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화면을 보면 오른쪽 상단에 `HD''라고 표시된 것을 간간이 볼 수 있다. TV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편성표에도 `HD''라고 표시된 게 있는데 모두 HD TV 시청 가구를 위한 것이다. 디지털방송과 함께 HD(High Definition), 고화질 영상에 대한 시청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그런데 16일자 방송편성표에서 HD 프로그램은 아침마당ㆍ무엇이든 물어보세요ㆍKBS특강(이상 KBS 1TV), 이홍렬ㆍ박주미의 여유만만ㆍ생생 건강테크ㆍ여기는 TV정보센터(KBS 2TV), 사람향기 폴폴ㆍ뽀뽀뽀ㆍ청춘시트콤 논스톱5(MBC), 김승현ㆍ정은아의 좋은아침ㆍ오픈스튜디오(SBS), 투모야 친구들ㆍHD특별기획 다큐멘터리ㆍ문화 문화인(EBS) 등 전부 스튜디오물인데다 EBS다큐와 논스톱을 제외하고 모두 오전 편성물이다. 이 정도면 고가의 HD TV를 구입해 고화질 영상을 만끽하려는 시청자의 요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사가 HD방송물을 주당 13시간 의무편성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편성비율을 맞추기에만 급급함을 알수있다.
지난 주말에는 `HD특선영화''라며 HD외화가 방영됐는데 영화 필름크기로 촬영된 콘텐츠는 쉽게 HD로 변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부 HD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지상파의 의지라기 보다는 외주독립제작사들 사이에 미래를 위해 초반부터 HD로 제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 크다. KBS의 경우 주당 60시간을 제작할 수 있는 HD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HD콘텐츠 제작에 얼마나 돈을 아끼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HD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년부터 국내에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하고 HDTV 보급이 확산할 경우 무엇으로 방송시간을 메울 지에 대한 우려가 깊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그 때가 되면 외국 HD콘텐츠를 비싼 값에 대거 수입하는 보따리상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섹스앤더시티''로 유명한 미국 방송사 HBO는 HBO HD란 채널을 별도로 운영 중인데 이렇게 외국에서 이미 제작ㆍ방영된 콘텐츠를 수입해 그대로 송출만하는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미국 케이블시장과 달리 대량의 HD콘텐츠를 제작할만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거의 없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얼마전 방송위원회가 국회 문화관광위에 제출한 내년도 방송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전체예산의 3분의 1이 여유자금으로 편성이 돼 있다. 무려 84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더 늦기 전에 남아도는 방송발전기금을 HD콘텐츠 확보를 통한 미래 방송시장 발전에 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