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호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대표
크루즈선 시장진입을 위한 준비
수십년 전 선박건조 시장의 수위를 일본에 내어 주고, 다시 한국이 수위에 올라선 지금도 유럽의 조선소가 확고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선종이 두 가지 있다.
아하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로 대변되는 잠수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핀란드, 독일 등이 강세인 크루즈선이다.
지난해 크루즈선 여행객이 1,690만명에 달하는 등 '떠다니는 호텔' 크루즈 시장은 연평균 8%대의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선박발주량도 연간 20~30척, 총 12조원 규모에 달해 전체 조선시장의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호화유람선의 경우 척당 가격은 5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며 초대형 유조선의 약 7배, 가스운반선의 약 3배 정도이며 석유시추선에 버금가는 고가를 자랑한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원자재인 철강재를 100으로 했을 때의 부가가치 창출은 대형유조선의 경우 약 219에 이르고 FPSO는 1,250에 이르지만 크루즈선의 경우 2,000에 이를 정도로 조선산업을 물론 전후방 산업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현재 크루즈선은 핀칸티에리, 아커 야드, 메이어 등 유럽의 3대 조선소가 건조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운항선사도 카니발, 로얄 캐리비안, 스타 크루즈 등 3개사에서 역시 독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건조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활성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대우 . 삼성 . 현재로 대표되는 국내 빅3 조선소는 크루즈선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여객과 자동차를 함께 운반하는 세미크루즈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크루즈선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수면상부의 높이가 높고, 폭이 넓으며 내부공간의 확장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지구조물을 최대한 생략하고 있으며, 중량을 줄이기 위해 얇은 철판을 사용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배의 크기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개에 이르는 표준화된 객실이 일체화 제작되어 연속탑재공법으로 설치된다. 또한 승객의 안전과 편의 . 쾌적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다.
국내조선소들이 지금까지 크루즈선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크루즈선을 위한 기자재 공급시장의 기반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과 건조의 설계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안벽작업이 일반 선종에 비해 길고 전문적인 생산관리기법이 필요하며, 전문 생산인력이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명실공히 조선해양분야 세계1위인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놓고 볼 때는 설계나 시공에서 기능적인 부분을 제외한 난관은 역시 사람이나 화물의 운송이 주가 되는 일반 선박설계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여가 . 위락 . 수송의 복합기능 추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며 주요 크루즈 이용객이 북미와 유럽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선박의 기본설계 단계에서부터 우리나라와 문화적인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위험요소들이 다른 선박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크루즈선의 가격과 맞물려 초기 시장진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산업자원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5개 대형조선소, 27개 인테리어 및 기자재 업체, 6개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등이 뜻을 모아 5년 동안 약 22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여 크루즈선의 기반시술 및 핵심부품을 개발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조선산업의 불모지에서 30년 정도의 시간동안 세계1위에 올라선 저력에서 나온 자신감보다는 중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해서는 조선산업의 꽃이라는 크루즈선 건조시장 진입이 필수이며 최고의 호황이라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우선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기본설계 및 인테리어 분야의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기자재 시장의 고부가가지의 향유 및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치도 한몫 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럽조선소를 답습하는 방법이 아닌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는 선박 및 해양구조물에서 세게 최초, 최대, 최고로 신기록을 경신하는데 바당이 된 창조적인 변화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창조성을 기반으로 조선소의 품질과 납기 준수에 대한 철저한 경영마인드, 우수한 인력과 현대화된 초대형 시설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앞서 거론했던 장애요소들은 유럽의 조선소들과 차별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조선소들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