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상.
그리 긴 것은 아니지만, 뭉쳐뭉쳐 흘러흘러 거침없이 세월에 담기면서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이 담기는 것.
그것이 기억이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슴속에 꾸준히 담아두는 추억이 아닐런지요.
더구나 그것안에서 희망의 싹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면, 그것안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회복되고 더욱 충만해질 수 있다면, 그것안에서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이겠지요.
오늘 우리가 근거로 하고 있는 금창동을 비롯한 동구에 만들어지고 있는 산업도로에 반대하여 주민들과 함께 인천 장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비를 잔뜩 머금었는지 슬쩍 불어오는 바람에도 습기가 가득해 잠깐만 걸어도 땀이 삐죽이 흘렀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를 위해 함께인 우리를 위해 미래의 후손을 위해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인지 참가한 주민들이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습니다.
모처럼만에 동네 넓은 마당에서 자신의 삶터에서 자신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있는 일들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서인지 처음에는 약간 어려워했지만, 곧 익숙해졌더랬습니다.
공사중인 현장도 찾아가서 당당하게 주민들의 요구를 목청 높여 외쳤고요.
동네 순회를 마치고는 도화동에 있는 종합건설본부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도보입니다.
나이 50대줄을 훌쩍 넘기신 분들이 대부분인 관계로 과연 그곳까지 한 명도 중간에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더랬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어도 낙오한 분들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간단한 집회.
본부장과 면담할 대표자들이 들어가고 남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집회를 즐기고 있을 무렵, 차량 한 대가 앞에 도착하더니 할아버지들이 내리시더군요.
드디고 송림동 성당에서 오전 미사를 드리고 오시겠다던 신자들이 오시게 된 겁니다.
조그만 돌멩이를 담은 pt병과 함께 도착하신 약 70여분의 신자들이 합세하니, 비오는 날에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규모와 소리가 바뀐 시위대를 바라보는 종합건설본부 직원들이 순간 움찔하더이다.
이쪽에서는 순간 환호. 대조의 미학.
사실 종합건설본부는 인천시에서 결정한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산업도로 무효화'라는 정책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기관입니다.
이 말은 주민들이 오래 앉아 있어봤자 별 얻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얼른 면담을 마치고 온 대표자들이 나와 간단한 보고를 마친 후에 재빠르게 차량에 나눠타고 시청으로 향했지요.
시청은 중구와 동구 주민들의 잔치였습니다.
좋은 일로 잔치를 벌인다면야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현재 인천시에서 하고 있는 막무가내 개발로 벌어지는 피해로 인해 주민들이 모여드는 것이어서 씁쓸했더랬습니다.
아벨사장님이 집회 마지막 무렵에 "저들은 우리를 마치 치워야할 쓰레기같이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거의 전역을 개발구역으로 묶어두고 주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겠습니까!
시청앞에서 이런 중구, 동구 주민들의 분노를 모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화려한 색상의 옷들과 다양한 모양을 한 사람들의 물결이 시청앞을 수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도로과와의 면담.
이미 사업의 목표가 바뀌어 버렸다더군요.
거의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 2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으로 인해 주민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산업도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에 간선도로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도로 폭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인천발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하더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재 인천도시계획 2020 수정작업중인데, 이 과정에서 산업도로 또한 다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해 사업을 무효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밖에서는 집회.
쨍쨍 해를 피하기 위해 나무밑에 자리를 틀고 앉아 pt병 흔들고, 박수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아마 참여한 주민 대다수가 이런 경험이 없을 것이기에 최대한 지루하지 않고 재미나게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전반적인 평가들을 들어보니 이 목표는 성공한 것 같았습니다.
모두 웃는 얼굴로 끝낼 수 있는 집회.
실현되었습니다.
서로 모처럼만에 만나 웃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구호를 따라하기도 하고, 맛난 떡과 음료 서로 나누면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이것이 희망의 싹입니다.
웃으면서 동네의 일을 함께 나누어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 매우 좋지않습니까.
바로 이런 곳에서, 이런 주민들과 함께 하는 우각로 프로젝트입니다.
잘 준비하고, 옳은 과정을 밟아 우리도 충만하고 주민도 충만하며 마을이 풍성해지는 공동체 미술활동의 모범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제가 가슴에 와 닿았던 건, "아, 동구에서 소리가 나는 구나." 이 역시 아벨사장님 말씀이었어요. 동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