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실전(4)
반복법(反復法)
반복법은 단어 또는 구, 절, 뜻을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점점 거세고 깊은 감동을 자아내며, 리듬감을 주어 시의 흐름을 원활하게 조화 시켜 가는 방법입니다.
이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 하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반복법의 종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같은 행에서의 반복법
2, 절, 행의 반복법
3, 두음법(Alliteration)
4, 요운법(Internal Rhyme)
5, 각운법(End Rhyme)
6, 연쇄법Combination)
(1) 같은 행(行)에서의 반복법 예
나붓겨라 나붓겨라
깃발이여 !
산 넘어 언덕 넘어
행복이 있다고 남들이 말하길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말라 노하지 말라.
위 시에서 나붓겨라 / 나붓겨라, 넘어/넘어 -하지 말라/ 와 같이 같은 행에서 음이나 구(句)나 (節)이 반복되어 강렬한 감동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2) 절을 반복하는 방법
이것은 같은 말을 節을 바꾸어 되풀이함으로써 시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고 내용의 의미를
강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산산히 부서질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이 시는 김소월의 시 속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절의 반복법을 효과를 낸 시입니다
여기서 반복된 <이름이여>는 소월이 목메게 부르고 싶었고 또 부르다가 죽어 갈 애절한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연에서,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를 반복함으로써 애틋한 사랑을 더욱 구체화 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예로 볼까요? 역시 김 소월의 산유화를 들 수 있습니다.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 중략....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여기서 꽃이 피네를 반복하기도 하고, 마지막 연에서는 꽃이 지네를 반복하고 있는가 하면
꽃이 핀다 는 개화의 희망과 꽃이 진다 는 낙화의 슬픔을 대조적 반복법을 쓰고 있습니다.
3,두운법(頭韻法)
이 법은 싯구의 첫 어구를 각 행의 첫 머리에 반복하는 법입니다.
다시 말하면 같은 음이나 어구를 두 번 세 번 반복함으로써 같은 박자나 같은 어구의 뜻을
자연스럽게 조화시켜 시 전체의 흐름에서 일종의 쾌감을 북돋으려는 수법인 것입니다.
예 : 박두진님의 거미와 성좌(星座)
새까만 내장
새까만 내장을 겹겹이 열어 피묻은 일몰을 빨아먹고
새까만 내장을 열어 피묻은 후광을 빨아먹고
새까만 내장을 겹겹이 열어 피묻은 노을을 빨아먹고
그리고는 황혼
당향묵처럼
선명한
까만 황혼을 뿜어낸다.
여기에서 보듯이 행의 맨 앞(머리)부분에 사용된 반복법입니다. <새까만> 이란 형용사는 음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까만이란 색조로써 거미의 음침하고 교활하고 아착스러운 습성과 생태를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 : 한하운님의 <파랑새>를 볼까요?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여기에서 <나는>과 <푸른>이 각 각의 연을 제각기 이끌어, 시의 주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의 가혹한 상황을 차라리 죽음으로 청산하겠다는 천형의 슬픈 운명을 저주하는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켰습니다.
만약 여기서 반복을 쓰지 않고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라고 했다면 죽음이라는 처절한 심정에로의 전이가 부족했을 것입니다.
또한, 푸른 노래나 푸른 울음의 현실적 희노애락을 죽음으로 체념하려는 서정미 또는 운율미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두운법은 하나의 음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고 구와 절과 행을 더 나아가서 하나의 연을 통째로 반복하기도 하는 것입니다.(위의 시에서 제1연과 제 4연은 연의 반복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는 요운법(腰韻法)의 예를 공부하겠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