 정.신.병.원.
(18)
-자..이선생님......
재원은 자신을 부르는 음산한 목소리에 몸서리를 치면서 일어난다.
"아.....여기는.....?"
-예. 여기..가 바로 제 방입니다. 그리고...첨 뵙는 군요. 문희준입니다.
방이라기 보다는 한층 전체가 넓은 홀이었다.
고풍스러워 보이는 가구들...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
그리고 자신이 앉아있는 쇼파의 맞은편엔
서재의 용도로 꾸며놓은 듯이 커다란 책상이 있었고,
의자깊숙히 몸을 묻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저사람이..문희준인가 보군..'
유난히 어두운 그곳에 있는 터라 남자의 실루엣만이 보일뿐...
생김생김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아..네...안녕하십니까. 이재원입니다.
무슨일로 절 보자고 하셨습니까?"
-성격도 급하시군요...글쎄...무엇부터 이야기 드려야 할지...
칠현이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재원은 칠현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칠현...이요? 그애가 왜....?"
-칠현이 뿐 아니라...이선생님 당신의 목숨에도..관계가 된 이야기지요...
남자는 몸을 일으켜 창가쪽으로 등을 지고 선다.
재원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쪽 벽이 모두가 창문이었다.
커다란 창문..훤히 내려다보이는 바깥.
산의 정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곳에 서 있는 문희준이란 자.
비록 뒷 모습 뿐이지만...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말투.
왠지 모든 말에 복종을 해야할 것 만 같은...그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재원은 조금씩 문희준에게 호감을 느끼며 희준이 뒷말을 기다렸다.
희준은 한참을 그렇게 바깥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린채 재원에게 말을 이어간다.
-저랑....이선생님....구면입니다.
"네? 전...당신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
-하하...지난번에..절 보시지 않았습니까....거울......로 말이죠.
"거울요? 우리 병원엔 그러고 보니 유난히 거울이 없더군요.
화장실에 조차 거울이 없으니...거울..............거...울....이요?????"
할머니.........그 할머니 병실에서...
거울에서 보이던.......그....눈이 컸던.............귀...신........???!!!!!!!!!!!!!!
-기억을 해주시니 영광이군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희준이 서서히 몸을 돌린다.
희준만큼이나 눈이 커지는 재원...정말로..그였다.
노란색 단발머리....한족눈은 머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나머지 한쪽의...커다랗고...빠져들어갈것만 같은 눈..............그럼.......당신은...........?!
재원은 서서히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뭐야..귀신...????????!!!!!!
-진정...하시죠.
음산하고..기분나쁘게 퍼져 울리는 희준의 목소리.
"지금..진정하라고..하셨나요?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이런걸 밝히면서까지...이야기를 드리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는 거지만...칠현이와 그리고 이선생님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안 들으시겠습니까?
뭐..그래도 저에겐 상관없습니다만...크큭....
기분나쁜 웃음소리...그러나..칠현이와 나의 목숨??????????
재원은 서서히 이성을 찾아간다.
그래..나는 이재원이야..침착하자..침착...
"말씀..하시죠. "
-...제 정체가 밝혀지면서 눈치를 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칠현이도 마찬가지로...사람이 아닙니다.
"......?!!!!!"
재원은 너무 놀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산책을 자주 가시더군요.
호수에...비친 그의 그림자를 본적이 있습니까? 칠현의 병실에도 아마 거울이 없죠...
그러고 보니 그랬다.
칠현의 그림자....한번도..호숫가에서나....불빛이 비치는 병실에서나..본적이 없다...!!
"그런말을...하시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좀더 솔직히 이야기 하도록 하죠.
이곳에 이선생님을 오시게끔 했던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칠현....저번에 이선생님께서 들으신대로...그렇게나 상처를 많이 안고 있는 아이입니다.
뒷...이야기를 해드려야 겠군요....
그렇게나......그렇게나....
자신의 이복 형들과...아버지에게 실컷 농락을 당한후.....
언론에서 칠현과 칠현의 어머니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칠현의 어머니는 칠현이 보는 앞에서...목을 메었고...
여기에 분노를 느낀 칠현이 그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칠현을 안던 그날밤...
아버지를 거부하며 밀다가....그만.................
칠현에게 떠밀린 그 아버지란 작자가....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서 정말 어이없게도 죽고 말았습니다.
의도하지 않게...살인자가 되어버린 칠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구요...
재원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주루륵 흘렸다.
'칠현아.....칠현아......흑.....'
-세상에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은...죽은지 일년이 지나면
그 생명력이 서서히 소멸되어서 한줌 재로 사라져버립니다.
그리고 칠현이는....이제 죽은지 일년이 서서히 다가오구요.
"그렇..다면...??"
-..........네....이선생님은...칠현의 꺼져가는 생명력을 충족시켜줄....
의도에 의해 이곳까지 오시게 된겁니다.
".....원래......대로라면...어떻게 되었어야...했나요?"
-크큭...원래대로라면..칠현이 이선생님의 마음을 빼앗아...사랑해라는 말을 세 번하게 되고....
그러면...이선생님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칠현이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거죠.크큭...
그렇게 되면...칠현이는 한줌재로 사라지지 않아도 되고.......
그대신..이선생님이....우리와 똑같은 처지가 되는 거죠....후훗.....
재원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보는 희준의...유쾌하지 않은 웃음이 한층을 가득 메운다.
불안한 예감...불길한.......적빛 하늘...
"그런데...그런데 대체......왜 저에게 이런 말들을 고스란히 다 해주는 겁니까????"
재원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그럼...그렇게나 울면서 나에게 사랑한다 고백했던것도....
그 키스도..그 웃음도..그 눈물도...그 아픔도............
내 품에 안겨서..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행복해 하던 그 애의 모든 것이....
다 거짓이란 말인가???!!!
이미...내 마음은...너 없이는 살 수 없이 되어버렸는데.......그런데....
-칠현일......사랑......하십니까?
"네?"
갑작스런 희준의 질문...재원은 놀라 희준을 쳐다본다
-칠현일...사랑하냐고 묻고 있습니다.
"...........대답...해야 하는 겁니까?"
-.....이것만은 알아주셨음 합니다. 이선생님에 대한 칠현의 감정...거짓이 아닙니다.
".....그걸...당신이 어떻게 알죠?"
재원의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희준은 화가난 듯 저벅저벅 재원에게로 다가와서
재원의 멱살을 잡고 두 눈을 부릅뜨며 이야기한다.
-이봐......원래 계획대로라면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알아?
내가 지금 내 입 힘들여가면서까지
앞 뒤 전후 사정 다 설명하는 이유를 진짜 모르겠어?
칠현인 진심이라고!!!!
지금........칠현이는 당신을 위해...자신의 목숨을 버리려 하고 있단 말이야!!!!!!
재원은 두 눈을 크게 뜬다.
"뭐...라고...??"
-다시 말해줄까?
자신의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 사랑하는 당신의 목숨을 빼앗을수 없다면서...
자신 스스로가 죽음을 택하려는 중이라고 했어.
그게 뭘 의미하는 줄 알아?
자신이..스스로 두 번 죽는 거..그게 뭘 의미하는 줄 알아?
영원한 소멸이야.
환생의 기회도 없이..
끝도 없는 고통의 나락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거야.
자살의 죄는....그렇게나 큰거야.
두 번씩이나 자신의 손으로 죽음을 택하려고 하고 있다고!!!!
당신때문에...당신 때문에............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서..당신은 칠현의 사랑을 의심했지?? 쿠쿡....
그런 당신을 위해서 칠현은 .... 칠현이는...........
순간..희준의 두 눈에 아련함과 아픔이 떠오른다. 애상......
재원의 마음또한 아파온다.
칠현아..........칠현아...........
희준은 서서히 재원의 멱살을 잡던 손을 놓으며 다시 창가로 걸어간다.
-모든 진실을..말씀드렸습니다.
받아들이고...그 나중의 행동은 모두....이선생님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날짜가...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잘...선택해서............결정하십시오.
"제가 뭘...어떻게 할 수 있는 거죠? .....내가...뭘 어떻게......."
-당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하는 거죠...
재원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일으킨다.
뒤돌아서는 재원의 뒤로 희준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들렸다.
-...칠현인...오히려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걸 행복하다 하더군요.
재원은 눈을 감아버렸다.
칠현아...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칠현아............
공포의 정.신.병.원.
(19)
"혀어어어어어어어엉~~~~혀어어어엉~"
칠현이 재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콧소리를 낸다...환상적인 꽃웃음까지...**^^**
"아...앙....."
"형 대체 요즘 무슨 생각해??? 불러두 멍하니 하늘만 보구 있고...........
옛 여자친구라도 생각하는거야??"
칠현의 눈이 샐쭉해진다.
재원은 그런 칠현의 얼굴을 보면서 어이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이 바보야....
지금 내가 누구땜에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있는데...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건데...
무슨 여자친구야...푸하핫.....
"형...형 지금 며칠새에 처음으로 웃은 거 알어?"
"아..내가 그랬어? 미안..요즘 형이..고민되는 게 있어서 그래..."
"고민??? 뭔데???"
"아....그게......."
재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고..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면...
칠현인 대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는 재원의 얼굴을 보며 칠현은 칠현대로 얼굴에 그늘이 진다.
형....형 왜 혼자서 그렇게 고민해...
이젠 나랑 같이 나누어도 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 형한텐 내가 그런 존재가 아닌가봐.
난...조그만일 하나도....형하고 같이 웃고..울고...그러고 싶은데...
형..나 시간이 얼마 없어.
며칠후면...죽은지 일년되는 날.............
아마......그날이 지나면...형 곁엔 내가 없겠지...
영혼까지도...모조리 사라져 버릴테니깐....
그 전까지만해도...형하고....행복하고 싶어.
정말로...눈물이 날만큼 행복하고 싶어.
...그렇게 되면...남겨진 형한테는...더 큰 고통이 될까?
형.............
칠현의 두 눈이 금세 빨개진다.
재원은 칠현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당황해서 손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아구...칠현아..왜 울어? 응? 형이..요즘 공부하고..그래서 피곤해서 그래...
미안미안..너때문이 아닌거..알지?"
"형......."
칠현은 재원의 손을 잡는다.
재원의 얼굴을 잠시동안 그렇게 바라본다.
두 눈 가득....그렇게 재원의 모습을 담아놓으며 물기어린 목소리로 ....
그러나 눈은 여전히 웃으며 재원에게 말한다.
"형...만약에..만약에 있잖아....
내가 어느날 갑자기..없어진다고 하면.........
형 옆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고 하면....형...어떻게 하지..?"
"칠..현아.....그..그게 무슨 소리야?"
재원은 칠현이 무슨말을 하려는지 어렴풋하게 눈치를 챘지만 모른 척 하고 시치미를 뗀다.
"아니..정말로 만약이야...만약...어차피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죽게 되는 거잖아.
당장..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거고....."
"칠현아..왜 그런 소리를 해. 죽다니.."
"저기....만약....만약 그렇다면.........형......어떨...것 같아?"
아마도...칠현이는...나를 위해서 죽음을 택하고 나서의 일을 걱정하는 거겠지...
아니...조금은 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재원은 칠현을 꼬옥 끌어안았다.
"어...형??"
재원은 칠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이야기한다.
"이 바보야...아직도...내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지 잘 모르는거야?
진짜루...너 많이 소중하고.....그리고 누구보다도 아끼고..그런단 말야..
만약...니가 죽는다면?
내가 다른 사람이라도 생길까봐서 그래?
쿠쿡....조금만 기다려봐...곧 따라갈거니깐..
그런 생각하지마. 알았지?"
칠현아.....너 죽게....안 둘꺼야..
분명..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꺼야...
후훗........이런 너의 마음을 잠시동안이지만 믿을 수가 없었어.
미안해..미안해...
그리고..정말루 사랑해....칠현아..
칠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형...오히려...난 다른사람이 생겼음 좋겠는걸...
나 죽고 나서...형이 나 계속 생각하면 어떻게 해...
형 혼자..힘들잖아..
형..나 형이 생각하는 것 만큼 착한 애 아냐.
형을...이용하려고 했는걸.
나..절대로 용서하지 말고...절대로 나 기다리지도 말고...날위해 울지도 말고...
그냥..그냥 잊어줘....
난 그게 더 행복할꺼야.
나 땜에..형이 괴로워하는 거 도저히 볼 수가 없거든...
형....................
공포의 정.신.병.원.
(20)
칠현은 병실에 혼자 남아 창밖을 바라본다.
빗방울 소리....비가 오나???
하늘이 온통 까맣다...........휴우....괜히 우울하다...
-칠현아.
"아앗.......놀랬다...희준..아냐?
-그래. 너...어떻게 할꺼야?
"...말했잖아. 재원이...건드리지 마."
-그치만..너....
"됐어...희준....
너....그 할머니 죽일때....대체 어떤 마음으로 죽인건데?"
-.....!! ... 그게..무슨 말이야. 우리 일에 방해가 되서 죽인거라고 했잖아.
암흑속에서 들리는 희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내가 바본줄 알아? ........그 사람...
희준이 니가 사랑했던 그 사람...
너 때문에 하늘로 가지도 못하고 맴도니까...
그렇게 되면 환생의 기회도 없이 그냥 그렇게 소멸되고 마니까...
니 손으로 죽인거 아냐."
-...킥....상상력 대단하군..
"그렇게 한껏 냉소적으로 말하고 나면...진실이 가려져? 착각이야.
오히려...니가 그렇게 차갑게 말하면 말할수록 강한 긍정으로 들려.
넌...너 나름대로...니 사랑을 표현한거잖아.
물론...니 손으로 죽인 거니까 죄책감은 들겠지만...
그래도 그사람...지금쯤 저 하늘에서 행복할꺼야..."
-..........
"그러니까..희준아....나 그냥 보내줘. 나도 마찬가지인걸...
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악역을 자처했듯이...
나..재원이 위해서...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아.
오히려..고마워.
이 세상이 너무도 싫었는데..인간들이란 거 너무도 미워했는데...
그런거 다 풀어주고...사랑이란 거 알려준 재원이가 너무 고마워...
희준..넌 내맘 이해하지?"
-칠현아...
희준은 두 눈을 들어 칠현을 바라본다.
이미 생명력이 다해갈 대로 다해가는 칠현의 모습은 곧 꺼져갈 듯 아련했지만 너무도 눈부
시게 웃고 있다.
"희준아..그동안 고마웠어. 복수심에 가득차서 어쩔 줄 모르고 떠돌아 다니는 날 이곳까지
데려다 줘서...
지금까지 보살펴주고...그리고..재원이 만나게 해줘서 고마웠어.."
애써 냉정하려는 희준도 콧등이 시큰거리는 걸 느꼈다.
지금 칠현은 서서히 죽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희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입을 연다.
-큭...착각하지마. 난 문희준이라고...그렇게 좋은 사람일 리가 없잖아? 아..이젠 사람이 아니
지..쿠쿡.........
"무슨...말이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갸웃거리는 칠현을 바라본 희준은 입술을 꼬옥 깨물다가 다
시 말을 한다.
날 용서해..칠현아...
-후훗...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재원이가 널 사랑한다고 생각해? 아니..사랑하기야 했었겠지.....
아직도..널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아직...도...라니? 그게...무슨 말이야???"
-후훗..요즘 재원이가 이상해 진거..못느꼈어?
"아...그렇기야 했지만....."
-쿠쿡....재원이....모든 사실을 알아.
"..모...든..사실?"
-그래. 모.든.사.실.을 안다고...
여기에 자신이 왜 왔는지....내가 누구인지..그리고....니가 누구인지도 모조리 안다고.
"내가 사람이 아니란걸 재원이 안단 말이야??"
칠현의 눈에 당혹이 서린다. 설마..설마..아까도 그렇게나 자신을 소중히 했던 재원이가....설마.......
-설마가 아니야. 다 알아.
후훗.....니가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는 많이 혼란스러워 하더군....
쿡...그런데도..널 아직까지 사랑할까?
넌 사람이 아니잖아.
거기에다가.....넌 그를 이용하려 했다구. 죽이려 했단 말이야...
그런 사실을 알고도...어떻게 더 널 사랑할 수 있지? 키득..웃기는 군...
착각하지 마. 그런 인간적인 감상에 빠져서.....
아냐..아냐..그럴리 없어..모든 사실을 다 안단 말이야?
내가...내가.....사람이 아니라는 걸..안다고?
그리고.....내가 그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도 다 안단 말이야?
칠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두 눈이 분노에서...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는 뺨으로 흐르는 눈물...
"흑...흑...................................."
희준은 그런 칠현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한참을 울던 칠현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크게 웃는다.
"키..키킥......쿠쿠쿡..........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그랬단 말이지........................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고....사랑하지도 않는데..
바보같이 나만...나만 혼자서 착각속에 빠져있었단 말이지??
키득...바보같아........바보같아................................
필요없어..이까짓 목숨...키득...."
미친 듯이 그렇게 웃던 칠현이 병실밖을 뛰쳐나간다.
희준은 병실의 쇼파에 털썩 주저 앉는다. 눈에는 가득 아픔을 담고 있다.
칠현아..날 용서해라.
이렇게 안하면.... 너 ... 죽을 것 같아서...
조금은 위험한 모험인 셈이지만....그래도........
재원이의 사랑을 믿는다.
휴우...이젠....재원이...니 선택에 달린거야....제발...제발..............................
공포의 정.신.병.원.
(21)
재원은 자신의 책상에 걸터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휴...비가 오잖아? 비 오는거....너무 싫은데....우울해진단말이야.......우웅....'
점점 빗방울이 거세진다. 태풍...이라도 오는걸까?
밖을 바라보는데....호숫가 쪽으로 어슴프레한 사람의 그림자가 뛰어가는 것이 보인다.
'어라..이 밤에 누구지? '
그러다가..가로등 불빛으로 보이는.........건.........칠..현??????????????/
칠현이 호수로 첨벙첨벙 뛰어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아앗..칠현아!!!! 안돼!!!!!!!!"
재원은 칠현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한다.
[안돼요...가지 마세요.]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재원의 발길을 잡는다.
"누구...???"
재원이 급하게 뒤를 돌아보고 거기엔 처음 보는 어떤 여자가 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시면...가시면 위험해요. 가면...안돼요.]
"혹시...할......머..니?"
분명..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건 청순해 보이는 긴 생머리의 여자였다.
그러나...눈을 마주치는 순간...왠지모르게 그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절 알아보시는 군요.]
"맞아요? 할...머니..맞아요?????"
정말...알수가 없는 일이다.
귀신에.....할머니가 저런 젊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 건 또 뭐지???
머릿속이 복잡했으나 오로지 생각이 나는건....지금 어서 나가서 칠현이를 붙잡아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하여튼..저 어서 가야해요. 저러다..저러다 칠현이 죽겠어요."
[안돼요...지금 가면..당신이 죽어요.]
재원은 서서 여자를 바라본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이 느껴진다.
재원은 그 여자를 향해서 어색하지만 싱긋 웃어주고는 말한다.
"헤헤........할머니. 괜찮아요.
쟤도..절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려고 한걸요.
아까까지만 해도...사실은 설마설마 했는데..
이젠 제 마음도, 칠현이 마음도 확실해 졌어요.
저 또한...칠현일 위해서라면...죽어도 상관없거든요...헤헷..."
재원은 말을 마치고는 쑥쓰러운 듯이 얼굴을 붉힌다.
그 말을 듣고 당황해하는 여자를 보고 장난스레 윙크를 한다음 재빨리 뛰어나간다.
[아앗......재원..........휴우.......어쩔..수 없는 건가요?]
여자는 뛰어나가는 재원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창밖을 바라본다.
[희준...희준..당신도..보고 있죠? .............저 둘은....행복했음...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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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정말로 정신없이 호숫가로 달려갔다.
점점 거세지는 빗방울...한치앞도 잘 보이지 않을만큼 거세게 내린다.
그리고 칠현이 한발자국씩 호수 중앙쪽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재원은 앞 뒤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호수로 뛰어든다.
"칠현아..칠현아..헉헉...왜 이래...칠현아..."
재원은 칠현의 손목을 붙잡았고 멍하니 물속으로 걸음을 내딛던 칠현은 놀라 재원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재원의 손을 강하게 뿌리친다.
"이거 놔.......이거 놓으라고..."
"칠현아..칠현아 갑자기 왜이래..응?"
칠현은 자신을 붙잡는 재원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면서 몸을 돌려 이야기했다.
"왜 이러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그래...나 사람이 아니야...그거 다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그런데 왜 여태껏 모른척 하고 있었어??
그래서...모른척 하고 나 하는거 보니깐...재밌어???????그런거야????"
"칠현아..그게 아니고.."
"됐어..필요없어. 어차피..사람이란 거 다 똑같애. 형도 그래.
난....난 정말로 진심이었는데......
형을 위해서라면..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큼.............난 정말로 형 사랑했는데...
킥..........진심을 가지고 장난을 쳐????
그래?? 그렇게나 내가 만만해 보였어??????"
"칠현아.....칠현아...그런게 아니야."
"그런게 아니면 뭔데????? 말해봐. 그런게 아니면?
조금더 일찍 말해줬더라면....나도 그깟 기대같은거 안하잖아.
왜..왜 장난 치는 건데....왜 갖고 노는건데..왜..!!!!!!!!"
칠현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다.
하늘도 칠현의 마음을 아는 듯 구슬프게 눈물을 흘린다.
공포의 정.신.병.원.
(22)
"이깟..목숨...킥..이젠 미련없어....형..지금까지 고.마.웠.어....킥..."
재원은 냉소어린 웃음을 띄며 몸을 돌리는 칠현을 돌려세워서 뺨을 때렸다.
갑자기 뺨을 맞은 칠현은 멍하니 뺨을 잡고 재원을 바라보았고
재원은 자신이 방금 한 행동에 자신이 더 놀라 자신의 손을 얼른 내린다.
"흑......흑..............왜...왜..때리는데...흑......"
칠현이 뺨을 부여잡고 울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재원이 칠현을 와락 끌어안고 말했다.
"미안해..미안해...칠현아..미안해..."
"이거놔..이거놓으라고......어차피 한번 죽은 목숨이야...두번 죽는거 뭐 어렵겠어..이거 놔!!!"
칠현은 재원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친다.
재원은 더더욱 꼬옥 끌어안으며 비에 젖은 칠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칠현아...미안.......나 그 사실 한 일주일 전쯤에 알았어.
처음엔....처음엔..그래..........잠시 네 사랑을 의심했었어....미안...
하지만.......날 위해.....목숨까지 버리려 하는 널 보고는.......널 믿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
칠현아...아냐..널 갖고 논적도 없고...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야.
그리고..대체 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는지도...사실 막막했거든..
사실..간단한 건데..헤헤....
너도..날 사랑하고...나도..마찬가지이고......그거면 되는 건데..미안...."
계속되는 재원의 고백에 칠현은 정말로 서럽도록 눈물을 흘린다.
"흑....형................나..사람이 아니어도...괜찮은거야????
흑...내가....형 이용하려고 했었는데도..괜찮아???흑..."
"칠현아..그런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날 위해...힘든 선택한.....널......너무너무....."
"아앗..형......"
말을 이어가려는 재원을 칠현이 다급하게 막는다.
"형..안돼....안돼..그 말 하면.........형.......어떻게 되는 지 알아???"
"풋........아주 자세히 들어서 알고 있어."
"안돼..형 그말하면...안돼..."
칠현이 애원한다.
형..형..죽으면 안돼..안돼...
"칠현아. 내가 이말 하지 않으면....대신...네가 죽는데..나보고 가만 있으란 말이야?"
"혀...엉..."
"나도.......나도 널 위해서라면.....헤헤.....죽음같은거 별로 두렵지 않아....."
"..형......."
계속되는 재원의 진심어린 고백과 뜻밖의 말에 칠현은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형....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날 사랑해주는 거야?
흑..형............
"칠현아...."
재원이 칠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는 입을 맞춘다.
서로의 눈물이 섞이고....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전해진다.
부드럽게......
때로는 숨막히도록 강하게........
달콤하게............
깨어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그렇게 무언의 사랑고백을 나누고...
재원이 서서히 입을 떼며 칠현의 눈을 바라본다.
"칠현아...나....정말로 널......"
칠현이 재원의 손을 잡는다. 형..괜찮겠어????
재원은 그런 칠현을 보고 괜찮다는 듯이 싱긋 웃고는 칠현을 꼬옥 끌어안아 칠현의 귀에 속삭인다.
"칠현아..나...세상에서 가장 널....사랑해...."
"혀어엉..............."
칠현이 눈물을 흘린다.
너무도 소중한 사람...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
너무도 깨끗하고..순수한.....나의 사랑......
날 위해서....날 위해서..........
"칠현아...정말로..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계속 되는 재원의 사랑고백....칠현은 연인의 달콤한 목소리를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칠현아...이젠....항상 곁에 있을께........사랑해........"
"흑...형....나두....나두..형 많이 사랑해............흑....."
희준은 자신의 방에서
호수안에서 서로를 그렇게나 부둥켜 앉고 고백을 하는 두 연인을 바라본다.
그래.......잘됐어.........
서로가....서로가 그렇게 사랑하는 만큼...
너무나 힘든 결정을 내린만큼...
행복하렴....
내 몫까지 대신.....행복해야 해....
희준은 아픈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점점 비가 그쳐오고....하늘이 붉게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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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설방╋
공포의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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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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