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기맥(헐티재~비슬산 천황봉)을 밟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봄날씨다. 오늘은 모처럼 낙동정맥 구간종주를 잠시 접고 인근 산으로 산행하자는 등반대장과 총무의 협의에 따라 비슬기맥인 헐티재에서 비슬산 천황봉 구간을 산행하기로 한 날이다. 물론, 나머지 이산맥 대원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화원 큰형님과 회장님의 허락하에 주도면밀하게 진행된 일이다. 아침 8시, 범어동 코오롱하늘채 앞에는 벌써부터 오늘 산행에 들뜬 대원들이 낙동구간 종주를 위해 모여 있었고 최광춘 총무와 하다현 대원은 약 10분가량 늦게 집결지에 도착하였다.
멀리서 오신 오충렬 전 회장은 약속대로 애써 복사해온 지도를 자랑하고 계셨고, 박운석 대원은 김밥을 준비한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 틈을 타 도화숙 대원은 대추차를 끓여 한 컵씩 나누어 준다. 빈속에 마시는 대추차라 속이 시원해진다. 아마 오늘 산행도 이 대추차처럼 단맛과 시원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리라 미리 짐작해 본다.
8시 20분, 잠시 오늘 산행을 결정한 사유에 대하여 문 고문님께서 설명이 있었고, 이어서 백승호 등반대장과 최광춘 총무는 약속대로 그렇다면 “인근 산으로 오늘 산행대상지를 잡고 시간이 난다면 숯가마 찜질방에 가서 3초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어떻겠느냐”재빨리 제안을 했고 나머지 대원들도 찬성쪽으로 분위기를 모았다.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며 헐티재로 향했다. 가창을 지나 정대로 가는 길목은 벌써부터 봄 내음이 가득했고 가창댐은 오랜 가뭄 때문인지 댐 바닥을 하얗게 드러낸 채 봄비를 목말라 했다. 하지만 정대계곡은 며칠 전에 내린 봄비의 영향을 받았는지 차에서 내려다보니 계곡물이 제법 흐르는 듯 하다. 약간 안도는 되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치 못하다.
정대로 접어드니 미나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점심 메뉴에 야채는 있지만 그래도 저 놈의 미나리를 된장에 꾹 찍어 먹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장원석 대원이 바로 제안을 해 온다. “미나리 한 단 사서 점심때 먹자”. 미나리를 실은 이산맥의 승합차는 엔진 소리도 부드럽다.
헐티재에 차를 주차해 놓고 비슬기맥의 마지막 구간인 비슬산 정상을 위해 오른다. 시작부터 능선이 가파르다. 여기저기서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때맞추어 불어오는 봄바람은 이마에 솟은 땀방울을 가시어준다.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
청도 각북면 오리가 내려 보이는 전망 좋은 바위가 보이자 모두 여기서 목을 축이자라는 반응이다. 최광춘 총무도 배낭 무게도 줄일 겸 좋다며 맞장구를 친다. 홍어회에 동동주... 궁합도 잘 맞는다. 이선혜 대원도 ‘매화수’를 꺼내 놓으며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한다. 따뜻한 햇살이 가슴속까지 스미어 들자 오충열 전 회장은 “오늘 산행은 소풍 나온 기분이다”며 배낭에 감추어 놓은 ‘백화수복’을 꺼내 놓는다. 백승호 등반대장은 백화수복은 덥혀야 맛이 난다며 귀찮은 것도 불사하고 버너를 꺼내 가열한다. 이내 김은 봄기운에 탄력을 받은 햇살에 비치며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분위기는 백화수복에 의해 더욱 무르익었고 미나리에 된장까지 안주에 합세하자 오충열 전 회장은 앞으로는 낙동지도와 우래실 된장,백화수복은 꼭 준비해 오겠다는 다짐도 한다.
비슬기맥의 마루금은 비슬산 정상에 다다를수록 호흡을 가쁘게 한다. 동쪽사면에 해당하는 등산길은 밤새 얼어붙은 땅이 햇살에 소리 없이 녹아 가쁜 숨을 더 가쁘게 한다. 진달래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정상 안부는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분위기다. 호흡을 몇 번 가다듬으니 어느 듯 정상이다. 돌무덤이 쌓인 비슬기맥과 청룡지맥의 분기점에는 누군가가 청룡지맥이 나뉘어 지는 안내표지를 해 놓았다. “정상부에 안내표지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라는 아쉬운 바람을 중얼거리며 점심자리를 찾았다. 다행이 적당한 위치가 바로 들어온다. 이산맥 대원들은 여기에서 백화수복과 앵두주, 그리고 죽엽청주를 요란스럽게 비웠다. 오후 3시를 넘겨서야 점심자리를 파하고 하산을 결정......
하산시에는 2개조로 나뉘어졌다. 1조는 차를 회수하는 조, 2조는 문석기 고문께서 오늘 한차? 사는 곳인 ‘茶康山房’으로 바로 하산하는 것으로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가위바위보’로 결정되었다. 가위바위보의 결과는 최광춘 총무가 차를 회수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지만 오충열 전회장과 박운석 대원이 뒤따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다강산방은 당분간 휴점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정대에서 미나리부침개와 두부 등을 안주로 해서 동동주 한사발로 위안을 하고서야 오늘의 산행은 끝났다. 오랜만에 낙동정맥 구간종주를 접고 대구 인근 산을 가볍게 산행을 하고 나니 모두들 가뿐한 기분이다. 앞으로 한 번 쯤은 이렇게 외도? 산행도 한번 가져봄도 좋을 듯하다.
산행참여자 : 8명
(문석기, 오충렬, 장원석, 백승호, 박운석, 최광춘, 이선혜, 하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